나만 아는 단어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나만 아는 단어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16.70
Description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간직해온 내밀한 단어집
“낯섦과 거리감으로 인해 돌발적인 의미들이 문득 점화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 꼭 나만 아는 것 같다고 느낀다.” _김선형, 128쪽.

만들어낸 단어. 한 시절을 설명하는 단어. 이제 나를 떠나간 단어. 가깝고도 먼 외국어까지. 《나만 아는 단어》는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아껴두었던 ‘나만 아는 단어’에 대해 쓴 책으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흄세)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국내 작가 앤솔러지다. 우리는 모두 단어와 함께 살아가지만 더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수집한 단어로 삶을 축조하는 소설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을 나란히 두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시인. 두 언어를 넘나들며 가장 적합한 단어를 골라내는 번역가까지. 그들에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단어장을 주면 어떨까? 이 책은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각각 다섯 단어씩, 전체 오십 단어를 소개하는 ‘단어집’이지만 이미 등재된 의미를 매만지거나 새로운 용례를 제안하지 않는다. 작가들은 자신의 삶을 렌즈 삼아 완전히 밀착하지 못하는 단어와 의미 사이를 들여다본다.
저자

김화진

언제나얼마쯤씩만있는것같은‘종종’으로자신을설명해야마음이놓이는사람.어떤사람이‘주머니’속에숨긴걸절대알수없지만주머니가있다는걸잊지않으려고애쓰는소설가.기다릴일이있다는점에서‘변심’을좋아한다.이를느리게더듬어볼수있다는것도마음에든다.좋은질문과대답을갖고끝내주는‘대화’를하고싶지만‘실망’했다는말을듣는건무섭다.막상무섭다고쓰니생각보다덜무서워하는것같지만그걸확인하고자그말을듣고싶은건아니다.
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집《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단편소설《개구리가되고싶어》등이있다.

목차

김화진종종|변심|실망|대화|주머니
황유원초|고원|senescence|프리랜서|무소속
정용준포옹|유령|산책|더듬다|겨울
임선우쿠머스펙|토머슨|하지|본느|인간만두
권누리니은|실내산책|요쿨Jökull|주인공|펀pun
김선형Pang(n.)|Poignant(a.)|Bless(v.)|Iridescent(a.)|Reflection(n.)
김복희빛|인형|문학|귀신|함께
유선혜가름끈|명왕성|미색|빠삐용|것
정수윤루루|루리|가차|게사니|유카르
김서해겹소망|맞틈|도끼책|꿈펜티멘토|흉충

출판사 서평

단어앞에는늘커다란괄호
알맞은의미를찾은후에야가능해지는마음들

김화진소설가는다른사람들이[주머니]에숨긴건알수없어도주머니가있다는사실은잊지않으려고노력한다.‘주머니’를인식하는것,그리고함께고른[실망]과[변심]모두‘사람을궁금해하는마음’안에서이루어진다.황유원시인은지속적인고양감에머물수있는[고원]의감각을꿈꾸며이를삶과시에빗대는데(“고원에올라산책하면어느정도높은강도를오랫동안유지할수있다.지속적인고양감속에머무를수있다.하지만언젠가는고원에서도내려가야하는게우리의인생”),만년필이라는창을들고교정지로돌진하는[프리랜서]번역가이자소속란을쓸일이있으면맞닥뜨리게되는[무소속]이라는감각앞에서필연적으로발생하는결연함과쓸쓸함에대해서도현실감있게포착해낸다.포개진셔츠에서[포옹]을떠올린정용준소설가는나와너의틈을포옹으로메우려는시도에서필연적으로알게될서러움에대해알려준다.“더럽게서글픈떨어짐과헤어짐”이없느냐고되묻는장면에서독자는지금껏안겨온·안아온날들을떠올리게된다.스스로를다그치지않고“극도의편안함을추구”하기위해임선우작가는[인간만두]라는단어를만들어낸다.이불을머리끝까지덮고자신이만두소가되었다고상상하면누구나‘인간만두’가될수있다.주변을성실히살피는태도의[본느],안녕을기원하는[하지].그리고자본주의사회에서이분법적으로구획되는‘쓸모’에대해생각하는[토머슨]도있다.

이십사절기중에서낮이가장길고밤이가장짧은시기인하지.(……)낮과밤이공존해야하는것이삶이라면,최대한밝게살았으면해서.(……)이땅에서나름대로살아가는모든생명에게,삶이부디하지와도같기를바란다._임선우,〈하지〉,90~93쪽.

권누리시인은자신이단어를다루는사람으로서의정체성을갖게된계기로어릴적엄마와했던끝말잇기를든다.상대가계속단어를이어갈수있도록배려하며지속하던끝말잇기가얼마나아름다웠는지얘기하면서,자신이말놀이[펀pun]라는유산을“꼭쥔채성장했음을”고백한다.김선형번역가는자신을“울창하고낯선텍스트의숲어귀에서서막막하게안을들여다보던이방인”이었다고말한다.낯선단어를알아가는일은개인의“역사,차이와기벽에부딪혀”이탈되고일탈하는일이라면서,이는여전히생경하지만때로는“영롱하다고,경이롭다고”,“꼭나만아는것”처럼느껴진다는것이다.김복희시인은함께하는일에대해생각하게하는단어들을골랐다.죽을때까지피할수없는[빛]은윤동주시인의〈십자가〉에있는“쫓아오는햇빛”으로옮아가고,인간적인고통과함께살아가는일에대해생각하게한다.생명반응이없는(하지만아닐수도있는)[귀신]이나[인형]과함께살아가는방법에대해서도.

빛은저만을위한것이아니랍니다.(……)당신도저도죽는날까지살아가야하는것입니다.빛과._김복희,〈빛〉,158쪽.

어딘가쓸쓸한[명왕성]을시로쓰는데는포기했지만여전히어떤비유로명왕성을이해하는유선혜시인은자립하지못하는감각,혼자서는비어있는느낌으로[것]에대해말하며,“끝내빈칸을채우지못해일인분의몫을견디지못하는의존명사로남을까”두려워서글을쓰는걸지도모른다고자문한다.“미완성인문장과까마득한괄호에어울리는의미”발견하려고.일본어,북한어,그리고아리송한요정의주문같은단어를보내온정수윤번역가는[루리]라는단어로이름과삶의태도를살핀다(“그러다가루리를발견했다.루리의빛도닦기나름.나도닦으면,열심히갈고닦으면,빛이날까,반짝일까”).김서해소설가는“슬픔을말하는단어가있을뿐슬픈단어는”없다고말하며,어제좌절해도오늘아무렇지않게살아가는사람에게쥐여주기위해[흉충]이라는말을만든다.

“하루중반짝거리는기쁨의한조각을얻었기에
그밖의긴긴시간을버틸수있었다.”

10명의작가는자신에게흐르던의미로단어를꿰어보여준다.이는《나만아는단어》를읽는독자에게송부하는남김없이아름다운고백이다.자기만의‘나만아는단어’를쓰게될독자가조심조심걸을수있도록“좋은계단”을놓아주는마음이다.작가들이자신의서사로단어와의미를해체하고실컷헤집었듯독자역시자신만이지닌‘나만아는단어’안에서입고마시고덮고꿈꾸시기를.희망이필요하다면발명하시기를(“빛은희망이필요한이의발명”)위로가필요하다면꽉안고절대놓지마시기를(“안고있는데안고싶다.안겨있는데안겨있고싶다”).차곡차곡쌓아갈‘나만아는단어’를갖고새롭게시작된한해를풍요롭게건너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