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주 빨리 날아야만 했어요.
별똥별처럼 불타는 흔적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잃어버린 채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는 누구인가?
세 가지 상상력으로 추적해나가는 전혀 모르는 타인의 인생
별똥별처럼 불타는 흔적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잃어버린 채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는 누구인가?
세 가지 상상력으로 추적해나가는 전혀 모르는 타인의 인생
미친 듯이 돌풍이 부는 날 하늘에서 떨어진 한 남자.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병원에 실려 온 남자는 ‘환자 X’로 불린다.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심지어 얼굴마저도 붕대에 가려져 잃어버린 ‘환자 X’의 정체를 세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추적해나간다.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카렐 차페크의 ‘철학소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자 가장 독특하고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인 문학상에 호명돼온 정보라 작가가 체코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고,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차페크의 〈‘철학소설 3부작’ 후기〉를 부록으로 실었다.
그럴듯한 인생을 꾸며내기 위해 난무하는 마음들……
이해와 오해와 이야기의 경계까지 단번에 허물어뜨리는 반전
극작가 아서 밀러는 “차페크 같은 작가는 어디에도 없다”라며 차페크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극찬했다. 차페크는 인류에게 ‘로봇’이라는 신조어를 선사한 작가답게 독자적이고 색다른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별똥별》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이고 독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된 이름도, 얼굴도 잃어버린 정체불명의 남자. 차페크는 아무런 객관적인 정보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완벽한 타인’ 앞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들여다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환자 X’의 삶을 간호사인 ‘수녀’, 다른 병동에 입원한 ‘천리안’, 의사의 지인인 ‘시인’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세 사람은 각자의 연민과 직관, 예술적 상상력으로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그럴싸하게 그려나간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무수한 상상력과 마음들이 난무할수록 ‘환자 X’의 진실은 따라잡을 수 없는 별똥별처럼 아득해질 뿐이다. 즉 《별똥별》은 전혀 모르는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고자 뻗어나가는 인간의 마음과 그로 인해 더욱더 멀어지는 삶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천 개의 가능성 중에서 겨우 하나일 뿐이며 그마저도 가장 일관되거나 가장 중대한 가능성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든 경험은 그저 우연히 펼쳐진 한 페이지이거나 현명한 예언자의 책에서 흘끗 읽어낸 한 단어에 불과하며, 우리는 더 많은 걸 알고 싶은 겁니다.(134∼135쪽)
세 사람이 각자의 경험대로 복원해내는 ‘환자 X’의 삶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인상적이다. 수녀는 꿈에서 ‘환자 X’가 자신을 프랑스어로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수녀에 따르면 ‘환자 X’는 부유한 아버지를 두었지만 애정의 결핍과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준 엔지니어 여성을 버리고 열대지방을 떠돌며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죽음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삶이 비겁한 도피였음을 참회하고, 마침내 진정한 사랑과 질서 안에서 구원받고자 열망한다.
수녀가 신앙과 연민의 눈으로 ‘환자 X’를 바라보았다면, 천리안은 직관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자기 몸으로 감각하며 그의 삶을 추적한다. 천리안에 따르면 ‘환자 X’는 학계의 권위자에게 무시당한 뒤 카리브해 지역에서 무기력하게 방랑하는 천재 화학자다. 그러나 훗날 자신의 창의적인 화학 공식을 완성하고자 별똥별처럼 조급히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돌풍을 만나 추락하고 만다.
한편 시인은 환자의 소지품이라는 객관적인 증거물을 바탕으로 ‘환자 X’의 삶을 추론한다. 시인에 따르면 ‘환자 X’는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뒤 쿠바 거상을 만나 카리브해 지역에서 새로이 살아가는 ‘조지 케텔링’이다. 케텔링은 농장의 중간 관리자로서 타인의 사정이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꾼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인다. 이후 가짜 신분과 양심 없이 살아가는 기만적인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거상의 딸 ‘메리’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자 다양한 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대공황과 파업 등으로 사업은 완전히 파산하고, 진짜 신분을 되찾아 메리에게 돌아가고자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하고 만다.
우연 같은 건 없어요. 환자 X는 아주 빨리 날아야만 했어요. 별똥별처럼 불타는 흔적을 남기면서 말입니다.(118쪽)
‘환자 X’라는 하나의 몸 위에 포개지는 세 개의 삶은 그 자체로 완벽한 서사적 개연성을 가지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소설의 상상력이 극단에 이르렀을 때, 차페크는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이 모든 것을 본래의 자리에 되돌려놓는다. 우리가 진실이라 오해했던 입체적인 서사들이 사실은 “일종의 자기 고백”이자 자기 투사에 불과했음이 드러난다. 차페크가 〈‘철학소설 3부작’ 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완벽한 타인’ 앞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이해와 상상은 결국 우리 자신의 경험과 한계를 반영할 뿐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환자 X’의 삶이 선명해질수록 병상 위에 누워 있는 실체로서의 ‘환자 X’의 삶은 더욱더 아득한 가림막 뒤로 사라져버린다.
그는 무엇이든 다 끊임없는 어떤 회상을 가림막을 통해 보는 느낌이 들 겁니다. 모든 것이 다 어디선가 알았던 듯하고, 자기 삶에서 언젠가 일어났던 듯한데, 세상에, 그게 어디였을까요? 그게 언제였을까요?(158쪽)
그럴듯한 인생을 꾸며내기 위해 난무하는 마음들……
이해와 오해와 이야기의 경계까지 단번에 허물어뜨리는 반전
극작가 아서 밀러는 “차페크 같은 작가는 어디에도 없다”라며 차페크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극찬했다. 차페크는 인류에게 ‘로봇’이라는 신조어를 선사한 작가답게 독자적이고 색다른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별똥별》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이고 독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된 이름도, 얼굴도 잃어버린 정체불명의 남자. 차페크는 아무런 객관적인 정보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완벽한 타인’ 앞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들여다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환자 X’의 삶을 간호사인 ‘수녀’, 다른 병동에 입원한 ‘천리안’, 의사의 지인인 ‘시인’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세 사람은 각자의 연민과 직관, 예술적 상상력으로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그럴싸하게 그려나간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무수한 상상력과 마음들이 난무할수록 ‘환자 X’의 진실은 따라잡을 수 없는 별똥별처럼 아득해질 뿐이다. 즉 《별똥별》은 전혀 모르는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고자 뻗어나가는 인간의 마음과 그로 인해 더욱더 멀어지는 삶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천 개의 가능성 중에서 겨우 하나일 뿐이며 그마저도 가장 일관되거나 가장 중대한 가능성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든 경험은 그저 우연히 펼쳐진 한 페이지이거나 현명한 예언자의 책에서 흘끗 읽어낸 한 단어에 불과하며, 우리는 더 많은 걸 알고 싶은 겁니다.(134∼135쪽)
세 사람이 각자의 경험대로 복원해내는 ‘환자 X’의 삶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인상적이다. 수녀는 꿈에서 ‘환자 X’가 자신을 프랑스어로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수녀에 따르면 ‘환자 X’는 부유한 아버지를 두었지만 애정의 결핍과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준 엔지니어 여성을 버리고 열대지방을 떠돌며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죽음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삶이 비겁한 도피였음을 참회하고, 마침내 진정한 사랑과 질서 안에서 구원받고자 열망한다.
수녀가 신앙과 연민의 눈으로 ‘환자 X’를 바라보았다면, 천리안은 직관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자기 몸으로 감각하며 그의 삶을 추적한다. 천리안에 따르면 ‘환자 X’는 학계의 권위자에게 무시당한 뒤 카리브해 지역에서 무기력하게 방랑하는 천재 화학자다. 그러나 훗날 자신의 창의적인 화학 공식을 완성하고자 별똥별처럼 조급히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돌풍을 만나 추락하고 만다.
한편 시인은 환자의 소지품이라는 객관적인 증거물을 바탕으로 ‘환자 X’의 삶을 추론한다. 시인에 따르면 ‘환자 X’는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뒤 쿠바 거상을 만나 카리브해 지역에서 새로이 살아가는 ‘조지 케텔링’이다. 케텔링은 농장의 중간 관리자로서 타인의 사정이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꾼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인다. 이후 가짜 신분과 양심 없이 살아가는 기만적인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거상의 딸 ‘메리’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자 다양한 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대공황과 파업 등으로 사업은 완전히 파산하고, 진짜 신분을 되찾아 메리에게 돌아가고자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하고 만다.
우연 같은 건 없어요. 환자 X는 아주 빨리 날아야만 했어요. 별똥별처럼 불타는 흔적을 남기면서 말입니다.(118쪽)
‘환자 X’라는 하나의 몸 위에 포개지는 세 개의 삶은 그 자체로 완벽한 서사적 개연성을 가지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소설의 상상력이 극단에 이르렀을 때, 차페크는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이 모든 것을 본래의 자리에 되돌려놓는다. 우리가 진실이라 오해했던 입체적인 서사들이 사실은 “일종의 자기 고백”이자 자기 투사에 불과했음이 드러난다. 차페크가 〈‘철학소설 3부작’ 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완벽한 타인’ 앞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이해와 상상은 결국 우리 자신의 경험과 한계를 반영할 뿐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환자 X’의 삶이 선명해질수록 병상 위에 누워 있는 실체로서의 ‘환자 X’의 삶은 더욱더 아득한 가림막 뒤로 사라져버린다.
그는 무엇이든 다 끊임없는 어떤 회상을 가림막을 통해 보는 느낌이 들 겁니다. 모든 것이 다 어디선가 알았던 듯하고, 자기 삶에서 언젠가 일어났던 듯한데, 세상에, 그게 어디였을까요? 그게 언제였을까요?(158쪽)

별똥별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