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들)

단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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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의 삶은 오직 단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단절은 우리 삶에 필연적인 사건이다. 진로 변경, 이주, 투병, 출산 등 가장 내밀한 단절부터 연인과의 결별, 가족과의 절연이나 사별 등 관계 단절까지 나를 뒤흔드는 모든 단절은 내 정체성이자 내 삶이 되어간다. 단절을 겪은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로 되돌아갈 수 없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단절은 과연 고통스럽기만 할까? 단절 이후, 우리는 어떻게 내일을 기대하며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프랑스의 철학자 클레르 마랭은 단절로 인해 자아를 잃을 위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들)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고 단언한다. 예기치 않은 변화로 인해 길을 잃은 듯할 때,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끊긴 듯할 때, 『단절(들)』은 존재할 용기를 되찾는 길로 우리를 이끈다.
저자

클레르마랭

(ClaireMarin)
철학자,작가,프랑스고등교육기관그랑제콜준비반철학교사.마랭의인문에세이는문학과철학에서얻은영감을바탕으로동시대사회에대한깊은성찰을보여준다.특히실존적인문제들,정체성과질병등내밀한경험을주로다루면서우리삶과맞닿아있는철학을이야기한다.대표작『단절(들)』은프랑스에서지금까지10만부넘게판매되며대중과평단의사랑을고루받았다.이책은2019년에그해가장뛰어난논픽션도서에수여하는사부아르상을받았고메디시스상에세이부문후보에올랐으며,2020년에는고등학생들이선정하는고등학생철학도서상을받았다.

목차

들어가며:우리의삶은오직단절로이루어져있을뿐
1.자신과타자에게늘충실할수는없다
2.연인과의결별
3.자신이되기
4.분산의기쁨
5.상처입은존재
6.탄생과분리
7.가족과의절연
8.사라짐
9.단절과격렬한성性
10.밤을통과하기
11.계약파기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진로변경,이주,투병,출산등가장내밀한단절부터
연인과의결별,가족과의절연이나사별등관계단절까지
나를뒤흔드는모든단절은내정체성이자내삶이되어간다

★프랑스판매부수10만부베스트셀러
★2019프랑스사부아르상수상,메디시스상에세이부문후보
★2020프랑스고등학생철학도서상수상
★10개국외국판권계약체결

단절은정체성이된다-고통스러운경험을수용하는방법
프랑스의철학자클레르마랭은『단절(들)』에서“우리의삶은오직단절로이루어져있을뿐이다”라고단언하면서단절의다양한양상을탐색한다.가장내밀한단절은진로나거주지를바꾸거나,투병하거나,출산할때일어난다.연인과헤어지거나,절연이나사별로인해가족과관계가끊어지면서삶이뒤바뀌기도한다.자발적인것이든타의에의한것이든단절은우리모두가흔히경험하지만매번고통스럽다.우리는단절이라는강렬한사건을겪으면서때로는정체성에혼란을느끼고,때로는타인들의기대를저버린다는사실에괴로움을느끼기때문이다.
그렇다면단절이라는“뿌리째뽑혀나가는것같은고통”을겪은뒤어떻게살아가야할까?마랭은이를정체성의문제와연결지으면서,고통스러운경험을해석하는새로운시각을보여준다.“모든단절에는,자신을찾고싶은희망과자신을잃어버릴위험이함께있다.”단절을계기로우리는기존의사회적인역할극에서빠져나오고,자신의자아가유일하다는착각에서벗어나게된다.외부의시선을통해내면화한역할이아니라또다른자아를발견하게된다.이렇게단절에서새로운가능성을포착하는마랭의날카로운통찰력과의연한태도는우리가단절의경험에매몰되지않고거리를둘수있게만든다.“마침내나자신이되기위해서나는타자로부터분리된다.단절은나의탄생이자재탄생의조건이다.”

누구나단절한다-문학과철학에서발견하는보편성
마랭은단절이라는경험의보편성을문학과철학텍스트에서발견하면서,독자가단절의경험을자연스럽게받아들일수있게돕는다.『단절(들)』을집필할당시40대후반의젊은철학자였던클레르마랭은선대철학자들의성찰을일찍이제것으로소화해냈다.그리하여스피노자,니체,키르케고르처럼고전이된이름들부터앙리베르그송,질들뢰즈,모리스메를로-퐁티,롤랑바르트같은전설적인프랑스철학자들의사상을누구나이해하기쉽게풀어내며단절의문제와엮어낸다.나아가,정신분석가도널드위니콧과안뒤푸르망텔,철학자샹탈자케처럼21세기의저명한연구자들의사유를단절이라는관점에서들여다본다.
깊이있는문학적감수성을지닌마랭은시와소설등문학작품에서영감을얻기도한다.파블로네루다,마르그리트뒤라스,밀란쿤데라,아니에르노처럼오늘날한국독자에게도친숙한작가들의글은독자들의개별적인경험과공명하며울림을더할것이다.문학작품이나인문서뿐만아니라대중적인노래가사,인터뷰,강연록등다양한텍스트를가로지르는저자의독창적인글쓰기는독자를단절로인한정신적고립에서끄집어내어단절에대해자유롭게사유하도록권한다.

●옮긴이와의인터뷰

Q.『단절(들)』번역과정에서가장흥미로웠던점을알려주세요.
A.번역가류재화(이하‘류’):‘일러두기’에서설명한것처럼,원제‘단절(들)(Rupture(s))’을지은방식이마음에들었습니다.프랑스어정관사를붙이지않고,복수를뜻하는접미사‘s’를괄호안에넣은것말입니다.관사를붙이지않으면단어에개방성이생깁니다.이건하나의기호이자상징입니다.저자가말하려는바가철자에서바로새어나오는직관적인표현이죠.저는프랑스어의이런세세한문법들을너무나좋아합니다.문법은곧심리학이자미학입니다.

Q.『단절(들)』에서가장좋아하는문장을소개해주세요.
A.류:“우리는‘깨는rompant’존재라기보다‘깨진rompu’존재일수있다.”(p.20-21)
우리를늘능동적이고강인한존재로인식하는것이상으로수동적인,피동적인존재로인식하는것도중요합니다.비극적이나냉정한현실인식이죠.책의제사(題辭)로쓰인니체의이말“우린끈기있고하룻밤에무너지진않을것이니”도수동적감내의힘을상징적으로표현한말일겁니다.
저자가현재분사‘깨는’과과거분사‘깨진’을절묘하게연속으로써서멋지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문법적으로분사자체가이미깨진파편이기도해,그파편의힘으로문장에더힘을주기도합니다.이렇게단어스스로자신을변형시켜서라도말하고싶은것을말하느라몸부림치는게보일때,저는유레카같은기쁨을느낍니다.

Q.『단절(들)』에는노래가사,시,소설,인문에세이,인터뷰등다양한문헌이인용됩니다.그가운데특히인상깊었던문장을소개해주세요.
A.류:7장「가족과의절연」에인용되는안뒤푸르망텔의『모성의야만성』속문장“나를사랑하는사람이나를끈질기게파괴한다.그피부가날질식시킬때까지내피부를침범한다”가참으로인상적이었습니다.특히이문장에서“피부”라는단어가많은것을함의한다는생각입니다.
뒤푸르망텔은자크데리다와의대담집『환대에대하여』(필로소픽,2023)를통해알게된프랑스의여성철학자인데,모성이라는신화가“야만성”이라는단어와부조리하게도너무나잘어울린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저는얼마전마르그리트뒤라스의중단편소설집번역을마쳤는데,거기에도한어머니의아들에대한유별나고병적인사랑이야기가나옵니다.충분히공감이가는감동적인모성이면서도,우리가결코다이해할수없는모성의어떤병리성도암시됩니다.알코올에빠지듯,나르키소스처럼자아라는심연에빠지듯여기서모성은자기동화성에함몰된인간의모습그자체이기도합니다.바로그지극한모성때문에거의구원할길이없어진,무분별한,쇠락한,무력한아들의이야기지요.결국어머니가자식을잡아먹는형국입니다.
극단적으로말해,전모성의신화가어느정도파괴될필요가있다고생각합니다.뉴스에서도,아니우리주변에서도많이보게되는이병적인모성애의문제에대해깊이생각해봐야할때입니다.기회가닿는다면안뒤푸르망텔의이책을번역해소개해보고싶습니다.

Q.『단절(들)』에서클레르마랭이다양한문헌을배경으로글쓰기를한만큼,역주를세심하게달아주셔서독자들에게큰도움이될것같습니다.다른한편으로는저자가다양한비유와상징을활용하거나철학적개념을언급하기에,이러한글쓰기스타일을낯설게여기는독자들도있을것같습니다.독자들에게이책을읽는방식을권해주신다면요?
A.류:역주를제법소상히다는것은제가번역하면서좋아하는일이기도합니다.물론독자스스로읽어나가는것을방해하지않는선에서요.저는역주를소맷부리같은것으로생각합니다.속옷을입고겉옷을입었을때,속옷이안에말려있으면답답해서,살짝길게빼서정돈하는것처럼요.본문을읽다가어떤단어가맥락속에서잘이해되지않거나의미가모호하면마치옷안에말려껴있는속옷처럼답답합니다.그래서살짝당겨주는느낌으로,조금설명을덧대는데,이작업은제가답답해서한것이기에시원하고좋습니다.다만,때론설명이장황해지는데,그러면편집자님께서뺄것을요청하기도합니다.그러면웃으며기꺼이뺍니다.
『단절(들)』은철학자가쓴글이기에논지전개가섬세하고정교해서조금어렵게느껴질수도있지만,정통철학서에비해이책은그다지어려운책은아니라고생각합니다.특히나,‘단절’은우리모두가공감하는주제이니까요.독서는빨리하는것보다천천히하는게독자에게도훨씬실익입니다.천천히,새겨가며읽어주시면좋겠습니다.

Q.『단절(들)』마지막부분(p.195)에는‘기쁨’에관한인상적인구절이나옵니다.최근선생님이일상속에서기쁨을느끼셨던개인적인경험을공유해주세요.
A.류:우리삶은매순간이기쁨입니다.이기쁨은밖에서오는것같아도,실은안에서,나자신에서오는것인데,저는생각을줄이고뭔가를가만히관찰할때기쁨을많이느낍니다.사람을만나서교제를하고사랑을하고사랑을받는데서기쁨을느끼기보다혼자창의적으로뭔가를발견했을때가장기쁩니다.사람들의소리보다는새소리,바람소리,나뭇잎이흔들리는소리가좋습니다.
이책의저자는우리가느끼는모든삶의고통을이야기하면서,결국‘단절’할때,비록아프지만,기쁨이서서히생겨난다고말합니다.사실‘분리’만이답입니다.왜냐하면우리가그렇게원래태어났기때문입니다.아니,태어난게아니라,모태로부터분리된것이죠.‘관계’에너무집착하는것은곧빨간경고등이켜지는것일수있습니다.

Q.『단절(들)』과함께읽으면좋은책을추천해주세요.
A.류:파스칼키냐르의책을읽어보세요.키냐르의주제는이책과도일맥상통합니다.『은밀한생』(문학과지성사,2001)이나제가번역한『심연들』(문학과지성사,2010),특히최근번역한『성적인밤』(난다,2024)을추천합니다.우리태생의비밀,성과사랑의원형같은것을되새겨보기에아주좋은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