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의 몸 : 몸을 통해 탐색한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중세 시대의 몸 : 몸을 통해 탐색한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29.04
저자

잭하트넬

저자:잭하트넬(JACKHARTNELL)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미술사강사로재직하며중세및근대초기유럽과중동의시각문화를연구하고가르친다.컬럼비아대학교와코톨드미술대학,막스플랑크과학사연구소,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등에서근무했다.



역자:장성주

출판편집자를거쳐번역자및기획자로일하고있다.우리말로옮긴책에『오컬트,마술과마법』,『파워오브도그』,『산산조각난신』,스티븐킹의『별도없는한밤에』,『언더더돔』,〈다크타워〉시리즈,켄리우의『종이동물원』,『제왕의위엄』,『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데즈카오사무의『아돌프에게고한다』,우메즈가즈오의『표류교실』등이있다.2019년『종이동물원』으로제13회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중세시대의몸
머리
감각기관
피부

심장



생식기

미래의몸

감사의말
참고문헌
도판목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인간의‘몸’이란프리즘을통해본중세

인류사의특정시기를속속들이알고자할때유용한방법한가지는,하나의대상을정해프리즘으로삼는것이다.이렇게하면해당시기가방출하는빛이그대상을통과해갖가지색으로분산되어기다란스펙트럼으로펼쳐진다.이때어떤대상을프리즘으로삼느냐에따라시대의빛에포함된여러파장이굴절되는정도가달라지고,따라서스펙트럼의폭과무늬도덩달아달라진다.

영국의미술사학자잭하트넬은『중세의몸』에서인간의몸을프리즘으로삼아중세라는시대를분석한다.그런데이몸이라는프리즘은성능이어찌나훌륭한지,이른바‘암흑시대(DarkAge)’로통하는중세의희미한빛도일단인간의몸을거치면영롱한색색의띠로변해읽는이의시야를한가득물들인다.그빛의스펙트럼을읽어나가는순서는중세시대의의학저술가가책을쓸때길잡이로삼았던라틴어문구‘아카피테아드칼켐(acapiteadcalcem)’과일치한다.즉,‘머리에서발꿈치로’내려가는것이다.

머리부터시작해감각기관,피부,뼈,심장,피,손,배,생식기,그리고마지막으로발까지,지은이는인간의몸이곳저곳을각장의제목으로내걸고그야말로“중세시대삶의모든면을탐색”한다.머리에서는광기와대머리가당대의정치및종교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살펴보고,감각기관에서는태피스트리속에묘사된일각수와여성의관계를통해감각의우열을따져보고,피부에서는사람의살갗뿐아니라동물가죽으로만든양피지및이를이용한당대의출판문화를둘러보고,발에이르러서는도보여행과지도제작에관해알아보는식이다.

이과정에서지은이는몸과직접연관된의학은말할것도없고철학과역사학,문학,종교,시각예술전반과건축,심지어음악까지,온갖분야를넘나들며갖가지기기묘묘한이야기로읽는이의넋을빼놓는다.책에제시된자료의양과범위는정말이지눈앞이아찔할정도로방대하다.비단유럽문화권만이아니라중세유럽에큰영향을미친이슬람문화권및히브리어문화권의자료또한심심찮게등장한다.
―‘옮긴이후기’에서

흥미로운지적탐험으로즐기는방대한지식

역사를좋아하는이들에게중세는흥미진진한매력으로가득한시기다.고대-중세-근대-현대로이어지는시대구분가운데가장정의하기힘든다양한특성을가지면서도현대사회의체계와관습이만들어졌다.이와같은이유로중세의법,생활상,역사관련도서는계속출간되고있다.『중세시대의몸』은중세의의학과과학,예술에대한색다른지식을얻고자하는독자들에게매우흡족한선택이될것이다.

책속에서

처음시작된때가언제였든간에,이같은중세관은굳이따져볼필요도없이왜곡되었다.이처럼일그러진인상속에서중세의실제모습을밝혀내는것이야말로내가10년이넘도록해온작업의일부이자,이책의핵심주제이다.우리는단순히스스로의비위를맞추고싶다는이유로시간상동떨어진것처럼보이는이시대를업신여겨서는안된다.오히려중세세계의어느일면이나마진정으로파악할수있도록,우리는당대의기준에따라그시대를대해야한다.이미늦었지만이제라도우리는앞서등장한프랑스출신반쪽남자가영원히정지된모습으로굳어버리기전까지삶을파악했던방식대로중세의삶을보려고애써야하며,이를위해실제로각양각색의인물들을한명씩차례로집중해살펴볼것이다.
―첫장‘중세시대의몸(MedievalBodies)’에서

프랑스왕샤를6세(1368-1422)의경우는현존하는중세시대의정신질환기록가운데가장유명한사례에속하는데,그가오랫동안앓은정서불안정은순식간에사람들의입에서입으로퍼져나갔다.유독생생하게전해지는사건하나는1392년8월,왕이수행단을거느리고르망근교의울창한숲에말을타러나갔을때일어났다.일설에따르면이때걸인이왕의말앞에엎드려적선을간청했고,다른설에따르면그저시종이땅바닥에창을떨어뜨려철커덕소리가커다랗게났을뿐이었다.어느쪽이었든간에,샤를6세는그충격때문에반쯤정신이나갈만큼격렬한분노에사로잡혔던모양이다.왕은30분이넘는시간동안절친한친구와친족과하인에게칼을휘둘렀고,무려다섯명을죽이고나서야주변사람들에게제지당했으며,이후깊은혼수상태에빠졌다.사흘만에겨우의식을되찾은왕은자신이무슨짓을저질렀는지알고통곡했다.이후10년동안왕은상태가점점악화되어당대역사가들에따르면가족조차알아보지못했고,탈진할때까지달리기를하겠다고고집을부렸으며,왕궁곳곳의가구를넘어뜨리고자신의문장(紋章)은보이는족족부수려고했다.한번은심지어자기몸이연약한유리로이루어졌다는생각에사로잡힌나머지산산조각날까두려워꼼짝않고서서아무도자신을건드리지못하게했다는일화또한인상적으로기록되어있다.
―둘째장‘머리(Head)’에서

그러나이태피스트리연작에서적어도한가지는분명해보인다.젊은여성은태피스트리다섯장에걸쳐사자와일각수에게소형오르간인하모늄의연주를들려주고,앵무새와원숭이에게대접에든조그마한나무열매를먹이고,들꽃의향기를맡고,일각수의뿔을쓰다듬고,일각수와함께거울을갖고논다.이러한이미지로청각,미각,후각,촉각,시각을보여주는것이다.일찍이고전시대와중세초기의저술가들은감각의구성요소를매우융통성있게파악했는데여기에는기억이나상상같은뇌의능력,또는분노와신의사랑같은격한감정따위가함께포함되었다.그러나중세시대후기에이르면전통적인‘오감(五感)’이몸과주위환경사이에일어나는감각적상호작용의다섯가지기본형태로고착된다.이들감각의작동원리를설명하기위해당대사상가들은각각의감각이토대로삼는기본물질과그물질이세상속에서돌아다니는방식을이해하고자했다.꽃에서나는향기가바람에실려퍼지는까닭이무엇인지,소리가허공을지나전해지는까닭은또무엇인지밝히려했던것이다.그러나감각의본질을밝히려면먼저앞서말한감각신호를몸자체가어떻게받아들이는지부터아는것이결정적으로중요했다.
―셋째장‘감각기관(Senses)’에서

피부는꼭몸에붙어있지않더라도붙어있을때와똑같이강력한의미를전달하는일이가능했다.책을집필하는일에관한한십자군원정사의연대기이든외과수술에관한전문서적이든아니면그밖의어떤주제를다룬책이든간에,중세의저술가가택할수있는책의재료는다양했다.중동과북아프리카의이슬람교권역에서활동한작가들은대개종이를선택했는데이는그들이일찍이8세기부터접촉하기시작한중국문화에서빌려온기술이었다.그러나서부및중부유럽에서종이보다훨씬더흔하게지식과이미지를전달했던매체는양피지,즉건조및가공작업을거쳐살아숨쉬는피부에서평평하고매끈매끈한책속의낱장으로변신한동물가죽이었다.
―넷째장‘피부(Skin)’에서

죽음과해골을익살스럽게결합한중세의물건중에는이러한벽화보다훨씬더적극적인것도있었다.14세기피렌체의조각가발다사레델리엠브리아키(BaldassaredegliEmbriachi)는갖가지사치품의외관을실제동물뼈로장식해큰성공을거두었다.그의전매특허나다름없는기법은물건표면에나무나짐승뿔,하마엄니,소뼈,말뼈등을서로대비되는모양으로조그맣게상감세공하되,이것들을결합해정교한무늬의장식판이나조그마한인물상으로이루어진모자이크를만드는것이었다.엠브리아키는1390년대에피렌체에서베네치아로공방을옮겼는데여기서만든작품수백점이지금도남아있다.조그만십자가,직사각형상자,원통형장식함,인물상이가득들어찬세단짜리제단모형,체스와주사위놀이용이중놀이판,첨탑이달린커다란제단장식까지,모두가뼈를사용한같은기법에따라만들어졌다.그러나엠브리아키공방은나중에훨씬더사치스러운소재인상아로조그만물건을만들어인기를끄는쪽으로변해갔다.
―다섯째장‘뼈(Bone)’에서

이처럼양식화된한편으로추상적인형상이어쩌다가오늘날과같이실제신체기관과정서를상징하게됐는지는,지금도명확하게밝혀지지않았다.어쩌면당대에최음제로여겨졌던덩굴담쟁이나다른식물의이파리모양과연관됐기때문인지도모른다.아니면장식용♥문양은이전부터이미존재했는데,그생김새때문에나중에한쪽끄트머리가반대쪽보다더뾰족하고심방과심실이라는이원적구조를띤장기를가리키게됐는지도모른다.이는어쩌면꽤자연스러운일일수도있다.어느쪽이옳든간에이상징은중세시대가다끝날즈음이되어서야,그것도유럽에서만들어진초기인쇄물의이미지에등장하면서야비로소구체성을띠고사용되기시작했다.이미지를만들어여러지역의다양한독자층에퍼뜨리는일은인쇄술
이라는새기술이등장한1450년대이후로줄곧훨씬더쉬워지고빨라졌다.
―여섯째장‘심장(Heart)’에서

노리치에서벌어진사건으로부터거의400년이흐른후에제작된이러한이미지는유럽에서이런식의아동살해의식을규탄하는분위기가얼마나만연했는지분명하게보여준다.더나아가피에집중된관심이얼마나집요했는지도함께드러난다.예로든판본의삽화를보면,어린시몬의상처와아이의발치에서피가점점차오르는그릇을각별히신경써서선홍색물감으로칠해놓았다.이그림과함께실린글에는사건에관련된유대인여덟명이고문당한끝에털어놓은증언이마치쌤통이라는듯이포함되어있다.설명에따르면이유대인들은나중에크리스트교도의희생이필요한의식,특히유월절에먹는누룩없는빵인무교병을만들때시몬의피를사용할작정이었다.또한오래된유대민족예언에이르길,크리스트교도소년들의피가흐를만큼흐르면유대민족이성지예루살렘으로돌아가리라고했다는식의한층더심각한음모론도함께유포됐다.이문제에서중세의피가지닌생명력은유럽각지에서점점커진공포에의해극단적으로변형됐다.즉,몸속을순환하는생명의질료에서전대륙을불태우는인종적증오와분열의연료로왜곡된것이다.
―일곱째장‘피(Blood)’에서

이처럼중세의손에는미세하면서도복잡한기호들로이루어진점술체계가화려한꽃을피웠다.손가락뿌리근처에생긴십자가모양은예기치못한파멸을부르는저주의상징이었다.중간에선을그은문자‘C’처럼생긴모양은주교의지위에오르리라는예언이었던반면,원두개가중복된‘oo’모양은손주인이나주인의남동생이머잖아고환을잃으리라는예언이었다.물론이런식의근거없는점술을얼마나진지하게받아들일지는오늘날과마찬가지로중세에도사람에따라천차만별이었다.당대의일부자료는수상술을단순히실없는소일거리이자사람을미혹에빠뜨리는요술로묘사한다.그러나수상술에서중요하게보는지점가운데참모의도덕성이나아내가될사람의정절과순결을가늠하는지점이포함된것을보면,진지한해석이필요한경우에는손금도어느정도는진지하게받아들여졌으리라추정된다.중세사람들은더자세히볼마음만먹었다면자신들의양팔끄트머리에책을읽고노래할때사용하는도구가달려있을뿐아니라,앞으로펼쳐질인생전체의지도마저그려져있다는것을알아차렸을지도모른다.
―여덟째장‘손(Hands)’에서

혐오의대상인동시에재미의대상이기도했던항문이치료자들에게는짭짤한돈벌이의경연장이기도했다.14세기잉글랜드의외과의였던존아던의경우가특히그러했는데,그는1340년대에윌트셔및노팅엄셔지역에서출세한개업의로활동하며명성을드높였다.아던은치료에성공한사례가많았을뿐더러본인이름으로쓴인기있는외과논문여러편이오늘날까지전해지는등,당대잉글랜드의여러의사들가운데단연코돋보이는인물이다.질병과약학의전체적인개요에관심이많았던동시대의료인들과달리,아던은단한종류의혁신적인외과수술법을책으로펴냄으로써상당한명성을얻었다.그처치법은다름아닌항문샛길(치루)치료법이었다.
―아홉째장‘배(Stomach)’에서

성기의한가지특징앞에서는모든사람,즉남성도여성도,유대인도크리스트교도도,동성애자도양성애자도예외가아니다.결국에는누구나오줌을누지않으면안되기때문이다.4대체액설에기반한의학에서지식이풍부한치료자는땀과토사물,침,배설물등몸에서방출되는모든물질의양과질을면밀히관찰해몸속에도사린불균형의징후를찾아내는일이가능했는데,이때오줌역시예외가아니었다.
내과의를위한소변검사지침은7세기의문헌에일찌감치등장한다.오늘날오줌의색은몸속의수분함량을나타낼뿐아니라이런저런건강정보도함께알려주는지표이지만,중세의학에서는오줌을점치기의재료로극단까지활용했다.
―열째장‘생식기(Genitals)’에서

로마가지배한고대세계에서는연속적으로펼쳐진넓은육지를동일한제국이지배함으로써생기는안정성과견고한사회간접자본이하나로결합했다.그덕분에지중해연안지대에는걷거나말을타고이동하기에안전한도로망이탄탄하게건설되었다.그랬던제국이붕괴하면서그때까지보다더단절되고소박한생활방식이되살아났고,그결과간선도로를정비하는일과그길에서법질서를유지하는일모두자연스레여기저기회색지대가생겨났다.중세시대여행자의기록을보면제대로정비되지않은노면의홈때문에수레바퀴나차축이망가지기쉽다는경고가곳곳에서눈에띈다.또말을타거나도보로여행하다보면노상강도를당할위험이있다고탄식하는내용도있다.각지방을다스리던영주와귀족이받은편지에는칼을든강도에게협박당해소지품을빼앗겼다는신고문이분노어린필치로적혀있었고,간선도로노변의나무와덤불은도적떼가매복하기좋은은신처로사용하지못하게끔도로에서멀찍이떨어진곳까지가치치기를하도록현지법으로규정한경우도있었다.
―열한째장‘발(Feet)’에서

중세의몸에관해이야기할거리가떨어질날은영영오지않을것이다.오늘날의몸과마찬가지로더자세히들여다보면들여다볼수록온갖관찰방식이우리눈앞에떠오르기때문이다.이책은과거사람들이스스로를바라본이런저런방식들을그저겉핥기식으로살펴본시도에지나지않는다.그들에게인체는고대의복잡한이론을논의하고발전시킨공간이자,감각을이용해주위세계와접촉하는매개체였고,성과종교와인종이라는상이한정체성들이불협화음을빚는무대였으며,추악함과고통부터가장황홀한아름다움까지여러미학적관념을표현하는화폭이기도했다.몸은곧모든이에게모든것을의미했다.
―열두째장‘미래의몸(FutureBodie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