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이름의괴물로부터
끝까지도망쳐라!
《살육에이르는병》이후가장충격적인결말
서술트릭의대가아비코다케마루가선사하는또하나의잔혹미스터리
아야쓰지유키토,노리즈키린타로,아리스가와아리스등과함께일본1세대신본격미스터리의주역으로손꼽히는작가아비코다케마루는수수께끼풀이와트릭에집중하여빈틈없는논리적플롯을만들어내는작가로알려져있다.특히그의대표작《살육에이르는병》은서술트릭소설임을알고읽어도작가가장치한트릭을쉽게알아챌수없어,일본은물론한국추리소설독자들사이에서도명실공히최고의반전소설로평가받는다.1992년일본에서처음출간된이래30년넘도록‘반전을이야기할때결코빠질수없는작품’,‘서술트릭을좋아한다면반드시읽어야할걸작’이라는찬사를받고있으며,일본현대추리소설을논할때빠짐없이거론되는작품이기도하다.이책《늑대와토끼의게임》은작가가《살육에이르는병》이후20여년만에발표한장편으로,반전과서술트릭이돋보인다는점에서《살육에이르는병》의속편이라는평을받고있다.폭력적인아버지와그에게서벗어나려는두소년의아슬아슬한추격전은속도감넘치는전개와예측불허의반전,놀라운결말로이어지며《살육에이르는병》그다음을기다려온이들에게만족스러운독서경험을안겨줄것이다.
세상에서가장위험한술래잡기에휘말린두소년
이들을기다리는경악의결말은?
“분명잔인한이야기이다.하지만잔인함이전부는아니다.”_이시이지코(평론가)
여름방학에접어든어느날,초등학교5학년인도모키의집에친구고스모가찾아온다.고스모는겁먹은얼굴로아빠방에몰래들어갔다가컴퓨터를망가뜨렸다며도와달라고애원한다.도모키는평소꾀죄죄한몰골에거친행동을일삼는고스모가내심부담스러웠지만,엄마도없이아빠의폭력에시달리는친구를외면하지못하고가까이지내왔다.이번에도청을뿌리치지못하고함께고스모의집으로간도모키.그런데,마당에서이상한소리가들려온다.‘서걱,서걱,젠장.죽여버릴거야.’집을비웠다던고스모의아빠가그곳에있었다.부자연스럽게꺾여널브러진소년곁에서…….뜻밖의장면을목격하고충격에휩싸여무작정집을뛰쳐나온도모키와고스모.그리고그뒤를쫓으며점점거리를좁혀오는시게오.두소년은‘아버지’라는이름의괴물로부터무사히도망칠수있을까?
가정폭력범이자살인자인아버지와그에게서벗어나려는아이들의체이싱게임을그린《늑대와토끼의게임》은특히범죄자의심리묘사가압권인작품이다.고스모의아버지인시게오는시민의지팡이라불리는경찰관임에도아내의얼굴을알아볼수없을정도로때리고,여성을능욕하며,노숙자에게폭력을휘두르는등제멋대로에흉악하기짝이없는인물이다.아무죄의식없이폭행,아동학대,나아가살인까지도서슴지않는그의이상심리묘사는읽는내내불쾌함을안겨주지만,동시에도망치는아이들의절박한심정에몰입하게끔하는장치로서효과를십분발휘한다.《늑대와토끼의게임》은범죄자의심리에대한탁월한묘사,놀라운반전,충격적이고잔혹한서술이라는측면에서《살육에이르는병》의속편이라는평가를받고있다.하지만충격적반전과잔혹한묘사가이책의전부는아니다.평론가이시이지코는《늑대와토끼의게임》에대해“정체된늪속에군데군데맑은물웅덩이가있듯복잡한매력을가진소설”이라고평했는데,그의말처럼괴물같은아버지에게쫓기는절체절명의순간에도순수한우정,설레는첫사랑,집을나간어머니에대한그리움같은아이다운감정들이곳곳에드러나며현실의잔혹함과대비되어뭉클함을선사하기도한다.
아비코다케마루는‘작가의말’에서이작품을아동용소설로구상했다가스토리의잔혹성을염려하여후에성인으로타깃을바꾸었다고밝혔다.《살육에이르는병》에서선보였던필력을유감없이발휘하면서도전작과는달리순수함을간직한아이를주인공으로인간적측면까지그려낸《늑대와토끼의게임》.작가의말처럼‘한때소년,소녀였던여러분’이오랜만에찾아온신작을마음껏즐겨주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