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문학청년나태주시인이펴낸,신작시집
삶의깊은성찰과따스한시적서정으로수놓은
그리운사람에대한이야기
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여,지금까지50권의창작시집과30여권의산문집을펴낸나태주시인의신작시집이나왔다.이번신작시집에는반세기가훌쩍넘은나태주시인의필력이시어하나하나에고스란히녹아있다.시인의나이올해로벌써여든이지만,그의시편엔처음보는사물을대하는듯한소년의맑고청량한시적정서가여전히묻어난다.그뿐아니라한편으로는그세월만이감당할수있는삶의깊은성찰과따스한시적서정이행간을몽글게채워준다.
묻는자에게더큰선물을가져다주는
안부의미학
이번시집을관통하는서정은‘안부’다.보통‘안부’의배면엔사건으로서의‘이별’과그뒤에찾아올시린‘그리움’이쌍성으로자리한다.그리움은이별이피우는꽃이고안부는그그리움이맺힌열매와도같다.그러니당신과나,이별이도착하기전에마음껏안부를묻자며시인은남모를눈물을훔친다.사건으로서의이별이우리안에이미도착했다는것은,유한하고미숙한존재인우리에게진정필요한것이뒤늦은안부가아니라,아직사랑할시간이많이남아있음을깨닫고바로이순간그시간을사랑으로채우라는당부이기때문이다.
내가너를생각하는/마음하나와/네가나를생각하는/마음하나가/땅위를헤매다가/하늘에서만나면/별이되지않을까!_「별을보며생각한다」중에서
당신은새사람이고첫사람/나도또한새사람이고첫사람/그새사람과첫사람으로/하나하나빗방울되고시내가되고/개울이되고강물이되어드디어훠이훠이큰숨을쉬며/고개를넘고넘어서바다에이르러보는거다/바다같은세상을만나보는거다/_「신년시」중에서
이렇듯새시집에서나태주의시인의오감은나와당신사이에충만해있다.새날새아침에시인이마주하는사물과사람과자연은어제의그존재가아니라,아침인사를주고받으며새롭게갱신되는반가운존재다.괜찮은지안부를묻고인사를받으며너와나는생기와충만한사랑을다시확인한다.그것이사건으로서의이별을극복할유일한방법이다.방긋웃으며인사하는어린아이부터,거리에서만나는지인,사랑하는가족그리고먼저떠나보낸기억속의그리운이들까지,이번시집에선모두가모두에게안부를물으며괜찮다고서로등을토닥여준다.
한시절시련을이겨낸,꿈꾸는자들의아름다움에관해
시인에게눈물은가장솔직담백하고고귀한인간의감정표현방법이다.그것은마침내인간이인간일수있는가치이며그소이연이다.시인은말한다.“울고싶은일이있으면참지말고울어라.눈물또한흘려라.겨울을견뎌내고마침내봄꽃을피우듯이.나보다는타인을배려하면서.작은것들을아끼며.생명의소중함을가슴에새기며.”시련을이겨낸자만이꿈을꿀수있으며그꿈을실현할수있다.꿈을가꾸는사람들은그자체로아름다운사람이된다.
오늘첨만난아이야/너의눈물많음/여린마음을사랑한단다/저녁에집찾아잘/돌아가기바란다_「첨본아이」중에서
아무리추운날씨라도/아무리바람부는겨울이라도/마음에한조각/햇빛만있다면견딜만하겠다/어찌그것이너를생각하는/마음에비기겠느냐마는._「한조각햇빛」중에서
기쁨과슬픔은서로배척하는대비적인것이아니라,서로의탁하고보완하며완성되는관계다.시인은영원한기쁨은온전한기쁨이아니고,영원한슬픔또한존재할수없다고말한다.시련은이겨내는것이며그가운데우리는더큰기쁨을피어나는꿈과함께키워나갈수있다.여기에서중요한것은시련의극복도뒤에찾아올기쁨도나혼자가아닐때,즉당신의사랑과나의사랑이하나가될때온전해진다는사실이다.
뒷모습을사랑하는마음을담아손으로써내려간그리움들
세상모든것에는뒷모습이있다.살아있는생명에만있는게아니라바위나산이나강물에도뒷모습은있다.뒷모습은선하다.뒷모습은꾸밈없고속임수도없다.시인은우리에게“뒷모습을사랑하라”고가르친다.자신의뒷모습을아끼고다른이의모습을사랑하는것,그것이진짜사랑을하는방법이다.
이제우리는/하늘을보며하늘멍/바다를보며바다멍/들판을보며들판멍/강물을보며강물멍을하면서/살아도좋을때가되었다_「들멍카페」중에서
어차피저문날/마주앉아이야기나/좀더하다가야지/보일듯말듯그대/볼위에희미한미소._「가을유리창」중에서
비개어맑고푸른강물위에/스치는바람/강물속에비친흰구름/그곳에도나는가있을거예요/당신이원하기만한다면/부르시기만한다면말이에요_「부르시기만한다면」중에서
나아가시인은그사랑을한자한자손으로직접써보라권유한다.쓴다는것은손끝의감각으로마음의정성을담아내는작업이다.그것은시가할수있는상징적인행위이기도하다.그것은살아있음자체요생명감각의표현이다.시인은이렇듯마음이어지러운날,멀리그리운사람이생각날때도시처럼손으로글씨를써보라한다.
시는간절한마음의/간결한표현이다/누군가좋아하는사람을/생각해내어그에게/카톡이나문자메시지로쓰면/저절로간절한마음이/간결해진다/그것이일단은특수화/나아가다른사람들까지/당신의시를응원해준다면/그것이또보편화/시의완성이다._「시의완성」전문
어느페이지를먼저읽어도처음부터다시채워질자기완결적인시집
이번시집은총6부로나뉘어있다.독자는책의순서가아니라마음에가장먼저와닿는지점에서독서를시작해도충분하다.1부“그대에게별은있는가”에서출발해2부“한시절시련을이겨내고”를지나면3부“뒷모습을사랑하자”와4부“어떤그리움은손으로써야한다”를만나게된다.5부“꿈꾸는인생의아름다움”은6부“나도꽃을피웠어요!”를통해그상징성이이어진다.그러나이번시집의시들은하나의환구조를띠며자기완결성을지니고있기에2부를먼저읽고5부를읽어도되고,4부를읽고나서3부로돌아가도된다.독자는마치좋아하는앨범의트랙을찾아듣듯이,시들을하나하나찾아읽는설렘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
미안스럽고감사하게도또한권시집을보탭니다.(중략)여전히좋은사람을보면가슴이뛰고,가끔은보고싶고,무어라할것도없이사소한일을하소연하고싶고그렇습니다.이러한사소함과철없음이아직도나를시의길로이끕니다.(중략)당분간입니다.당분간.당분간그곳에서잘견디고잘살고잘기다리기바랍니다.나도당분간밥도잘먹고물도잘마시고잠도잘자려고애쓰며잘견디겠습니다.(중략)순간순간그대와내가만나고헤어지고다시만나는그곳쯤에빛나기시작하는별하나를우리가볼것입니다._「시인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