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7219 (DMZ에서 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웠다)

3817219 (DMZ에서 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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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17번 유해,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작은 뼛조각의 발견으로 시작된 조심스러운 발굴을 통해 한 달여 만에 두개골, 팔다리, 가슴뼈까지 수습되었다. 20대 동양인 추정, 19-17번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6.25전쟁 중 전사했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의 DMZ 시료를 2000년대부터 꾸준히 채취해 왔다. 차가운 땅속에 60년 넘게 묻혀 있던 19-17번의 주인공도 DNA 데이터베이스에 들어 있는 10만여 시료와 대조한 끝에 온전한 이름과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1949년에 태어난 아들은 70세가 되어 있었다. 이름 없는 비석이 치워지고 ‘6.25 호국용사 고 남궁선 추모비’가 새로이 자리 잡았다.
저자

이상철

저자:이상철
1967년경기도용인에서태어나유신고등학교와한양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했다.1990년ROTC28기로임관해707특공연대소대장으로군생활을시작했으며,3사관학교교수요원,최전방GOP중대장,육군본부진급관리장교등주요보직을거치며1차로소령·중령·대령·장군으로진급했다.
2019년제5보병사단장으로부임해DMZ유해발굴작전을성공적으로수행,대통령부대표창을받았다.이후군사안보지원사령관과지상작전사령부참모장을역임하고2023년10월,34년간의군생활을마쳤다.
현재한양대학교특임교수로재직중이며,다양한기관에서국가안보와군발전을위한활동을이어가고있다.보국훈장국선장,대통령표창2회등수십차례의표창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낯섦과익숙함의경계에서

/1부/DMZ유해발굴작전

1장/38선엔철조망이없다
19-17번유해
아무나들어갈수없는곳
키가더컸던죄

2장/시체위로시체가
천연의망루
참호에는주인이없다
다녀오세요

3장/완전한작전
생명과안전
세상에서가장위험한지역
완벽과완전사이

4장/그들을조국의품으로
인간에대한예의
감사합니다

5장/역곡천은흐른다
무적프랑스대대
세월이아무리흘러도
우리가더고맙다

6장/아버지의빈자리
기록에도없는죽음
너희할아버지는김일성이가죽였다
방향이라도알수있느냐

7장/기록과기억사이
자료가다있을거야
되찾은우리땅
아버지가운다

8장/어머니의베개
어디갔다왔니?
식모살이
기념수건

/2부/평화를만드는직업

9장/군인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직무의무게
갑작스레교수가된사연
이유없이생겨난과정은없다

10장/맺어질인연은맺어진다
서로의지하며사는관계
따뜻한밥한공기
열아홉번의이사
11장/진심을이기는무기는없다
길은꼭하나가아니란다
태도가운명을가른다
또하나의우연

12장/인화단결:화합하여마음과힘을뭉치다
전선을간다
첫중대장의책무
내가만든것이표준이되었을때

13장/아빠처럼살기는싫어
군인이어서미안하다
그게저예요

14장/그럼에도변하지않는것
사람이사람을바꾼다
우직한약속

15장/풀코스를완주하는법
국민의명령에따라야할분명한의무
가장잘하는것에집중하자
마라토너가되는출발점

에필로그:무엇을지켰나
사랑하는딸은우에게

출판사 서평

좌표38°17'21.9"N127°06'34.2"E=화살머리고지

에세이〈3817219〉는비무장지대최초로이루어진유해발굴의세세한과정을중심으로한기록이다.동시에,생애후반전을앞둔한직업인이‘군인’이라는정체성으로오롯이살아온세월을정리하며풀어낸내밀한고백이기도하다.DMZ유해발굴프로젝트의책임자였던저자는학군장교로시작,여러보직과요직을두루거치며34년의군생활을마친3성장군이다.역사적인남북정상회담이후문재인정부최대국정과제였던‘전사자유해발굴’을성공적으로완수하기까지의궤적이생생하게전해진다.
2018년4월의판문점선언이후,9월19일남북은비무장지대에서의유해발굴계획등을포함한군사분야합의를체결했다.끊어졌던남북도로가이를위해2018년연결되었다.공동이행은결국무산되었으나대한민국육군의주도로2019년에서2021년까지유해발굴이이어졌다.곳곳에남은지뢰와폭발물때문에폭염에도20kg에달하는방호복을벗을수없었다.극도의위험과긴장이상존하는화살머리고지에서4년간420여구의전사자유해가수습된다.이가운데국군전사자아홉분의신원이확인되었다.보병,공병,발굴병,위생병,보급병,취사병,정비병,해체병,감식병...모든병과(兵科)의땀방울이모여,지휘부와용사들이상하간에서로믿고돕고의지하면서,함께거둔‘완전한’결과였다.

“자신은낯선곳에계속내던져지면서
다른이들의익숙한일상을지켜줘야하는존재……나는군인이다”

낯섦과익숙함,인정과무념의경계속에묵묵히오늘을사는존재가군인이다.낯섦에익숙해야하고,익숙한일도낯선것처럼처리해야한다.군인의존재가가장유용하게쓰이는순간을준비하면서도,그런순간이오지않도록막는것을임무로하는모순의존재다.내가가장인정받을수있는때를가장철저히막아야하고,그럼에도그순간이온다면한점망설임없이달려나가야한다.저자는1부와2부각장을통해그렇게평생을걸어온군인의길을회고한다.
저자의꾸밈없는육성을통해우리는전쟁이초래하는처참한비극에대하여한층깊은차원에서생각하게된다.뺏고뺏기는죽음의전투가수차례벌어진화살머리고지에서는동양인과서양인,20대초반청년은물론성장판이닫히지않은소년소녀의유해까지발견되었다.세계각국에서참전한젊은이들을비롯하여혼란기에여러이유로징집된수많은희생자가있었다.천금같은목숨을그들은대체무엇과바꾸어야했던것인가.
긴세월이흐른후나라의부름을받은또다른젊은이들이이들을찾는작전을수행하게되었다.호국영령들의유해를수습하고위로하여수십년만에가족의품으로돌려보내는일은결국인간에대한마지막예의를갖추는노력이었다.12만3천여전사자의유해가여전히이름모를산야에남아있는현실에서,각챕터에담긴증언은소중한평화를염원하는강렬한울림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