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 - 고전의세계 리커버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 - 고전의세계 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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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원시 사회를 통해 현대법을 성찰하다
남미 아마존 밀림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는, 구성원이 백 명도 채 안 되는 원시 사회에도 법이 있을까? 고유의 언어와 추장이 있을 뿐 문자도 행정 기구도 없는 사회에 법이 있다면 그 법은 어떤 형태일까? 어린아이나 지닐 법한 단순한 호기심 같지만 이러한 질문은 사실 우리에게 중요하다. 현대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면 원시 사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첨단 문명의 현대 사회도 국가가 없던 시절의 원초적 본성을 유지하고 있기 마련, 국가 기구가 부재한 사회와 국가 및 온갖 제도의 통제를 받는 사회를 비교하는 것은 현대 법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다.

현대 인류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의《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책세상문고ㆍ고전의세계 076)은 뉴질랜드 트로브리앤드 사회에 대한 민속지 보고서로서, 사회학ㆍ법학ㆍ경제학ㆍ언어학ㆍ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을 망라한 텍스트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국가 없는 사회에도 법은 있는지, 법과 관습은 어떠한 잣대에 의해 구분되는지, 법의 구속력은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은 말리노프스키가 1915~1916년, 그리고 1917~1918년의 2년 동안 트로브리앤드 군도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연구한 기록이다. 그는 ‘참여 관찰’이란 연구법을 개발한 최초의 현대적 인류학자였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미개 사회의 법과 사회에 대한 유럽 문명사회의 선입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말리노프스키에 따르면 당시의 지배적 통념과 달리 법은 미개 사회에도 엄연히 존재할 뿐더러 정교하고 복합적인 직조물이다. 이 책에 묘사된 원시법은 주고받기라는 권리 의무 관계와 과시욕이라는 사회 심리적 동기에 기초하여 법원이나 법전과 같은 문명국가의 성취 없이도 사회 질서를 성공적으로 유지한다. 그렇다고 원시법이 항상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일탈과 반목, 심지어 법과 법의 갈등도 잠재되어 있어 문명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개 사회의 관찰을 통해, 역으로 현대의 법은 어떠해야 할지, 국가와 사회와 법의 관계는 어떠한지 성찰할 계기를 얻는 것이다.

이 책은 추측과 가설의 재구성이 아니라 직접적인 접촉과 관찰의 기록이다. 원시 문화의 일반 이론에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덧붙여 발표했다면 지은이는 한결 쉽게 사회적 권위를 획득했을 테지만 인류학의 발전은 한걸음 더 느려졌을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미개 사회의 관습, 믿음, 조직 따위에 관해서 방 안에 앉아 적당히 서술하고 성공하고픈 유혹을 뿌리친 성과이다.
저자

브로니스라브말리노브스키

저자:브로니스라브말리노브스키(BronislawMalinowski)
브로니슬라프말리노프스키는폴란드크라쿠프에서태어나야기엘론스키대학에서수학과자연과학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우연히인류학의고전인프레이저JamesFraser의《황금가지》를읽고인류학에경도된그는라이프치히대학에서심리학을공부한후,런던정경대학에서인류학을본격적으로연구하기시작했다.뉴기니지역현지조사를맡게되어트로브리앤드군도원주민들과함께생활하며참여관찰방법으로현지조사를수행했다.그대표적인결과물로트로브리앤드3부작으로불리는《서태평양의항해자들》,《북서멜라네시아미개인의성생활》,《산호정원과그들의주술》을출간했다.1927년부터는런던정경대학인류학교수로서인류학의고전들을다수집필했다.1939년안식년휴가로미국을방문했다가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여예일대학에서객원교수로일하던중,1942년심장마비로갑작스럽게사망한다.

역자:김도현
경북칠곡에서태어나대구에서청소년기를보낸후서울로유학을떠나법학을전공했다.법학을공부하는와중에도철학,사회학,역사학등전공아닌책에서손을떼지못했고대학원에진학해법사회학을전공했다.추상이론에염증을느껴한국사회현실,특히분쟁처리와법률전문직의사회학을중심으로연구했다.그동안서경대등에서강의했고2005년부터는동국대에서법사회학과서양법제사를학생들에게가르치고있다.새사회연대등법과사회의문제를고민하는몇몇학회에가입해활동하고있다.법사회학교재《법과사회》를이상영교수와공동집필했고,《법이란무엇인가》,《한국의소송과법조》따위의연구서를출간했다.

목차


들어가는말/김도현
서문
머리말

제1부.원시사회의법과질서
1.관습에서의자동적복종인가
2.멜라네시아경제와원시공산주의이론
3.경제적의무의구속력
4.호혜성과이원조직
5.법,사익,그리고사회적야망
6.종교행위의법규칙
7.혼인법
8.주고받기-부족생활의지배원리
9.호혜성-사회구조의기초
10.관습규칙의정의와분류
11.법의인류학적정의
12.주변적인법적장치
13.결론과전망

제2부.원시사회의범죄와처벌
1.법위반과질서회복
2.마법과자살의법적효력
3.법체계사이의갈등
4.원시부족의사회통합요인

헤제-참여관찰과기능주의로얻은'원시법'의이해/김도현
1.말리노프스키의생애와사상
(1)인류학에의입문과트로브리앤드현지조사
(2)기능주의이론의전개와쇠퇴
(3)짧은미국생활과그의저작활동
2.《미개사회의범죄와관습》의배경과요지
(1)19세기법학과인류학의상황
(2)생활속의법-호혜성,전시성,법다원성
(3)20세기초과학주의법학과의관계
3.《미개사회의범죄와관습》의영향과의의
(1)법인류학에대한영향
(2)법학에대한교훈


더읽어야할자료들
옮긴이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현대적인류학의탄생―‘안락의자’인류학자와‘참여관찰’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는인류학에많은이론적공헌을했는데,그중에서도가장대표적인것이‘원시법’에대한혁신적연구이다.19세기의인류학은탐험가나상인들의보고서를바탕으로이뤄졌다.인류학자들은미개인을본적도없으면서기존의자료를이론화하고그들의삶에대해글을쓰곤했다.이와는반대로말리노프스키는트로브리앤드군도에현지조사를갔다가,자신의조사방법에문제가있음을깨닫는다.원주민과함께생활할기회가없었고원주민언어를알지못한다는것이다.이를개선하기위해그는트로브리앤드의오마라카나마을추장의집옆에텐트를치고살며그들의언어를완벽히습득했다.

연구방법뿐만아니라법개념에대한접근도혁신적이었다.이전의학자들이법을‘위에서아래로작동하는것’으로파악했다면말리노프스키는법을바닥에서부터귀납적으로찾으려한최초의인물이다.그는법질서의보편성이외형적강제수단에있는것이아니라일상의제도와생활속에내재하고있음을발견했다.그렇기때문에법은각사회제도가수행하는실용적목적혹은기능에초점이맞춰져야한다고생각했다.“법의기능을수행하는것은무엇이되었든법이며,경제의기능을수행하는것은그어떤것이라도경제”라는현대적인접근이었다.이모든기능은일차적으로인간의생물학적,심리학적욕구에서비롯된다.식욕,성욕,수면욕,안전에대한욕구로인해도구와시설이개발되고이러한문화적장치들을조정하는과정에서정치?경제?법?교육따위의사회제도가발달하는것이다.이처럼말리노프스키는사회구성의시작을개개인의욕구로보는개인주의적방법론을취하고있다.그가《미개사회의범죄와관습》에서낱낱이기록한것은이러한개인의욕구와법의충돌이다.

또한법의작동방식에관한입장도기존의학자들과는달랐다.이전세대의학자들은법을저높은추상적수준에서예외적으로작동하는것으로이해했다.또한동시대학자들까지도원주민들이관습에자동적이고맹목적으로복종한다는명제를신봉하고있었다.반면말리노프스기는법현상의범위가거의무제한적이라는것과일탈이나저항이모든법체계에서발견된다는관점의전환을보여주었다.원시사회에서는법과관습의경계가모호하다.심지어흑주술과같은미신이법적효력을지니기도한다.오늘날의법인류학은마법이나가십도법적통제의수단으로보고연구대상으로삼고있다.이는말리노프스키가법의가능성을열어놓았기때문이다.

이책의출간이후‘분쟁사례연구’가법인류학을지배하게되었다고한다.갈등이나분쟁,탄원따위의구체적사건을분석함으로써그사회의법규범을파악할수있기때문이다.분쟁사례연구는법전과판례가없는사회에서법이무엇인지를파악하는훌륭한방법이다.사회질서를해치거나사회의균형을깨는사건에서법은분명하게그모습을드러낸다.이와같이그의사례기술은후대의법인류학연구방법의성립에중요한계기가되었다.

원시법의‘착한’구속력―호혜성과전시성

이책은크게두항으로나뉜다.1부〈원시사회의법과질서〉는민법을,2부〈원시사회의범죄와처벌〉은형법을다루고있다.1부는트로브리앤드군도원시마을간의호혜성과주고받기제도가주된내용이고2부에서는근친상간,모계사회의법률과충돌하는부성애등의범죄와그에대한형벌이드러나있다.지은이는이러한사례를바탕으로민법은긍정적제재를동반하고형법은부정적제재를동반한다고말한다.부정적제재는우리에게익숙한것이지만민법의긍정적제재는낯설다.거의모든특별법마다그말미에징역,벌금,과태료따위를부과하는처벌조항들이들어있다.하지만제재에는우리가아는부정적제재가아닌긍정적제재,적극적제재도있다.말리노프스키는법은“구속력있는의무로여겨지고행해지는모든규칙”이라고말한다.긍정적제재란일방에게권리로간주되고상대방에게책무로인식되는구속력있는의무의집합으로서,그것의효력은사회구조에내재된호혜성과전시성에의해유지된다.

호혜성은주고받기이다.받은만큼되돌려줘야한다는의무감이고,준만큼받을수있다는권리의식을지니는것이다.만약받았는데돌려주지않는다면상대방으로부터비난과제재를피할수없다.해안마을에사는사람이내지사람에게물고기를주고자신에게부족한것을얻어가는교환행위인와시wasi의식과장례와복상의례,조개껍질장신구따위의귀중품을주고받는쿨라kula는호혜성의관습이다.이는우리에게도익숙한절제와중용의미덕이다.이러한호혜성은사회적구속을위반하여자신의이익을채우고자하는인간의욕구를억제한다.이러한이기심억제는법을대체하여사회적통제를달성한다.그리고전시성이란개념은남에게과시하고사회적위신과정치적권력을노골적으로드러내는행위이다.그래서미개인들은식량이충분함에도불구하고부지런하게일하고서로경쟁한다.또한추장은직위에걸맞은위엄과통치력을지닌다.호혜성과전시성은부정적제재보다는긍정적제재를통해사회질서와복리후생을도모하는원리이다.

2부에서는호혜성의원리에어긋나는근친상간,모계사회와충돌하는부성애를비롯한사건들이펼쳐진다.이는문명사회에도똑같이일어나는법과법의충돌이다.미개사회에도공식적?담론적법아래에비공식적실천적법이작동하고있다.법이란주권자의명령과같은단일의실체가아니라복잡하게얽혀서로갈등하는여려규범들의총체이다.이는장기간의참여관찰을통해일상생활에서법을찾고자하는치열한노력이없었다면제대로규명될수없었던주제이다.

다시,법이란무엇인가

우리에게법이란“정치적으로조직된사회의강제성을띤규범”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법에대한사회과학적접근을시도하지않는것이현실이다.우리의법은민법,형법,행정법,헌법등전통적인법도그마안에갇혀있다.이를흔히실정법만능주의라한다.말리노프스키는법을독립적으로존재할수없는것으로본다.미개사회의호혜성과전시성개념처럼사회속에내재하는자연스러운과정속에법이존재하기때문이다.사회의내적운동을무시한채그것으로부터떨어져외부에서강제되는법은인간과사회를소외시키고나아가법자체를소외시킨다.말리노프스키는법원과경찰따위의강제기구가행사하는폭력은법의외피이자근대적국민국가의주먹이자이빨일뿐이라고말한다.

오늘날우리나라의현행법령숫자는1만개에근접하다.법의홍수를방불케하는현실을법치주의정착의결과로볼수도있지만,반면법만능주의에휩싸인현실로심각하게받아들일필요가있다.사회의자율성을인정하지않고모든것을법으로다스리려는법만능주의는평화가아닌폭력에가깝다.이제는국가를위한법,법을위한법을생각해야할때이다.법학은개념논리적인결론에안주할것이아니라사회적법과관습을보다적극적으로고려하고고민해야한다.사회속으로,대중속으로들어가무엇이법인지,법이어떻게작동하는지,그리고법을어떻게변화시켜야할지를진지하게고민해야한다.이책에여러학문이총망라되어있는것은법이독자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친족,혼인,종교,주술,경제,정치와통합되어있기때문이다.《미개사회의범죄와관습》은사회자체내에질서를유지하고조화를도모하며스스로를발전시켜가는힘이있음을보여준다.이책을통해말리노프스키가전하는결론은사회자체가지닌본질적인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