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빛 1 (개정판)

팔월의 빛 1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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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비극을 다층적으로 그려낸 실험적 작가, 윌리엄 포크너를 읽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팔월의 빛》(책세상문고ㆍ세계문학 041)이 책세상에서 번역되었다. 이 작품은 1960년에 국내에서 번역된 바 있지만 현재 절판된 상태로, 이번에 정식 저작권 계약을 통해 새롭게 번역되었다.《음향과 분노》,《압살롬, 압살롬!》,《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등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여 인간 존재와 내면을 실험적인 모더니즘 기법으로 그려낸 포크너는 1932년 작《팔월의 빛》에서도 다소 복잡한 서사 방식을 통해 빛과 어둠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통찰한다.

포크너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쓰인《팔월의 빛》은 화자나 시간이 뒤엉켜 있는 복잡한 서사 구조에서 온 난해함 때문에 특히 비평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지만, 그만큼 포크너만의 실험적인 소설 기법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남부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겉모습은 백인이지만 흑인의 피가 섞여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조 크리스마스, 과거 안에 갇혀 아내와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아내를 자살로 몰고 가는 하이타워 목사, 임신한 몸으로 집을 떠나 아이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리나 글로브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남부 사회의 인종 차별주의, 종교적 절대주의, 억압되고 왜곡된 성 등을 이야기하면서 삶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1949년 노벨 문학상 수상 당시의 연설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을 단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극복한다”고 말했듯, 포크너는 이 작품에서 삶의 비극성만큼이나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인간과 삶에 대해 깊이 통찰하며 실험적 기법으로 그 비극성과 희망을 교차시킨《팔월의 빛》을 통해, 사회적 소외와 정체성 상실로 고통 받는 비극적 세계 속에서도 포크너가 내미는 한 줄기 ‘팔월의 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윌리엄포크너

윌리엄포크너는1897년에미시시피주뉴올버니에서태어났다.글을좋아하긴했지만학교생활에흥미를느끼지못한그는고등학교를중퇴하고군생활등다양한경험을하며글을썼다.미국남부를배경으로하여모더니즘기법으로인간존재와사회를통찰한작품들을썼으며,1949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했고그후퓰리처상을두번수상했다.주요작품으로《음향과분노》,《내가죽어누워갈때》,《성역》,《압살롬,압살롬!》등이있다.

목차

팔월의빛1

출판사 서평

포크너식소설-시점의해체,복합적서사

소설이탄생한이후20세기초반까지문학은인간과사회가맺는관계를집중적으로탐색해왔다.그러나포크너는기존의문학이외부의관점에서인간과사회를들여다보는것에미진함을느끼고인간의내면에집중하기위해시점과서사의정형성을파괴하는실험적인모더니즘기법을선택한다.

《팔월의빛》은7월중순의어느날임신한리나가아이의아버지를찾아앨라배마를떠나미시시피주의제퍼슨시에도착하는것에서시작하여일어나는9일동안의이야기를담고있다.그러나실제로는서사진행시간과관계없이스토리진행시간이과거와현재를수시로넘나들어방대한시간을다루고있으며,어느순간에는3인칭화자가사라지고등장인물의말이직접서사를진행하는방식으로소설이전개되기도한다.또모든등장인물들각각이등장하는분량과관계없이뚜렷하고특징적인인물로중요하게다루어져,《팔월의빛》은엄밀히따지면주인공이없는소설이라고할수있으며,등장인물모두는다차원적성격을지닌다.즉각각의인물은주체이자대상이되고,관찰자이자관찰당하는자이며,자기학대를하지만타인으로부터고통받기도하며,악인이자희생자이다.포크너는일면적으로만다룰수없는인간의내면과삶의깊이를그려내기위해다층적인서사ㆍ서술방식,다차원적인물을이용한것이다.

크게보면이야기는조크리스마스,리나글로브,하이타워의세가지플롯으로구성된다.소설의도입부에서1장에서는리나,2장은조,3장은하이타워가소개된다.이어서소설이전개되면서다양한등장인물들과앞의세인물의이야기가교차되다가,19장에서조,20장하이타워,21장리나를중심에두고결말이제시되는형식이다.소설의중심을이루는이세플롯역시어느하나가중심이되는것이아니라소설안에서때로는독립적으로때로는교차되며공존한다.포크너는이같은복합서사를통해다양한인간삶의다층적이고다면적인양상을형상화했다.

시대와개인이만들어낸비극,그래도‘팔월의빛’은존재한다

포크너자신도“조가자신이흑인인지백인인지모르는상황이인간이겪을수있는가장비극적상황”이라고말했듯이,조크리스마스라는인물은이름과는모순되게비극적삶을산다.20세기초반미국의남부에서살아남기위해서는흑과백중하나를선택해야만했다.그러나겉모습은백인이지만불확실한출생배경과주변인들의영향으로자신이흑인일지도모른다는강박관념과두려움을안고사는조는스스로정체성을상실하고어느쪽으로도선택을내리지못한다.남부백인들의인종차별주의와양부모의광적인종교적절대주의는조의자아안의소외의식이더욱깊어지게만든다.자신이속한사회에서반항적삶을살던조는결국백인우월주의에사로잡힌연인조애나버든을죽이고,자신역시백인우월주의로가득찬퍼시그림에의해잔인하게살해당한다.전직목사인하이타워도남북전쟁에참전한조부의영웅주의에대한환상에서벗어나지못해과거에사로잡혀살다가결국아내를정신이상자로만들어자살하게한비극적인물이다.이두인물은고립된삶을살며타인,심지어육체적으로이긴하지만사랑을나누는여자와도올바르게소통하지못했다는점에서삶에상존하는어둠을나타낸다.이들의어둠은스스로의행동과선택에따른결과이기도하지만,인종차별주의에가득찬눈으로조를바라본주변인들,과거에갇혀특이한행동을하는하이타워와불륜을저지른그의아내를소외시키며마을에서추방하려한마을사람들등시대와사회가만들어낸것이기도하다.

그러나이런비극적인삶을그려내는가운데포크너는한줄기‘빛’을등장시킨다.포크너는‘팔월의빛’이라는제목이낯선시골길을걸어가는임신한젊은여자리나를가리키는것임을밝힌바있는데,소설의처음과끝을장식하는리나가바로빛을상징하는인물이다.리나는도망간아이의아버지를찾아고향을떠나고,그아이아버지가살인사건에연루되어있으며아이를낳은자신을보고도다시도망을가버리는상황에서도,거친물살에몸을맡기듯침착하게자신에게닥친상황을받아들이고그상황에서가장현명한선택을할줄아는인물이다.소설후반부리나의출산은이를도운하이타워에게뜨거운승리감을느끼게해긍정적삶으로의변화가능성을보여주며,또리나의아이가탄생하는날조가죽음을맞이함으로써탄생과죽음을동시에그려내며희망을선사한다.포크너의소설에서이런가능성과희망은명확하게드러나는것은아니다.그러나포크너는리나라는긍정의이미지를소설앞과뒤에배치함으로써,자신만의방식으로부정으로,점철된삶안에서어둠을빛으로이끄는밝고평화로운세계,긍정의삶또한말하고있다.

“붉은색의고운흙이덮인길은이미기울기시작한오후의햇살을받으며언덕쪽으로이어져있다.‘그래,저정도언덕은문제없어.’그는생각한다.‘언덕쯤이야.사람이견뎌낼수있지.’지난7년동안이나친숙했던언덕은평화롭고조용하다.‘사람이란무슨일이든견딜수있는것같군.하기야사람은전혀해보지않은일조차견딜수있지.사람은견딜수있는것이상이라고생각되는일도얼마든지견뎌낼수있어.소리내어엉엉울수있는상황도능히참을수있지.사람은뒤를돌아보지않고도견딜수있어.뒤를돌아다보든아니든상황이나아질게없다는것을알때는특히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