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건네는 말들 (방문 진료 의사의 노인, 돌봄, 존엄을 둘러싼 기록)

돌봄이 건네는 말들 (방문 진료 의사의 노인, 돌봄, 존엄을 둘러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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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방문 진료’ 의사의 기록
‘방문 진료’는 쉽게 말해 왕진,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거주지에 찾아가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영역이지만, 제주에서 진찰 가방과 여러 의료 용품들을 메고 방문 진료를 다니는 의사가 있다. 그는 요양원과 가정에서 방문 진료를 통해 여러 노인들과 취약계층을 마주한다.

“혼자 있는 할망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앉아 있는 자리는 언제나 침대 아니면 소파이고, 맞은편에는 텔레비전이 켜져 있으며, 손이 닿기 좋은 오른쪽 편에는 약 봉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진료실이 아닌 노인들의 삶의 자리에서 대면하면서, 그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돌봄’과 ‘노인’ 그리고 ‘존엄’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세 가지는 특정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기 때문이다. 돌봄의 실상을 마주하면서 그 생각의 기록을 써 내려갔다. 탁상행정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돌봄’의 진짜 실체를.

그는 자신을 ‘위선적인 의사’라고 말하며 의사로서의 자질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또한 의사와 환자라는 (정보의 격차로 인해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수직적 관계에서 스스로 내려와 환자들의 삶에 들어가고자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기록은 읽어야 할 가치가 생긴다.

“순간 나는 지금까지 진료실과 처치실에서 고상하고 깔끔한 진료만 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봄은 달랐다. 주저없이 달려들어야 하고, 스스럼없어야 했다. 때로는 저돌적이어야 했다.”

지금 당장은 우리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이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이 기록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기록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마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저자

전영웅

한림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서울에서수련을마친뒤외과전문의를취득했다.전임의생활을마치고봉직의로우연히제주에내려왔다가제주가좋아서눌러앉았다.현재제주시인근지역에서개인의원을운영중이다.
텃밭을가꾸고가끔낚시와자전거를즐긴다.꾸준하게검도와독서와글쓰기를이어가고있다.블로그를운영하며,지은책으로는『바람냄새가밴사람들』(2023)『진료실자본론』(2024)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기록1.돌봄
상대를향한시선
돌봄의풍경
돌봄의근거1
돌봄의근거2
방문진료의역동성
신뢰없는돌봄
방문진료의한축,냄새
돌봄의단절
돌봄의다양한모습
그녀의돌봄

기록2. 노인
비위관,당사자는배제된생명유지를위한최고의도구
〈산타루치아〉,여든할망의노래
할망의임종
걸을수있다는행복
노인이복용하는약
끌어들임
노인의외로움

기록3.시선
솔직한위선
1인가구시대의풍경
공간과권력
안락사
죽음

에필로그
참고한자료

출판사 서평

동거인과함께살고있는한할머니는거동이불편해방문의료를신청했다.집에는약봉지가수북하게쌓여있고,철지난옷가지들이여기저기널브러져있다.할머니가원하는치료는약뿐이다.지금도많은약들을먹고있음에도,약을원한다.할머니를구원해줄수있는유일한수단처럼.
아내와상주간병인과살고있는할아버지의얼굴에는걱정이없다.침대옆에는위급시누르면되는벨이있고,할아버지의손이닿을수있는거리에전자기기등을알맞게설치해두었다.식사는때마다늘몸에좋은음식을드시고,주말마다자식들의간병을받는다.할아버지집에는수북한약봉지가없다.의사와상의해서알맞은양을먹는다.그리고할아버지는집에서임종을맞이하실것이다.
돌봄과노년의모습은다양하다.이를단순히삶의결과물이라고받아들여서는안된다.모두치열한삶을살아왔더라도그방향이조금씩엇박자가될수있다.이모습은우리게도해당되는말이다.현재통합돌봄법이시행되어,“초고령사회에진입하고계급격차의심화로사회경제적약자가적지않은우리사회에서,긍정적전환점이라는의미를둘수있다.법이있으니시간이흐를수록돌봄에필요한모든자원과제도가필요에맞게모습을갖추고자리를잡을것이라는기대가가능하기때문이다.”
이제우리는,행정처리에급급해실제로돌봄을받아야하는이들에게는돌봄이돌아가지않는모습이보이는지,더나은돌봄을위해무엇을다듬어야하는지지켜보아야한다.이는누군가를위한것도아니다.어쩌면우리의모습을위한투자이자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