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기미로 걸러낸 해밀 (김유진 수필집)

얼기미로 걸러낸 해밀 (김유진 수필집)

$16.05
Description
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문고 열네 번째 책은 “미래적이고 희망적인 온고지신”의 수필을 표방하는 김유진 수필가의 첫 수필집 『얼기미로 걸러낸 해밀』이다.
안동 출생인 작가가 농촌이었던 고향에서 부모 형제들과 보낸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 풍습, 전통 농기구, 음식, 옛 물건 등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함께했던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소재를 글감으로 하여 쓴 소담스럽고 멋스러운 수필집이다.
책 제목의 “얼기미”는 ‘밑바닥의 구멍이 굵고 큰 체’인 “어레미”의 방언이고,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옛것을 알고 사랑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 있다. 고향으로부터 풍성하게 물려받은 추억과 글감이 지난날의 유산을 귀히 여기는 작가 마음의 ‘얼기미’를 통해 걸러져서 ‘해밀’처럼 맑고 깨끗한 수필작품으로 형상화한 『얼기미로 걸러낸 해밀』이다.
1부 〈부리망〉, 2부 〈붉은 소화제〉, 3부 〈은비녀〉, 4부 〈참새잡이〉로 나누어져 실린 60편의 작품은 한 편 한 편마다 삶의 멋과 맛이 있던 우리 이전 세대 선인들의 품격 있는 삶을 오롯이 구현하여 잃어버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는, 지성과 감성이 함께 하는 명품 작품집이 되었다.
저자

김유진

ㆍ경북안동출생
ㆍ한국문인협회회원
ㆍ한국수필가협회회원
ㆍ한국수필작가회회원
ㆍ2016.《한국수필》신인상수상
ㆍ2019.제8회한국수필작가회동인작품상수상
ㆍ2019.조세금융신문포토시신춘문예공모전수상
ㆍ2019.EOC환경디카시공모전수상

목차

책머리에

1부리망
귀주머니/염습/고리/고수레/똬리/부리망/빙의/음복/차일/흑립/계자난간/당산제/대님/목단꽃/운동화

2붉은소화제
가양주/누름돌/붉은소화제/암반/자리끼/정구지/짱돌/토렴/도토리묵한접시/박탁/방짜/송기/조청한사발/자반고등어

3은비녀
고드렛돌/돌꼇/석작/코뚜레/고래/덕석/돌쩌귀/물두멍/바지랑대/씨아/얼기미/은비녀/디딜방아/연가/모탕

4참새잡이
두렁/둠벙/맥질/사름/시무나무/추잠/푸서리/피댓줄/힐조/깜부기/신갈나무/참새잡이/해밀/지우개/어머니의길

|발문|온고지신이빚어낸오래된미래-박종현(시인)

출판사 서평

‘귀주머니’‘반짇고리’.‘흑립’,‘대님’,‘목단꽃십자수’,‘운동화’,‘돌꼇’.‘은비녀’,이정겨운이름속에는그리운할머니,엄마의지극했던가족사랑의마음이들어있다.할머니의손때묻어낡은귀주머니는요술주머니였다.어머니가애지중지하던반짇고리는할아버지도포와두루마기한복을멋지게지어내거나자식들의구멍뚫린양말장갑떨어진단추까지못깁는것이없었다.또‘돌꼇’은어떤가?“할머니의손때가묻어반질거렸고그손때가윤기로반짝거릴때더멋있어보였다.”작가는젖은손마를새없이식구들을위해집안을건사했던옛여성들의노고와희생,사랑의사연을아름답고애틋한이이름들에담아들려준다.

“한복의천에따라대님이달랐다.봄,가을에는무명옷이많았으며,여름에는특산물로지정된안동포의삼베한복을주로이용했다.겨울에는두툼한무명솜누비한복을입었으며,양단과인견,누비도많이사용했다.누비도어머니손수누비면서밤잠을줄여야하는고단함을아버지는전혀모르고있었으며알려고하지도않았다.호롱불아래천근무게로짓누르는눈꺼풀을치켜들고바늘과씨름하며고달픔을혼자서이겨내는어머니는우직한소를닮아있었다.…그리고는바지를살짝잡아당겨한복바지의우아한멋을한껏부렸다.…아버지께서는‘임자다녀오리다.’어머니를향해한마디남기시고팽하니집을나섰다.어머니께서대답대신얼굴에서안심의미소가볼우물을팠다.”(「대님」중에서)

‘가양주’,‘누름돌’,‘안동식혜’,‘암반’,‘자리끼’,‘정구지’,‘짱돌’,‘토렴’,‘도토리묵’,‘박탁’,‘방짜’,‘송기’,‘조청’,‘자반고등어’,‘물두멍’…풍부한역사와다채로운이야기를담고있는우리의음식문화를그려내는작가의문장은음식에관한세밀한묘사와맛의표현이일품이다.자연에서구한소박한재료와단순한도구로자식들에게평생기억되는손맛과정취를자아냈던우리어머니들의솜씨를실감나게그려낸글맛에입맛을다시게된다.“찹쌀과기장을7대3정도로섞어고두밥을지어,한김이나가면누룩과물을적당하게넣고손으로비벼그다음이스트란효모,일명술약을눈대중으로넣어섞어놓았다.그리고항아리에담아서온돌방구석에해진이불하나덮어놓고기다리면”(「가양주」),“양쪽이철사로만들어진석쇠중앙에고등어를얹고,참나무로소죽을끓인아궁이에타고남은숯불위에자반고등어를올리면지글지글고등어기름타는냄새가입안에침을고이게했다.쌀밥에자반고등어한점이면…”(「자반고등어」),“커다란놋그릇에국수사리를담아뜨거운육수에두어번토렴을하고나서,육수를붓고,고명으로계란지단,당근채,버섯채,얼갈이배추무침,김구이,김장김치채썰어올려놓으면잔치국수상이완성되어,”(「토렴」)등.

“어른손가락크기의멸치를넣고푹우려낸국물에자주감자듬성듬성썰어넣고애호박채와텃밭대파로감칠맛을돋운다.팔팔끓는국물에오늘의주인공붉은반죽을떼서넣는다.할아버지께서심어놓은앵두나무는옆집돌담에걸터앉아서무거운팔을늘어뜨리고튼실하게열매가익었다.앵두알의투명함이갓잡아온어판장생선눈알처럼다들여다보일정도로붉고맑다.어머니가급하게한줌훑은앵두는손바닥에서붉은눈물을쏟는다.삼베포에주무른앵두즙을쏟아넣으면표백이되지않은유기농밀가루반죽이수줍음많이타는산골처녀볼처럼발그레하다.”(「박탁」중에서)

‘광목차일’,‘계자난간’,‘석작(가는대오리를걸어만든네모꼴상자)’,‘고래’,‘돌쩌귀’,‘바지랑대’,‘연가(굴뚝의꼭대기에꾸밈으로얹은기와지붕모양의물건)’,‘맥질(벽의표면에잿빛의부드러운흙을바르는일)’,‘모탕(나무를패거나자를때밑에받쳐놓은나무토막)’같은,지금은잘쓰지않는옛날물건이나전통주거양식의쓸모를이야기하는작가의작품은그안에담긴아름답고소박한삶의모습과지혜를서정적으로그려냄으로써옛것의소중한가치에새삼감동하게한다.

“어머니안계신고향집돌쩌귀는,우리집대를잇는순서를지켜보며살았다,할아버지의할아버지부터지금동생이살고있는가족사까지,앞으로누군가의현재까지함께할것이다.1,600도의불을이기고,200살의나이를넘긴고향집은안방문네쌍,중간방문네쌍,사랑방문네쌍,사랑방동창문두쌍,이렇게14쌍의돌쩌귀가지키고있다.나는마음속으로돌쩌귀와‘일년에한번씩들기름으로돌쩌귀건강도돌봐주겠다.’고다짐을했다.”(「돌쩌귀」중에서)
‘부리망’,‘허방’,‘고드렛돌’‘코뚜레’,‘씨아’,‘얼기미’,‘디딜방아’,‘덕석’등이제는알지도쓸줄도모르는전통농기구와,‘두렁’,‘둠벙’,‘사름’,‘추잠’‘깜부기’등고된농촌생활에대한선명한추억을이야기하는작품은자연의법칙에순응하며순리대로살아갔던우리선조들의수굿하고순박했던삶과그들이우리에게남겨준무한한정과사랑을그리고있다.
“디딜방아는육체의노동을사람에게아낌없이주면서정작자기는오래될수록쌀개가삐거덕거리고불씨가닳아서살이없어지는고통도참아내고,공이가반들거리는수만큼아픔을참아내었다.반들거리는게그뿐만은아니다.디딜방아다리는사람의발이닿는곳이참나무의붉은나뭇결이드러날만큼닳아져있어도불평하나하지않고소신공양을하듯하였다.”(「디딜방아」중에서)

그외「염습」(진정한효의예),「고수레」,「빙의」,「음복」,「당산제」등부모,자식,이웃,공동체의평안과안녕을위한우리자신의마음가짐이어떠해야하는지를보여주는작품등한편한편놓칠수없는작품들이다.
“보고들은전통소재를자신의안목으로재해석해서그소재에서새롭게발견한세계를수필로씀으로써〈온고자신을통해새로운세계〉를빚어내고독자에게참신함과감동을건네”(박종현시인)는,“옛과오늘이하나가되는”(최원현(사)한국수필가협회이사장)김유진수필가의향기로운책,『얼기미로걸러진해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