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이미『주관적산문쓰기』(북랜드,2022년)라는,종합수필이론서를발간한바있는,해박한이론의수필작가로서수필에관해“주관적산문형식”이라는정의를내리고,수필가라면응당철학적삶을살고인문학적소양을길러고품격의산문을쓰도록해야한다는메시지를전한바있다.『순간도순간이더라』에실린작가의글들은그주장에걸맞은고품격의작품으로한편,한편천천히음미하며읽어야하는,재미와의미가조화로운수필의진정한맛을느낄수있는명품산문이다.
제1부자신을그리다,제2부어안에비친세상,제3부수컷으로산다는것,제4부수필,순간을함께하다,에나누어실린작품들은‘온달[滿月]’이라는작가의필명대로세상을밝게비추는보름달처럼넉넉한,중(重)과경(輕)이같이어우러지는균형잡힌,“겸손하고정직한자연산글”이다.
“나는벌거벗은몸이다.땅이나파먹고사는바닥인생을자처하며목숨을내놓고산다.비가오면비를맞으러밖을나서고빛이들면구덩이로굴러들어난세에는가만히엎디어지낸다.나는무골호인이며안으로삭이는능력이탁월해남들에게여간해서는나의속내를드러내놓지않는다.지룡(地龍)이도밟으면꿈틀한다는말은이몸의보잘것없는자존심에대한측은한칭송이다.나는흙속의용이면서도성프란시스코를꿈꾼다.”(「지룡(地龍)이」중에서)
먼저,“계절은맺고끊음이없다.우유부단해서이핑계저핑계로결심을미루는소심한윗사람같다.…봄맞이하다가여름이고,여름인가싶을때가을의문턱으로들어선다.단풍이다싶으면어느덧일기예보에서는첫얼음과눈소식을내보낸다.모두가급행인데봄만느린완행이어야하는가?간절히기다리는것은쉽사리모습을드러내지않는법이어서그럴까?”(「봄이더디다」)처럼자연에서배우는우리삶의심오한원리를전개해가는작품으로는「안개」,「쥐똥나무」,「맑은바람속밝은달을기다리며,」「매미는운다」등이있다.
“안개가가져오는묘한반추,뜨물같이허옇게살아야하는건데,은근슬쩍나를감추고편하게휘장치고사는사람들의처세가그럴듯해보이는순간이다.”“모든이의위로가되어줄수있는맑은달,홀로독야청청할수있는기개를가진달,거짓이나야합을모르는정직한달,말과행위가일치를이루는,앞과뒤가다르지않은,높이뜰수록스스로외로워질줄도아는,높은곳에살아도낮은곳을비추기를잠시도잊어버리지않는,…청풍명월의리더”와같은문장을통해자연이우리에게가르쳐주는교훈을인간처세의어리석음에빗대어일러주고있다.
일상과세태를돌아보는작가의작품에는유머와재미,수준높은풍자가있다.“일상이싱겁다고생각될때소금한움큼치는기분으로”던지는「헛소리」는최고의화술이라거나,목욕탕에서의서열이가장자연스러운인간서열(「목욕탕서열」)이라든지,요즘남자들,보약찾지말고밥이라도제대로얻어먹고다니자는“밥의보약론”(「남자한테좋은데」)을설파하고,또가정의생계를책임지고살았지만,가정일에소홀히한대가로가족에게소외당하는이시대아버지의자리를탄식(「수컷에게희망을」)하기도한다.또예전의빈촌인남산동땅집막걸리촌이거대한아파트촌으로변한상전벽해의세상을바라보며“나도매미들과같이울어나볼까?아니야,지금그때의사람들은대부분e-편한세상에서잠들어있을것”(「남산동매미」)이라는등,솔직함과능청스러움으로무장한글덕분에슬며시웃음이나면서공감하게된다.
“밖은시끄럽다.서로잘났다고난리다.화장으로가리고옷으로치장하고,승용차뒤에숨고,사는곳의평수로얼굴을대신한다.우열이가려지지않으니출신,학벌,지연을총망라하여미분적분을한다.계산이어렵다보니저마다다른셈법으로자신의서열을높여놓아네맞다내맞다시끄러울수밖에없다.원시인들의셈법은복잡하지않다.한눈에척알아보고무릎을꿇어야할때는얼른꼬리를내린다.”(「목욕탕서열」중에서)
서릿발같은질타가필요한세상일에도작가의글은매서운회초리를휘두르지않는다.걱정과애정을담아다독이고설득하는따뜻한논리의글에서편안함을느끼게된다.
“스님,분신자살하지마세요.……신부님,길거리에서삭발하지마세요.……다투고싸움질하는일들은세속사람들의일이고,이들의상처를쓰다듬고다독여주는것은성직자의전공입니다.…성직자의현실참여는당연합니다.…그러나어느정도지켜주어야할선은반드시있다고봅니다.…천당전문가요극락전문가인분들이아수라장되어가는비전공분야에뛰어들어섣불리목숨을잃고현실참여를하신다면양떼도흩어지고존경도잃어버릴것같아지레걱정을해보았습니다.”(「성직이라서」)
“태극기로자신의주장이옳다는것을포장하려들지말라.진실로나라를걱정해서나서는일이라면국기를제자리에두고대신깃발을들어야할것이다.태극기는내편도네편도아닌우리모두의편이기때문이다.”(「태극기를사랑하며」)
작가가던지는촌철살인의문장또한글속으로빠져들게하는큰이유이다.“인기척정도의간단한댓글외에는모두소음공해다.”(「댓글에대하여」),“허리아픈민족으로남았다.그래도희망을가지고노래해야한다.언젠가올님의모습을그리며…”(「허리」),“창조주는우리가외롭지않도록충분히필요한만큼의이웃을선물로주었다.평범한옆사람은쇠비름이며민들레같은모습의사람들이다.이웃에눈길을돌려야한다.”(「흔하면귀한것이다」),“세상은바보들때문에숨통이트인다.바보들은자연에있는숲이요,늪지요보호받아야할생태계처럼귀한존재들이다.”(「바보시대」),“명함은,건강도가족도볼모로살아야하는직장인의애환(哀歡)그자체이다.”(「명함」),“이중인격은사람을사람답게하고더불어살아갈수있는방편이다.”(「이중인격에대하여」),“서로어깨를부딪치고살아가는사람들끼리‘놈’들이라기보다는‘분’이나‘사람’을쓰면좋겠다.”(「사람이면좋을것을」),“잘려난것들을보니한결같이오래되고힘없는것들이다.”(「그루터기」),“한번비서면영원한비서가아니다.”(「비서」)등,작가의모든작품에서이러한작가의명문장들이만나고이어지고맺어지며우리를깊은사색과감동으로이끈다.
작가는“적어도수필에서만큼은글은곧글쓴이의얼굴”(「성형시대의수필」)이되어야한다고한다.“정직한자연산글”을추구해온작가가보여주는품격있는산문읽기의즐거움을『순간도순간이더라』에서누릴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