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꿈 (최구응 시집)

코스모스의 꿈 (최구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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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늦은 나이에 시작한 시 공부/ 남들은 이미 열매를 맺었는데/ 나는 아직도 피지 못한 봉오리/ 서리 맞은 봉오리는 안 되려고/ 황혼에 첫 시집을 낸다.”

2017년 《문학예술》로 등단한 최구응 시인의 서정 시집 『코스모스의 꿈』. 「마음 놓고 찾아간다」, 「어머니의 그림」, 「시인의 대장간」, 「자산골 산책」, 「화훼물리」 등 80편의 담백한 시편이 실렸다.

자연풍광과 일상에서 포착한 서경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담긴 시편에는 “우리 삶의 보편적 정서에서 탐구하는 서정적 자아”(김송배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가 그려내는 자연의 섭리, 사랑이라는 삶의 순리, 유유자적의 달관, 동심과 같은 순수의 시심이 담겨 있다.
저자

최구응

-1944년김천출생
-대구교육대학졸업
-초등학교교사(41년)정년퇴임
-2017년《문학예술》신인상당선등단
-여울문학회회원

목차

시인의말

1부마음놓고찾아간다
마음놓고찾아간다/계단오르기/김밥두줄/나/멸치/무장해제/반갑잖은친구들/물집터주기/
발견/산/생일/양말/시인과농부/원추리/음치의노래/째비/편의점아줌마

2부어머니의그림
어머니의그림/거북이두마리/검버섯/다섯살꼬마/두노인/딸/묘지관리인/부부/순찰/
우리아들참높은데/썩은파냄새/염색/줄무늬강낭콩/우리집/차일피일

3부시인의대장간
시인의대장간/당연하지/멀리못갔소/동그라미/마다다요/말의품격/세종과태종/손꼽기/
아홉자두자/순돌이/아라비아숫자/연화지의추억/왈순아지매/월정선생/주입식/이빨청춘/
피자나누기

4부자산골산책
자산골산책/왜사는가/남의나이알기/대구사람/봉숭아싸움/빈집/용기/운명/난수표/
인동초/조무래기들/풀피리/단소

5부화훼물리
화훼물리/단심가/도깨비바늘/동양화/돈가치사람가치/등잔밑/마스크배급/망종/물살이/
생태계/숲속/송화/오징어게임/원앙새아빠/위치/이끼/주역과태극기/지나고보니

해설|보편적정서에서탐구하는서정적자아_김송배

출판사 서평

평생을초등교육에몸담으며동심과함께했던시인은이제이름없는“김밥두줄영감”(「김밥두줄」)이되어밭에일하러간다.자연속에서마냥“돈벌이안되는풀을심어놓고/사흘돌이로얼굴이타도록김을맨다”(「마음놓고찾아간다」)거나“무릎보호대를끼고/종일감자를캤다”(「물집터주기」).“자두밭가운데있는허름한농막”에는,“새가와서잠을잔다”“언제다녀갔는지뱀이허물을벗어놓”(「반갑잖은친구들」)는그곳에서시인은그냥농부만은아니다.“할미꽃이피었나/산에올랐다/생강나무반갑게/인사한다//산수유마을아니라도/오기를잘했다//…//개나리원추리구절초/피었다지고/잔디누렇게물들면/겨울이다//묘지오르는언덕에/내가다니던길이/구부정하게나있다”(「산」)라며무릉도원같은자연과편안한일체감을느끼고,‘산다는것의의미를초연한시심으로탐색하는천상시인의마음’을시로그려내기때문이다.

“귀뚜라미우는소리가좋아/시인은방한간을내어주고싶다했다/금방돋아난떡잎을/귀뚜라미가다갉아먹었다/이놈의귀뚜라미잡히기만해봐라/농부는이를갈았다//산길에서만난고라니순한눈빛이좋아/시인은내일또만나면좋겠다고했다/울타리칠힘도없는할머니/콩몇포기심어놨더니/농사잘짓는박서방콩은안건드리고/할머니콩을다먹고갔다//분홍빛복숭아꽃이너무좋아/시인은무릉도원이따로없다고했다/풀뽑아야지농약뿌려야지/이좋은복숭아밭을농부는/무릉도원인줄모르고산다”(「시인과농부」전문)

‘나’와가족을바라보며산다는것의의미를탐색하는시편에는안타까워서애틋한깊은사랑의정서가담겨있다.“어느새젊음은저만치가버리고/얼굴에검버섯핀노인이되었다”(「검버섯」),“모를내던어른들은거의돌아가셨다/소를몰던꼬마올해고희가되었다”(「다섯살꼬마」),“손바닥만한텃밭/비닐을씌우는데도/허리가아프다/어머니,이아들도/이제노인입니다”(「두노인」),“뒤에오는누가있어/한가롭게잡초뽑고/개나리울타리다듬으랴”(「묘지관리인」)등세월의무상함에도불구하고「부부」는“단추구멍하나채우는데도/양손이서로돕는다//왼손없으면오른손누가씻기며/오른손없으면왼손누가씻기랴//왼손이오른손찔러도아프고/오른손이왼손찔러도아프다//잘난체하며다투지마라/입술이없으면이가시리다”와같은상생으로그려지고,“아내는일하는농부를보며밥을짓는다”(「우리집」).그리운아버지의자취는시인의“늙어가는내얼굴/거울에비춰보니/돌아가신아버님이/거기계신다”(「줄무늬강낭콩」)로남고늙은어머니의모습을그려놓은시편은참따스하기도하다.

“…//날씨가추워바깥에못나가고/방안에서빛바랜사진한장놓고/아흔셋의어머니그림을그리신다//…//어머니,잘못그려도괜찮아요/빼놓지말고사람도그리세요”(「어머니의그림」중에서).

진솔하고정감넘치는시의편안함은모두자연에서얻은시인의원숙한서정이다.자연의순리와순환의원리를긍정하는시인의시편에서는동심과천심이함께있다.

“코스모스가죽습니다/안보입니다/어디갔을까요/봄에싹이납니다/그코스모스도죽습니다/또싹이납니다//옛날에도그랬고/앞으로도그럴것입니다/죽고싹이나고//메뚜기가꽁무니를땅에박고/알을낳습니다/그러고는죽습니다/죽은메뚜기가안보입니다/어디갔을까요//몇년전에돌아가신어머니/마을뒷산에계십니다”(「멀리못갔소」전문)

동심지향의시편속구절을보면,“아라비아숫자는/0123456789단열개로/무한정돌려쓸수있다//이쉽고편리한숫자를/누가만들었을까/대단하다”(「아라비아숫자」),“급하다보니답을외운다/물방울도떨어뜨려보고/달도우러러보고/찬찬히느리게이게진짜공부다”(「주입식」),“지나다니면서보니/아직도망초가/경찰서를지키고있다”(「빈집」),“도깨비바늘은/기차타고/서울도가지/‘싫다고/떼어놓으면/거기서싹이트지”(「도깨비바늘」),“아저씨가원앙새알을부화시켰다/먹이를주고키웠다/새끼원앙들은아저씨를엄마로안다”(「원앙새아빠」)등동시속의한구절같은순수한마음으로그린시편이맑고깨끗하다.

시인의시편에새겨진천심의근원은자연의섭리이다.생활주변이든산천초목이든시인의시선은자연이우리에게말해주는교훈에따른다.자연과교감하고만물의이치를수긍하며삶을긍정하는것이바른이치임을서정적으로형상화한시편에는담담한초월의정서가담겨있다.

“식물도동물도인간도/살려고무진애를씁니다/그러나왜죽어야하는지모르고죽듯이/사는데도이유는없습니다”(「왜사는가」중에서),

“숲에서/노루가새끼낳으려고/웅크리고있다//기회는이때다/까마귀한마리날아와/집에깔려고노루털을뽑는다//굴신도못하는노루/얄미운까마귀행동을/보고만있다//드디어/노루새끼낳았다/까마귀날아갔다”(「숲속」전문)

“고고한선비의뜰에/사철꽃이피고진다//매화는봄에꽃이피어열매가있다/국화는가을에꽃이피어열매가없다//은행나무는/기상은하늘을찌를듯한데/꽃은있는듯없는듯,열매는잘다/호박은/넝쿨은땅바닥을기어도/꽃도크고열매도크다//오동은잎은크나서리를못견딘다/동백은잎은작으나겨울에꽃이핀다”(「화훼물리(花卉物理)」전문)

시인은,「시인의대장간」에서“시도불에달구고/망치로두들기고/숫돌에갈아야/읽는사람의심금을울린다”라고했다.여기에“시는우리들의일상생활에서보편적인사유(思惟)로표출한삶의애환(哀歡)이스토리로엮어져서우리들의심금(心琴)을울려주고있는것이다.”(김송배시인·한국문인협회자문위원)라고한해설로비춰볼때『코스모스의꿈은』은자연적인우리의삶이삶의이유이며순응과긍정,순수의마음을잃지말고자연처럼살아가자는메시지를담은순정의시편으로우리의심금을울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