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진화 -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14

달의 진화 -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14

$13.30
저자

박기옥

저자:박기옥

ㆍ《한국수필》등단

ㆍ대구대학교평생교육원수필창작주강

ㆍ『아무도모른다』『커피칸타타』『쾌락의이해』『아하』『시간속으로』출간

ㆍ〈김규련문학상〉〈서정주문학상〉〈대구의작가상〉수상

ㆍ대구수필가협회회장역임/대구문인협회부회장/한국수필가협회운영이사

목차

머리말|내안의원본

1부봄
해맞이/그들만의세상/늪/껌과초콜릿/몸/사랑예감/오브제의기억/유채꽃단상/죽을죄/통속적인,인간적인/작심삼일/웃은죄

2부여름
삼겹살과프로이트/눈맞춤/소리/벌/시간을거슬러/샤갈과히틀러/어머니의수채화/그대먼별/냉장고를고치며/틈/죽순/맥주한잔/대니보이

3부가을
썸/가을소묘/커피칸타타/오래된라디오/달의진화/심초석/낭만의오해/부자/애도/내앞에놓인잔/아무도모른다/을의반란/마이웨이

4부겨울
팩트체크/쾌락의이해/초상화/어물전천사/개와낭만/발/아버지의모자/쉘위댄스/가족사진/구석방/아하/꼴찌의변

출판사 서평

“나는웃고,고개를저어기억하기를포기한다.이름이대수던가.그들은이미저달뒤로사라졌다.노래도,나무도,벤치마저도사라졌다.술을몇잔마신아들이창밖을보며가만히노래를흥얼거린다.‘달의몰락’이다.
나를처음만났을때에도그녀는나에게말했지./탐스럽고이쁜,저이쁜달…./그녀가좋아하는저달이지네./달이몰락하고있네.
시간만큼엄격한것이세상에또있을까.어느덧밤은깊어레이저쇼는그쳤다.못한가운데보름달만덩실떠있는데,달은그러나몰락하지않았다.진화하고있는중이다.”(표제작「달의진화」중에서)

먼저,일상의희로애락을유머로품격있게헤쳐나가는작가의여유와긍정을담은작품으로「그들만의세상」,「죽을죄」,「작심삼일」,「웃은죄」,「삼겹살과프로이트」,「썸」,「커피칸타타」,「내앞에놓인잔」,「을의반란」,「마이웨이」,「꼴찌의변」등이있다.읽다보면웃음이크게나고,눈물도조금나게하는듯한수필의묘미에즐겁고행복해진다.

“네살짜리막내까지손가락을물고화면에꽂혀있었다.얼굴을박고열중하느라내가들어간것도모르고있었다.그들만의세상이펼쳐져있는것이었다.”(「그들만의세상」중에서)
“…인간의영혼은유리알처럼예민하여눈길한번,글한줄에도떨림을경험하고마침내부서지기도하는가보았다.〈아하〉의갈망이다.밤이깊었다.누군가가소주잔을들어건배를외쳤다.“프로이트를위하여!”깜짝놀란삼겹살이서둘러익기시작했다.”(「삼겹살과프로이트」중에서」)

““언니.어차피내앞에놓인잔은자기가비우게되더라구요.제가지금그걸겪고있잖아요.결국은본인이극복해야할문제라니까요.술이나마십시다.”…우리는각자내앞에놓인잔을들어다시한번‘원더풀’을외쳤다.”(「내앞에놓인잔」중에서)

어긋남없이조화로운자연에우리의삶을비추어보고건강한삶의방식을모색하는작품으로「늪」,「유채꽃단상」,「벌」,「틈」,「죽순」,「가을소묘」,「오래된라디오」등이있다.본향인자연에서멀어진채천천히,느리게,더불어사는아날로그적인삶을외면하고문명의이기와편리,복잡,더나아가욕망만을추구하는지금의우리를되돌아보게하는작품들이다.심오한주제를유쾌,상쾌,명쾌하게풀어나가는작가의글솜씨에빠져들며공감하게된다.

“다행히도그는지금한창그의방에서사랑하는벌레에몰두해있다.그는주로가상의벌레들과친하고그것들과즐거움을나누는데열중한다.자기의생활에방해가되지않기때문이라고한다.자기원하는시간에자기마음대로,자기방식대로사랑할수있어편리하다고말한다.나는아들의이기적인사랑을걱정한다.배려가없는,연민이없는사랑을사랑이라할수있을까.”(「틈」중에서)
“자체의맛이있는듯도하고없는듯도한그것은탕(湯)의경우톱니모양으로나붓나붓썰어져국물맛에기여한다.볶음이나무침에서는은근히자신을과시하며자기존재를증명하기도한다.주연이면서대체로조연이고,조연인가하면때로는주연이다.우리안의욕망이그러하듯이.”(「죽순」중에서)
“나또한그것들과다름이없으리.내속에너무많은나를가지고있어조금만어긋나도상처를입는다.언제쯤이면위풍당당하게모노로돌아갈수있을까.오래된집에,오래된라디오와오래된사람이서로의‘복잡’에발목을잡혀낑낑거리며살아가고있다.”(「오래된라디오」중에서)

상처와아픔을돌아보는데있어더없이진솔한작가의작품은사람간의진정한관계와화합에대해서도감동의여운을남기는데,「눈맞춤」,「소리」,「그대먼별」,「낭만의오해」,「아무도모른다」,「을의반란」,「팩트체크」등이그렇다.상처는서로에대한무관심과몰이해에서비롯된다는것,상대의아픔은나의아픔임을느끼고다름에대한이해를통해진정한소통과화해에이를수있다는깨달음을부드럽게이야기하는작품에서우리가서로에게가져야할“연민”이라는또다른사랑의감정을알게된다.

“세상의모든아픔을희망으로바꾸는힘”(「샤갈과히틀러」)인사랑의드높은가치를이야기하는작품에서작가는우리삶이그려내는다채로운사랑의모양과빛깔을그려내면서사랑에경의를표한다.약자에대한사랑(「사랑예감」),“그와함께한젊은날이고스란히녹아있는”물건에대한사랑(「오브제의기억」),어머니를여읜아버지의또다른사랑(「통속적인,인간적인」),화가와독재자의예술을대하는다른사랑의방식(「샤갈과히틀러」),믿음과배려의사랑(「냉장고를고치며」),부모의자식에대한사랑(「심초석」,「대니보이」),부자간의사랑(「부자」),온전히몰입된사랑(「쾌락의이해」),어려운타인에대한사랑(「어물전천사」),이론이아닌실천하는사랑(「발」),가족간의사랑(「가족사진」)등우리삶안에순리로살아있는사랑의참된실체를확인할수있다.

“내가어른이되어‘사랑’을고민하기시작했을때내면깊숙이두분노인의깊은신뢰와말없는배려가작용한것은부인할수없을것이다.사랑은결국몸을사용함으로써완성된다는생각을하게된것이다.자식이엄마에게용돈을드리는것만사랑이아니라외출에서돌아와서양말을반듯하게펴서세탁기에넣어주는것또한사랑이라는뜻이다.……이큰덩치가작은센서하나로살아날수도있단말인가.반대로이큰덩치가센서하나의고장으로멈추고말았다는것인가.하늘에서떨어졌는지땅에서솟았는지본일도없는‘센서’에게절이라도하고싶은심정이었다.그것은아마도사랑이나배려,혹은자연이나운명과닿아있는이치일것이었다.우리삶이언제나헝클어진실타래같다가도어느한가닥에순리가들어있었던것처럼.”(「냉장고를고치며」중에서)

삶에대한작가의날카로운“엣지”가돋보이는작품들도있다.유한한우리삶의실체와자신인생의의미를숙고하게하는,「해맞이」,「껌과초콜릿」,「시간을거슬러」,「초상화」,「셸위댄스」,「아버지의모자」가있다.한번뿐인삶-“금빛햇살을뿌리면서떠오르는저해는철썩이는저바다와산이온힘을다해진통하여낳은새로운해였다.”,온전히최선을다하는삶-“소녀는온신경을혀위에있는초콜릿으로모은다음시간을잊고천천히,그속으로녹아드는것처럼보였다.”,시간에대한완전한이해-“나또한이제그들의코스를밟고있는중이다.늙음을거쳐죽음에이르는긴여정이다.나쁘지않다.처음가는길이라어리둥절하고생소할뿐이다.시간은천재다.그길에도곳곳에아름다움과기쁨을숨겨놓았을것이다.주위를둘러보며좀,천천히가려고한다.”,이것이바로나의모습-“나는누구인가.나는과연어떻게살아왔는가.무엇을추구하며,무엇을사랑하며살아왔는가.나의온전한모습은어떤것인가.”,정성으로삶을대하는자세-“단지이상하게도죽음을앞두고두루마기에낡은갓까지쓰고혼을바쳐조상께절을올리던아버지의마지막그모습만은오래도록자식들마음에남아있었다.”,삶은자신의무지를아는것-“춤이란게그런게아니거든요.아무리연습해도이게잘안되어서말이지요.”등,유려한구절속에깃든삶의의미와바른자세를온전히배우게된다.

50편의작품한편한편모두결코놓칠수없는재미와의미와감동을담은『달의진화』.작가의새롭고부드럽고너그러운목소리가아름다운,그래서“엣지있게”진화한새로운수필을경험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