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창틈으로스며드는꽃향기처럼그윽하고은은”한작가의작품은우리를진심으로위로한다.“나를위로하는이몸짓이또다른이에게위로가되고,내가쓴글을읽고단한사람이라도공감할수있으면좋겠다.”라는선의가편편마다참포근하다.
“혼자서는일어설수도없는…이름을얻지못한손가락,약을저어먹을때에야쓰는…,사랑을맹세하고결혼반지를끼웠던,소꿉놀이하던친구들과토끼풀꽃반지를나눠끼던손가락…그런가하면혈서를쓸때단지(斷指)하고,피흘려생명을살려내던손가락”(「무명지예찬」)이나,“오랜시간시어머니의손때가묻어있고,삶의애환과그것을장만하고뿌듯해했을시어머니의삶이녹아있”는놋국자(「사라진것에대하여」)같은,소외된것들을돌아보는작가의마음은“인간으로빚어진자체가귀한것이다.…생명의시원(始原)을열고오늘을살아내는모든이들,지난(至難)한삶이었든,고귀한삶이었든,자기몫의삶을묵묵히살아내는우리가모두명품이다.천상천하유아독존,우주간에나보다더높은존재는없다.”(「사람이명품이다」)라는확신을작품속에담아모두의가슴을뜨겁게한다.
이토록귀한생,새로운삶의기대로훨훨날아가는민들레씨앗처럼용기와자유의희망을품고살아가자는의미의구절들이마음에단단히뿌리내리는것같다.
“삶의주인은나”라는이러한작가의신념(「내가주인」)은,우리각자의방식대로자신의일상을창조하는삶이진정위대한삶이된다는작은진리를설파한다.
아침커피한잔의소박한운치(「아아나따아가아닌」),작은열정(「호작질미련」),취향공감(「배씨&베씨」)등자신의작은일상을그린작품부터“장애인과고아들의가슴에그녀가뿌린사과씨한알”,선교사아리안느의헌신의삶(「사과씨한알」),영화〈영웅〉에서확인한믿음과삶이일치하는인생,안중근의사와어머니조마리아의생애(「그어머니에그아들」)등위대한인물의큰삶을다룬작품에이르기까지,충만한삶의주인의식으로꼿꼿하다.
때로지치기마련인삶에대처하는작가의방식은위트와여유이다.우리자신도모르게웃음을머금고따라가게되는재치있는삶의방편을담은재미난글이참맛있기도하다.
“불쌍한척하여위기를모면하고,죽은척해서목숨을건졌다.삶이란척하기의연속이아닐까.척하기는가면을쓰는일이다.…한편의연극무대에서연기경쟁하듯척하면서매일을산다.…그무대에서나또한명배우의한사람이다.바쁜일없었으면서도바쁜척하며이시간까지글을붙들고있으니….”(「척하며살기」),“생각보다우리뇌는어리숙하다.이야기나황당한소리를논리적인생각보다더쉽게기억한단다.별로말이되지않는단어들로만든이야기말이다.”(「클리셰를틀에가두다」),나이듦과불면에관한비틀기,“…그가온다는것이실은어마어마한것이다.마음이먼저터를잡아야한다.성경‘시편’에서하나님께서는사랑하는자에게잠을주신다고했다.잠은인간에게베푸시는하나님의선물이자보약이다.하품이난다.그어마어마한것이오시려나보다.마음깊이반기는그가.”(「방문객」)등왠지기분좋아지는작가의다정한목소리가들리는듯하다.
수필읽는즐거움을한껏안겨주는작가의글솜씨는,세월,늙음과죽음,부모님의인생을다룬작품에서애틋한사랑의감정으로우리를울게만든다.
“현실로다가온생로병사의벽앞에서서툴기만자신”(「헛공부」),“아픈데행복할리는없습니다.초고령에접어든엄마의남은삶이건강하면좋겠습니다.”(「청춘리셋」),“그리움의깊은상처를안고계신엄마를본후생각이바뀌었다.적어도엄마보다는오래살아야한다.헤집어놓은가슴의생채기가완전히아물수는없겠지만,그아픔을가라앉히는순한연고가되고싶다.…입안에번지던싸한국화향처럼엄마의사랑을먹는데쑥국이면어떻고,들국화국이면어떠리!”(「들국화국을먹다」),구순아버지의용돈-“황금빛신사임당이아버지께조금이나마힘이되면좋겠다.당신만의비밀은행에넣어두고,손자들과엄마에게낚싯줄끝의미끼가된다면,그끈을놓지않으시면좋겠다.오늘은정신이맑으셨지만,휠체어위에서도간간이스르르감기는눈을어쩌지못하시던아버지.구름위에은행을차리셔도좋아요.오래오래우리곁에계셔주세요.”(「구름은행」),아버지의흐트러진젊은날의기억은그의소망일지도모른다는깨달음(「봄밤에생긴일」),어린아이가된아버지를간병하며생각하는인간의생로병사(「어른이」),“무대가닫혔다고,막이내렸다고연극이다끝난것은아니다.보이는실체는없어졌지만,눈을감으면더또렷하게보이는분.아버지,무성한한그루나무였던당신을마음속안뜰에옮겨심는다.”(「자리를옮기다」),「밥은관심이고,사랑이다」,“스무살엄마가고난을이겨낸세월은시리고아팠다.…닫힌성처럼늙어가는고향그곳에구십노인엄마가홀로있다.”(「스무살엄마」),엄마와의여행(「엄마의단풍놀이」),「김장날소묘」,“…바랭이가파뿌리를옭아매듯구십평생엄마의삶을옥죄던일들이어디한두가지였을까.가부장적인환경에서하고싶은말이있어도꾹꾹감정을누른일이얼마나많았겠는가.상처는덮어둔다고치료되지않는다.드러내고,소독하고,드레싱해주어야온전하다.간신히정신줄을잡고계신당신이다.엄마의원망과억울함을귀담아들어주는것은잡초무성한묵정밭에서더많은보물을찾는일이기도하다.”(「보물찾기」),“인생의겨울을맞은엄마다.아무도대신해줄수없는자연의섭리앞에무슨말이위로되겠는가.엄마의부탁대로장독대갈무리를잘할수있을까.그날이천천히아주느리게오면좋겠다.힘센죽음을이길순없지만,눈물없이이모든것을수용할수있는날이오려나.”(「갈무리」),“…‘이세상에섬길어른이없어졌다는건이승에서의가장처량한나이다.’고했다.그녀의말처럼내정수리를지그시눌러줄웃어른들이하나둘사라지고이제우리순서가되어가나보다.힘들고어려웠던일들이철들고어른되게했다.”(「어른되는법」),“네가갔고,또한내가뒤따라갈그길도이같은꽃길이기를,바람타고,구름타고가는신나는소풍길이기를.언젠가그길에서만날수있기를….간절한기원을담아미처하지못한마지막한마디를가만히전한다.“정말사랑해!”(「하늘가는길」)등,제행무상의우리삶과그안에서피어나는삶의의미를되새기는감동적인작품들이다.
그렇다.“…흔들리며사는것이우리네인생이다.”(「민다나오의아이들」),작가가바라보는세상은우리나라뿐아니라바다건너세상모든곳이다.불합리와불평등을이겨내고모두가함께사는행복한세상을꿈꾸는작품마다사랑의온기가득하다.일하는엄마들이겪는양육의어려움과저출산문제를다룬「남아수독오거서」,저출산의난제에부닥친우리나라의현실(「고르디우스의매듭」),코로나팬데믹의그늘(「멋진호캉스」),보건진료소를찾아온외로운노인의망상(「매미가울던날」),개성관광의속절없는정경-“북한도사람이사는땅이었다.”(「개성관광」),“수족관에감금당하고있는돌고래벨루가의삶”(「벨루가의노래)까지.또,“시기리야요새같은피난처는권력자에게필요한것이아니라민초들마음에지어야할것같다.선글라스를끼고멋진포즈로프로필을장식하고있는산다루완이그와그의가족을지켜낼수있기를바란다.흔들리지않는바위처럼,사자발처럼튼실한버팀으로어려움을이겨낼수있기를.”(「시기리야요새」),“습기머금은바세코의더럽고지저분한길거리와집에서지옥을보았다면아이들의얼굴과눈빛에서천국을보았다.”(「바세코의아이들」),“아무리아름다운전경이펼쳐지더라도혼자서는재미가덜하다.블라인드여행을통해서도들여다보게되는것은사람들의삶이다.감추고싶어하지만드러내고싶은모순,그안에그들과비슷한일상과고민을가진내가있다.”(「블라인드여행」)등.“너와내가같이행복해야진정으로행복한것이다.”라며세상의누군가를위해기도하는글이따뜻하게그지없다.
“긴장하지않고자연스럽게글쓰기,너무잘쓰려고용쓰지않기.”이러한작가의글쓰기방식처럼“주삿바늘앞에초연한엉덩이처럼힘을빼면삶은더경쾌하고유연.”(「게르바주사법」)해진다고작가는말한다.“여행을통해내안에꿈틀거리고있는욕망과애착을놓아가는연습을하고있다.이렇게삶을한번씩점검해볼수있다는것이얼마나다행한일인가.”(「예행연습」)우리의마음가짐에따라우리삶이얼마나가볍고자유로운여행이될수있는지깨달음을주는작품들이다.
『민들레씨날리다』,마음설레는민들레홀씨의여행길에함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