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신문기자, 문화부장과 문화사업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경향의 신문지상에 대중문화 평론과 대중가요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조향래 평론가가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들을 모아 『대중가요의 인문학』을 펴냈다. 『대중가요의 인문학』은 2025년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는 1920년대 ‘희망가’에서 2000년대 네오 트로트곡 ‘안동역에서’와 ‘회룡포’에 이르기까지 105곡의 시대별 명곡(名曲)을 선정해 해설한 인문학 칼럼 형식의 글이다. 먼저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과 민족의 설움을 노래한 가요 20곡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시절의 상실과 비애감을 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대중가요의 주류를 형성했던 트로트는 나라를 잃어버린 회한과 나그네의 정한을 토로했지만 대도시 신세대 감성의 노래이기도 했다. 그 한편에서는 자연과 계절의 미려한 정서를 노래한 향토적, 서민적 양식의 신민요의 흐름이 있었다.
광복 후 혼란과 좌절의 정서를 대변하며 트로트는 연착륙과 부활에 성공했다. 1950년대 대중가요의 역사적 의미는 분단에 이은 전쟁의 비애, 실향과 이별의 정서, 이국취향과 미국문화의 유행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악극단이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가운데 시절의 아픔을 노래한 트로트와 꿈과 향락을 추구한 다양한 장르의 가요가 공존했다.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귀국선’과 분단의 아픔을 토로한 ‘가거라 삼팔선’에 이어 6.25전쟁기를 풍미한 전쟁가요 ‘전우야 잘 자라’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이 14곡에 이른다. 특히 한국전쟁기 대구 향촌동을 중심으로 탄생한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봄날은 간다’ 등 전쟁가요에 얽힌 사연들은 1950년대 대구의 향토사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약이기도 하다. ‘방랑시인 김삿갓’ ‘한 많은 대동강’ ‘유정천리’ 등 10여 곡의 가요는 전쟁의 상처와 실향의 아픔을 대변했다.
1960년대의 가요는 제목에서부터 색깔이 등장한다. 제3공화국 출범이 견인한 경제개발 및 도시화의 반영이다. 대중가요는 시대의 거울임을 방증한 것이다. 라디오가 시골까지 보급되고 TV방송시대를 개막한 1960년대는 스탠더드팝의 강세에 따라 신파적 비애가 희석된 트로트의 경향을 보였다. 도시 서민의 노래가 등장했지만 소외된 지역의 감성과 절망을 표현한 노래가 여전히 트로트의 소극적 태도를 계승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동백 아가씨’ ‘동숙의 노래’ ‘하숙생’ ‘너와 나의 고향’ 등 20여 곡의 노래는 정치적 격변(4.19-5.16)에 이은 경제개발 시대의 도시 서민 정서와 농어촌 지역의 소외된 감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미자의 등장과 함께 남진과 나훈아의 시대가 개막하고 배호 문주란 김상진 김추자가 출연한 시절이다.
1970년대는 장발과 통기타의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포크송의 순수성과 트로트의 통속성이 양립하던 시대였다. ‘사랑해’ ‘꽃반지 끼고’ ‘모닥불’ ‘그리운 사람끼리’ ‘편지’ ‘토요일 밤에’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젊은 세대에 풍미하면서 트로트의 통속세계 또한 여전한 흐름을 형성한 시대였다. 저항가요가 출현하고, 록밴드가 부상했으며, 대학가요제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산업화시대의 명암을 노래한 남진의 ‘님과 함께’와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에 이어 ‘오동잎’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트로트고고의 열풍이 불었다. 20여 곡의 가요들이 그 시대의 풍경을 담았다.
1980년대는 가요 황제 조용필이 ‘창밖의 여자’ ‘일편단심 민들레’ 등으로 장르 섭렵과 세대 통합의 음악을 구현한 시대이다. 김수철 이선희 윤시내 이문세 김현식 전인권 이정선 등이 발라드와 포크 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정태춘 김광석 안치환 등이 대중가요권 안에 민중가요의 흐름을 형성했다. 또한 나미 박남정 김완선 소방차 등에 의해 컬러TV 시대에 부응한 댄스 뮤직 바람이 전개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도 트로트는 결코 쇠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로트 메들리 열풍과 노래방 문화의 흥청으로 트로트는 새로운 경향으로 부활을 선언했다. 주현미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등이 그 주역이다.
1990년대 이후는 신세대의 기수 ‘서태지와 아이들’ 태풍에 이어 김건모 신승훈 등이 댄스뮤직과 발라드로 가요계를 주도했다.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BTS(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지구촌을 강타하는 한류(韓流)의 시대가 2000년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센 미스(터) 트로트 열풍이 불어오면서 서구 음악만으로 채울 수 없는 우리 한국적인 정서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른바 ‘네오 트로트 시대’이다. 이렇게 193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대중가요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모닥불이자, 한류의 원천임을 웅변한다.
상처와 유린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의 피폐한 현실을 견뎌내게 한 대중가요의 저력을 그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 대중가요는 일제강점기 겨레의 망향가이자 저항가로 출발해 곡절 많은 대중의 삶과 동고동락하며 영욕의 세월을 함께 건너왔다. 대중가요(특히 트로트)는 슬프고도 흥겨운 우리네 삶의 동반자였다. 대중가요 100년의 역사를 맞아 시대별 명곡 105곡을 선정해 그 인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은 시민 정서 함양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는 1920년대 ‘희망가’에서 2000년대 네오 트로트곡 ‘안동역에서’와 ‘회룡포’에 이르기까지 105곡의 시대별 명곡(名曲)을 선정해 해설한 인문학 칼럼 형식의 글이다. 먼저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과 민족의 설움을 노래한 가요 20곡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시절의 상실과 비애감을 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대중가요의 주류를 형성했던 트로트는 나라를 잃어버린 회한과 나그네의 정한을 토로했지만 대도시 신세대 감성의 노래이기도 했다. 그 한편에서는 자연과 계절의 미려한 정서를 노래한 향토적, 서민적 양식의 신민요의 흐름이 있었다.
광복 후 혼란과 좌절의 정서를 대변하며 트로트는 연착륙과 부활에 성공했다. 1950년대 대중가요의 역사적 의미는 분단에 이은 전쟁의 비애, 실향과 이별의 정서, 이국취향과 미국문화의 유행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악극단이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가운데 시절의 아픔을 노래한 트로트와 꿈과 향락을 추구한 다양한 장르의 가요가 공존했다.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귀국선’과 분단의 아픔을 토로한 ‘가거라 삼팔선’에 이어 6.25전쟁기를 풍미한 전쟁가요 ‘전우야 잘 자라’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이 14곡에 이른다. 특히 한국전쟁기 대구 향촌동을 중심으로 탄생한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봄날은 간다’ 등 전쟁가요에 얽힌 사연들은 1950년대 대구의 향토사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약이기도 하다. ‘방랑시인 김삿갓’ ‘한 많은 대동강’ ‘유정천리’ 등 10여 곡의 가요는 전쟁의 상처와 실향의 아픔을 대변했다.
1960년대의 가요는 제목에서부터 색깔이 등장한다. 제3공화국 출범이 견인한 경제개발 및 도시화의 반영이다. 대중가요는 시대의 거울임을 방증한 것이다. 라디오가 시골까지 보급되고 TV방송시대를 개막한 1960년대는 스탠더드팝의 강세에 따라 신파적 비애가 희석된 트로트의 경향을 보였다. 도시 서민의 노래가 등장했지만 소외된 지역의 감성과 절망을 표현한 노래가 여전히 트로트의 소극적 태도를 계승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동백 아가씨’ ‘동숙의 노래’ ‘하숙생’ ‘너와 나의 고향’ 등 20여 곡의 노래는 정치적 격변(4.19-5.16)에 이은 경제개발 시대의 도시 서민 정서와 농어촌 지역의 소외된 감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미자의 등장과 함께 남진과 나훈아의 시대가 개막하고 배호 문주란 김상진 김추자가 출연한 시절이다.
1970년대는 장발과 통기타의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포크송의 순수성과 트로트의 통속성이 양립하던 시대였다. ‘사랑해’ ‘꽃반지 끼고’ ‘모닥불’ ‘그리운 사람끼리’ ‘편지’ ‘토요일 밤에’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젊은 세대에 풍미하면서 트로트의 통속세계 또한 여전한 흐름을 형성한 시대였다. 저항가요가 출현하고, 록밴드가 부상했으며, 대학가요제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산업화시대의 명암을 노래한 남진의 ‘님과 함께’와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에 이어 ‘오동잎’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트로트고고의 열풍이 불었다. 20여 곡의 가요들이 그 시대의 풍경을 담았다.
1980년대는 가요 황제 조용필이 ‘창밖의 여자’ ‘일편단심 민들레’ 등으로 장르 섭렵과 세대 통합의 음악을 구현한 시대이다. 김수철 이선희 윤시내 이문세 김현식 전인권 이정선 등이 발라드와 포크 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정태춘 김광석 안치환 등이 대중가요권 안에 민중가요의 흐름을 형성했다. 또한 나미 박남정 김완선 소방차 등에 의해 컬러TV 시대에 부응한 댄스 뮤직 바람이 전개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도 트로트는 결코 쇠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로트 메들리 열풍과 노래방 문화의 흥청으로 트로트는 새로운 경향으로 부활을 선언했다. 주현미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등이 그 주역이다.
1990년대 이후는 신세대의 기수 ‘서태지와 아이들’ 태풍에 이어 김건모 신승훈 등이 댄스뮤직과 발라드로 가요계를 주도했다.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BTS(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지구촌을 강타하는 한류(韓流)의 시대가 2000년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센 미스(터) 트로트 열풍이 불어오면서 서구 음악만으로 채울 수 없는 우리 한국적인 정서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른바 ‘네오 트로트 시대’이다. 이렇게 193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대중가요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모닥불이자, 한류의 원천임을 웅변한다.
상처와 유린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의 피폐한 현실을 견뎌내게 한 대중가요의 저력을 그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 대중가요는 일제강점기 겨레의 망향가이자 저항가로 출발해 곡절 많은 대중의 삶과 동고동락하며 영욕의 세월을 함께 건너왔다. 대중가요(특히 트로트)는 슬프고도 흥겨운 우리네 삶의 동반자였다. 대중가요 100년의 역사를 맞아 시대별 명곡 105곡을 선정해 그 인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은 시민 정서 함양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가요의 인문학 ('희망가'에서 '회룡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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