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시간

깊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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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라온현대시인선 여섯 번째 작품, 황영숙 시집 『깊어가는 시간』은 삶이 소멸을 향해 흐르는 순간에도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깊은 사유를 담아낸다. 1990년 《우리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황영숙 시인은 오랫동안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대구문학상, 대구예술상을 수상했고, 시집 『은사시나무 숲으로』, 『따뜻해졌다』 등을 통해 섬세하고 투명한 언어로 존재의 내면을 탐색해 왔다. 이번 세 번째 시집에서 그는 “시간”이라는 관념적이면서도 실체 없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인간이 겪는 소멸의 과정과 그 너머를 치열하게 탐색한다.

시집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시편은 사라짐의 두려움과 그 이후에 피어나는 감각을 교차시키며 독자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다. 첫 장에서는 일상 속에 스며 있는 시간의 무상함을 직시한다. 아침에 내리는 빛, 흐르는 강물, 창가에 스쳐가는 바람과 같은 일상의 이미지들이, 결국은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는 시간을 가리킨다. 두 번째 장에서는 소멸 이후에 남겨진 빈자리와 그곳에서 움트는 또 다른 세계가 그려진다. 해설가 구석본이 말했듯, 황영숙의 소멸은 ‘무’나 ‘공’의 끝이 아니라 “다음 세계의 시작, 새로운 우주의 열림”이다. 시인은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면서도 그 상실을 새로운 탄생으로 전환시키며, 흘러간 시간의 흔적 속에서 더 큰 존재를 향한 감각을 길어 올린다. 세 번째 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대비가 부각된다. 공간은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고 고정되어 있지만, 시간은 끊임없이 변하며 흐른다. 시인은 이 대비 속에서 인간이 감각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언어로 붙잡으려 한다. 「깊어가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시가 보여주듯,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이 펼쳐진다. 사랑, 죽음, 기억, 그리고 우주적 순환이 서로 얽히며, 소멸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황영숙의 언어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일상의 사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감각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그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의 세계를 응시한다. 시인은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라짐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노래한다. 『깊어가는 시간』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끝’을 넘어서는 시적 상상력으로, 소멸을 통해 삶의 의미가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는 역설을 선사한다.
저자

황영숙

ㆍ1990년《우리문학》신인상
ㆍ대구문학상,대구예술상수상
ㆍ시집『은사시나무숲으로』『따뜻해졌다』
ㆍ대구문인협회,대구시인협회부회장역임
ㆍ2025년대구문예진흥원창작지원금수혜
ㆍ현)시인시대부주간

목차

시인의말

1부

가을이가고있다/벚꽃을위한헌사/사라진이름/초가한채/4月/등/로드킬/그리운주막/장마/달팽이의길/꽃이되는세상/깊어가는시간/입동근처


2부

멀고먼길/산수유와생강나무/삶이/폐지/버티기/목련의시간/죽음보다언제나따뜻한삶/하현달/수련/가을국화/결별/나비/무량사에서


3부

끈적이는시/암자에들다/신분증/건널목/황장군식당에서/바퀴벌레/거미줄에갇히다/옛날생각/안전지대/빚/너는무엇을꿈꾸는가/3月,그리고동백


4부

나팔꽃/싹/사문진/비슬산참꽃/축복처럼기적처럼/벽을향하여/터널/거미줄/변화/입안의허공/수박/그대,첫눈/담배피우는남자


해설|소멸에서보는우주적감성_구석본

출판사 서평

황영숙시집『깊어가는시간』은사라짐과탄생,끝과시작이교차하는경계의시학을보여준다.이시집에서시간은단순한흐름이아니다.그것은끊임없이변하고사라지며,그사라짐속에서또다른세계를예비한다.시인은감각으로붙잡을수없는시간의실체를섬세한언어로길어올리며,독자로하여금‘지금’이라는찰나의소중함을새삼깨닫게한다.

해설가구석본이“소멸이후의빈자리에서또다른우주를본다”라고평했듯이,황영숙의시는단순한허무가아니라우주적확장의가능성을품고있다.사라져가는꽃잎과저무는태양,흐르는강물과빛의흔적들이모두끝이아니라새로운생명의출발점으로변모한다.시인은그렇게소멸을슬픔이아닌희망의언어로전환시키며,독자에게소멸의두려움을넘어선우주적감각을선사한다.

『깊어가는시간』은나이를더해가며점점더깊이느끼게되는삶의무상함을서정적으로담아낸작품이자,그무상함을통해새로운탄생을꿈꾸는시인의내적여정을기록한책이다.흘러가는시간속에서존재의의미를찾고,사라짐을통해삶을확장하는이시집은독자에게“끝이곧시작”이라는역설적위로를건네며,지금여기에서의삶을더욱단단히껴안을용기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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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숙시인의시집『깊어가는시간』에수록된많은詩들이소멸의세계를보여주고있다.시인의시에나타나는소멸의세계는無,空의세계가아니라다음세계의시작,새로운우주의열림으로나타난다.

「깊어가는시간」에나타나는시간은보편적개념에서벗어난시간이다.시간은공간과대조적이다.공간은감각적으로인지할수있으며고정되어있다.그러나시간은감각적으로인지할수없는관념적이면서끊임없이흐른다.하나의형태로나타나는것이아니라변한다는것이다.또한흘러간시간은돌이킬수없이사라진다.

황영숙시인은소멸이후의빈자리에서또다른우주를보고있는것이다.이런반전이이시의절정을이루고있다.‘깊어가는시간’의세계인것이다.(구석본해설「소멸에서보는우주적감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