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정

숨은 정

$12.00
Type: 현대시
SKU: 9791171551880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라온현대시인선 열 번째 작품집, 권춘수 시집 『숨은 정』은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인간 존재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일상, 노동과 기억, 늙음과 상처를 관조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의 과잉이 아닌 침묵에 가까운 언어로 삶의 본질에 다가선다.




신상조의 해설에 따르면, 권춘수의 시는 감정을 앞세우거나 사건을 극화하지 않는다. 대신 삶의 풍경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거리감을 유지하며, 그 거리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 존재의 진실을 포착한다. 이러한 태도는 시적 화자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지우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시 속의 ‘나’는 개인을 넘어 보편적 인간의 얼굴로 확장된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자연 이미지와 생활 감각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을 단순한 서정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자연은 위안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일상의 장면들은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로 기능한다. 그리하여 시는 설명하지 않고 머무르게 하며, 독자는 언어의 여백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권춘수의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절제와 견고함으로 읽히는 시다. 이 시집은 소리 없이 깊이 스며드는 언어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단한 삶과 그 안에 숨은 존엄을 조용히 증언한다.
저자

권춘수

-군위출생
-경북대학교수의과대학동대학원졸업(수의학박사)
-2024년《문장》신인작가상(시부문)수상
-군위문인협회이사
-경북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여백문학회회원
-제2회매일신문시니어문학상특선(수필부문),제9회매일신문시니어문학상(논픽션부문)수상
-수필집『은빛자전거』『울창한숲을바라보며』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퇴원/풍금/엎드리세요,존심/모정/콩깍지소리/머나먼여행/매미/별명/호걸시위/첫면회/수박화채/소주민등록증/후회/글자한자/구름과자/술래잡기/과거시험보러가는날/숨은정

제2부
섣달그믐/화염속에서피는꽃/주황빛저녁/여름바람/가을오는소리/봄바람/땔감/그해9월/석양/저주/노고지리와함께하는봄향연/봄은사랑을잉태한다/초여름피는꽃/노란이파리/가라지/아버지혼/홍매화/밀서리

제3부
개학일/끝자락에서서/잃어버린계절/시조창/선물/송아지본능/소리·1/소리·2/오리무중/모래찜질/어린모·1/어두운추석/썰렁한분위기/힘없는사람들/귀제비/미소

제4부
가가가다/6월의시/간구한소망/어린모·2/난초/뜨거운수제비/지팡이소리/질서/모진생명/별자리/부부/마곡사/사라진화본역/오일장/삑사리신부님

해설|삭막한세상에서먼것들에대한예찬_신상조

출판사 서평

권춘수의시는농경문화속의일상을통해노동하는삶의역동성과자연과함께하는실존의아름다움을노래한다.자본주의의가속화가삶의질적위기와인류공동체의전멸을예감케하는문명의정점에서그의시는‘어쩌다이런세상이되고말았는가’란한탄에닿아있다.언제부턴가인간은시간을분절하고지배하기시작했다.‘시간은돈’이기때문이다.시간을중시하는마음은늘조급하고,욕망을향한걸음은쉴줄을모른다.그러나철을따라농사를지어야하는농민들은본래자연을살피며살았다.자연을살피는마음은곧하늘을살피는마음이고,그런마음은쓸데없는욕심을부림으로써만물에인간중심의폭력을행사하지않는다.권춘수의시는삭막한현실로부터먼,바로그마음에대한예찬이다.-신상조해설「삭막한세상에서먼것들에대한예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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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춘수시인의시는말이많지않다.그러나그적막한언어속에는삶의무게와시간이고스란히담겨있다.이시집은서정을앞세우지않으며,감정을설명하지도않는다.대신시인은삶의장면앞에서서오래바라보고,끝내말의최소한만을남긴다.
신상조는해설에서권춘수시의가장큰특징으로‘존재를대하는태도의정직함’을꼽는다.시인은현실을미화하거나비극화하지않고,견딜수밖에없는삶의조건을있는그대로받아들인다.그결과그의시는슬픔을과장하지않으면서도,오히려더깊은울림을만들어낸다.
특히이시집에서자연과일상은감상의대상이아니라사유의장이다.풍경은곧인간의내면과겹쳐지고,노동과삶의흔적은존재의본질을묻는질문으로이어진다.이는신상조가말하듯,권춘수의시가‘체험의기록을넘어존재의형식으로나아가는시’임을보여준다.
이시집은독자에게위로나해답을쉽게건네지않는다.대신언어의간결함과사유의깊이로삶을마주하게한다.권춘수의시는조용히읽히지만오래남는다.그것은이시집이삶을견뎌온언어의증언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