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 (이화영 시집)

빨간 신호등 (이화영 시집)

$12.00
Description
라온현대시인선 열여섯 번째 작품집이자 이화영의 첫 번째 시집 『빨간 신호등』은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감각과 생각, 웃음과 풍자를 시어로 빚어내었다. 시인은 “삶의 궤적 속에서 걷어 올린 편린들이 시어가 되어 울고 웃는다”고 말하듯, 일상의 자잘한 풍경과 시대의 변화, 가족의 정서와 사회의 모순을 자신만의 언어로 포착해 낸다. 이 시집은 어렵게 높이만 치솟는 시가 아니라, 생활의 숨결과 현실의 온도를 고스란히 품고 독자에게 다가가는 시집이다.

표제작 「빨간 신호등」은 섬광처럼 스쳐 가는 영감과 그것을 놓쳐버리는 순간의 안타까움을 신호등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집은 이렇게 순간과 경계, 망설임과 포착의 문제를 시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다. 「하늘의 별 따기」, 「시 짓는 일」, 「궤도 이탈」 등에서는 시를 쓰는 일의 고단함과 매혹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챗봇」, 「숏폼」, 「알고리즘」 같은 작품에서는 오늘의 디지털 문명과 변화한 감수성을 재치 있게 비춘다.

한편 이 시집의 또 다른 축은 가족과 생활의 서정이다. 「팔자지예」, 「꽃도 너도」, 「우리도 아프다」, 「부부」, 「딸 얼굴」 같은 작품들에는 부모와 자식, 부부와 가족을 둘러싼 사랑과 걱정, 애틋함과 현실감이 담겨 있다. 특히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살린 시편들은 생활 현장의 온기와 육성을 전하며, 독자에게 더 가까운 공감의 결을 만들어 낸다.

또한 시인은 일상의 유머와 풍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현실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타다」, 「시대 유감」, 「폐기 처분」 등은 재난과 갈등, 시대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응시하며, 개인의 감정 너머 공동체의 상처를 시의 언어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이 시집은 사적인 서정과 공적인 현실 인식이 함께 살아 있는, 폭넓은 결을 지닌 시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책 말미에 수록된 김동원 시인·평론가의 해설 「경계의 시학」은 『빨간 신호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해설은 이화영의 시가 사물과 현실을 세심하게 응시하며, 삶의 이쪽과 저쪽 사이, 즉 ‘경계’에서 언어를 길어 올린다고 짚는다. 또한 그녀의 시가 시대 풍자, 가족애, 생활 감각, 사회적 발언을 두루 품고 있으며, 체험과 느낌을 독창적인 목소리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빨간 신호등』은 일상과 시대, 서정과 풍자가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내는 시집이다.
저자

이화영

· 대구 출생

· 계간 《문장》 신인작가상 등단(2025년)

· 한국현대시연구회 회원

· 텃밭시학 동인

· 문장인문학회 회원

목차

시인의 말

1부

빨간 신호등 / 하늘의 별 따기 / 시 짓는 일 / 궤도 이탈 / 알고리즘 / 별거냐 / 요물 / 젊은 시인 / 챗봇 / 숏폼 / 우물 / 초보 시인

2부

팔자지예 / 꽃도 너도 / 헬리콥더 맘(mom) / 우리도 아프다 / 심통 / 엄마가 보일 때 / 부부 / 내리사랑 / 사랑가 / 그것 참 / 딸 얼굴 / 장기 집권

3부

걱정 / 구피 새댁 / 췌사(贅辭) / 무심사 / 타다 / 헉헉 / 불면 / 봄 행간 / 헤벌쭉 / 시대 유감 / 폐기 처분 / 재밌는 연구

4부

꽃들의 반란 / 진짜 / 웬일이래니 / 입춘 / 홀딱 / 날치 / 전생 남편 / 비상 / 푸른 우듬지 / 단풍이 변했다 / 달콤한 겨울 / 빈 노트

5부

모란 / 몽상화(夢想畵) / 우야면 좋겠노 / AI에게 신세 한탄 / 제 탓이오 / 방생 / 여자 / 주를 찬미하나니 / 거짓말 / 정말! / 못 말릴세 / 아무 일 없었듯

해설|경계의 시학_김동원

출판사 서평

멈춤과 건넘, 망설임과 직진 사이. 『빨간 신호등』은 바로 그 경계의 순간에서 태어난 시들의 모음이다. 이화영 시인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을 붙잡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뼈아픈 풍자로, 때로는 따뜻한 서정으로 되살려 낸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은 낯설게 꾸민 말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내는 현실의 얼굴을 닮아 있다.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시적 재료의 폭이 넓다는 점이다. 시 쓰기의 고통과 기쁨, 챗봇과 숏폼 같은 동시대적 소재, 부모와 자식의 애틋한 관계, 부부 사이의 생활 감정, 그리고 시대의 부조리까지 다양한 장면이 시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시인은 이 서로 다른 결의 소재들을 특유의 재치 있는 어법과 활달한 이미지로 엮어, 읽는 재미와 생각할 여운을 함께 선사한다.

특히 이화영의 시는 생활 언어를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흘러가지 않는다. 유머 뒤에는 삶의 쓸쓸함이 있고, 풍자 뒤에는 현실을 향한 아픈 감각이 있으며, 서정 뒤에는 오래 견뎌온 시간의 무게가 배어 있다. 「딸 얼굴」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곡진하게 흐르고, 「우리도 아프다」에서는 청춘의 좌절을 바라보는 부모 세대의 아픔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이 시집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는 해설의 힘이다. 김동원 시인·평론가의 해설 「경계의 시학」은 이화영의 시를 단순한 생활시나 서정시로만 보지 않고, 현실의 이면과 시대의 모순을 찌르는 ‘경계의 시학’으로 읽어낸다. 해설은 이 시집이 삶의 이쪽과 저쪽 사이를 서성이며, 언어로 순간을 포착하고, 사회와 존재를 함께 질문하는 시집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는 시를 읽는 즐거움에 더해, 이 시집의 미학적 성취를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된다.

『빨간 신호등』은 가볍게 웃다가도 문득 멈춰 서게 하는 시집이다.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결을 발견하게 하고, 사소한 장면 속에서 삶의 진실을 길어 올리게 한다. 생활의 언어로 시대를 말하고, 유머 속에 서정을 숨기고, 서정 속에 현실을 담아낸 이화영의 시들은 독자에게 오래 남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감각으로 읽을 수 있는, 따뜻하면서도 선명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