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권정숙 시집)

찻잔 속 태풍 (권정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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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라온현대시인선 열여덟 번째 작품집 『찻잔 속 태풍』은 일상의 작은 파동에서 시작해 존재와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사유를 담은 권정숙의 시집이다. 시인은 삶 속에서 겪는 감정과 기억, 관계와 시간의 흔적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그것을 시어로 빚어낸다. 이 시집은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 속에서 오히려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서정의 힘을 보여준다.


표제작 「찻잔 속 태풍」은 이 시집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이 겪는 사랑과 분노, 고통과 욕망조차도 거대한 시간과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통찰은,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만든다. 이 시집은 그렇게 작은 것과 거대한 것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탐색한다.


또한 시집에는 가족과 고향, 유년의 기억, 일상의 풍경이 따뜻한 서정으로 담겨 있다. 「내 딸 민아」와 같은 시편에서는 모성의 사랑과 그리움이 깊이 있게 드러나며, 「시골은 내 고향」 등의 작품에서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가 살아 숨 쉰다. 이러한 시편들은 독자에게 친숙한 감정의 결을 전달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한편, 바다와 파도, 자연과 사물은 이 시집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파도」와 「바다에서」 등에서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사라지는 존재의 불안과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하며,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본질을 묻는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특히 이 시집의 말미에 수록된 김동원 시인·평론가의 해설 「나를 찾아가는 길」은 권정숙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해설은 이 시집이 기억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서정, 존재를 향한 질문, 그리고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깊은 사유를 동시에 품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인간의 역사와 문명, 욕망까지도 ‘찻잔 속 태풍’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독창적이라고 짚는다.


『찻잔 속 태풍』은 결국 묻는다. 우리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소한 일상 속에서 시작된 시의 언어는 독자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며,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

권정숙

· 계간 《문장》 신인상 등단

· 대구문인협회 회원

· 대구시인협회 회원

· 문장인문학회 회원

· 문장작가회 이사

· 대구기독문인회 자문위원

· 오메이트시니어 기자

· 본리도서관 시창작반 강사

· 시집 『고요는 무채색』 『산딸나무 꽃』 『찻잔 속 태풍』

· 평론집 『詩를 느끼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찻잔 속 태풍

찻잔 속 태풍 / 사소함 속에 깃들인 절대적 가치 / 태곳적 바람 소리 / 모래성 / 바위는 기억하고 있다 / 또 하나의 별이 지다 / 배추의 여로 / 거미의 절규 / 때늦은 후회 / 젓가락이 독사다


제2부 먼 길

먼 길 / 지금은 통과 중 / 나는 걷는다 / 먼지 / 詩와 나 / 못난 돌멩이 / 그땐 왜 몰랐을까 / 한 치 앞도 모르고 / 노스탤지어 / 불나방


제3부 비 오는 날의 랩소디

비 오는 날의 랩소디 / 3분의 기적 / 아. 버. 지. / 내 꼬리는? / 시골은 내 고향 / 어느 별이던가요 / 인정사정없이 / 뿌리치고 싶지 않은 유혹 / 내 딸 민아 / 풋고추라야지


제4부 바다에서

바다에서 / 飛兎섬으로 가자 / 미역에도 귀가 있다 / 지우개를 찾습니다 / 파도 / 은밀한 이야기는 짜릿하다 / 호박꽃 / 장미와 호박꽃 / 비로소 얻은 평온 / 얼굴에 새겨진 삶의 흔적


제5부 너에게

너에게 / 언제나 당신 곁에 / 우연을 기다리며 / 나의 사랑아 / 나는 모른다 / 시간의 길 / 잠자기 전에 / 불면증 / 빈방 / 산수유의 봄맞이


해설|나는 찾아가는 길_김동원

출판사 서평

우리는 때때로 삶의 모든 순간이 거대한 사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찻잔 속 태풍』은 그 감정의 크기를 다시 묻는다. 과연 그것은 진짜 태풍인가, 아니면 찻잔 속에서 일렁이는 작은 물결에 불과한가. 권정숙의 시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거리 두기’의 미학이다. 시인은 삶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다. 사랑과 고통, 분노와 욕망을 겪으면서도 그것이 결국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러한 시선은 독자에게 삶을 다시 정리하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동시에 이 시집은 매우 인간적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은 따뜻하고도 진솔한 언어로 그려진다. 특히 모성과 관계의 정서는 독자의 감정을 깊이 자극하며, 삶의 근원적인 감정을 환기시킨다.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상상력 역시 이 시집의 중요한 매력이다. 바다, 파도, 돌멩이, 미역과 같은 존재들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삶과 존재를 설명하는 은유로 확장된다. 이러한 시적 상상력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시집은 해설 「나를 찾아가는 길」을 통해 그 의미를 더욱 깊게 확장한다. 김동원 평론가는 이 시집을 존재를 탐색하는 여정이자, 일상의 언어로 우주적 사유에 도달한 작품으로 읽어낸다. 시인의 언어가 작은 세계의 흔들림 속에서 인간과 문명, 자연의 위태로움을 동시에 포착하고 있다는 점은 이 시집의 중요한 성취다.

『찻잔 속 태풍』은 조용하지만 강한 시집이다. 작은 물결처럼 시작된 시어는 어느새 독자의 내면 깊숙이 파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파문은 오래도록 가라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