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해보지않고무슨일이일어나는지어떻게알수있을까?
세상을탐구하고현상을증명한과학자들과놀라운실험정신
과학에서실험이란무엇이고,왜필요할까?우리가학교에서배운,변함없는진리로여겨지는여러이론과지식은어떻게과학의기초로받아들여지게되었을까?과학에서실험은어떤역할을할까?그리고실험이어떻게아름다울수있을까?
이러한의문과그답을두고역사적으로논쟁이끊이지않았다.고대와중세에는‘경험’과‘실험’이라는말이비슷한의미로쓰였는지도모른다.실험철학의아버지로알려진17세기의영국철학자프랜시스베이컨은지식을얻기위한계획적인행위만이진정한실험이라고말했다.그저아무거나관찰하는것을실험이라고할수는없다는것이었다.실험은인위적으로조작되고복잡한도구가필요하므로순수한자연세계가어떻게작동하는지를설명하기엔역부족이라는비판에맞서,베이컨은실험이야말로세상을이해하는가장좋은방법이라고주장했다.시대에따라그개념이조금씩달랐지만,실험은여전히과학이안고있는문제를검증하는가장좋은방법임에틀림없다.과학은실험을통해반증될수있는가설로이루어져있다고가장명확하게주장한사람은20세기중반의철학자칼포퍼였다.
물론과학에서실험의역할이지나치게강조되는경우가많다.과학자들은가설을세워예측한뒤실험을고안해가설을시험대에올려놓는,이른바‘과학적방법’에따라연구를수행한다고주장하곤한다.하지만말썽을일으키는형편없는실험도적지않다.애초에실험방법이잘못설계되었거나,결과에영향을주는통제되지않은요인이너무많을수있기때문이다.따라서가설을엄격하게검증하고,때로는단호하게배제할수있는체계를찾아내는것이야말로과학실험에서가장중요한부분이다.
세계적인과학저술가필립볼이쓴이책은역사적인과학실험을엄선하여각주제에따라여섯개의장으로나누고,그안에서60가지의실험을시간순으로구성했다.또한‘쉬어가는페이지’를통해실험에관련된흥미로운주장과논점을끄집어내어적절한사례를들어이야기하고,때로독자들이명확히이해하도록핵심주제를세분화하여짧게설명하고있다.
사실오늘날우리가배우는과학지식은꾸준히순차적으로축적된것이라기보다우연히발견되거나발명된것이대부분이다.그런만큼흥미롭고기발하고의외의사건도많다.기원전2000년경중동에서누군가가철광석을석탄으로가열하여쇳물이녹는것을처음으로발견하여철기시대를열었다.수많은고대의약물이실험중에시행착오를통해발견되었는데,그중대다수가분명쓸모없거나유해했지만치료효과가탁월한약물도있었다.이런발견은천연물질을체계적으로조작한것이아니라운이좋아서빚어진결과이므로실험으로간주할수없다는의견이제기되기도한다.하지만그런시각은부당하다.고대의장인들은페인트,염료,유리,시멘트,화장품같은물품을만들기위해상당히정밀한제조법을사용했고,이는분명세심한관찰을통해연마되었다.당연히그들은‘이성분을저성분으로바꾸면색이더밝아지지않을까?치료효과가커지지않을까?’라고궁리하며적극적으로새로운무언가를찾고있었을것이다.
실험행위의기준을둘러싼논쟁은앞으로도계속될것이다.경쟁이되는이론을지지하는사람들이실험의해석을두고끝없는분란을일으킬지도모른다.어떤과학자는잘못된질문을제기했다는이유만으로올바르고정교하기까지한실험을수행하고도잘못된결론에이를수있다.그런데과학자에게가장나쁜일은사실을확인하려는시도를생략하고이미만들어놓은시나리오에따라어떤일이일어날지안다고미리가정하는것이다.자신이원하는실험결과를얻기위해애초부터조작해서는안될일이다.어쨌든오늘날의실험과학은철학적틀과‘가설을세우고그가설을검증하는’입증된방법론이뒷받침하고있다고할수있다.
세상에대한호기심이실험으로밝혀지고증명되다!
물리학,화학,생물학을아우르는중요하고도아름다운60가지의실험
이책은과학의역사에서중요한실험을중심으로구성되어있으며,각각의내용을쉽게이해하도록관련자료까지풍부하게수록하고있다.또한각각의실험을소개하면서핵심질문을던지고,그실험을수행한과학자의간략한이력이나정보를별도로정리하면서참조하면더욱유익할실험까지함께일러주고있다.
이책제1장은우리가살고있는세상이어떻게작동하는지에관한내용으로,천체물리학의역사를다룬다.고대인들은지구가둥글다는사실을이미알고있었고별과행성의움직임을세심하게관찰했는데,기원전3세기에이미지구의크기를측정했다.이러한관찰이실험인지에대한논란도있지만,중요한것은실제로측정하지않고추론하는실험방식이도입되었다는점이다.그리고우주에대한새로운이론인일반상대성이론을검증하기위한천문관측,자연의좌우대칭성을깨뜨린시도,그리고2015년의중력파발견에이르기까지여러실험방법이도입되고새로운과학기기가등장하면서점차우주로향하는과학의미래를엿볼수있다.
제2장에서는자연의힘을이해하려한고전물리학을다룬다.물체의운동,기압,공기,열,전기및전자기와관련된것들이다.잘못알려진피사의실험과달에서재현된갈릴레이의실험,양적실험연구만을위해설계한갈릴레이의경사면,1600년대중반에만들어진기압계,동물을이용한진공실험,호응을얻지못한줄의실험,기초적인발전기형태등은도판과함께흥미롭게읽히는부분이다.
제3장에서는화학실험을다룬다.세상을구성하는수많은물질과현상의근원을찾는것이곧과학의목표다.고대그리스의4대원소부터산소와알칼리금속의발견,결정구조,당분자,방사성원소,탄소,DNA에이르기까지물질의구성과성질을설명한다.이어물질안에무엇이있는지를고찰한다.현미경을처음으로사용하면서보이지도않는데실제로존재한다고증명하고,원자의내부구조를밝혀내기위해고안된실험방법을보여준다.그런데20세기초에아원자구조를찾아내고양전자,중성미자,힉스입자등이발견되면서세상을단순화하려던노력에그늘이드리워지고있다.
제4장은고전광학과양자론으로세분화되어있다.먼저고전광학에서는무지개가어떻게생겨나는지,빛이왜여러가지색을띠는지를밝혀내기위한실험을소개하면서빛이입자인지파동인지에대한논쟁이불거졌음을이야기한다.하지만20세기초에파동과입자의명확한구분이사라졌고빛이파동적성질을갖는입자라는양자론이널리인정받고있다.전자회절을통한파동-입자이중성증명과이중슬릿실험,그리고빛을느리게만드는실험등은빛에관한궁금증을더폭넓게풀어줄것이다.
제5장은생명체에관한이야기다.눈에보이지않을만큼작은미생물을어떻게관찰했는지,생명체에전기가흐르는지,호흡에는어떤화학적과정이관련되어있는지,난자와정자의역할은무엇인지,자연발생설이어떻게종말을고했는지,유전의원리와DNA의구조는어떠한지,포유류를복제할수있는지등에관한내용을읽다보면생명의신비로움과함께아직도실험으로입증해야하고더나은미래를위해사회적,윤리적합의등으로해결해야할과제가산적해있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
제6장은동물의마음과행동을이해하기위한실험과관찰을살펴본다.지렁이같은하등동물의지능,꿀벌의정보전달법,새의인지능력과마음등을알아내기위해끈질기게매달린과학자들의독창적이고놀라운실험을엿볼수있다.
이렇듯과학자들은실험을통해세상에대한호기심을해결하고,복잡한것을단순화하려하고,물질과현상을검증해내려노력해왔다.너무나당연한말이지만,과학의중심에는실험이있다.그렇다고실험결과가늘신뢰할수있는건아니다.전혀예상치못한엉뚱한결과를낳거나기대에미치지못하는실험도적지않다.단번에원하는실험결과를얻더라도,수없이동일한과정을반복해야하는경우도있다.또한특정실험을어떻게해석하느냐에따라법칙이나이론정립의성패가좌우되기도한다.
이책은실험을아름답게만들려면창의성과상상력이필요할뿐,정해진방법은없다고언급한다.명확한실험,애매한점이없는실험,이용할수있는방법을논리적이고체계적인방식으로활용하는실험은분명실험자가원하는바다.아름다운실험은또한새로운것을배우는기회가된다.저자는이책에소개된실험이모두현대적인관점에서‘정확한’건아니지만,그점이미적가치를떨어뜨리지는않는다고말한다.모든과학은그시대에부합하고,좋은과학은나중에수정되거나대체되는답을만들수있고또만들고있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