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지서를마주본순간,재언은결심했다.
시골뜰때까지적당히어울리며친구인양지내겠다고.
마음먹은재언이가볍게웃었다.
그에게사람사귀는일은무척쉬웠다.미소짓는얼굴로조금만관심있는척굴면사람들은알아서들러붙었다.그게제집안때문인지,제외모때문인지알수없지만상관없었다.
제게중요한건어쨌거나이번에도그리되리라는것이었다.
재언이눈을휘며웃을때였다.
“뭐해?”
지서가무표정한얼굴로물었다.
“수업끝났어.네자리로돌아가.”
뭘해보기도전에축객령이떨어졌다.
재언은등받이에등을댄채,잠시어이없는얼굴로이지서를쳐다보았다.
이게무슨상황이지.지금뭐란거지?
그는잠시생각에잠겼다가알겠다는듯고개를작게끄덕였다.
아,그래.타이밍이좋지않은거겠지.자신이갑자기빤히쳐다보니당황하고불편했겠지.그래서이렇게뾰쪽하게구는거겠지.아주가끔자신이먼저말을걸면,너무당황해서톡쏘듯이대답하는사람들이있었다.
얘도그런거겠지.
그러지않고서야지금저날카로운태도가이해되지않았다.지금껏어디가서미움받아본적없었다.
그래,그런거야.
재언은애써흐트러지는정신을다잡았다.
“이지서,맞지?”
재언이묻자,무심하던지서의얼굴에미미하게금이갔다.어째서저입에서제이름이튀어나왔는지모르겠다는얼굴이었다.
“오늘교과서보여줘서고맙다고.”
“아,응.”
지서의경계심가득한얼굴이한결풀렸다.정확히말해경계심이풀렸다기보단,조금안도하는얼굴에가까웠지만어쨌든상관없었다.
재언의입매가보기좋게휘어졌다.
“가방예쁘네.”
재언이비스듬히고개를기울여책상옆에걸려있는가방을보았다.
“나도저기거가끔써.”
재언도아는브랜드였다.눈에튀는체크무늬라서보통등교용으로는안쓰는가방인데,들고다녀서볼때마다신기해하던차였다.그말에지서의얼굴이눈에띄게굳었다.그걸발견한재언의고개가기울어졌다.
뭔데,싫어하는가방이야?반응이왜저래?
의아해하기가무섭게,지서가딱딱한목소리로말했다.
“미안한데이제공부해야하거든.네자리로돌아가줘.”
말을마친지서가대답도듣지않고교과서로시선을돌렸다.
“뭐라고?”
재언은너무어이가없어서되물었다.분명들었지만,이해가가지않았다.
“네자리로가라고.”
이젠쳐다보지도않았다.오히려필통안에서귀마개를꺼내야무지게틀어막았다.대화를거절하겠다는티가흘러넘쳤다.
태어나지금껏누군가에게이렇게야멸차게거절당해본적이있던가.
이런상황이생긴다면,거절하는쪽은늘자신이었다.그사이,지서는서랍에서문제집을꺼내풀기시작했다.쉬는시간에마저야무지게공부하는지서는이미옆에누가있는지하얗게잊은얼굴이었다.
“하…….”
이시골구석에와서별의별일을다겪는구나.
재언은기가막힌표정으로제자리에돌아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