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재언아.”
지서가툭하고뱉은말에재언은잠시숨을멈췄다.그러고는제귀를의심하는얼굴로지서를보았다.
일주일에한번씩,총세번을만나는동안지서가제게먼저알은척한적없었다.오히려알은척을할까봐두려운사람처럼필사적으로피했다.그런그녀가,오래전처럼제이름을불렀다.
머릿속이멍한것도잠시,늪에빠져들어가듯무섭게기분이가라앉았다.
이제겨우살만한데왜나타났어.왜,대체.적어도눈뜬순간엔버틸수있게됐는데,왜.
뱉지못할말들이입안에쌓여갔다.
얼굴을구기고있던재언이손으로얼굴을쓸어내렸다.그러다언제그랬냐는듯표정이삽시간에차갑게돌변했다.
“할말이있어서…….”
그사이,지서가입술을달싹였다.막상말은꺼냈는데,뒷말이쉽게나오지않아잠시머뭇거릴때였다.
“무슨말.”
무심하다못해차가운대꾸에지서가그를쳐다보았다.아무말없이쳐다보기만하는지서를내려다보던그가주머니에서담뱃갑을꺼내더니담배한개비를비스듬히물었다.꺼내물긴했는데길거리에서불을피울순없어서,이로짓씹으며지서를계속해내려다보았다.
“미안하다고?아니면모른척해달라고?그것도아니면공사구분하자고?”
“…….”
매끄럽게흘러나오는말들이지서의가슴을쿡찔렀다.그때문에아무말못하는사이,재언이비스듬히웃으며말을꺼냈다.
“지서야.”
다정하지만,어딘가차가운부름에지서는숨을멈췄다.
“열여덟엔미친듯이화가났거든.”
재언의눈이지서의얼굴을더듬었다.
열여덟살가을,그는스스로생각해도미친놈같았다.이지서를만나겠다고2층에서뛰어내리려다가경호원들에게붙잡힌게한두번이아니니까.
“스물셋이되니까그때의상황이조금달라보이더라.”
스물셋이되고서야이지서에게그럴만한이유가있지않았을까생각했다.
“스물다섯이되니까네가안타까웠고.그런상황에,그렇게살아야만하는게쉬운일은아니니까.”
사회에나와보니어린날의자신이얼마나아늑하게살았는지알게되었다.그리고이지서가버텼어야할삶이얼마나가혹했는지,자신이이지서눈에얼마나철없이보였을지또한.
“그런데그게널이해한다는건아냐.”
그럼에도끝내연락이없던네게치밀어오르던원망.
“이렇게마주서서아무렇지않게이야기를나누겠다는건,더욱아니고.”
“…….”
“먼저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