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 (양장)

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 (양장)

$17.50
Description
《웅크린 말들》, 《노랑의 미로》 등을 통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문체로 문학의 경계를 흔들고 세상의 경계를 지우는 작가 이문영의 첫 번째 소설이 출간되었다. 《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는 실제 소리의 세계와 이명의 세계를 번갈아 오가는 사이 현실과 비현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과 사건으로도 인정받지 못한 사연들이 얽히고설키며 우리가 사는 세계의 실상, 즉 ‘이 세계의 몰골’을 생생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이 실험적 형식의 소설 속에는 ‘소리가 희박한 쪽’으로 낮게 엎드려 배를 밀고 나가는 문장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해부하고 은유하는 날카로우면서도 시적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감각의 열림과 확장과 연결을 통해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서로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저자

이문영

저자:이문영

《웅크린말들》과《노랑의미로》등을썼다.부끄러운것이많다.

목차


왼쪽귀의세계와오른쪽귀의세계7
작가의말319

출판사 서평

“혹독한대가를치르고도달한듣기에대한성찰의과정이,이토록숭고한소설로승화돼정말다행이고고맙다.”_김숨(소설가)

문학의경계를흔들어온이문영작가의본격적인첫소설

《웅크린말들》,《노랑의미로》등을통해픽션과논픽션을넘나드는독보적인문체로문학의경계를흔들고세상의경계를지우는작가이문영의첫번째소설《왼쪽귀의세계와오른쪽귀의세계》(이하《왼오세》)가위즈덤하우스에서출간되었다.
조세희작가로부터“《난쏘공》의난장이들이자기시대에다죽지못하고그때그모습으로이문영의글에살고있다”라는평가를받을만큼,그는지금껏말의길에서누락된이야기들을집요하게듣고생생히되살려왔다.
《왼오세》는홀로남아자신의훼손된감각을끌어모아듣기를계속하는한사람의이야기다.누군가의죽음에대한죄책감으로부터시작되어들리지않는것,잘못듣고,잘못해석하고,잘못전한것들에대한부끄러움으로확장되는이야기로,‘이명’을거쳐닿을수있는최선,최대한의성찰을묻고듣고쓴작품이다.폭력과가난,극한노동,차별과혐오로가득한세계에서추방된소리들,버려진소리들,이름을가진적없는소리들,이세계가잃어버린소리들이그의문장으로생생하게되살아난다.

소리로포착해낸이세계의몰골,어떤울음들의세계

소설속왼쪽귀의세계는실제세계의소리,선명한소리즉현실의이야기다.반면오른쪽귀의세계는이명세계의소리,흐릿한소리,현실과비현실의경계가불분명한이야기다.《왼오세》는이처럼두세계로나뉜,두세계를오가는,대립하다가도서로침범하며포개지는실제소리와이명이현실과비현실,한국사회를뒤흔든사건들과사건으로도인정받지못한사연들과얽히고설키며우리가사는세계의실상,즉‘이세계의몰골’을생생하게포착해내고있다.
여느소설들이그렇듯《왼오세》에도작가의이야기가투영되어있다.작가자신의이야기이거나,그가함께통과해온시간이거나,그가취재하고기록한사건들이왼쪽귀의세계와오른쪽귀의세계곳곳에뿌려져있다.
이소설에는이명의이미지들이면서한국사회를은유하는여러상징들이등장한다.그상징들이현실과비현실의소리와사건들과만나며이세계가어떤소리를품고어떤소리를몰아내는지드러낸다.세월호,이태원참사,쌍용자동차사태,이주노동자,추방입양인,무연고사망자,HIV감염인등세상의소리전달경로에서환영받지못하거나배제된이명들,어떤울음들의세계가펼쳐진다.왼쪽세계와오른쪽세계가선명하게맞닥뜨리거나흐릿하게조우하는사건들은그자체로한국사회가‘이명’을다루는방식을상징한다.
서로의고통을들으려하지않는세상에서소리의길을빼앗긴존재들이내지르는비명들.누군가에겐들리지않고,누군가는듣고도못들은척하는소리들,그절박한목소리들을하나씩되찾아들려준다.

당신의세계는어떤소리들로채워져있는가

인간의귀는왜두개일까?흔히입이하나,귀가둘인이유를적게말하고많이듣기위해서라고해석하기도하지만,귀가두개인과학적인이유중하나는바로소리의방향을정확하게감지하게위해서다.한쪽청력을잃은주인공은소리의방향을구분하지못해자전거에치여나뒹군다.듣고싶은소리에만귀기울이면사고위험도그만큼커진다는사실을그는거듭세상과충돌하며배운다.
“차이를인지해야안전할수있었다.오돌토돌한소리들을눌러매끈하게만든세계일수록위험해졌다.양쪽을모두살피지않고한쪽소리만들으면방향감각이흐려졌고,소리의방향을혼동하기시작하면소리의진위도구별하기어려웠다.귀가두개인이유가있었다.”(242쪽)
소리에서소리로연결되는이야기들.이세계에공기처럼가득들어차당연한것으로여겨져온소리들.《왼오세》는그세계가어떤소리들로구성돼있는지,책을읽는독자들의삶은어떤소리들로채워져있는지질문한다.그세계에서누구의소리가가장큰지,누가가청주파수를장악하고있는지,주파수밖으로쫓겨난소리들은어디를떠돌고있는지묻는다.
이세계의소리전달경로에서배제되어이명이된소리들,실종된소리들,버려진소리들,쫓겨난소리들을추적하고추리하며‘이명이될수밖에없었던존재들’을되살려내고,그들을이명으로만든세계의“동그랗고매끈하고반질반질한”세계관을가차없이찌그러뜨린다.소설은섬뜩하게묻는다.당신의귓속은몇데시벨인가.그데시벨을갈아치워구조조정하는것이마땅하다고생각하는당신은다른누군가의귓속에서구조조정되고있지는않은가.
《왼오세》에는우리가사는세상을해부하고은유하는날카로우면서도시적인문장들로가득하다.간편하게규정하거나단정하지않는문장들은다양한생각의길을열어주면서도우리가어떤세계에살고있는지를상상하게해준다.그문장들은목청큰소리가넘쳐나는곳이아닌,성대가잠기고기척마저희미한곳을찾아다니며수사하듯탐색하고기록하고이야기로옮긴다.이문영의문장들은‘소리가희박한쪽’으로낮게엎드려배를밀고나아간다.

감각의열림과확장과연결을통해타인의삶을상상하게만드는이야기

《왼오세》에서는현실의소리와이명을오가는이야기들사이사이에문학,미술,음악,신화,종교,영화등을가로지르는여러장르와작가의작품들이얽혀들어,소리를매개로독자에게작품을안내하는도슨트역할을하기도한다.
소설은모두50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다양한형식으로서술되는각장의이야기와등장인물들은때로는단절되고때로는느슨하게연결된파편들처럼읽히다가책의마지막에이르렀을때비로소하나의그림으로합쳐진다.
《왼오세》에는주인공이사는건물과집에침입하려는사람의시도가조금씩이야기를바꾸며되풀이된다.에드바르뭉크가대표작<절규>를변주해여러버전의그림으로남긴것처럼,조금씩변형되고뒤틀리는이야기들이거듭될수록피해자의공포는점점독자들의몸으로옮겨온다.그와동시에불현듯‘나자신도예외없이누군가에게가해자일수있다’는깨달음을느끼며서늘해진다.이러한감각의역전을통해,자신의감각에고립되지않고타인의감각에열려야나아닌존재들을향한몰이해와혐오에사로잡히지않을수있음을이야기는암시한다.
서로의고통에귀를기울이고,타인의삶을상상하게만드는이야기.지금우리가이소설을읽어야할이유다.

두귀의세계로안내하는열쇳말

이명
“심각한이명의가장흔한원인은중추신경계로가는신호전달이막혀발생한다.”(67쪽)
소리감지기관으로충분한소리가전달되지않는다고느낀뇌는대체경로를통해본래소리와는다른소리(이명)를인지한다.
이명은귀울음.기존의소리전달경로가감지하지못한비명이귀를찾아와터뜨리는울음.배제된목소리가이명이된다고작가는말한다.《왼오세》는인간의발성으로묘사할수없는온갖이명들을통해소리경로에서배제된존재들의비명을듣는다.알아듣지못하면이명일뿐인소리들을알아듣기위해모든감각을끌어모은다.

듣기
한쪽청력을상실한《왼오세》의주인공은어느순간자신의듣기를의심한다.이명과환청에시달리며자신이들은소리들에확신을잃는다.그의의심은이세계의청력에대한의심으로이어진다.
“듣기에자신이없어진뒤로나는무언가듣고나면나자신부터의심했다.의심을거치지않으면정말들었는지도알수없었다.제대로듣지못한다는사실을인정할때만나는제대로들을수있었다.사실대로듣는것이아니라믿는대로듣는사람들이많아질수록소리는단순해지고,확신은편리해지고,세상은완강해졌다.”(300쪽)

순음과잡음
주인공의오른쪽귓속은정체를알수없는소리들로가득차있다.그는청력검사를받던중그소리들을비집고들어오는‘순음’을잡아내려안간힘을쓴다.여러이명들이뒤섞여만들어내는흐느끼고고함지르고으르렁거리는소리들에시달리면서도,순음이라는‘단일하고깨끗한소리’를불신한다.
“단일주파수로만이뤄진순수한소리(순음puretone)란현실에없었다.인류는여러소리가뒤섞인잡음속에살아왔다.다른소리를몰아내고순음의세계를만들려고시도할때마다그끝은폭력과전쟁이었다.잡음은순음으로이뤄진청정한세상을어지럽히는것이아니라순음으로만이뤄진끔찍하게깨끗한세상의도래를막는다.순수혈통이아니어서아우슈비츠로보내졌던프리모레비도‘삶을이루기위해서는불순물이필요하다’고썼다.”(171~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