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우리 : 집 안의 천사, 뮤즈가 되다

동등한 우리 : 집 안의 천사, 뮤즈가 되다

$19.80
Description
“방대한 자료를 서사에 녹여낸” “한 편의 소설” 같은 논픽션.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2021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른 『동등한 우리』(원제: The Equivalents)가 출간됐다. 1960년 래드클리프대학에서 시작된 혁명적인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작가’로 도약한 여자들의 우정과 야망, 예술과 사회참여, 사랑과 상심의 서사를 엮은 논픽션이다. 문학가이자 역사학자인 지은이가 여러 해에 걸쳐 발굴하고 추린 오래된 문서와 카세트테이프 녹음본, 작가들의 노트, 편지, 일기, 작품, 기사에 가족 인터뷰를 보태 집필했다. 발굴하고 재해석한 역사를 극적 장면으로 서사화하는 저자의 재능이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주혜의 문학성을 만나 빛을 발한다. 서사 중간중간 인용된 작품과 작품 묘사, 저자의 비평이 작가가 연 낭독회나 세미나의 청중이 된 듯한 현장감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저자

매기도허티

저자:이주혜
소설가,번역가,독자.쓰고옮기고읽는자로산다.『프랑스아이처럼』『우리죽은자들이깨어날때』『모든빗방울의이름을알았다』『여자에게어울리지않는직업』『멀리오래보기』등분야를넘나들며,특히에이드리언리치,비비언고닉,P.D.제임스같은여성작가의문장을우리말로옮겼다.『자두』『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누의자리』『계절은짧고기억은영영』『눈물을심어본적있는당신에게』등을썼다.

목차


들어가며

1부1957~1961
1장.작고하얀나무울타리
2장.누가내경쟁자인가?
3장.작가-인간-여성
4장.어수선한실험
5장.나됐어요!

2부1961~1963
6장.프레미에크뤼
7장.우리수다만떨지말고
8장.합격축하해요
9장.동등한우리
10장.나,나도역시
11장.메시지에열광하다
12장.천재엇비슷한

3부1964~1974
13장.죽기살기로쓸거야
14장.우린이겨낼거야
15장.상처받고열받고당황하고화가날지
16장.누구나그특권을가지지않은게잘못일뿐
17장.창조성의샘
18장.새로운외래종
19장.집으로가는길이어디죠?

나가며
감사의말

옮긴이의글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역사를조명하는매력적인문화전기.”―『뉴욕타임스북리뷰』
★“한편의소설처럼읽힌다,아주강렬한소설로.”―마거릿애트우드
★“우아하고소설같은역사.방대한연구를능숙하게서사에녹여낸다.”―『퍼블리셔스위클리』
★“기한이지난어느‘실험’에관한환영의스포트라이트.”―『커커스리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

‘방대한연구를서사에녹여낸’‘한편의소설’같은작품
밀도와감동을두루갖춘크리에이티브논픽션의탄생

언론과평단의찬사를받으며2021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에오른『동등한우리』(원제:TheEquivalents)가출간되었다.『동등한우리』는1960년래드클리프대학에서시작된혁명적인프로젝트를발판삼아‘작가’로도약한여자들의우정과야망,예술과사회참여,사랑과상심의서사를엮은논픽션이다.문학가이자역사학자인지은이매기도허티가여러해에걸쳐발굴하고추린오래된문서와카세트테이프녹음본,작가들의노트,편지,일기,작품,기사에가족인터뷰를보태집필했다.
서사중간중간인용된문학작품과미술작품에대한묘사,이에대한저자의절묘한비평이작가가연낭독회나세미나의청중이된듯한현장감을독자에게선사한다.새로발굴하고재해석한역사를극적장면으로서사화하는저자의재능은,가부장제를헤집는소설을써온소설가이자에이드리언리치와비비언고닉등을옮겨온번역가이주혜의문학성을만나빛을발한다.이적확한만남으로머리와가슴을같이울리는,밀도와감동을두루갖춘논픽션이우리에게당도했다.


래드클리프독립연구소
‘지적으로추방당한’여자들을불러내다

1957년미국국립과학재단(NSF)학교조사위원회의유일한여성위원이었던더글러스대학학장이자미생물학자메리번팅은뛰어난여성학부생들이집안일을돌보느라학업과경력을이어가지못하는것이국가과학기술력낭비라고보았다(당시한통계에따르면소련은기술자의30퍼센트와국가의사의75퍼센트가여성이라면,미국은기술자의1퍼센트와의사의6퍼센트만이여성이었다).번팅은대학으로돌아가‘더글러스의병사들’이라고불린,하루한두시간만학교에나올수있는기혼유자녀학생을위한장학프로그램을만들어성공시켰고,베티프리단과결합하여훗날제2물결페미니즘을이끌『여성성의신화』(1963)의초기집필에참여했다.1960년,하버드의자매학교인래드클리프대학의총장직을제안받은번팅은‘래드클리프독립연구소’설립을추진한다.연구소가경력이단절된여성학자를장학생으로선발한다는소식이발표되자언론의헤드라인을장식하며세간의이목을끈다.장학생은최대3000달러(오늘날가치로약2만5000달러)의지원금과개인작업실,하버드의도서관을이용할권한을받았다.선발과정에서‘학위’를갖춘학자들뿐아니라학위와‘동등한’자격을갖춘예술가들이확대선발되었고,그중1~2기장학생이었던예술가다섯(시인앤섹스턴과맥신쿠민,소설가틸리올슨,화가바버라스완,조각가마리아나피네다)은‘동등한우리’를이루며위대한작가가되어가는여정을함께하게된다.


‘자기만의방’
가능한삶을찾아가다

영원한‘이름’을원한앤섹스턴
부유층에장밋빛뺨을가진아이들까지,남부러울것없는가정을이룬앤섹스턴은정신과의사의권유로교육방송을보다가시에입문했다.일찍이어머니에게시를보여주었다가표절을의심받았던그는존홈스나로버트로웰같은보스턴남성문인들이연워크숍이나수업을들으며시작을이어나갔다.식탁에서시를쓰느라결벽이있는남편의눈치를봐야했던섹스턴에게래드클리프연구소는시를쓸조건(책상)과명분(돈)을구할절실한기회였다.연구소면접에서그는여성적역할을초월하고싶다고,동시대를넘어후손을위해글을쓰고싶다고,영원한시인이되고싶다고밝힌다.

마땅한‘자격’을구한맥신쿠민
백인중산층여성에게주어진길을따라살던맥신쿠민은1953년셋째아이임신8개월차에첫시를발표해고료를받는시인이되었다.그는주로부엌(설거지하거나빨래를널며)이나자동차(아이가수업이나진료를받는동안)에서시를썼다.시를잡지에게재할때는남편의고용주에게보증을받아제출해야했다.연구소에지원할당시쿠민은래드클리프대학에서받은학사석사학위가있었고40여편의시를발표한기성시인이었다.연구소가원한학문적자격뿐아니라그에‘동등한’예술적자격을모두갖춘상태였다.

모든것위에‘시간’이필요한틸리올슨
공산주의활동가이자노동계급작가틸리올슨은위대한프롤레타리아소설을쓰고싶었다.그는연구소지원서에가사노동과임금노동을구분해적지않고,1928년부터계속해온시급2달러에서월급375달러까지의노동을모두나열했다.학력항목에는여태받은창작지원금을적었고언어나논문항목은빈칸으로남겨두었다.올슨의지원서는연구소가생각하는기준을향해던진도전장이었다.올슨에게는연구소의지원이확보해줄‘시간’이간절했다.위대한프롤레타리아소설을완성할시간이었다.

작업의‘동력’을찾던바버라스완과마리아나피네다
소묘와유화외에다른매체를실험하고싶었던초상화가바버라스완과실물크기의작품을만들고싶었던조각가마리아나피네다도연구소의일원이되는기회가절실했다.그무렵두사람다‘모성’에대한작업을하고있었다.스완은어머니,예술가,교사역할을전부해낼방법을찾고싶었고,피네다는학자및예술가와교류할수있는공동체에속하고싶었다.

‘동등한우리’
고립된여자들을연결하다

운좋게도섹스턴은존홈스의워크숍에서쿠민을,로버트로웰의수업에서실비아플라스를만나일생교감했지만,이시기글쓰는여자들은경쟁이심했고우정을추구하거나지키기가어려웠다.시의세계는남자의것이었고,여자가그세계에자리를마련하려면남자여자모두와싸워야했다.여성혐오가만연한문단에서섹스턴은‘남자처럼쓴다’는말이최고의칭찬인줄알았고자신이여자처럼글을쓸까봐두려워했다.실제로섹스턴을못마땅해한홈스는섹스턴과쿠민을갈라놓으려고수차례쿠민을압박했다.문단에서영향력을발휘하는스승의이간질에도쿠민은친구를선택했고,둘의우정은연구소에들어가1~2기장학생으로지내는동안더욱견고해진다.섹스턴과쿠민은수시로전화통화를하거나서로집을방문하며함께시를완성했고,자기들만의공동육아시스템을운영했다.한동안두사람은우정을세상에숨겼다.시인으로서자리를잡는데불리하리라여겼고심지어남편들의기분이언짢을까봐염려했다.그러다가연구소어느세미나에서둘은동료들에게비밀을밝힌다.이자리에서그들은질시나의심이아닌응원과환호를받는다.
계급과나이,정치적차이를뛰어넘은섹스턴-올슨,당대의정치를즐겨논했던올슨-피네다,올슨이본여자들관계중가장아름다웠다는스완-섹스턴.래드클리프독립연구소는‘자기만의방’과돈뿐아니라친구를,서로를지지해줄안전한공동체를여자들에게제공했다.

세미나와낭독회
페이지를무대삼은여자들의또다른무대

연구소의장학생들은정기적으로세미나를열어자신의관심주제를동료에게공유했다.학자들뿐아니라‘동등한우리’예술가들도자기의작업과주제에대해발표했다.타고나길무대체질이었던앤섹스턴도많이긴장하며이자리에섰고자기비하를섞지않고는발표를진행하지못했다.연구소지원때만해도자기홍보나청중설득에재능없던피네다도독특하면서도강력한예술사논의를세미나에서펼쳤다.스완은섹스턴과함께준비한한세미나에서자신의시적이미지가가짜라고외치는섹스턴에게“완전히진실하다”고격려한다.“내그림과드로잉은일종의연장선이야.내가아직만들어내지못한이미지들이당신시에있더라”(216쪽).
올슨은세미나개최를유독어려워했다.“창조적과정의죽음”이라는주제로세미나를열기까지올슨은공황에빠졌고매주주제를바꿨다.그날올슨의발표는장황하여대다수의공감을사지못했지만섹스턴만은완전히매료되었다.청중이흩어지자섹스턴은올슨에게다가가메모를빌려달라고부탁했고비서를고용해원고를옮겨썼다.온통메모와약어와인용문뿐인이이상한원고는올슨의대표에세이「침묵」의초고가되었고이를바탕으로연강의가올슨을인기많은강사로만들었다.「침묵」을표제작으로1978년에출간한『침묵』은성공을거두며올슨을존경받는페미니스트비평가이자학자로자리잡게했다.

협업과연대
친구를위해자기희생을감수하다

이들의협업과연대는연구소밖에서도계속되었다.1967년퓰리처상을받은섹스턴의시집『살거나죽거나』(1966)를시작으로,스완은이후출간되는섹스턴의거의모든책(『변신』(1971),『우화집』(1972),『죽음공책』(1973),유고시집『신을향해무섭게노를젓다』(1975))의표지그림을그렸다.쿠민역시『오지에서』(1972)로1973년에퓰리처상을받았는데『오지에서』의표지그림과삽화17장도스완이그렸다.훗날이작업에대해스완은다른무엇이아닌우정때문에한일이었다고말한다.“두시인과의우정때문이었다.그저우정때문에한일이었다”(290쪽).한국어판에는스완의딸조애나핑크로부터허가받은그림세점이수록돼있다.1955년스완이생후4개월된아들을그린(출산4개월차에그린)<아기>(116쪽)와연구소시절인1961년에그린앤섹스턴의초상(141쪽),1977년작으로추정되는맥신쿠민의초상(346쪽)이다.스완은“이국의새들”같았던두시인을그리기를좋아했고,연구소밖에서도가장많은협업을이어나갔다.섹스턴은1973년의한편지에서“내가날신뢰하는것이상”으로스완을신뢰한다고고백했다.
1973년퓰리처상심사위원이었던섹스턴은『오지에서』를강력히밀며동료심사위원들을설득했다.퓰리처상수상시인이된쿠민은이전과는비교가안되게바빠졌고쿠민과섹스턴은점점만나는횟수가줄어들었다.다이앤미들브룩이쓴섹스턴의전기에의하면섹스턴은“친구를잃을것”을알면서도쿠민의수상을위해싸웠다.“어떻게보면자기희생의행위였다”(364쪽).

이름이지워지거나오명을쓴여자예술가의부활
새로운정전을만들다

1968년12월,래드클리프대학의흑인여성학부생들이입학제도개선을요구했다.1969년4월에는하버드와래드클리프학생들이아프리카계미국인학과를위한교수진채용을촉구했다.래드클리프연구소도이런흐름에맞춰장학생들을다양화했다.1966년엔극작가이자소설가앨리스차일드레스,1970년엔환경심리학자플로렌스래드,1971년에는작가겸교사였던앨리스워커가연구소에들어왔다.앨리스워커는연구소시절흑인페미니스트정치학의발전을위해자신의문학적글쓰기에몰두했고,업계최초로흑인여성작가에대한대학강의를열었다.또아프리카계미국인작가이자인류학자인조라닐허스턴을복원하는데힘썼다.워커가아무표지없이묻힌허스턴의묘지를찾아가“조라닐허스턴,‘남부의천재’,소설가민속학자인류학자,1901~1960”이라고새긴묘비를세워주는장면은책에서가장극적이고아름다운장면중하나다.비록허스턴의생년(1891년)을잘못적었지만워커는허스턴이역사에서잊히지않게했다.
이보다앞서올슨도열다섯살때부터존경해온우상의작품을복간하고자했다.올슨은자신의팬이었던학자이자활동가인플로렌스하우와폴라우터부부에게리베카하딩데이비스의『제철소의삶』을소개했다.이작품에감동한두사람은1972년자신들이운영하는더페미니스트출판사에서올슨의비평이수록된『제철소의삶』을복간했다.1974년에만나교류하게된올슨과워커는잃어버린여자들의문학을되찾는출판프로젝트에함께했다.더페미니스트출판사는워커가편집한조라닐허스턴의작품을포함해,애그니스스메들리의『대지의딸』,샬럿퍼킨스길먼의『누런벽지』등을출간했다.
연구소시절인1962년,찰스강을따라걷던섹스턴과올슨은사라티즈데일과에드나세인트빈센트밀레이에관해대화한다.일찍이홈스의워크숍에서티즈데일이좋다고말했다가“저급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