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알바 - 텍스트T 8

신의 알바 - 텍스트T 8

$12.78
저자

김태호

저자:김태호
대천출생.2013년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청소년소설『일퍼센트』,『별을지키는아이들』과동화『네모돼지』,『제후의선택』,『신호등특공대』,『복희탕의비밀』,『아이가여행가』등을썼고,쓰고그린그림책으로『삐딱이를찾아라』,『아빠놀이터』,『엉덩이학교』,『섬이된거인』등이있다.

그림:이예빛
진주출생.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나왔다.감정을투명하게드러내기위한그림을그린다.2021년‘투명한세계’,2023년‘clear:none(비선명)’개인전을열었다.다양한재료와물성을이용해투명함을물성화하는작업을하고있다.

목차

신의알바
유학생고준하
지박령열차
선녀콤플렉스

비의경계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성장통’은바로변장한‘축복’이다.
마지막페이지를넘길때모두가이의미를이해할것이다.

글에는글쓴이의사상이들어가있다.오랜만에청소년소설로돌아온김태호작가의사유는어디쯤와있고,또어느방향으로흘러가고있을까.

허망하게사라져간아이들에게묻지못했던삶의선택을「선녀콤플렉스」속해라의간절한외침으로답해본다.“엄마,나살고싶어!”-작가의말중에서

작가의말처럼이책에실린여섯작품을관통하는메시지는‘살아야한다’이다.작가는살아가면서「유학생고준하」처럼인생에서만날수있는수많은‘처음’도경험해보고,「콩」처럼갑자기찾아온첫사랑과빈자리만남기고떠난이별의쓰라림도느껴봤으면좋겠다고말한다.「신의알바」와「지박령열차」에서처럼때론뜻하지않은고난을만날수도있는데,그땐지지않고맞서서버티어낼용기도배워나갔으면좋겠다는말도.

미래를계획하고,목표를하나씩이뤄나가는삶도좋고,하루하루생각없이즐겁게지내는삶도가치있다.어떻게살든그건내삶이다.내인생은오직나의것이다!-작가의말중에서

‘결과보다과정’이라는말인데,이말의의미는결과에연연하지말라는군자의비현실적인말이아니다.과정에서결과가나온다는뜻이다.괴로운과정에서최선의올바름,아름다운일상,소중한가치가나온다.십대때겪는‘성장통’은바로변장한‘축복’인셈이다.마지막페이지를넘길때모두가이의미를이해할것이다.


“이건너한테받은만큼돌려주라는신의알바였어!”
피해자에게’용서라는고통’을강요하지않는새로운학폭서사

“이건너한테받은만큼돌려주라는신의알바였어!”표제작「신의알바」에서수민이에게괴롭힘당하던영지가마지막에차갑게내뱉는대사이다.인간에게가장어려운일은자기자신을아는일이고,가장추악한모습은자기를모를때나타난다.수민이는자기가학폭가해자라는사실을모른다.수민이는영지에게“어릴때친구끼리장난좀친걸가지고그러냐?”고대수롭지않게말하고,그런수민이에게영지는“너한테는장난이었지?당하는사람은아니거든.”이라고억울한듯쏘아붙인다.

그런데수민이는정말몰랐을까?어쩌면학폭가해자인수민이는올바른행동이아니라는것을알지만,사회가그리고친구가자기편이라는것도알고있었는지모른다.그런수민이에게영지는나름의방식으로수민이가알수밖에없게만든다.자기가겪은고통을똑같이경험하게하는것.인간이변하는경우는두가지밖에없다고한다.하나는상대방이저항할때이고,하나는자신이고통받을때이다.가해자수민의사유는피해자영지가겪은아픔이자기에게찾아올때,영지와똑같이피해를당하고억울함으로가슴이미어터질때,그때비로소시작된다.자기힘으로다시삶의주도권을야무지게움켜쥔영지의승리가뭉클하다.

표제작「신의알바」는피해자에게용서를강요하지않는다는것만으로도여느학폭서사와다르다.작가는피해자의‘분노’에초점을맞춘다.분노의시작은억울함이다.세상에억울하지않은사람은없다.문제는‘누구의억울함인가’,‘정당한억울함인가’이다.가해자의피해의식이나강자의분노는규범이고,약자의억울한감정은분노로간주되는경우가많다.그래서피해자또는약자는분노를표출해도되는지부터고민한다.여기에더해용서를강요당한다.용서는약자의유일한특권이기때문이다.영지는우리가흔히접하던피해자캐릭터와다르다.영지는수민이를용서하지않고,당한만큼똑같이되갚아준다.피해자에게용서라는또다른고통을강요하지않고,처벌로정의를구현하는서사가새삼귀하다.

줄거리

신의알바
“이건너한테받은만큼돌려주라는신의알바였어!”
고2수민이는알바모집하는직업소개소에서중학교동창이었던영지를만난다.중학교때수민이에게괴롭힘을당하던영지는어느새수민이보다키도훌쩍컸고,예전처럼수민이에게당하고만있지않을정도로마음도단단해졌다.중학교때기억만으로영지를만만하게본수민이는알바를하는과정에서영지로인해곤란한상황을맞게되고,“그냥장난이었다고.”라고말하며영지에게도움을구하지만영지는그런수민이를차갑게뿌리친다.피해자에게용서를강요하며또다른고통을떠안기지않는서사가통념을깬다.용서는피해자자신을위한것이라고쉽게이야기하지만,이런말이정말고통받는피해자에게도움이될까?가해자가처벌받고피해자와똑같은경험을통해깨닫는것,이것은보복이아니라최고의위로다.이야기속에서잠깐언급되는카프카의「변신」처럼인간존재의근원적인불안과부조리와맥락이닿아있는주제성또한인상깊다.

유학생고준하
“너희들은앞으로처음만나는순간들이넘쳐날거야.그순간순간아주소중히기억해야해.”
유학생활4년차.중3이된고준하에게부모님은학교에서가까운곳에준하만의공간을마련해준다.고준하는자신만의공간에평소좋아하던같은반여자친구이안을초대한다.그소식을들은고준하의두살많은친구주영만은드디어첫키스를하게되는거냐며난리법석을떨고,고준하는그런일없다며고개를저으면서도내심기대하는마음을어쩌지못한다.다음날고준하는이안을집으로데리고와서방안의불을끄고친구주영만이천장에붙여둔야광별을감상한다.마침그때가끔들러고준하의먹을거리를챙겨주는엄마와고준하네집을제집처럼드나드는친구주영만이들이닥친다.잠시어색한기운이돌지만이들은곧한공간안에서각자의공간을존중하고배려하며안온한시간을보낸다.조금이른나이에부모로부터독립된공간에서자기만의생활을꾸려나가는고준하의우정,사랑,그리고인생에서만날수있는수많은‘처음’에대해이야기한다.

지박령열차
“널까맣게태워버린사람보다널소중히생각하는사람들이이렇게나많다고.”
자신이죽은곳을떠나지못하고죽은장소를계속맴도는영혼을지박령이라고한다.직장에서‘태움’을당한한해정은그들에대한원한과자신을아끼고그리워하는사람들에대한미련으로죽은영혼이하늘로떠나지못하고2호선순환열차를따라같은자리를맴돈다.이유는알수없지만목숨을버리려던지민이는지박령이된한해정을만나사연을듣게되고,한해정의원한을풀어그녀가저승으로갈수있게돕는다.그러면서지민이는자신을애타게기다리는엄마를다시금기억해내고,다시살아가보기로한다.지나간한해정의삶을돌고도는순환열차에서마침내내린지민이는새로운삶으로나아간다.

선녀콤플렉스
역기와하나가되어땅을짓누를때발바닥에전해지는무게감이좋았다.
그순간만큼은땅에발을붙이고살아있다는느낌이들었다.
선녀와나무꾼설화를현대적으로차용한창작을통해끝내엄마로부터독립하고야마는청소년을그린이야기이다.가족이라는이름의굴레에묶여가부장제사회에순응하며살아가는여성을대표하는엄마와달리,자기만의방식으로세상에단단한뿌리를내리고살아가겠다고선언하는해라의모습이인상깊다.욕망해야할때와멈춰야할때를아는것,외적이고세속적인가치에우선하는‘자유’,삶에서뜻하지않은고난을만났을때지지않고맞서서버티어내는용기같은것이슬픈서사에진하게녹아있다.


“너도매일맞는다.왜?너는그애보다키도더큰데.”
지방소도시의한적한읍내에서슈퍼마켓을운영하는엄마와단둘이사는수호는치국이라는친구에게담배셔틀을해주며우울한날들을보낸다.어느날심사가뒤틀린치국에게일방적으로맞고있던수호는‘콩’이라는여자에게도움을받는다.또어느날에는험상궂은남자들에게쫓기는콩이수호의도움으로위기를모면한다.콩은수호네근처커피숍에서일하는한국계베트남인으로,종종밥을함께먹기도했던사이다.또래관계에서약자의위치에있는수호와사회적약자인콩이에게어느날갑자기찾아온첫사랑은볶은콩처럼톡톡튀고,빈콩껍질처럼빈자리만남기고떠난콩과의이별은커피처럼쓰다.

비의경계선
“엄마랑나사이에는경계선이없거든.
학교에있어도,내방에숨어도,어디에있든난엄마를벗어날수없어.”
수학천재로유명한김이주는수학학원에서만난같은반친구강현수의제안으로함께‘비의경계선’을찾아나선다.평소와다르게비정상적으로비가쏟아지는바람에선로가잠기고,열차가멈추는등그곳으로가는길은험난하지만,김이주와강현수는그곳으로가는길에만난한가족과할머니와함께도와가며마침내‘비의경계선’에도착한다.이주는어디에있어도엄마를벗어날수없는현실이답답하고지쳐엄마를벗어날수있는곳에서잠시쉬고싶어이곳을찾았다는현수의이야기를듣고,자신도잠시쉰뒤다시일상으로돌아가열심히달려보겠다고마음먹는다.저마다의이유로비의경계선을찾은이들이잠시선을넘어숨을돌리고다시일상을회복하기위해애쓰는이야기가비온뒤맑게개인하늘처럼맑고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