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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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이 햇수로 4년째를 맞이했다. 뜨겁던 취재 열기는 어느새 사그라들었고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그들을 둘러싼 논쟁도 차츰 잦아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일 아침 8시 지하철 승강장에 모이고 있다. 연행되고 쫓겨나고 “욕설과 혐오의 무덤”에 파묻히면서까지 출근길 지하철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하필 지하철인가?’, ‘정치를 하려면 국회로 가라’, ‘합법적으로 요구하라’는 말에 전장연 박경석 활동가가 답하는 책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이 출간되었다. 노들장애학궁리소 정창조 활동가가 박경석 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지난 세월 경험한 장애인운동과 그 바탕이 된 생각을 충실히 듣고 그의 말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경찰의 방패에 가로막힌, 승강장 바닥에 내팽개쳐져 시민들의 발뒤꿈치를 맴돌던 박경석의 말을 길어 올리면 한국 사회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냉정한 현실에도 결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다정과 치열한 현장에서 더욱 빛나는 위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빨갱이 장애인’ 정태수와 박흥수를 만나 장애인운동에 말려든 박경석과 박경석을 만나 장애인운동판에 동화되어버린 정창조처럼 모든 존재의 권리를 생산하는 장애인운동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

박경석,정창조

저자:박경석
1960년대구찐한보수동네에서태어났다.1979년영남대학교에입학하고이듬해해병대에자원입대하여수색대로근무했다.1983년제대한그해8월,주일날교회가라는엄마말안듣고토함산에서행글라이딩을하다가졸지에장애인이되었다.쫄딱망했다생각하고스스로5년간집구석에갇혀죽음을친구로사귀었다.
1988년서울장애자종합복지관직업훈련소에서데모하는장애인을만나장애인운동을알게되었다.1991년다시숭실대사회사업학과에들어가착한사회복지사가되고싶었으나취업에실패했다.갈곳이없어노들장애인야학에진지를꾸리고본격적으로장애인운동을가문의영광스런전망으로삼고자투쟁했다.
2001년서울역지하철선로를점거한이후23년동안지하철승강장을주요무대로장애인도이동하고교육받고노동하며감옥같은시설이아니라지역에서함께살아갈시민의권리를외치고있다.
2021년12월3일,출근길에지하철에탑승한일을계기로욕설과혐오의무덤에파묻혔다.그럼에도불구하고레버넌트처럼살아남기투쟁중이다.

저자:정창조
대학에서철학을연구하고강의를하며살던중우연히연이닿아,2016년가을박경석의활동지원노동을시작했다.얼마후진보적장애인운동판에나도모르게동화되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투쟁의의미를고민하고글로옮기는게삶에서가장중요한한부분을차지하게됐다.전장연노동권위원회간사,박종필추모사업회사무국장등으로활동했고,현재는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활동을이어가고있다.변방으로밀려난것들,주류세계가작고사소한것으로치부하는것들에서거대한변혁의가능성을발견하는데흥미가있으며,자본주의체제가낳는억압과재앙들에어떻게실천적,이론적으로저항할것인지를고민하며살기위해게으르게나마분투하고있다.
《한나아렌트사유의전선들》《유언을만난세계:장애해방열사,죽어서도여기머무는
자》(공저)등을썼고,《마르크스는인간을어떻게보았는가?》를번역했다.

목차

프롤로그-시민이되고싶습니다

1출근길지하철은왜안되는건가요?
톱니바퀴에이쑤시개가하나끼어버린거야/대표님은나한테고마워하셔야하는거아니냐고/1퍼센트가됐건,5퍼센트가됐건어떤역에서는여전히툭하면추락사고가나는휠체어리프트를타고이동해야해요/이정도가어디냐,있는거잘타고다니면되는거아니냐고/비장애인들한테그렇게했다가는아주난리가날걸?/결국에는돈달라는거였냐고들하는데요.맞아요/우리는지금돈보다권리가더중요하다고주장하는거예요/이국가가장애인들에게해온역사는매순간테러였어요/그렇게사는게정말로사는건가요?/억압과차별이란게대부분그래요/권리가,사람의존엄이돈논리를이겨먹을때까지/이세상을바꿀힘은우리자신에게있어요

2우리의생명은‘비용’보다소중하다
이제는국가가직접죽일수가없으니까,장애인들이알아서죽게만들어요/기재부는정말로한국판T4본부예요/부자들이예산좀더받으려고우리처럼도로막고,지하철막고,바닥에서기어대는거봤어요?/우리는모두가이죽음들에대해서공범인거예요/슬퍼하지않는것들을제대로슬퍼하게끔만들어내는거예요

3탈시설이란말이어렵다고요?그럴리가요
“지역사회에서함께살자”는구호를외치는운동이장애인탈시설운동말고또어디에있나/‘시설에서문제가있었다’랑‘시설자체가문제다’는어마어마한차이잖아/중증장애인이지역사회에서살수없긴,뭘살수가없어/“시설에서사는것도장애인당사자의자기결정권”이라고?/이건구조적으로문제가있는거고,그럼그구조를바꿔야하는거지/네,저희는이미대안이있고요,이문제는정말쉽게해결될수있어요/그렇게돼도장애인가족들이반발을할까?/탈시설은UN에서도공식적으로추구하는방향이죠/불안과고통이없는자유로운일상이라는건있을수가없는거거든

4우리는권리를생산하는노동을합니다
한국장애인운동이장애인노동권투쟁으로부터시작을했는데요/1만명이합법적으로최저임금도못받고일을하는데,이게당연하게여겨지는게지금한국사회인거야/그냥특정시간동안장애인보호하는시설인거지/이사람들존재에잘맞는노동이란건도대체뭘까/중증장애인들은그동안사회적변화라는거를,자기권리라는거를스스로만들어왔잖아/그렇게능력없다는사람들이이렇게일을하면서이세상에얼마나많은것들이바뀌고있나요?/저는노동이자기존재를확인하는과정이라고생각을해요/일석이조도아니고,일석백조쯤될거야/권리중심공공일자리같은노동이보편화되면그때는도리어자본가들이들고일어날지도몰라

5여기만이,우리가정치적주체로서자부심을가질수있는유일한진지예요
거리투쟁의현장에서진보적장애인운동조직을건설할것입니다/지금도그결정을후회하지않아요/그한차로가장애인들한테는꼭망명정부같은역할을하는거지/오뎅을팔아서먹고살려면은오뎅을다양한방식으로열심히팔아봐야지/아이고요놈의운명/가능성이마련되는곳은언제나거리고,제일밑바닥에있는사람들의정치주체로서의자부심이에요

6온건하게합법적으로권리를요구할순없냐고요?
이렇게합법적이고착한장애인들이어딨어/“기다려라!”라는말은거의언제나“안돼”를의미했습니다/혐오발언을직접안하더라도혐오를조장하는건가능한거예요/이순신장군한테꼰지르러가자/3일은무슨개뿔.그렇게굶고있는데눈하나깜빡을안해요/우리존재를다꼴아박아서그한장소를차지한거야/비장애인들만이누리던영토에다가우리의존재를새겨둔거야/그것만으로도우리는이미성공한거예요

7해방되려면,원형경기장바깥으로나가야돼요
문명은일종의원형경기장같아요/이문명에서장애인들도나름의역할을해왔다고봐야할거예요/사실은당장눈앞에보이는검투사들이진짜적이아닌거지/이제는좀다르게싸울필요도있다고봐요/우리는설거지쯤이나하는사람들이라고생각을했던거지/어쩌면설거지를한다는거가그렇게나중요한거였는지도몰라요/당신의해방이나의해방과결합되어있기때문에여기왔다면함께일해봅시다

8지금은아주작은점일수있지만,언젠가는
그작은거하나하나에서정말로우주가보이기도하더라고/비장애인들도장애인과맺는관계의당사자일수있는거예요/살아있다는감각은요,타인들과의관계에서부터마련이되더라고요/누구든그‘정상인’의속도로부터낙오가되면은그렇게되는거야/우리는오늘이사회에다른속도를가진사람들의존재를아주확실하게각인시켜놨구나/이이야기를듣고있으면은정말로우리사회를보는것같아요/저는진보적장애인운동이나비처럼사는길을열어주는운동이되어야한다고봐요/여러분과함께애벌레의기둥들을허물어뜨리고싶어요

기록의말
지지의말들

출판사 서평

당연한일상의폭력을멈춰세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박경석,투쟁의기록

2021년12월3일출근길아침,서울시내지하철역에한무리의장애인들이나타났다.열차운행이지연되고시민들은혼란에빠졌다.다음날에도그다음날에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전장연’)활동가와회원들이지하철승강장에모였다.1년여가지나자,서울교통공사는이들이모인지하철역을무정차통과하기로결정했다.2023년말부터는승강장에머무는것조차허락되지않았다.시민의발,지하철은장애인권을외치는이들앞에서굳게문을닫았다.그싸움이어느덧햇수로4년째를맞이했다.뜨겁던취재열기는사그라들었고시민들의일상속에서그들을둘러싼논쟁도차츰잦아들었지만그들은여전히매일아침8시지하철승강장에모이고있다.연행되고쫓겨나고“욕설과혐오의무덤”에파묻히면서까지출근길지하철을떠나지못하는이유는무엇일까?‘왜하필지하철인가?’,‘정치를하려면국회로가라’,‘합법적으로요구하라’는말에“감히출근길에장애인들이집단으로지하철을타는망극한사건”을일으킨장본인,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박경석상임공동대표가답하는책《출근길지하철:닫힌문앞에서외친말들》이출간되었다.

“혼자만의경험으로남겨두기에는장애인운동으로부터받은게너무많다”는그는“출근길에지하철타는행동을시작할때부터어떻게살지보다어떻게죽을지를더많이고민”하며세상에남아있는다정한동료들에게자신이받은것들을나누기로했다.많은이들에게낯선사실일수있겠으나전장연이지하철에처음출몰한것은2021년이아니다.2001년오이도역휠체어리프트추락참사에대한항의로서울역지하철선로를점거한이후그들은한해도지하철을떠난적이없다.그러므로왜지하철인가하는물음에답하기위해서박경석활동가는1988년그가처음으로집회에나가고농성에참여한때부터장애인운동을해온모든시간을,이동하지못해교육받지못하고교육받지못해노동하지못하고방구석과시설에갇혀살아온수많은삶들을,활동가박경석을만들어낸먼저세상을떠난사람들을소환해야했다.그가출근길지하철과장애인을태우지않고떠나가는버스의닫힌문앞에서외친말들은그혼자만의말이아니라목소리가없다고여겨지는수많은소수자들의목소리였고수십년전스러져간사람들로부터지금까지겹쳐온메아리였으며한국진보적장애인운동의기록이되었다.

박경석활동가의말이그혼자만의말이아니듯,이책역시혼자만의책이아니다.《출근길지하철》은노들장애학궁리소정창조연구활동가가박경석활동가와의대화를통해그가지난세월경험한장애인운동과그바탕이된생각을충실히듣고,함께겪어온사건들과그의공적발언,그와나눈사적대화까지복기해여러활동가들과세세하게확인하며정리한기록이다.정창조활동가는박경석활동가를비롯한많은이들의노력을엮어지하철역에엘리베이터를설치하고자애썼던시간,활동지원서비스제도화를위한싸움,모두에게편리한저상버스가도입되게한사건,시설바깥에서자유로운삶을선택할수있게된과정을,수십년간현장에서울리며자유와해방감을선사해온박경석의말로생생하게담아냈다.

“장애인도이동하고교육받고노동하고
감옥같은시설이아닌지역사회에서함께살자”
수십년을외쳐온구호의행간을듣다

그러나세상을더나은곳으로이동시키고자한결같이애써온긴시간에도불구하고이들이외쳐온말들이출근길발길을재촉하는시민들에게가닿기엔이사회의속도가너무빨라소수자들의말은짧은구호로압축되기쉽다.“당신들의일상을위해죄없는시민의출퇴근을볼모로잡지마라.”한마디를반박하기위해수없이많은말이필요하지만지하철은그말앞에멈추지않고역을통과해지나간다.승강장에서들려나가기직전까지애써말을건네보아도그들의목소리는“특정장애인단체의불법시위로시민여러분께불편을드려죄송”하다는안내방송에,“승강장내에서‘소란’을피우는행위는불법이니즉시퇴거하라”는경고방송에방해받는다.《출근길지하철》은충분한시간을들여이들의속도로이들의이야기를온전히말하고전하기위해쓰인책이다.

그말들에귀기울일의지만있다면이책에서왜아직도장애인들이자유롭게이동하지못하고있는지,중증장애인의노동이비장애인들의노동을어떻게바꿔놓을수있는지,중증장애인이장애인거주시설바깥에서어떻게살아갈수있으며그삶이비장애인들의삶과무슨상관이있는지자세히들을수있을것이며어느새‘그들’의이야기가‘나’의이야기가되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

쓸모없다고여겨진이들을내버려두고쓸모있는노동력만골라실어나르는출근길지하철은한국사회를지탱하는거대한컨베이어벨트로기능한다.그‘정상인’의속도에서낙오되는순간누구든열차에서튕겨나와시설에격리될수있다.원형경기장같은문명은늘힘없는자들끼리자신의생존을걸고싸우게만들지만싸움에서이긴다해도경기장밖으로나가지않는이상언제까지나다음싸움이기다리고있다.끝없이쓸모를증명하며살아남아야하는각자도생의사회에서이들의말은결코장애인만의이야기가아니다.

다행히이들의구호는“‘함께’살자”는말로끝난다.그말처럼박경석활동가는서로다른우리가어떻게함께잘살수있을지,세상이나빠져만가는것같을때어디에서희망을발견할수있는지들려준다.비장애인일때는보이지도않던중증장애인들을현미경을들고보듯자세히들여다보고세상이제일무능력하다고말하는사람들과함께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들며그러모아온선물이다.책속에서그는전장연의활동을자주‘씨앗’에비유한다.당장세상이완전히달라지지않더라도,어쩌면처절하게패배할지라도,한사람한사람을만나고알아가는과정,우리문명과일상의폭력성을알리며존재를드러내는장면들,폭력적인사회를멈추기위한실천들을씨앗처럼사회곳곳에뿌리고있는것이다.

이책또한그가발아하기를기대하며심어둔하나의씨앗일것이다.“그의책은앞으로도현장에서계속쓰여갈것이며,거기에어떤내용이적힐것인지는여러분들이그곳에어떻게나타나는가에따라매번다르게결정될것”이라는공저자정창조의말처럼,《출근길지하철》은닫힌문을열고나와그의곁에서줄이를부르는책이다.경찰의방패에가로막힌,승강장바닥에내팽개쳐져시민들의발뒤꿈치를맴돌던박경석의말을길어올리면한국사회를꿰뚫어보는날카로운시선과냉정한현실에도결코사람을포기하지않는다정과치열한현장에서더욱빛나는위트를발견하게될것이다.그리고어쩌면‘빨갱이장애인’정태수와박흥수를만나장애인운동에말려든박경석과박경석을만나장애인운동판에동화되어버린정정창조처럼모든존재의권리를생산하는장애인운동을만나게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