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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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500년 전 조선에서 만나는 공부에 ‘진짜’ 미쳐 있던 사람들
그들은 왜 그토록 과거에 목숨을 걸었을까? 또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을까?
조선 최고의 국가고시로서 마냥 엄중했을 것만 같았던 과거의 실제 모습을 풍속도마냥 생생하고 구성지게 전하는 책. 과거는 인재를 육성하고 선발할 백년지대계의 기둥으로 설계된 조선 최고의 제도 중 하나였다. 동시에 욕망이 들끓는 입신양명의 최전선이기도 했으니, 그 풍경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백 권의 책을 수천 번씩 읽어야 했던 무모한 공부량과 공부법, 유명 과외 선생과 일타 강사가 즐비했던 사교육 시장, 입시 정보를 구하느라 발품을 팔았던 부모들의 노력 그리고 기상천외한 부정행위까지, 과거를 둘러싼 천태만상에서 ‘입시 왕국’ 조선의 색다른 면모를 살펴본다.

“누가 이 과거라는 구덩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_ 퇴계 이황

조선의 백년지대계를 떠받친 과거라지만
그 이상 너머의 현실이 하 수상하다?
사교육 무간지옥부터 무한 부정행위의 난장판까지
조선 사람들도 피하지 못한
입시의 수난사가 펼쳐진다!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흥미롭게 소개하는 ‘역사 커뮤니케이터’ 이한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 시대의 과거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오늘날 매년 8월 초가 되면 ‘수능 100일 전’이 일제히 보도된다. 행정고시, 임용고시 등 주요 고시에 관한 소식도 연중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시험들은 전 국가적인 관심사인데,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선발하는 관문인 동시에, 각 개인에게는 입신양명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500년 전의 조선에는 지금의 수능과 온갖 고시를 다 합친, 모든 출세의 ‘왕도’인 과거가 있었다. 인성과 학식, 국가 경영의 자질 등을 두루 깐깐히 평가한 과거는 조선의 버팀목 그 자체였다. 그만큼 높은 수준을 요구했고, 급제자에게는 부와 명예, 권력을 보장했으니, 수많은 사람이 과거에 도전했다. 한마디로 조선에서조차 입시는 전쟁이었다.
저자는 실록 같은 조정의 공식 기록부터 이황의 편지나 정약용의 문집 같은 개인의 기록까지, 역사의 바다에서 과거와 관련된 여러 사료를 찾았다. 역사가로서 사실을 고증하고 스토리텔러로서 재미를 더한 그 이야기들에는 앞서 시험지옥을 겪었던 선배들의 ‘웃픈’ 일화가 녹아 있다. 그들은 1000권 이상의 유교 경전을 외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필체까지 갈고닦았다. 수많은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유력 가문들은 이름난 학자를 과외 선생으로 모시고자 혈안이었다. 장수생과 체벌은 그때도 사회문제였다. 한편 시험장에서는 온갖 부정행위가 시도되었고, 특히 권력형 입시 비리가 횡행하며 조선의 기틀을 흔들었다.
책은 그 욕망과 좌절의 대향연으로 가득하다. 자연스레 오늘날의 입시 풍경이 겹치는바, 개인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 세력의 영속을 위해 과거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묘한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저자

이한

저자:이한
서울대학교동양사학과대학원에서석사를취득했다.이후한중일의역사를계속해서파고들며,우리와비슷하면서도달랐던사람들의이야기를뒤지고있다.
늘읽고쓰는삶을살다보니,자연스레선조들의공부에관심이미쳤다.고상하게인간세상의도리와천지만물의이치를논하지않았을까하는막연한생각도잠시,사료는전혀다른이야기를들려주었다.
《조선왕조실록》부터여러양반가문의문집까지,조선시대에작성된사료들에는입신양명의욕망과입시전쟁에관한구절이빠지지않는다.당대의선비라하면,오늘날의입시생,고시생못지않게엄청난양의교과서와수험서,참고서를읽고외웠다.사교육시장은언제나활황이었고,시험장안은부정행위때문에,시험장밖은낙방생들때문에시끌벅적했다.한편권력형입시비리가끊이지않았으니,이어찌500년전의일로만볼수있을까.한마디로오늘날우리가겪고있는입시전쟁의전형과같았다.
그런즉자식공부에골머리를앓는학부모라면,공부하느라진이빠진학생이라면,교육문제에관심이있는사람이라면,앞서수난당했던선배들의이야기에서묘한동질감과위안,카타르시스를느낄수있을것이다.
역사의다양한이야기를소개하고자지금까지《우리는투기의민족입니다》《조선사쩐의전쟁》《역병이창궐하다》《요리하는조선남자》《은하환담》(공저)《조선왕조실톡》(해설)등을썼다.언젠가는소설에도도전해볼생각이다.그때까지고양이들,또가족과함께평온한하루하루를쌓아가려한다.

목차

머리말│잃어버린왕도를찾아서

1장어째서,무엇을,어떻게공부했을까

01정약용,입시에미치다
다너잘되라고하는소리│바라면서도바라지않는위선│입시형인간의탄생│수천권의책과수만번의독서│“뜻하고종사한것이영달에만있어서”│과거가아니면방법이없다

02일곱개의관문과어사화
생각보다엘리트였던생원과진사│입신양명의진정한시작점,성균관│문과급제라는최종목표

03지식과지혜를모두담은학습서
조선판국정교과서:《천자문》《유합》《훈몽자회》│삶의지혜를배우다:《동몽선습》《격몽요결》│과거공부의첫단계:《소학》《대학》《통감》

04과거공부의삼박자:읽기,외우기,쓰기
“1000번이나읽으셨습니다”│세종을뛰어넘은다독가│통째로외우거나한눈에외우거나│글씨가예뻐야팔자가핀다│내용이중요하지글씨가중요하냐│쓰기의끝판왕,승지

2장조선교육의윗물과아랫물

01조선의사교육1번지,경복궁
세자의,세자에의한,세자를위한│임금으로향하는외길│기록으로남은임금들의성적표│임금이된개똥이│공부도최고,인성도최고│그선생에그제자

02무엇이양녕과충녕의운명을갈랐을까
마음대로안되는게자식│개입형교육대방목형교육│비교가낳은비극│자신의모자란부분을자식을통해이루려는심보

03입시의한양집중현상
책은없고,갈길은멀고│과거공부의끝,파산│노골적인지방차별│정조의탄식│“선비와서민의구별이어찌있겠는가”

3장가정교육과자식농사

01무서운엄마들
잔소리라는지대한관심│피가마르지않는종아리│조선을떨게한악모

02더무서운아빠들
나만큼?나보다!│알묘잔혹사│아들과손자를학대한이문건│영조의콤플렉스│“억울해서죽고싶소”

03과거는선비의길이아니라지만
과거라는욕망의구렁텅이│제자의경우와아들의경우│조선의경우와중국의경우

04체벌,그지도편달의명과암
아프지않은매는없다│맞아죽다│꽃으로도때리지말라│이항복의짐승같은삶│사위와장인이나라를구하다│“이것은귀신의경지다”

4장백년지대계의붕괴과정

01명문가에서유행한입주과외
“옛날의교육에는가에숙을둔다”│숙사들의좌충우돌생존기│천재를알아본천재

02천민선생과양반학생
천냥만냥이안아까운입시정보│교과서의위상을뛰어넘은참고서,초집│고관들이한밤중에주자소를드나든까닭│썩은나무를깎아옥을만들다│누구라도잘가르치면장땡!

03입시는어떻게문란해지는가
“생원이또과거보러왔다”│정황만있고물증은없다│팀프로젝트이자오픈북시험│행정실수에피눈물을흘리다│후안무치의끝,답안지훔치기│인간애상실의현장│성균관담벼락과대나무관

04나라를무너뜨리는권력형입시비리
까막눈의장원급제자│내당파밀어주기가불러온과옥│위로는정승부터아래로는병졸까지│집안이장원을뽑는다│“반드시나라를망칠것은과거”

5장입시전쟁의승자와패자

01천재는태어날뿐만들어지지않는다
오늘만사는사람,남이│자존심강한두천재의대결│진짜천재이이의등장│거인의그림자에가린사람들│악습이된면신례│천재의삶은전쟁같다

02어려서는천재,자라서는범인
학원선생이된고시낭인│어린천재의죽음

03길이없은즉,뚫어낸여성들
내조의의미│“훌륭하도다,부인의말이아니다”│책을쓰다

6장각자도생이시작되다

01개천의용은승천을꿈꾸는가
실력보다중요했던신분│간신보다서얼이더싫다│개천에서도하늘에서도외로운존재

02그많은낙방생은어떻게되었을까
“날고자해도깃이잘린것과같으니”│장수생이라는기나긴터널│현실도피에는금강산이최고│무과가쉽다는착각│위로와격려를구하다│입시생인가깡패인가│주변사람들의반응

03장원급제자의최후
행복은성적순이아니라는진실│머리보다는혈연과지연│최고의동기부여,결핍│될놈은되고,안될놈은안된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누가이과거라는구덩이에서벗어날수있겠는가.”_퇴계이황

조선의백년지대계를떠받친과거라지만
그이상너머의현실이하수상하다?
사교육무간지옥부터무한부정행위의난장판까지
조선사람들도피하지못한
입시의수난사가펼쳐진다!

우리와비슷하면서도달랐던옛사람들의이야기를발굴해흥미롭게소개하는‘역사커뮤니케이터’이한작가가이번에는조선시대의과거풍경을생생하게그려낸다.오늘날매년8월초가되면‘수능100일전’이일제히보도된다.행정고시,임용고시등주요고시에관한소식도연중끊이지않는다.이러한시험들은전국가적인관심사인데,공동체의미래를책임질인재를선발하는관문인동시에,각개인에게는입신양명의시작점이기때문이다.

저자에따르면이는어제오늘만의일이아니다.500년전의조선에는지금의수능과온갖고시를다합친,모든출세의‘왕도’인과거가있었다.인성과학식,국가경영의자질등을두루깐깐히평가한과거는조선의버팀목그자체였다.그만큼높은수준을요구했고,급제자에게는부와명예,권력을보장했으니,수많은사람이과거에도전했다.한마디로조선에서조차입시는전쟁이었다.

저자는실록같은조정의공식기록부터이황의편지나정약용의문집같은개인의기록까지,역사의바다에서과거와관련된여러사료를찾았다.역사가로서사실을고증하고스토리텔러로서재미를더한그이야기들에는앞서시험지옥을겪었던선배들의‘웃픈’일화가녹아있다.그들은1000권이상의유교경전을외우는것으로도모자라,필체까지갈고닦았다.수많은학원이문전성시를이뤘으며,유력가문들은이름난학자를과외선생으로모시고자혈안이었다.장수생과체벌은그때도사회문제였다.한편시험장에서는온갖부정행위가시도되었고,특히권력형입시비리가횡행하며조선의기틀을흔들었다.

책은그욕망과좌절의대향연으로가득하다.자연스레오늘날의입시풍경이겹치는바,개인의영달과가문의영광,세력의영속을위해과거에도전한사람들의이야기에서묘한동질감과카타르시스를느낄수있다.

“종아리가터져본적없는사람은공부를논하지말라”
선비들이걸었던가혹한입시외길

조선은철저한신분제사회였고,따라서신분마다따르고지켜야할도리가있었다.지배층인양반도예외는아니어서,아랫사람을부리고지도할권세를누리려면그에걸맞은‘자격’을갖춰야했다.그자격이란첫째는혈통이요,둘째는벼슬이니,고로과거에급제하지못하면,반쪽짜리양반에불과했다.물론벼슬길에올라야먹고사는문제도해결되었다.이러한신분제의질서와현실의압박을배경으로과거를둘러싼입시전쟁이막을열었다.

문제는과거공부의난도가상상을초월했다는것이다.많은사람이오늘날의입시세태를보며‘지옥’이라고하는데,이에빗대면조선의입시는‘불지옥’이었다.일단공부량부터어마어마했다.본격적인과거공부의시작이라할수있는《소학》《대학》과함께본《자치통감》만294권에달했다.요약본도50권을넘었으니,다시강조하건대이것은단지시작에불과했다.그리하여과거를준비하며읽는책만1000권이상이라,이것들을모조리머릿속에욱여넣으려면10회독이아니라,100회독,1000회독이필수였다(27,52쪽).실제로조선중기의선비김득신(金得臣)은《사기》〈백이열전〉만1억3000번을읽었다(58쪽).

단순히외우기만한다고과거를잘볼수있는것도아니었다.암기는기본중의기본이었고,여기에자기생각을조리있게밝히는논술실력이더해져야했다.심지어과거는문체와필체까지평가했으니,준비해야할것이한둘이아니었다.가뜩이나산업혁명전으로종이도비쌀때라,한석봉은붓에물을적셔글쓰기연습을했다(64쪽).이런이유로과거공부는최소10년을내다봐야했고,20~30년만에급제해도인재소리를들었다.

웬만한천재가아니고서야이런고행이즐거울리없었다.보통과거공부는10세때부터시작했는데,한창뛰어놀때의아이를책상앞에앉혀놓기위해부모들은쉬지않고잔소리를퍼부었다.학문으로일가를이룬사람들도예외는아니어서,정약용은유배지에서고향의아들들에게하루가멀다고학업성취도를묻고,갈구는편지를보냈다(33~34,160쪽).이황은한술더떴는데,제자들에게는입시(과거공부)대신진정한학문의길을걸으라며설교해놓고는아들과손자에게는어떻게든과거에급제하라며성화를부렸다(153~158쪽).

저자는그나마말로끝낸이들이양반이었다고평한다.사실대부분의부모가회초리를들었다.그러면서사용한단어가‘지도편달’로,이때‘편달’의뜻이바로‘회초리질’이다(163~167쪽).이처럼‘사랑의매’는역사가깊은데,사랑이아니라자기욕심때문에아이를학대하는부모가있어문제였다.관련해사도세자를미치게만든영조가유명하지만,이분야의‘다크호스’로조선중기의문신이문건(李文楗)을빼놓을수없다.그는직접아들과손자를가르치며묶어놓고때리거나코에물을들이붓는등심하게학대했다(138~141쪽).당시에이런부모를‘알묘(?苗)’라고불렀는데,‘싹을뽑는사람’이라는뜻이다.조급한마음에닦달하다가아이의가능성을뭉개버렸다는것이니,참으로적절한표현이다(135~137쪽).실제로이문건의아들은일찍죽고,손자는삐뚤어져알코올의존증에빠져버렸은즉,의미심장하다.

“천민이선비를가르치다”
불황을몰랐던사교육시장

이처럼교육열이뜨거웠기에,조선의사교육시장은언제나활황이었다.저자는조선의사교육이우리가흔히떠올리는김홍도의〈서당〉같은풍경과사뭇달랐다고설명한다.놀랍게도규모와체계를갖춘프랜차이즈학원이그때이미성행하고있었다.조선후기에평안도선비들이그덕을크게보았는데,변방취급당하며공부할여건을갖추지못한지역에학원이생기자상황이달라졌다.학원원장은인조때의문인맹세형(孟世衡)으로과거에서차석을차지한인재였다.평양근처의작은고을을다스리게된그는지역의총명한젊은선비들을모아놓고자기방식대로가르쳤다.이것이시초가되어비슷한커리큘럼을따르는학원들이평안도곳곳에들어섰다.그결과과거급제자의20퍼센트가평안도에서나오게되었다(320~321쪽).

한편한양에서는성균관바로옆에대형학원이들어섰는데,원장정학수(鄭學洙)의신분이무려천민이었다.그학생만100여명에달했으니,공부만잘가르쳐준다면사농공상의질서를숭상한조선에서조차신분은문제가아니었다(204~205쪽).그만큼과거급제에절실했던것인데,특히장수생들의열의가대단했다.오늘날에도각종고시에수십년을쏟아붓는사람들이있지만,조선의장수생들에는비할바가못된다.말그대로죽기직전까지공부한이들이있었다면,믿겠는가?성종때의선비김효흥(金孝興)은76세의나이로,고종때의선비박문규(朴文逵)는83세의나이로,철종때의선비김재봉(金在琫)은무려90세의나이로급제했다(295~298쪽).이중김효흥은급제한이듬해에숨을거두었으니,아무런여한도없었을것이다.

조선에서학원보다일반적인것은과외,그것도선생을집으로모시는입주과외였다.당시에는이들선생을‘숙사(塾師)’라불렀는데,인지도에따라대우가천차만별이었다.정약용이전라도강진으로유배를가게되자,지역의유력가문들은그를숙사로모시고자난리였다.결국정약용의외가인해남윤씨가문이자신들의별장을내주는승부수로뜻을이뤘으니,그곳이바로다산초당이다(182~183쪽).반면에실력은의심스럽지만,학생을잘만나이름을남긴숙사도있었다.경복궁에서충녕대군(훗날의세종)을가르친이수(李隨)가대표적인데,실록에따르면술을끔찍이좋아했다고한다.결국술에취한채말을타다가떨어져죽었은즉,충녕대군을가르칠때도제정신은아니었을테다(96쪽).

이러한입주과외는과거를준비하는사람이라면누구나한번은경험했을정도로흔했는데,레드오션이된입주과외시장에서틈새를노리고자‘족집게과외’라는것도생겨났다.말그대로과거직전에출제예상문제만콕집어주는과외로인기가높았다(204~205쪽).이처럼조선의사교육시장은불황을모르며끊임없이진화했으니,어쩌면오늘날의입시세태도그연장선에있는지모른다.

“지금반드시나라를망칠것은과거입니다”
백년지대계의붕괴과정

물론사교육을받는다고무조건과거에급제하는것은아니었다.과거는기본적으로난도가매우높은시험이었다.장원급제를아홉번이나해‘구도장원공’이라불린이이조차과거공부가쉽지않았다고고백했을정도다(61쪽).하여많은사람이어느정도나이를먹으면은근슬쩍과거를포기했다.그때쯤이면채근하던부모님이돌아가시기도했고,무엇보다자기아들에게과거볼기회를양보해야했기때문이다.
사실평범한집안이라면,단한명의과거공부를뒷바라지하는것도벅찼다.공부기간만기본10년이요,그간의학원비와과외비,과거보러한양에왔다갔다하는교통비와체류비등을모두따지면,집안기둥이우습게뽑혔다.정조때의무신노상추(盧尙樞)는10년간과거공부하며500냥을썼다고하는데,당시웬만한가족의10년치생활비를훌쩍뛰어넘는돈이었다(109~110쪽).한마디로과거공부의끝은파산이었다.

하지만이보다더큰문제가있었으니,바로‘백년지대계’의붕괴였다.시간이흐를수록과거를중심으로짜인조선의교육체계가조금씩허물어졌다는것.그시작은부정행위와입시비리였다.‘난장(판)’이란단어를흔히쓰는데,원래뜻이‘소란스러운과거시험장’이다.붓글씨쓰는소리만들렸을법한시험장이실은소란스러웠다니!그배경에는뻔뻔하고과감하게저질러진온갖부정행위가있었다(149~151쪽).일단과거는‘팀프로젝트’에가까웠다.입시생뿐아니라,글을짓는거벽(巨擘),예쁜글씨체로답안지를작성하는사수(寫手),기타잡일을담당하는노유(奴儒)와선접(先接),이모두를가려줄거대한우산을챙기는수종(隨從)이함께했다.여기에참고할책을품속에넣어숨기는협서(挾書)까지더해지면‘오픈북시험’이따로없었다.시험관들은이들을봐도못본척했다.너무나만연한일이었기때문이다
(213~214쪽).그러다보니부정행위의규모가점차거대해졌다.숙종때는성균관의안과밖을연결하는40미터길이의대나무관이우연히발견되기도했다.성균관에서과거가열리면이관을통해문제지와답안지를교환했던것이다.연루자가매우많았을텐데,또다른증거나증인이없어결국미제사건으로남았다(224~225쪽).

하지만이러한부정행위들은권력형입시비리에비하면애교수준이었다.조선중기를넘어가며당쟁이치열해지자,당파마다세력을불리기위해서슴없이입시비리를저질렀다.숙종때는시험장에서남인유력자의아들을찾는시험관에게서인아무개가자신이라며손을들어급제하는웃지못할일까지벌어졌다(230~231쪽).그결과당파간에고소,고발이남발되면,결국피를부르는‘과옥(科獄)’으로비화했다.

저자에따르면,사태가이지경인데도입시비리의주동자들은뻔뻔했다.영조때는아예대놓고가문(당파)을따져급제시켜야한다고어전에청했을정도다(236~240쪽).물론이런세태를비판하고개혁을요구한사람들이없진않았다.순조때의좌의정김재찬(金載瓚)은나라의인재를뽑는과거가나라를망친다며울부짖었다.그가가장우려한것은과거의공정성상실이었다.그때나지금이나입시비리라는적폐를청산해야할지도층인사들이오히려‘그들만의리그’를수호하는상황에서공정성은설자리를잃는다.이런시험에어떤인재가관심을두고,또평생을바쳐공부에매진하겠는가?개인의노력과성취로만평가받는다는믿음이깨진시점부터조선의백년지대계는무너지기시작했다.그와중에백만있는이들이과거에난입해급제했으니,관직을수행할능력을갖췄을리없었다(240~241쪽).

그렇다면조선은이문제를어떻게해결했을까?안타깝게도해결하지못했다.고종마저그해결방안을놓고고민했을정도로,권력형입시비리는뿌리깊고오랜문제였다(242쪽).이를우려하는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