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16.80
Description
“책이 주는 아름다운 순간은 이럴 때 같다.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다른 작품을 이어주는 것.”
작가 박솔뫼의 소설 읽기, 그리고 쓰기에 관한 첫 에세이
200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도시의 시간』 『미래 산책 연습』 『극동의 여자 친구들』 등을 출간하며 전위의 감각을 선사해온 작가 박솔뫼가 첫 에세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문예지 『문학동네』 『릿터』 등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과 출간을 위해 새롭게 쓴 세 편의 에세이를 포함하여 총 18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저자는 다카하시 겐이치로, 하라 료, 로베르토 볼라뇨 등을 비롯해 오랜 시간 애정해온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을 중심으로, 책을 읽는 여러 방식과 그로부터 받은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끈기 있게 풀어놓는다. 박솔뫼의 독서 에세이를 읽음으로써 ‘재밌는 소설인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던 독자들은 소설에 대해 말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게 될 것이며, 소설가 박솔뫼를 오래 애정해온 독자라면 그가 진심으로 사랑해온 소설과 작가들의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의 이름들을 읽어나가기를, 더불어 소설가 박솔뫼를 책요정 삼아 그의 글에서 더 읽을 힘을 얻어가기를 바란다.

저자

박솔뫼

저자:박솔뫼
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사랑하는개』『우리의사람들』『믿음의개는시간을저버리지않으며』『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인터내셔널의밤』『고요함동물』『미래산책연습』『극동의여자친구들』등을출간했다.문지문학상,김승옥문학상,김현문학패,동리목월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요정들에게4

여름
볼라뇨를읽다가잠이들면당신에게좋은일이일어남12
뜨거운카페오레19
각자서있고,그러다만나고흩어지는39

가을
소설에관한몇가지이야기60
도시의밤,웅크린동물들같은68
무릎에놓인얼굴76
사와자키와살기84
먹으면서말함입에서뭔가튀어나옴96

겨울
달려가는달려나가는118
쓰고읽고말하고읽고쓰고131
다카하시겐이치로,소설을쓰자139
그러면어떻게해야할까145
지금보이는좋은것들은거의대부분책이내게준것들150


바람은불고시원한데돌에는이끼가껴있고부레옥잠의뿌리는귀여운것일까아니면더러운것일까?174
요정이그랬음178
사와자키와살아가기198

다시,여름
브라우티건적인것은210

출판사 서평

좋아하는소설을읽고또읽으며좋아하는이야기를쓰고또쓰는
소설가박솔뫼의첫에세이

소설『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도시의시간』『미래산책연습』등을출간하며2009년등단이래꾸준한창작활동을이어온작가박솔뫼가첫에세이『책을읽다가잠이들면좋은일이일어남』을위즈덤하우스에서출간했다.2015년부터2023년까지문예지『문학동네』『릿터』등을비롯한각종지면에발표했던글들과출간을위해새롭게쓴세편의에세이를포함하여총18편의글이수록되었다.박솔뫼는이책을통해다카하시겐이치로,하라료,로베르토볼라뇨등의작가들을향한오랜애정을기술하는데더해그들의소설을더듬더듬읽어가는독서과정과그로부터어떠한영향을받았는지기록했다.
저자는자신이선정한이도서들을자신이왜좋아하는지에대한긴답변을남기면서동시에그럼에도어딘가내키지않는구석이있었다면왜그랬는지어떤부분이그랬는지를솔직하게밝힌다.더불어이책을읽다보니떠오른다른책들,떠오른자신의개인적인이야기등을읊으며이책에서저책으로,이작가에서저작가로훌쩍옮기기를서슴지않는다.이모습은마치책을좋아하는사람들이누군가와책얘기를나누고싶어“너이책읽었어?”묻고는주절주절자신의감상을털어놓는듯한느낌을준다.이책을통해,‘재밌는소설인데뭐라고설명해야할지’몰라어려움을겪었던독자들은소설에대해말하는다양한방법들을알게될것이며,소설가박솔뫼를오래애정해온독자라면그가진심으로사랑해온소설과작가들의이름을얻게될것이다.
18편의글들은여름부터시작해서다시,여름에이르기까지계절에따라분류되어있다.순서대로한편씩읽고그안에소개된책중마음에드는것을발견한다면읽어보는식으로이책을소화하는것도좋을테고,자유롭게각글의마지막에정리되어있는‘함께읽은책’의목록을확인한뒤관심이가는도서가있다면해당에세이를먼저읽는것도방법일것이다.

소설가가좋아하는소설을읽는법
“그냥나의마음그대로쓰자니그것은좋아요!너무좋은데요!”

이소설은첫장을펼치자마자아힘이있네라는느낌이들었고멈춰서서몇페이지를넘기다빌려와집에서계속읽어내려갔다.그러고보면훌륭한소설……이라고해야할까,뛰어난소설에는정말물리적인힘이있어서그자리에서멈춰서게하고그힘은정말로책을쥔손목을꽉쥐고있는것같다.(70쪽)

좋아하는책은읽고또읽기,쓰고말하고다시읽기.아주단순하지만,박솔뫼가좋아하는책을읽는방법에관한가장정확한요약일것이다.저자는훌륭한소설을읽을때만나는감각적체험에기대어기꺼이반복해읽기를택한다.‘이소설정말훌륭하다’라고머릿속에떠오르기에앞서너무나훌륭한소설은읽는사람을멈춰서게하고,“팔목을덥석붙잡”거나“뒤통수를누르는”(69쪽)식으로계속읽게하고,읽는사람을계속해서그소설안에머물게한다.
우리가책을읽을때책을읽는자리,책이놓여있는자리의풍경과소설속의풍경이겹쳐‘나와책’으로구성된하나의장면이만들어지듯,박솔뫼역시자신이읽고있는책안에머물면서동시에책을읽는자신의자리를함께돌아본다.자신의풍경과책속풍경이각기다른세계처럼굴러가는듯하지만,읽는사람을통로로서로연결지어지고,그모든것이‘독서하기’라는감각으로다가오는것이다.때문에박솔뫼의독서기는그가책을읽는풍경을소환하는방식으로쓰인다.카페에서커피한잔을마시며로베르토볼라뇨의단편집『전화』속「조안나실베스트리」를읽고,같은단편집에수록된「앤무어의삶」은다음날비슷한시간여전히작은선풍기가돌아가는방에서읽는다.그사이우연히친구를짧게마주치고,또우연히마주친친구가볼라뇨이야기를,유미리이야기를건네고,길을따라돌아와서는유미리의책을읽으며다시그안에기꺼이머무른다.

소설을너머작가-작가들로연결하기
“가방속볼라뇨가나를툭툭치고있는느낌을느끼며
볼라뇨읽어봐,읽으면알게된다니까.”

이책을쭉읽어나가다보면우리는계속해서마주치는몇몇작가의이름들을만나게된다.하라료였다가,다카하시겐이치로였다가,리처드브라우티건이었다가,문득로베르토볼라뇨가불쑥불쑥등장한다.박솔뫼는소설에대해이야기하다곧잘소설가에게로시선을돌리곤하는데이는박솔뫼스스로가소설가이기때문에벌어지는일이기도하겠지만,그가쏟아내는작가들에대한애정은충실한독자로서작품을깊이있게읽는것과더큰연관이있어보인다.
박솔뫼는작품을즐겁게읽으면서도동시에종종왜이작품의결말은저것이아니라이것인지,왜주인공이마지막에택하는사랑은저사람이아니라이사람인지등의질문을던지며작품이선택하지않은다른가능성들을열어보인다.이과정에서작품을지어낸작가에게로관심을쏟게되고,작품에서박솔뫼로그리고그너머에위치한작가로이어지는연결안에서읽기를지속한다.작가하라료의탐정‘사와자키’에대해말하면서또다른작가레이먼드챈들러의인물‘필립말로’를불러들이는식으로한작품에서다른작품으로,한작가에서다른작가에게로가뿐히뛰어넘는다.
혹은루시아벌린의『청소부매뉴얼』을읽다가문득과거에자신이그리던미국의풍경은리처드브라우티건이만들어준것이었음을떠올리고그런데브라우티건의소설속풍경에서떠나온지오래라는것을깨닫고지금은벌린의미국이더욱생생하게그려진다는것을고백한다.하지만,영원히헤어진줄알았던브라우티건이어느여름날한카페에서,‘브라우티건블렌드’라는이름으로다시눈앞에우연히떠오를때,‘브라우티건블렌드’로내린커피를마시며박솔뫼와브라우티건은다시만난다.계속해서열리는책의통로와지나감,스쳐갔다다시돌아오기.이영원히끝날것같지않은,각자서있다다시만나고야마는연결은박솔뫼에게가장자연스러운방식으로끝나지않고흐른다.

읽기에서다시나의쓰기로
“제가가져가겠습니다라고속으로중얼중얼거리다
눈을뜨고소설을쓰기시작했다.”

지금까지우리가이책을살펴본방식은독자로서의박솔뫼가좋아하는소설을읽고또읽으며그작품을쓴소설가를향한애정의크기를가늠해보는것이었다면,소설‘읽기’를통해자신의소설‘쓰기’를실행하는소설가박솔뫼에대한기록도살펴볼필요가있을것이다.

다시어떤소설을쓸때마이조오타로에게힘을빌리고싶어지겠지?그런생각을하면힘을빌리고싶은다른멋있는사람들이차례로떠오르고나혼자당신은나의친구누구씨는나의동료멋있는사람하고생각하며기뻐한다엄청기분이좋고기쁘다.나도언젠가나를구해줄수있는것은당신의사랑이라고소리지르는것을쓸수있지않을까.그런데도아주힘이넘치고주눅들지않고독특한것을말이다.좋은것을읽으면역시그런용기가넘치게되고어쩌다그런상태가되는것은정말좋다.(127~128쪽)

박솔뫼는소설을쓰기에앞서의식적으로그때그때필요한이야기를찾아읽는다고말한다.데뷔할날을기다리며홀로글을쓰던시기에는다카하시겐이치로의글을읽으며그의글이자신에게로향해있다는믿음을바탕으로다시쓰기를지속하거나,등단이후단편집교정지를보면서하라료의판단력을얻기위해소설을읽고힘을얻는식으로말이다.박솔뫼와박솔뫼가의지한작가들,그리고그가읽거나쓴소설이서로팽팽하게연결되어,하지만언제나그중심엔쓰고읽는사람박솔뫼가놓인채로각자의자리에있다.저자는계속해서눈앞의하라료에게로마이조오타로에게로손을뻗고,그들에게서소설을쓸힘과용기를얻는다.용기와힘을주는대상을친구라고부를수있다면,박솔뫼가수많은계절을지나도록읽어온소설과애정해온작가들을그의책친구이자책요정이라말할수있을것이다.
필요한순간에용기를나눠주는책요정들을위해,그들을향한사랑을바탕으로박솔뫼는끊임없이소설을헤매고헤매다얻은힘에대해서이야기한다.책이주는아름다움은이럴때발생하는것이아닐까.먼저손을내밀지는않지만우리가손만뻗으면책은언제나그자리에놓여있을때.더나아가우리를그안에머물게하고,더읽게하거나쓰게하거나,말하게할때.독자들이이책을통해용기를얻을수있는책의이름들을읽어나가기를,더불어소설가박솔뫼를책요정삼아그의글에서더읽을힘을얻어가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