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의 위로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

잠정의 위로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

$17.00
Description
“타인의 평가로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나만의 용기를 내고 싶게 만드는 책”
1만여 독자에게 젠더ㆍ페미니즘 뉴스레터를 보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함께 해방할 길을 모색하는 이혜미 기자의 신작 에세이. 저자는 약 100년 전 영국에 살던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열두 문장을 가려 뽑아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답장을 썼다. 책 속에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자기만의 방’을 뒤로하고 잠정의 자리에서 써 내려간 ‘자기만의 삶’이 담겨 있다.
저자

이혜미

저자:이혜미
관찰하고생각하고쓰는사람.부산의가난한싱글맘가정에서성장했다.20대에상경해연세대학교에서중어중문학과정치외교학을공부했다.2015년《부산일보》에서기자생활을시작해2017년《한국일보》로자리를옮겼다.2021년부터여성젠더페미니즘뉴스레터〈허스펙티브〉를보내고있다.‘최은희여기자상’‘올해의여기자상’‘이달의기자상’등을두루수상했다.
저서로《착취도시,서울》《자본주의키즈의반자본주의적분투기》《여자를돕는여자들》등이있다.
한평생안정을갈망하며살아왔지만끝끝내자유가‘잠정’에있음을알게되어이책을썼다.치즈색과흰색털이적절히섞인남매고양이소금,참깨와함께산다.

목차

일러두기:이책은‘허구적에세이’다

1.고향:먼들판너머로떠나다
거대한히잡이덮인곳,고향
개척의시작,익숙한곳을떠나는것
현모양처말고나자신의이야기

2.정착:서울로향하는길에오르다
스물한살,집을나갔다
서울거리헤매기

3.500파운드:투표권과돈,둘중에서
자유를가능케하는경제적토대
다시,고향

4.자기만의방:이제영원히내것이지요
자기만의집
어디든집이될수있어

5.여성과직업:글을써서무얼한다고
변두리에서낙관하기
젠더뉴스레터를보내는마음

6.개척하는영토:자신을거부했던여행과경험,지식
엄마와휴대폰
자동차,나의작은방

7.관계:사랑만이유일한통역가일까
욕망되는존재,욕망하는존재
‘욕망억누르기’에서벗어나자
사랑은무얼까
그래서,어떤사랑을

8.사랑:남성없이설명되는여성
나도엄마가될수있을까
사랑과우정

9.글쓰는여성:그에게자기생각을말하게하고
‘집안의천사’살해하기

10.세계:아무리하찮아도주저하지말고
고백,해방의시작

나가며:100년후,여성은
집을떠나고국경을넘다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최은희여기자상올해의여기자상수상
《착취도시,서울》《여자를돕는여자들》이혜미기자신간에세이

최은희여기자상,올해의여기자상,이달의기자상등을수상하고1만여구독자에게여성젠더페미니즘뉴스레터〈허스펙티브〉를보내며동시대를살아가는여성들과함께해방할길을모색하는이혜미기자의신작에세이《잠정의위로》가위즈덤하우스에서출간되었다.저자는약100년전영국에살던버지니아울프의에세이《자기만의방》에서열두문장을가려뽑아현대대한민국을살아가는여성의삶으로답장을썼다.

버지니아울프는1928년작《자기만의방》에서여성이글을쓰기위해‘자기만의방’과‘1년에500파운드’가필요하다고역설하며100년뒤자기만의방과소득을가진교육받은여성들의삶을상상했다.약속된100년까지3년이남은지금,이혜미기자는여전히여성에게사나운세상에서여성의목소리를내며살아가고자애써온시간을털어놓는다.보호받는성별로서안정적인원안에머무를수있었지만그의시선은자꾸만원심력에이끌려바깥을바라봤다.안온하고풍요로운원을벗어나기란어려웠으나끝내시선이향하는곳으로걸음을옮기자그곳에는‘온전한나’로사는삶이,잠정의위로가있었다.

“결국100년전영국여성과현재의한국여성이발딛고있는
기울어진땅은본질적으로같으리니”

서울의사립대학교를졸업한뒤주요일간지기자로온갖사건현장을누비고다양한무대에연사로등장하며자신의목소리를내는지금의이혜미기자에게서가난의흔적은찾아보기어렵다.그러나그가기자가된이유를“따뜻한시선으로공동체의변화와공존을모색하고싶”어서라고답한까닭에는빈곤과수치가깊이새겨진지난기억이있다.부산의한영구임대주택,가난한싱글맘가정에서기초생활수급을받으며‘보통’의조건만이라도갖추고싶어악착같이배우고살아남은그는사람들의만류를뒤로하고서울이라는더넓은세상을만났다.서울을사랑했고서울에어울리는사람이되고싶었으나그사랑은지독한외사랑같았다.

다행히글쓰기를업으로삼게되었지만많은여성이그러했듯자기의글과생각을의심하게하는이는너무많았고자기만의방을갖기는너무어려웠으며자주남성과의관계로정의되었다.똑같은주제를다루어도여성이라는이유로공격받기도했고그에게중요한이슈들은신문의맨뒤에조그맣게다뤄지는데그치곤했다.그런그의모습은버지니아울프가약100년전《자기만의방》을썼을때의여성들과크게다르지않다.

그러나그는앞선여성들의텍스트에기대며,성취와관계를믿으며한걸음씩나아가마침내자기만의방과500파운드를손에쥐고,끝내저널리스트이자작가,페미니스트이며글쓰는여성,‘자기만의삶’을사는주체가되었다.그리고울프의시대여성들이그러했듯어떤억압앞에서도자신으로살기를포기하지않았다.결국100년전영국과현재의대한민국의기울어진땅이본질적으로같다할지라도,오늘날의이혜미는자기만의삶을살며“여성들이보호받는성이었을때관찰된사실들에기초한모든가정”을허무는방식으로울프와공명한다.

“그러나이수단을얻었을때,
나는여전히내가해방과는거리가먼사람이라는것을깨달았다.
울프가틀린걸까”

마침내자기만의방과안정적인소득을얻었으니해방된것일까?가난때문에늘밀려나는삶을살았던그는결코자기것같지는않았지만그렇기에더욱안정을갈망해왔다.하지만그토록원했던자기만의방과연간500파운드를거머쥐었을때그는오히려‘부자유’를느꼈다고고백한다.그리고글을통해시대를가로지르며글쓰는여성들과만난끝에발견한‘잠정’의자리가그에게위로가되어주었다.
여성이글을쓰기위해자기만의방과1년에500파운드가필요하다던울프의말이강조하는바는안정적인삶일지몰라도안정적인삶을통해궁극적으로말하고자한바는남성들과의관계로만설명되지않는삶,‘집안의천사’를살해하고기꺼이자기목소리를내는삶,언제든원하면자기만의방을훌쩍떠날수있는‘잠정적인삶’이었다.
잠정은그에게‘자기만의삶’을살더라도불안으로굴러떨어지지않고머물공간,여전히기울어진땅위에서안정적으로주어진여성의역할을거부할수있는자유를선물했다.

“증명해보이고싶다.
자신을페미니스트로공표하고강력하게자신의목소리를내어도
정말로‘아무런’일도생기지않는다고”
오늘날어떤여성들은여전히독립된자기만의방을갖지못하고비정규직으로불안정노동을하며살아가고있다.그들은궁금하다.우리가자기만의방을가질수는있는건지,언젠가는1년에500파운드를벌수도있는건지.어떻게하면그러면서도나의존엄을지키며살수있을지.이혜미기자는자신이울프와나혜석,시몬드보부아르,아니에르노그리고자신을축조한모든여성들의말을붙잡고그길을건너왔듯,이후에올여성들의질문에삶으로답을건넨다.울프와약속한100년까지아직3년이남았고이여성들이자기만의방을얻어그방밖으로나가기를응원하며.“잠정을사랑하는탓에영영안정의세계를겉돌뿐이라해도,고향없는슬픔과야생의행복사이무엇이든될수있는나의삶있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