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언어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농장 이야기)

부패의 언어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농장 이야기)

$23.00
Description
세계 최초의 인체 부패 연구소
“시체농장(Body Farm)”을 설립한
법의인류학자의 경이로운 기록
미국 테네시주의 한 농장에서는 곤충, 박테리아, 청소동물의 도움을 받아 그 어떤 방해 없이 인간의 시체가 야외에서 부패된다. 이곳은 ‘시체 농장(Body Farm)’으로, 과학과 정의를 위해서 얕은 무덤에 묻히거나, 물에 잠기거나, 차 트렁크에 담긴 시체들의 부패 과정, 그 자연의 섭리를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연구소다. 이 책은 시체 농장을 설립한 저자가 ‘뼈 탐정’에 불과했던 유해 감식을 어떻게 ‘법의인류학’이라는 과학으로 발전시켰는지 50여 년간 겪은 에피소드를 따라 흥미롭게 펼쳐지는 논픽션이다.

우연한 선택이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사람들은 종종 한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배스 박사도 상담학을 전공하고 카운슬러가 된다는 미래를 꿈꿨지만, 순전히 재미로 선택한 교양 인류학 수업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버린다. 인류학 교수의 제안으로 불에 타고 부러진 뼈로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제 사건을 종결하는 과정에 큰 매력을 느낀 뒤 인류학으로 아예 전공을 바꾸게 된 것. 이후로 저자는 5000구가 넘는 인디언 유해를 발굴하고, 세계적으로 떠들썩했던 린드버그 아기 납치 사건의 유해를 감식하고, 아무도 모르게 살해당해 매장되거나 토막 난 유해의 신원을 밝혀냄으로써 지방 소도시 보안관 사무실에서 FB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집행기관이 담당한 수백 개 사건의 해결을 도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슬프고도 경이로운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서 뼈 해부학, 법의곤충학, 인체 부패 연구 등 법의인류학이 새롭게 개척해낸 학문의 영역들, 그리고 죽은 인간이 겪은 사망의 종류와 사망 후 경과시간, 그리고 사망한 환경을 판별하는 연구가 발전하는 과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더하여 저자의 뼈 해부학 설명과 부록에 담긴 골격 일러스트를 보고 나면, 독자 또한 희생자의 나이, 인종, 성별, 신장을 판별할 수 있게 되는 법의학의 ‘교양’을 얻을 수 있다.
저자

윌리엄배스,존제퍼슨

저자:윌리엄배스(WilliamBass)
법의학계의전설적인인물.지방소도시보안관사무실에서FBI에이르기까지,다양한법집행기관이담당한수백개사건의해결을도왔다.1980년세계최초의시체부패연구시설인테네시대학교인류학연구소,일명‘시체농장’을설립했다.이연구소에서뼈해부학과인체부패를주로연구했으며,이를통해시체의사망의종류와시간,그리고사망한환경을판별하는방법에있어많은진전을이루었다.그의연구는검시관,법의학자,형사와법집행기관에서사후조사에사용하는기법의기초가되었다.현재까지200권이넘는도서를집필했으며,그중에는자신이기소나사건해결에도움을주었던살인사건과미스터리를기반으로한것도있다.현재는교수직에서은퇴했지만,여전히테네시대학교의법의인류학프로그램에서활발하게연구활동을하고있으며,테네시주녹스빌에살고있다.

저자:존제퍼슨(JonJefferson)
기자이자과학저술가,그리고다큐멘터리제작자이자소설가.히스토리채널,A&E,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을위해수많은프로그램을제작했고,《뉴욕타임스》《뉴스위크》《USA투데이》《파퓰러사이언스》등에글을기고했다.이책《부패의언어》가베스트셀러에오르면서,윌리엄배스와함께제퍼슨배스JeffersonBass라는필명으로범죄소설시리즈를공동집필했다.현재조지아주애선스에살고있다.

역자:김성훈
치과의사의길을걷다가번역의길로방향을튼엉뚱한번역가.중학생시절부터과학에대해궁금증이생길때마다틈틈이적어온과학노트가지금까지도보물1호이며,번역으로과학의매력을더많은사람과나누기를꿈꾼다.현재바른번역소속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구름관찰자를위한가이드》《지능의기원》《초월하는뇌》《동물들처럼》《과학이된무모한도전들》《암연대기》등을우리말로옮겼으며,《늙어감의기술》로제36회한국과학기술도서상번역상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죽은자들이사는땅008
1.12개의작은뼈012
2.2000년을기다린인디언030
3.뼈의증언:법의인류학입문059
4.초원에홀로남겨진아이077
5.머리없는시신094
6.불타버린집이말해준진실112
7.시체농장,탄생하다134
8.구더기는알고있다148
9.죽음의악취가퍼지는거리166
10.뚱보샘과캐딜락조179
11.자기집바닥에묻힌남자194
12.동물원사나이연쇄살인사건212
13.불에탄시신,토막난뼈251
14.죽음을모방한예술277
15.시체농장,논란에빠지다290
16.어떤아내의죽음302
17.우연을가장한설계자322
18.순수한악의심연343
19.재가되지못한시체들368
20.그리고내가죽는날397
부록Ⅰ|사람의골격을구성하는뼈404
부록Ⅱ|법의인류학용어해설407
감사의말|414
주|419

출판사 서평

들판에놓인시체,물에잠긴시체,불에탄시체,
자동차트렁크에숨겨진시체,시멘트에뒤덮인시체로
‘부패의언어’를배우는곳

저자가시체농장을설립하게된계기는사실전세계언론에떠들썩하게보도됐을정도로엄청나게망신스러운‘실수’에서비롯되었다.바로도굴당한무덤에서발견된머리없는시신의사망후경과시간을무려‘113년’이나빗나가게판단했던것.부패가진행되긴했지만,분홍빛이도는피부에온전한시신의형태를보고사망한지길어야‘몇달’이라고판단했으나무려미국남북전쟁때죽은샤이중령의시체임이밝혀진다.1860년대장례관습에따라시신은방부처리가된데다관이주철로만들어진탓에물,산소,관파리가차단되어부패속도가현저히느렸던것이다.이미20년경력의테네시주공식법의인류학자였던저자는구겨진체면에신경쓰기보다사람의목숨이끝났을때시작되는사후과정에대한무지함을처절하게반성하며시체농장의아이디어를떠올리게된다.

1980년설립이후약1200평에달하는시체농장에서저자는미국전역에서시신을기증받아다양한환경과조건에놓고사후과정에대한실험을진행했다.이를테면시체를물웅덩이에담가놓고언제,어떤형태로시랍(습한곳에서부패한시신에생기는왁스)이생기는지,뚱뚱한시체와날씬한시체중에어느쪽이더빨리부패가진행되는지,얕은무덤,숲의그늘,자동차의트렁크나뒷좌석에선시체가어떻게부패하는지,더나아가시체가부패할때구더기,파리,송장벌레등곤충은어떤활동을보이는지,부패한시체가놓인토양은어떤화학물질의변화가일어나는지등이다.즉사망직후부터몇주,몇달이지나뼈말고는아무것도남지않을때까지시신에서일어나는‘모든일’을연구하고기록함으로써,세계최초로사람시신의부패과정의‘시간표’,즉사망후경과시간의데이터베이스를구축한것이다.

이데이터베이스를구축하는목표는딱한가지였다.실제로살인사건희생자가발견되었을때,그시신이어떤환경,어떤부패단계에있든지간에경찰에게그사람의사망시각을과학적으로,가장확실하게말해주기위함이다.그런데사망후경과시간이왜그리중요한걸까?대체무엇을의미하기에저자가자신의인생을바쳐데이터베이스를구축한걸까?

맨뼈,썩은시체,구더기와파리로
가장정확한‘죽음의시간’을재구성하는
치열한분투의시간

1999년5월미시시피주파이크카운티의한오두막에서잔혹하게살해당한일가족의시체가발견된다.젊은부부는수차례칼에찔려사망했고,어린딸은목이졸려죽은데다성폭행까지의심되는상태로부패해있었다.용의자는죽은손녀를발견하고24시간만에25만달러짜리생명보험금을청구한의붓할아버지였다.6년간의첨예한법정다툼때문에시신은이미오래전에매장되어남은것이라곤발견당시를찍은사진과노트기록뿐이었다.

저자는수십년간시체농장에서의연구로시체부패의과정이예측가능한일관된순서대로일어난다는것을알고있었다.사진속시신피부의미끄러짐,뼈의노출,머리카락상실,곤충의활동과더하여사망당시미시시피의온도와습도변화를자신이발명한‘누적도일’이란공식에넣자사망후경과시간이나왔다.그런데문제는그렇게도출해낸날짜에용의자의명확한알리바이가있다는것.수십년동안치밀하게구축해온저자의연구가틀렸던걸까?바로그때저자가미처확인하지못했던사진한장이발견된다.그사진속손녀의머리카락사이에는구더기가파리로변태하면서남긴껍데기가있었다.이는저자가애초에예측했던것보다일가족이더빠른날짜에살해당했다는의미였고,이증거덕분에배심원들은의붓할아버지에게사형을선고하기에이른다.

사망후경과시간연구에저자가인생을건이유는바로이것이다.유골감식으로살해희생자의신원을밝히면유해의주인만찾을수있지만,사망후경과시간을정확히안다면‘언제’‘누구’의손에죽었는지밝혀내고,법적증거로채택되어,법의이름으로살인자를단죄할수있기때문이다.

저자가망자의몸에남은이야기를부패의언어로번역해준덕분에오늘날살인사건의희생자들은자신이죽은시간을우리에게알리고,자신을죽인살인자의정체를밝힐수있게되었다.현재검시관,법의학자,경찰과법집행기관에서사용하는거의모든사후조사기법은바로윌리엄배스박사와그의제자들이몰두한시체농장연구에서나온것이다.

한때는인간의‘살’이었던것에서일어나는변화
그과정에서찾아낸인류학과의학,
그리고인간성의의미에대한통찰

총20장으로구성된이책의각장에서는법의학을한단계끌어올린살인사건에피소드와뼈와구더기,시체부패과정에대한자세한묘사가나온다.그럼에도이책이끔찍하게만읽히지않는건,‘인간성이란무언인가?’를다시생각하게해주는저자의따듯하고도연민어린,때로는존경을담은시선덕분이다.

“리사의유해는재판이끝나고머지않아매장됐다.만약리사가살아있었다면지금은30대중반이되었을것이다.어쩌면자기아이를두었을수도있다.그리고어쩌면그아이는가는금발머리에앞니사이가살짝벌어지고,크고환한미소를지을때면가운데치아에나있는파인홈이눈에들어오는예쁜여자아이였을지도모르겠다.”(93쪽)

시체농장이만들어진이후,인간의시신을도구화한다는윤리적논쟁이끊임없이제기되었다.그러나저자는시체농장이야말로죽음을통해생명을구하는곳이며,정의를구현하는공간이라는것을시신을대하는태도를통해증명한다.살았을때도,살해당했을때도그어떤관심조차받지못했던한여성의뼈로그는오늘날수많은법의인류학자와검시관과FBI요원을키워냈다.살인자가신원을알수없도록불로바싹태워버린뼈로도마침내사망후경과시간을알아내고야말았다.시신에남은구더기와톱질의흔적으로도살인범을밝히는방법을그와제자들은찾아냈다.인간만이동족을잔혹하게살해하고,상상도못할방법을동원해희생자의신원을알수없도록숨기지만,또인간만이그갖가지방법을추적해우리에게정의를돌려주고있다.그것이이책이우리에게말하는메시지이자저자가인생을바쳐증명한인간을향한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