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모든 울음은 개별적이었다”
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사람이 동일한 양의 빛과 어둠을 맛보는 1년 중 단 하루.
사멸하는 동시에 분열하는 서사로 비춘 상실과 회복의 시간
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사람이 동일한 양의 빛과 어둠을 맛보는 1년 중 단 하루.
사멸하는 동시에 분열하는 서사로 비춘 상실과 회복의 시간
포켓몬GO를 켜놓고 한 바퀴에 8000보, 두 바퀴면 1만 6000보, 하루 약 7킬로미터의 호수 공원을 속죄하듯 걷던 '신진'은 자신과 보폭을 맞춰 걷는 고라파덕 '죠'를 멀거니 바라본다. 오리너구리를 닮은 귀여운 외형과 달리 심한 두통에 머리를 쥐고 걷는다는 고라파덕을 두고 “애석하다”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을 잘도 했던 배은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구덩이의 표정을 잘도 짓던 배은조. 신진은 늘 덤덤하고 잔잔했던 은조의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자신과 달리" 은조의 '구덩이'를 제 것처럼 가져다 쓴 여자 송지희를 만난다. 그녀를 죽이고 싶은 순수한 악의를 숨긴 채 송지희를 끌어안은 진은 “이 사람이 내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말아 쥐고, 날카로운 칼로 단번에 가슴팍을 꿰뚫은 뒤, 오래오래 그녀의 안쪽을 헤집는 상상”을 더하여 차가워진 마음으로 생각한다. “이렇게나 폭력적인 포옹을 배은조는 얼마나 많이 당했을까.”
추분 (양장본 Hardcover)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