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쩐의 전쟁 :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조선인의 돈을 향한 고군분투기

조선사 쩐의 전쟁 :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조선인의 돈을 향한 고군분투기

$18.50
Description
형제간 유산 싸움부터 노비가 알려 주는 소송의 기술까지
돈에 웃고 돈에 울던 500년 전 조선과의 만남!
“부모를 죽인 원수는 금방 잊어도 자기 재산을 앗아간 원수는 죽어서도 갚는다.” 16세기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인간의 가슴에 가장 큰 원한, 울분, 억울함을 쌓는 것이 ‘돈’이라는 말이다. 이로부터 약 5세기가 지난 현대를 사는 인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주식이며 코인, 부동산 투기 등등 평생 돈에 얽매여 괴로워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훨씬 더 과거였던 14세기 조선, 유교와 점잖은 선비의 나라는 좀 달랐을까?
이 책의 저자인 이한 작가는 온갖 사료에서 건져 올린 조선인의 여러 사연이 현대와 절대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돈 앞에서는 양반도 상놈도 없고, 형제자매나 부모자식도 안중에 없는 사연이 수두룩했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의식주가 풍족하지도 않았고 신분제까지 존재하던 시대였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원래 있는 놈이 더하다고, 더 부유하고 높은 신분이 자기보다 가난하고 낮은 신분을 약탈하고 착취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양반들은 노비가 주인에게 돈을 바치는 ‘기상’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돈 많은 노비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바치는 재산을 당당하게 갈취했고, 세금 비리가 심하던 때는 죽은 사람의 백골과 갓 태어난 아기에게까지 세금을 매기며 백성을 수탈했다. 그럼 민초들은 그대로 짓밟히기만 하고, 참고 또 참으며 숨죽이고 살았을까? 슬슬 감이 오겠지만, 절대로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조선 시대는 노비라도, 여성이라도 모두 자신의 억울함을 공식적으로 호소할 수 있었다.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송사(소송)’ 제도가 있었으며, 한자를 알지 못해도 자신의 사정을 글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 ‘한글’이 존재했다. 그리하여 조선의 백성들은 말 그대로 관아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소송전을 벌였다. 위로는 양반부터 아래로는 천민까지 누구든 고소장을 들고 “내 재산을 돌려 달라!”고 외칠 수 있는 나라, 분명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조선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세상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역시 물질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것인지, 대체 이 욕심의 끝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끝이 있기는 한 것인지, 피도 눈물도 없고 가족과 친구도 한낱 돈 앞에 하찮은 존재가 되고야 마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것인지.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점은 그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 없이 투쟁하고, 저항하고, 도전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삶이 인간의 본성인 건 아닐까?
밟는다고 가만히 밟히지 않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주저앉아 울고 있지만은 않았던 조선인들의 통쾌하고 씩씩한 투쟁기를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도 다양한 시련을 헤쳐 나갈 힘을 얻게 되기를 바라며, 우리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조선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 편견을 깨게 되길 바란다.

저자

이한

저자:이한
서울대학교동양사학과대학원에서석사를취득했고,이후꾸준히역사서를집필하고있다.현재는책을집필하는틈틈이칼럼을쓰고,KBS라디오<성공예감>에역사커뮤니케이터로출연해재미있는역사이야기를나누는중이다.
역사의가장큰재미는같은사건이라도보는사람에따라다양한관점으로해석이가능하다는점에있다.당시의사회를바탕으로해석해보는시각도,현대의관점으로들여다보는시각도모두다를뿐이지틀리지않다고생각한다.역사의바다에서사람냄새물씬풍기는이야기를찾아다양한시각으로재해석해보는걸가장즐기며,읽고쓰는게좋아모르는분야를공부하는것도언제나환영이다.앞으로도계속역사의다양한이야기를소개하고자한다.
저서로는《우리는투기의민족입니다》,《역병이창궐하다》,《요리하는조선남자》,《성균관의공부벌레들》,《폭군의몰락》등이있으며,공저로《은하환담》,해설로집필에참여한《조선왕조실톡》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우리가처음만나는조선판쩐의전쟁

1장돈에살고돈에죽는지극히인간적인조선과의만남│전쟁의서막
선비의나라에서벌어진진흙탕돈싸움
이성계가부동산을투기한사연은?
조선소송실록1)500년소송의나라의탄생

2장예쁜자식에게매대신유산하나를더주고…│첫번째전쟁:형제간의유산다툼
이순신은편애로유산을많이받았다?
서자에게재산을다뺏긴적자의투쟁기
조선소송실록2)‘척’진사람들을위한고소첫걸음

3장상속으로얽히고설킨양반댁콩가루싸움│두번째전쟁:친척간의유산다툼
장화와홍련은부자라서미움받았다?
돈때문에종가를팔아먹은양자들
조선소송실록3)조선에서는변호사를쓰면불법이었다?

4장그노비는어떻게소송에서양반을이겼나?│세번째전쟁:이웃간의재산분쟁
영의정은왜고리대금업을했을까?
정약용이돈많은노비에게한말
조선소송실록4)춘향이는다계획이있었다

5장대들고,등쳐먹고,도망치는재산들│네번째전쟁:노비를두고벌어진싸움
사람을물건처럼주고받을수는있었지만…
그들은왜친척을자신의노비라고우겼을까?
돈때문에자신이노비라고주장한사람이있다?
조선소송실록5)과학수사가없던시절에친자증명하기

6장억울하게빼앗긴돈이불러온거대한분쟁│다섯번째전쟁:부당한세금과의전쟁
12년동안죽은남편의세금을낸이유
한강을둘러싼어마어마한이권쟁탈전의승자는?
조선소송실록6)가난해서이혼당한남편의위자료는얼마?

나가며역사는재미있다,정말로

출판사 서평

양반과노비의재산싸움부터고리대놓는양반마님까지
돈때문에‘척’진사람들의소송의기술
1554년지금의전라북도장수현(당시침곡)에서양반과노비가한판소송전을벌였다.이소송은양반인이문건과노비인내절금이어떤비옥한땅을놓고서로소유권을주장하며벌어진일이었다.양반대노비의소송이라니승부의결과가무척이나뻔해보인다.아니,그이전에양반과노비가소송을통해나름평등하게시시비비를가려볼기회가있었다는자체가무척놀랍지않은가?
내절금은자신의어머니가이문건에게강요를받아어쩔수없이바친땅이기에자신의소유라고주장했고,이문건은자신의노비가바친땅이므로자신의소유라고주장했다.이소송전의결과는과연어떻게되었을까?이문건은이소송의결과를자신의일기인《묵재일기》에기록하지않았고,소송이후에도땅주인은여전히내절금이었다.그렇다.놀랍게도,이둘사이의소송은노비인내절금이이긴것으로추측된다!
한편,조용히남편의내조만했을것같은양반마님들은고리대를놓았다.당시양반마님들은집안살림전체를관장하는리더였는데,집안살림을더욱불리기위해열심히모은돈을이웃이나노비에게빌려주고이율을쳐서돌려받는식으로돈놀이를했다.이런빚때문에다투다사람이죽는일까지생겨나며,조선후기의실학자인이덕무는양반여인들에게돈놀이를하지말라는당부까지따로하기에이른다.
이책은이처럼우리가이제까지그어떤역사책에서도볼수없었던기상천외하면서도안타깝고,한편으로는응원하게되기도하는조선인들의쩐의전쟁을소개한다.누구나자신의재산을지키기위해고군분투할수있었던조선,신분에상관없이억울하다외쳐볼수있었던조선,이제까지어디에서도볼수없었던바로그‘조선’을만나게되길바란다.

딸을위해부동산을투기한임금이있다?
노비가양반을고소해서이겼다고?
재산,신분,세금으로다시알아가는조선사상식
이책안에는조선인의돈을향한다양한고군분투기를담았다.
1장은조선에서는주로어떤사건사고가일어났는지,또당시에는어떤것들이재산이되었는지현대와는꽤색다른이야기들을만날수있다.
2장과3장에서는돈앞에피도눈물도없던형제간,그리고친척간의물고물리는재산다툼을만날수있다.그처절한전쟁을보고있자면아마현대판재벌막장드라마는저리가라는생각이들지도모르겠다.
4장에는이웃간의재산다툼을담았다.여인들의집안재산을모으고불리고굴리는비법부터노비의사유재산이인정되던시대의부자노비와거지양반의소송기까지어디서도보지못했을조선의면면을담았다.
5장은사람도물건처럼재산이되던시대의조금은암울한이야기를담았다.어쩔수없는신분제의굴레를넘어자신의삶,가족,재산을지키려애쓴분투기를엮었다.
6장에서는부당한세금과의전쟁을이야기한다.백골에도세금을거두던악독한양반들의이야기부터자신의이권을지키기위해쉴새없이관아를드나들던상인들의사연까지모두모았다.
이뿐만이아니라대부분돈과관련한분쟁이생기면쪼르르관아로소장을들고달려갔기에,조선시대의소송기술을엿볼수있는〈조선소송실록〉을부록으로실었다.분쟁이생겼을때주저앉아우는것이아니라,적극적이고씩씩하게이를타계하기위해노력한조선인들의모습을보며우리가가지고있던편견을한꺼풀벗겨낼수있게될것이다

책속에서

새집에대한태조의주문이놀라울만큼상세하다.집본채와부엌은기와로,광이나다락,안사랑,서방등은이엉으로이으라고하고,동서남북집의방향과건물의배치는물론방의칸수도정해둔것이다.더불어이24칸기와집에서대대손손영원히거주하며살것을기원하고있다.
“…주춧돌과함께구입한허금의집터매매문서를상속해주마.(숙신옹주가옥허여문기중에서)”
늘그막에얻은귀여운딸의미래를걱정하는아버지의마음이애틋하면서도,바로옆에서아버지때문에소매를물어뜯고있었을다섯째아들을생각하면참얄궂기도하다.
참고로이문서는1401년인태종1년에작성한것으로,당시조선의수도는개성이었다.처음조선을개국하며한양으로수도를옮겼지만,그곳에서형제들끼리죽고죽이는제1차왕자의난이벌어졌다.이때문에조선의2대왕정종은옛수도개성으로돌아왔고,이후한양은버려져폐허가되었다.그런데도태조는사랑하는딸에게개성이아닌한양의집을물려주었다.이상한결정으로보이지만,우리는이후의역사를알고있다.
<이성계가부동산을투기한사연은?>에서

1588년의초계변씨의별급문서에따르면,이순신의집안은충청도,전라도,황해도등등에땅과노비22명을가지고있었다.이순신에게물려받을재산이있었다니!사실이정도재산규모를두고아주부자라고보기는어려웠다.유명한집안들의분재기를보면가진땅만해도수백에서수천마지기를넘나들고,노비도수백명에서천명에이르렀으니까말이다.그래도어쨌든땅과노비가있는정도는되었던것이다.그것도생각보다는많이!
그럼왜이순신의가족은한양을떠나아산으로갔을까?서울에서사는것이무슨감투처럼여겨지는현대사람이라면이해가가지않는선택일수도있지만,조선중기까지만해도처가살이는몹시흔했다.더군다나친가가가난하고처가가부자라면특히더그랬다.
<이순신은편애로유산을많이받았다?>에서

권제는첩을너무나도사랑한나머지본처를쫓아냈다.또한,첩이낳은자식을극진히사랑한나머지본처의자식들을때리고괴롭혔다.넷째아들인권람은아버지의폭력에시달린끝에가출했고,심지어딸하나는아버지의발에걷어차여죽었다.
《조선왕조실록》은권제가중요한일을맡았기에자식을살해한일이묻혔다고적고있다.아무리그래도살인,그것도존속살해사건인데그럴수있었을까?아무튼조강지처를쫓아내고자기자식을학대한것만으로도권제는충분히몹쓸아버지였다.그러나여기에서멈추지않고첩과의사이에서얻은아들에게재산을모조리몰아주어실록에까지그기록이남았다.
“첩의자식에게는노비를많이주고,적처의자녀에게는혹은조금주거나혹은전혀주지않았습니다.(《조선왕조실록》,〈예종실록〉6권중에서)”
<서자에게재산을다뺏긴적자의투쟁기>에서

조선시대의소송을이야기하는데웬춘향전인가하겠지만,이만한고발가이드북이따로없다.단옷날광한루에서그네를타는성춘향을본이몽룡은첫눈에반해서사랑의편지를보내게된다.몇번의밀당을거쳐불타는사랑에빠진이팔청춘은만난지하루만에갈데까지다가게되는데,문제는다음이었다.
아버지가한양으로올라가게되자몽룡은춘향에게어쩔수없다며이별을고한다.이때춘향이는눈물을흘렸을까?아니면몽룡의옷자락을붙잡고매달렸을까?둘다아니다.널고소하겠다고외쳤다!조선시대를대표하는고전소설이자판소리이기도한《춘향전》을보면춘향이는버림받은신세를슬퍼하며한탄하는대신“내이럴줄알았다”라며대대적인법정소송을준비하겠다고외친다.
<춘향이는다계획이있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