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시대에다시묻는
‘덕을쌓는삶’의의미
언젠가부터우리는좋은마음을의심하는데익숙해졌다.누군가선의를보이면“왜저렇게까지하지?”하고묻고,대가없이베푸는사람을보면“무슨의도가있는것아닐까?”하고의심한다.모든것이빠르게계산되고손익으로환산되는세상에서피해를보지않는것이현명함이되고먼저움직이지않는것이안전한태도가되었다.이런시대에‘덕을쌓는삶’이라는말은조금낡고순진하게들릴지모른다.그러나이책에서말하는‘덕’은착한사람으로보이기위함도,무조건참고희생하라는뜻도아니다.
‘내가어떤마음으로사람을대할것인가?’
‘보이지않는곳에서어떤태도로행동할것인가?’
‘당장나에게돌아오는이익이없어도좋은일을선택할수있는가?’
덕은이물음에대한선택이며,그선택이한사람의인격과관계와인생의방향을결정한다.
《덕을쌓는삶》의저자마스노ㅤㅅㅠㄴ묘는요코하마겐코지의주지이자세계적인정원디자이너로,오랜수행과수많은만남을통해한가지사실을발견했다.분명한성취를이루고오래가는사람들은예외없이덕을쌓는다는것이다.그증거는멀리있지않다.야구선수오타니쇼헤이는경기장에떨어진쓰레기를아무렇지않게줍고,2023년부터2024년사이일본전역의초등학교에야구글러브6만여개를기부했다.영화감독기타노다케시는반세기가까이촬영장과공원의화장실을손수청소해왔다.자동차용품기업옐로햇의창업주가기야마히데사부로는직원들에게똑바로하라고다그치는대신사장이먼저청소를하기시작했고,처음10년간은아무도따라오지않았지만끝내전직원이함께하는청소가기업문화로자리잡으며고객의깊은신뢰를얻었다.파나소닉의창업주마쓰시타고노스케는일찍이“인간으로서가장귀한것은덕(德)이다”라고말했다.이들에게선행은성공의장식이아니라실력을떠받친기둥이었다.
부처님은병들어홀로누운수행자를직접씻기고자리를정돈해준뒤제자들에게“남을돌보는것이곧나를돌보는일이다”라고말했다.2,500년전의가르침은지금도유효하다.우리는서로에게너무쉽게무관심해지고,너무빠르게등을돌리며,너무자주‘나와상관없는일’이라고말한다.그러나삶은혼자단단해질수없다.누군가를향해내민작은손길,타인을위해한발움직이는마음,보이지않는자리에서좋은일을선택하는태도가나의삶을지탱한다.덕을쌓을수록인생은더욱풍요롭고단단해지는이유다.
덕은오늘내가할수있는
가장작은실천이다
많은사람이좋은일을해야한다는것은안다.하지만막상실천하려하면어렵게느껴진다.큰돈을기부해야할것같고,시간을많이내봉사해야할것같고,특별히훌륭한사람이되어야할것같다.이책은덕을쌓는일이그렇게거창하지않다고말한다.
불교에는재물이없어도베풀수있는일곱가지보시,'무재칠시(無財七施)'가있다.자비로운눈길(안시),온화한표정(화안시),따뜻한말(언사시),몸을움직여돕는일(신시),마음을나누는일(심시),자리를양보하는일(상좌시),쉴곳을내어주는일(방사시)이그것이다.가진것이많아야덕을쌓는다는생각을뒤집는가르침이다.그래서저자가권하는선행의목록은의외로사소하다.길에떨어진쓰레기를줍기,쓰러진자전거를일으켜세우기,엘리베이터에서열림버튼을먼저눌러주기,뒷사람을위해문을잠시잡아주기,붐비는카페에서혼자라면작은자리에앉기등‘이런것도선행이될까?’싶은일들이곧덕의시작이다.
문제는아는것과움직이는것사이의거리다.책에는한일화가나온다.비가새는법당에서화상이“무엇이든좋으니빗물받을것을가져오라”하자,다른승려들이어떤통이좋을지고민하는사이한승려가구멍뚫린채반을내밀었다.비웃음이터졌지만화상은오히려그를칭찬했다.“생각에빠지기전에채반이라도내밀고,안되면그때다시움직인다.바로그자세가중요하다.”선에서말하는‘선즉행동(禪卽行動)’이이것이다.판단보다한걸음이먼저라는뜻이다.
저자의담당편집자는반년간동네쓰레기를줍고매달기부를해보았다고한다.그는“덕을쌓으니운이차곡차곡저금되는느낌”이라말한다.마음속에만있던선의도행동으로옮겨야만삶을움직이는힘이된다.삶을바꾸는일은늘거대한사건처럼보이지만,실제로는아주작은태도의반복에서시작된다.
아무것도바라지않을때
삶은가장좋은방향으로간다
덕을쌓는삶에서가장중요한것은‘바라는마음’을내려놓는일이다.책에는양나라무제와달마대사의유명한문답이등장한다.수많은절을짓고수행자를후원하며불교를일으킨무제가“이런나에게어떤공덕이있겠소?”라고묻자,달마는“무공덕(無功德),공덕따위는없소”라며한마디로잘라답했다.대가를기대하고한일이라면그것은이미진정한덕이아니라는뜻이었다.
처음부터아무것도바라지않기는어렵다.좋은일을했으니좋은일이돌아오기를바라는마음,내가베푼만큼누군가알아주기를바라는마음이드는것은자연스럽다.이책은그런마음을부정하지않는다.다만‘이만큼베풀었으니이만큼돌아와야한다’고계산하면선행도곧피로해진다고말한다.기대한만큼돌아오지않으면실망하고,알아주지않으면서운해지고,결국좋은마음마저닳아버리기때문이다.아무것도바라지않고좋은일을선택할수있을때사람은이상하게더자유로워지는법이다.
그렇다고덕이사라지는것은아니다.결국나에게돌아온다.다만반드시눈에보이는보상이나행운의형태가아닐수있다.일본전국시대,절에들른장군에게한소년이차를올렸다.첫잔은미지근하게가득,두번째잔은조금따뜻하게,세번째잔은작은잔에뜨겁게올려상대의갈증과상태를한발앞서헤아렸다.이배려에감탄한장군은소년을곁에두었다.그가훗날의이시다미쓰나리다.무언가를바라고한일이아니었기에오히려귀한인연이되었다.덕은좋은인연으로,단단한신뢰로,흔들릴때나를붙잡아주는삶의기준으로돌아온다.남을위한일처럼보이지만결국나의삶을위한일인것이다.
《덕을쌓는삶》은선하게살면무조건복이온다고말하지않는다.대신좋은마음으로살아가는사람이왜오래가는지,작은선행이어떻게좋은인연과삶의방향을만들어가는지안내한다.세상이아무리계산적이어도사람의마음은계산만으로살아갈수없다.우리에게는여전히따뜻한말한마디가,누군가의작은배려가필요하며,내가나를부끄러워하지않을수있는삶의태도가필요하다.
좋은일이있어서좋은날이되는것이아니다.좋은마음으로살기로했기때문에오늘이조금더좋은날이된다.덕을쌓는삶은오늘내가할수있는가장작은선행에서시작된다.그작은덕들이쌓여인생의방향을바꿔놓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