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을웃고,웃음을웃는시인들
―빈터문학회지제18집『연둣빛행성』
빈터문학회(회장장인수)가열여덟번째동인문집『연둣빛행성』을발간했다.무크형식으로발간된제18집은1부에서는고(故)김길나시인의작품세계를특집으로꾸몄고,2부에서는강순시인의「쌓이는접시처럼」등35명의동인들의시작품70편을실었다.
빈터문학회는2000년결성되어23년동안쉬지않고활동해오고있는문학모임이며,현재전국의시인37인(강순,권지영,김도연,김명기,김명은,김미옥,김밝은,김소영,김송포,김영준,김윤아,김정수,김진갑,김진돈,김창재,김혜선,나석중,박미라,박일만,서정임,수피아,신새벽,심종록,윤희경,이성수,이순옥,이어진,이혜수,장인수,정겸,정완희,정충화,정한용,주선미,최지영,하태린,홍솔)이활동하고있다.
무크형식으로발간된이번18집『연둣빛행성』에서무엇보다눈에띄는건고(故)김길나시인(1940~2022)의작품세계를다루고있는특집이다.김길나시인의미발표작15편(시10편,동시5편)을발굴하여실었고,김길나시인의시세계를분석한시인론2편과추모사등을싣고있다.
걷는다
나아간다
도착이다
더는갈곳없는도착이다
목적없는최후목적지에서
그들은어디로사라졌을까?
―김길나미발표시,「도착」전문
이곳,나무들이내건시계가4월을가리킨다
연둣빛이터져나온다
연둣빛아기가통통뛰어시간을점프한다
순간이동으로내일에도착한아기가성인이돼있다
연둣빛이보이지않게되었다
이곳에서는보이고
저곳에서는안보이고
사라짐과이동의동일성을두고
연둣빛아기와연둣빛이사라진성인이마주친다.
―김길나미발표시,「연둣빛행성」전문
나와똑같은아이가
거울속에들어있어.
너누구냐고내가물으면
그애도동시에너누구냐고물어.
내가그애에게거울속에서나와보라하니까
오히려그애가나를거울에서나오라는거야.
어이없어웃으니,그애도동시에웃어.
그아이에게는내가거울속아이라는거야.
어이없는쪽은자기라는거야.
―김길나미발표동시,「거울」전문
강순시인은“시간과사랑의역설학”이라정의하며김길나시인의시세계를‘문학-우주물리학-시간’의관점에서꼼꼼히분석하고,이어진시인은“구름과바다의대위법,그무의식의춤”이라는제목으로역시‘문학-종교-음악’의관점에서김길나시인의시세계를분석한다.
빈터문학회회장인장인수시인은이번동인문집을묶으면서이렇게얘기한다.
“빈터문학회는2000년에시작하여물경23년동안쉬지않고활동해온문학모임입니다.빈터에아낌없는박수와격려를보내주신모든시인과독자분들덕분입니다.진심으로감사합니다.온갖웃음을울고,울음을웃으면서여기열여덟번째회지를세상에내놓습니다.우주적상상력의새로운시적지평을개척한고(故)김길나시인의작품세계를특집으로꾸몄습니다.이자리에김길나시인의미발표발굴작15편을선보이게되었습니다.매우뜻깊은작업이라고생각합니다.빈터문학회는앞으로도뚜벅뚜벅문학의길을열심히가겠습니다.애정을가지고지켜봐주십시오.”
한지역을중심으로한문학모임마저쇠락해가고있는이때,전국의시인이모여23년동안한번도쉬지않고달려온문학모임이바로빈터문학회다.웃음을울고울음을웃으며문학을하는사람들이다.그들을응원해야하는까닭이고,그들의작품을읽어야하는까닭이다.
빈터문학회회원(현재37명)
강순,권지영,김도연,김명기,김명은,김미옥,김밝은,김소영,김송포,김영준,김윤아,김정수,김진갑,김진돈,김창재,김혜선,나석중,박미라,박일만,서정임,수피아,신새벽,심종록,윤희경,이성수,이순옥,이어진,이혜수,장인수,정겸,정완희,정충화,정한용,주선미,최지영,하태린,홍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