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자 -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4

견자 -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4

$11.00
Description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의 심장이 올라와 있다
- 박용하 시집 『견자』 17년 만에 개정 복간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네 번째 작품으로 박용하 시인의 시집 『견자』가 출간되었다.

『견자』는 2007년 열림원에서 나온 박용하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 당시 사회의 “타락한 말”에 대한 냉소와 개탄을 통렬하게 담아내어 평단과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시집 『견자』에 대한 평을 몇 개만 살펴보자.

랭보 이후, ‘견자’라는 개념은 하나의 문학적 아우라로 기능해왔다. 박용하의 『견자』가 지속적으로 랭보의 시론(詩論)을 연상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략) 박용하의 ‘견자’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의 세계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순간의 영원”에서 “하늘 눈동자가 열리는 소리”(「배터리도 없이」)를 듣는다. 그러므로 그는 “고통받는 자”가 아니라 “고통하는 자”(「강물」)이며, 사랑받는 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이다. 견자, 순간에서 영원을 보고, 언어의 길이 닿지 않는 곳에 언어의 그물을 드리우는, 그러면서도 끝내 인간과 말을 그리워하는 존재. 이 이율배반의 심적 상태는 침묵을 잃어버린 말들이 넘쳐나는 이 세계에 대한 비판을 함의하고 있다. (중략) 이처럼 ‘말’로 상징되는 언어에 관한 자의식은 『견자』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견자(見者)의 시선과 언어가 맺는 상관성을 암시하는 시적 장치처럼 보인다. 그는 “말만 많은 것들”의 말이 아니라 “여벌이 없는 것들”(「입김」)이 내뿜는 침묵의 언어를 소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의 세계를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진술이 언어에 대한 단순 부정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 고봉준(문학평론가)

박용하의 네 번째 시집 〈견자〉(見者, 열림원, 2007)에는 유독 말의 타락을 개탄하고 냉소하는 시들이 많다. 예컨대 다음 구절에 시인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믿음을 걸고 나열하는/ 줄줄 새는 낙원의 말들 앞에서/ 주워 담을 길 없이 떨어지는 가을날의 잎들처럼/ 입은 철들지 않았고 사람들은 물먹었다.”(「새털구름」) 조심하라, ‘낙원의 말들’이 창궐할수록 ‘말의 낙원’은 모욕당한다. 그 말들은 당신을 물 먹일 것이다. 이것은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말의 인플레이션은 일상에서도 엄연하다. “답변기계들처럼/ 답변기계들처럼/ 말끝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시에다 시인은 ‘…최악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을 얹어놓았다. 이 위악적인 재치가 ‘최선’이라는 말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우리는 ‘최선’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중략) 이러니 말이라는 것은 얼마나 난해한 숙명인가. 그래서 다음 시는 이렇게 비장하다.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다

돌이킬 수 없는 허공에서
너는 뛰어내린다
너는 그처럼 위험하고
너는 그처럼 아슬아슬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생처럼
한 번 가버리는 생처럼
뒤돌아봐도 그만인 사람처럼
너는 절대 난간에서 뛰어내린다

아마도 너의 뿌리는
너도 대부분 모를 것이고
너의 착지도 너의 얼굴은 영영 모를 것이다
- 「입」 전문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인 것이 무엇일까. ‘입’일 것이다. 입 속은 절벽이고, 입 바깥은 낭떠러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거기서 ‘뛰어내리는 너’는 말일 것이다. 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너의 뿌리”), 그 말이 어디에 도달할 것인지(“너의 착지”)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 난해한 숙명 앞에서 속수무책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의 심장이 올라와 있다/ 중요한 순간이다”(「심장이 올라와 있다」) 눈 비비고 다시 읽게 되는 구절이다. 사람의 눈에 심장이 올라와 있다니! 그럴 때 눈과 눈 사이의 소통은 타락한 말들의 난장 속에서 얼마나 순정할 것인가.
- 신형철(문학평론가)

강릉 출신 박용하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견자』를 펴냈다. 시집은 제목처럼 삶에 대한 시인의 ‘노려봄’으로 가득 차 있다. ‘고통하는 인간’인 시인은 매순간 ‘심장’과 ‘영원’을 발견하기 위해 사물의 배후를 응시하고 또 냉철하게 자신의 심연을 노린다.
팽팽하게 긴장된 문장들은 중언부언하지 않고 목을 베인 듯 치명적이다. 이렇듯 시집 『견자』에는 실존과 본질, 허위와 가식과 부조리에 대한 시인의 눈빛이 단호하게 서려 있다.
가령 시인이 「행성」에서 “그러니까 매순간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매순간 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날아야 한다/ 매순간 심장을 날아야 한다/ 그러니까 심장을 날기 위해선/ 매순간 사랑해야 한다”라고 쓸 때, 이 발설들은 틀림없이 근원과 바닥, 그리고 삶의 진정성에 대한 시인의 갈구로 읽힌다.
자신의 내부(內部)에도 서늘한 비수를 겨누는 게 박 시인이다. “너를 포기하기 전에/ 나를 포기하기가 언제나 어려웠고/ 너를 무시하기에는/ 너의 힘이 너무 강대했고/ 너를 넘어서기에는/ 나의 포기가 너무 졸렬했다”(「원수」), “거기에는 졸렬한 나와 옹졸한 내가 있고/ 치사한 나와 비겁한 내가 있는 것이다”(「거울」). 그러나 이 같은 ‘고통의 언어’ 속에서도 시인은 때로 아뜩한 서정을 풀어놓기도 한다. “그 아이가 어쩌다 울 때/ 눈물로 꼭꼭 서러움 찍어 바르듯 울 때/ 아이의 손등에서는 백합이 핀다”(「애들이 나빠 봐야 얼마나」)거나 “강가에는 소원성취 초 꽂아놓고/ 누군가 빌다 갔더군요/ 물 보러 갔었어요/ 당신 생각이 문득 올라오더군요/…/ 견딜 수 없는 것들만/ 삶이 되겠지요”(「강물」) 같은 시구들은 사뭇 다른 아름다움이다.
- 민왕기(시인)

누가 자꾸 삶을 뛰어내리는가
누가 자꾸 초읽기 하듯 심장을 뛰어내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네 영혼은?
네 손목은? 네 발목은?

누가 자꾸 지구를 뛰어내리는가
누가 자꾸 햇빛과 달빛을 뛰어내리고 있는가
눈물도 심장에서 뛰어내린다

그렇다면 네 슬픔은?
네 진눈깨비는? 네 고통은?

너의 심장은 발바닥에서부터 뛴다
너의 노래는 머리카락에서도 자란다

그렇다면 네 피는?
네 시선은? 네 호흡은?

물에 빠진 사람은 물을 짚고
허공에 빠진 사람은 허공을 짚을 때처럼
빠지는 것을 계속 짚을 때처럼

누가 계속 죽음을 뛰어내리는가
누가 계속 초읽기 하듯 심장을 뛰어내리고 있는가
- 「견자見者」 전문

더 무슨 말을 보탤 것인가.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의 심장이 올라와 있다”(「심장이 올라와 있다」)는 문장에서 박용하의 ‘견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가늠하고도 남는다. 견자의 눈을 피해갈 방법은 도무지 도저히 없겠다. 2007년의 『견자』는 17년이 지난 지금 2024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견자의 단말마 외침이겠다.

말이 타락한 견자(犬子)들의 세상은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으니, 우리는 여전히 시집 『견자』를 읽고, 『견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저자

박용하

저자:박용하

1989년『문예중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나무들은폭포처럼타오른다』(『26세를위한여섯개의묵시』로증보하여재출간),『바다로가는서른세번째길』,『영혼의북쪽』,『견자』,『한남자』,『이격렬한유한속에서』,『저녁의마음가짐』을썼고,동시집으로『여기서부터있는아름다움』을썼고,산문집으로『위대한평범』을썼다.

목차


개정판_시인의말
초판본_시인의말

1부.칼로타이어를쑤시듯
문자의힘|내장환하게화창한하루가|새털구름|…최악을다하겠습니다|구름이높아보이는까닭|부탁을거절하며|거울|입|아무리일러줘도|화병火病|욕조|카리스마|인심|원수|어머니|수심獸心|울음인지웃음인지|그을음이된울음|입김|(입김)|밑|성욕|잡념과집념|추억

2부.누가심장을뛰어내리는가
달의마음|연애|심장이올라와있다|도끼|눈길|강물|칼|그런일이일어나겠는가|달에살다|견자見者|(견자)|성교|갑옷도없이|애들이나빠봐야얼마나|봄밤|방파제|누이들|족보|배터리도없이|11월|연하장|샅|행성|교산蛟山|허평선虛平線|모든밤

3부.타인도저마다유일무이한나라이거늘
언제나처음내리는비처럼|꽃다지|조동진|우리가사람이라면|겨울비|가을과겨울|이후의감정|사랑의눈동자

출판사 서평

사람의눈에는그사람의심장이올라와있다
―박용하시집『견자』17년만에개정복간

<달아실어게인시인선>네번째작품으로박용하시인의시집『견자』가출간되었다.

『견자』는2007년열림원에서나온박용하시인의네번째시집으로당시사회의“타락한말”에대한냉소와개탄을통렬하게담아내어평단과세간의주목을받은바있다.당시시집『견자』에대한평을몇개만살펴보자.

랭보이후,‘견자’라는개념은하나의문학적아우라로기능해왔다.박용하의『견자』가지속적으로랭보의시론(詩論)을연상시키는것은이때문이다.(중략)박용하의‘견자’는결코말하지않는다.아니,말의세계를신뢰하지않는다.그는“순간의영원”에서“하늘눈동자가열리는소리”(「배터리도없이」)를듣는다.그러므로그는“고통받는자”가아니라“고통하는자”(「강물」)이며,사랑받는자가아니라사랑하는자이다.견자,순간에서영원을보고,언어의길이닿지않는곳에언어의그물을드리우는,그러면서도끝내인간과말을그리워하는존재.이이율배반의심적상태는침묵을잃어버린말들이넘쳐나는이세계에대한비판을함의하고있다.(중략)이처럼‘말’로상징되는언어에관한자의식은『견자』를관통하는하나의주제이면서,보이지않는것을보는견자(見者)의시선과언어가맺는상관성을암시하는시적장치처럼보인다.그는“말만많은것들”의말이아니라“여벌이없는것들”(「입김」)이내뿜는침묵의언어를소망한다.그렇기때문에‘말의세계를신뢰하지않는다’라는진술이언어에대한단순부정으로읽혀서는안된다.
―고봉준(문학평론가)

박용하의네번째시집<견자>(見者,열림원,2007)에는유독말의타락을개탄하고냉소하는시들이많다.예컨대다음구절에시인의의도가선명하게드러나있다.“믿음을걸고나열하는/줄줄새는낙원의말들앞에서/주워담을길없이떨어지는가을날의잎들처럼/입은철들지않았고사람들은물먹었다.”(「새털구름」)조심하라,‘낙원의말들’이창궐할수록‘말의낙원’은모욕당한다.그말들은당신을물먹일것이다.이것은거창한얘기가아니다.말의인플레이션은일상에서도엄연하다.“답변기계들처럼/답변기계들처럼/말끝마다/…최선을다하겠습니다/…최선을다하겠습니다.”이시에다시인은‘…최악을다하겠습니다’라는제목을얹어놓았다.이위악적인재치가‘최선’이라는말에침을뱉고있는것은아니다.오히려그때문에우리는‘최선’이라는말의본래의미를되새기게되는것이다.(중략)이러니말이라는것은얼마나난해한숙명인가.그래서다음시는이렇게비장하다.

뒤는절벽이고
앞은낭떠러지다

돌이킬수없는허공에서
너는뛰어내린다
너는그처럼위험하고
너는그처럼아슬아슬하다

돌이킬수없는생처럼
한번가버리는생처럼
뒤돌아봐도그만인사람처럼
너는절대난간에서뛰어내린다

아마도너의뿌리는
너도대부분모를것이고
너의착지도너의얼굴은영영모를것이다
―「입」전문

뒤는절벽이고앞은낭떠러지인것이무엇일까.‘입’일것이다.입속은절벽이고,입바깥은낭떠러지가아닌가.그렇다면거기서‘뛰어내리는너’는말일것이다.말이어디에서오는것인지(“너의뿌리”),그말이어디에도달할것인지(“너의착지”)를알지못한다.우리는이난해한숙명앞에서속수무책인가.그렇지는않은것같다.“사람의눈에는그사람의심장이올라와있다/중요한순간이다”(「심장이올라와있다」)눈비비고다시읽게되는구절이다.사람의눈에심장이올라와있다니!그럴때눈과눈사이의소통은타락한말들의난장속에서얼마나순정할것인가.
―신형철(문학평론가)

강릉출신박용하시인이네번째시집『견자』를펴냈다.시집은제목처럼삶에대한시인의‘노려봄’으로가득차있다.‘고통하는인간’인시인은매순간‘심장’과‘영원’을발견하기위해사물의배후를응시하고또냉철하게자신의심연을노린다.
팽팽하게긴장된문장들은중언부언하지않고목을베인듯치명적이다.이렇듯시집『견자』에는실존과본질,허위와가식과부조리에대한시인의눈빛이단호하게서려있다.
가령시인이「행성」에서“그러니까매순간살아야한다/그러니까매순간죽어야한다/그러기위해선날아야한다/매순간심장을날아야한다/그러니까심장을날기위해선/매순간사랑해야한다”라고쓸때,이발설들은틀림없이근원과바닥,그리고삶의진정성에대한시인의갈구로읽힌다.
자신의내부(內部)에도서늘한비수를겨누는게박시인이다.“너를포기하기전에/나를포기하기가언제나어려웠고/너를무시하기에는/너의힘이너무강대했고/너를넘어서기에는/나의포기가너무졸렬했다”(「원수」),“거기에는졸렬한나와옹졸한내가있고/치사한나와비겁한내가있는것이다”(「거울」).그러나이같은‘고통의언어’속에서도시인은때로아뜩한서정을풀어놓기도한다.“그아이가어쩌다울때/눈물로꼭꼭서러움찍어바르듯울때/아이의손등에서는백합이핀다”(「애들이나빠봐야얼마나」)거나“강가에는소원성취초꽂아놓고/누군가빌다갔더군요/물보러갔었어요/당신생각이문득올라오더군요/…/견딜수없는것들만/삶이되겠지요”(「강물」)같은시구들은사뭇다른아름다움이다.
―민왕기(시인)

누가자꾸삶을뛰어내리는가
누가자꾸초읽기하듯심장을뛰어내리고있는가

그렇다면네영혼은?
네손목은?네발목은?

누가자꾸지구를뛰어내리는가
누가자꾸햇빛과달빛을뛰어내리고있는가
눈물도심장에서뛰어내린다

그렇다면네슬픔은?
네진눈깨비는?네고통은?

너의심장은발바닥에서부터뛴다
너의노래는머리카락에서도자란다

그렇다면네피는?
네시선은?네호흡은?

물에빠진사람은물을짚고
허공에빠진사람은허공을짚을때처럼
빠지는것을계속짚을때처럼

누가계속죽음을뛰어내리는가
누가계속초읽기하듯심장을뛰어내리고있는가
―「견자見者」전문

더무슨말을보탤것인가.“사람의눈에는그사람의심장이올라와있다”(「심장이올라와있다」)는문장에서박용하의‘견자’가어떤사람인지는가늠하고도남는다.견자의눈을피해갈방법은도무지도저히없겠다.2007년의『견자』는17년이지난지금2024년에도여전히유효한견자의단말마외침이겠다.

말이타락한견자(犬子)들의세상은과거나지금이나전혀변함이없으니,우리는여전히시집『견자』를읽고,『견자』의이야기를들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