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 - 달아실시선 76

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 - 달아실시선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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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능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가 달아실시선 76번으로 나왔다.
저자

이능표

저자:이능표

1984년『문예중앙』겨울호에평론가김현,시인신경림추천으로「스물여섯번째의산책」「눈」「미완의풀」등의작품을발표하면서시단에나왔다.시집『이상한나라』『슬픈암살』,산문집『지금내가보고있는들소는몇번째들소일까?』외에필명으로쓴몇편의동화가있다.

minbook2000@daum.net

목차

시인의말

1부.1초와1초사이
춘천가는길|사랑하냐고묻고그립다고대답했다|복숭아나무그늘에|우리가별이될때|연어|죽은양을위한헌사|삶으로부터삶으로|우아한삶|1초|작은일|내가누군가의별이라면|비극|지붕|박새앉았던자리|식물의이메일

2부.건반을밟고지나가는들소처럼
헌시|시인들|인용사회와그적들|긴사랑노래에이은짧은이별노래|해부학교실|해골이그려진검은깃발|파주가는길|MRI|미쳤네!|의자|중국식|고양이|눈|맞춤법

3부.무정한세월이그렇게흘러갔다
모르는사람|뒷집사내|목수|그녀의고양이가위험하다|갈현리|예정도없이|ㅋㅋ|이춘추씨에관한생각|갈현리베이징김|오두산에서|애인|닭다리를든소년|소녀가있는풍경|고백|봄눈

4부.꿈이아닌듯이꿈을꾸듯이
가계|몫|닭모가지치는여자|국밥한그릇|집과집사이에헌집을지었다|208호|소극|이불전쟁|혓바닥전쟁|젓가락전쟁|기억전쟁|문뜩이온다|노인들이장해보인다|동굴|병|아닌듯이

발문_목숨받은존재들의슬픔을어루만지는마음황인숙

출판사 서평

故오규원시인은그의첫시집해설에서,
“이능표의시는어느쪽이냐하면사실적이라기보다암시적이다.이는그가심리적삶에보다충실한유형의시인임을말해준다.이암시적인세계의심리적정황을엿보게해주는이미지群가운데우리의눈을끄는것은다양한형태의물이다.그물의대부분을차지하고있는것은눈(雪)인데,그눈은바깥의세계에떨어지거나날리는것과시인의내부로부터날아오르는것이라는두종류가있으며,둘모두부정적이미지의응고된물이라는특성이있다.(중략)우리는통상따뜻한방바닥에배를깔고눕는다.그런의미에서그의‘토담밑’이나‘바닥’이나‘밑바닥’은따뜻하다.그는그따뜻함에‘배’를깔고누워기다리거나노래한다.그러므로그의노래는주검처럼하늘을보고있는자세의그것이아니라삶을긍정하는자의그따뜻함이스민노래”
라고적었다.

또,문학평론가이광호는그의첫시집을“침묵에둘러싸인시적언어”로요약하며,
“이능표의시들이보여주는신선한비유와짧고간결한문체적특질은더욱빛나는것이라고할만하다.그의시는서정시의재래적인방법론과심미적가치들이감수성의쇄신을통해아직도우리시대에유효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이것은그의시들이그간결한구조와정신적동력의경제성에도불구하고삶의현실성에멀어지지않는감각의탄력을유지하고있기때문이다.체험의여러조각을지각의특수화라는방식으로재배열해놓은시,짧은호흡속에독특한인상을창조하도록응축된시,그리하여침묵의아름다움에둘러싸인시,그의시는참으로시적이다.”
라고평했다.

다양한평가가이어졌던첫시집이후27년만에두번째시집『슬픈암살』이나왔을때평론가우찬제는“시적간지럼과망명시인의귀환”이라는제목의해설을통해이렇게얘기했다.

“이능표시인이돌아왔다.(중략)그가비록오랜시간동안시를발표하지는않았지만,여전히서정시인이었음을,예민한시혼으로고단한현실의바다에깊은그물을드리웠던시인이었음을,어렵지않게추론하게된다.오로지시인으로서세월을견디어오면서그는자기시의세계를더넓고깊게천착해온것으로보인다.시적대상도다양해졌고,대상을바라보는시인의눈도깊어졌다.어조와스타일도다채롭다.특히침묵의여백에서심원한이야기성을구축하려한시도가참으로어지간하다.‘심리적삶에보다충실한유형의시인’에서일상적경험과생활을재발견하고,역사적이거나문화적인삶의지혜를통해동시대를재성찰하는확산의깊이를도모한다.‘그리움이없는나라’에서철저히절망하면서그리움의정조를역설적으로구성한다.삶의진실에대한그리움,정녕인간적인것에대한그리움,무엇보다시적인것에대한그리움으로세월을벼리고,시적연금술을벼리며,그렇게20여년을견디어온것이아닐까싶다.”

그렇게시의바깥을돌고돌아와,바깥의세월을견디고견디어마침내시의자리,시의본연으로돌아온이능표시인이등단40년만에세번째집을세상에내놓은것이다.

시인황인숙은이번세번째시집『사랑하냐고묻고그립다고대답했다』를한마디로“목숨받은존재들의슬픔을어루만지는마음”이라요약하며이렇게얘기한다.

“자기와영다른사람,영다른삶을꿰뚫어보고품는재량은시인이능표의미덕중하나다.황동규선생이쓴김종삼선생시집해설에담긴인상깊은구절이생각난다.‘김종삼은시에대한욕심보다사랑이큰시인이다.’내가아는이능표시인도그렇다.”

“이시집의키워드는사람,삶,전쟁,죽음,그리고사랑이다.사람과삶은어원이같다.사람에대한시들은곧삶에대한시들이다.이런저런사람들과그들의이런저런삶.이능표시인은삶이라는거리의사진사다.그사진사는약자,패자,소위‘투명인간’으로존재감없이살아가는사람,비참한사람,외로운사람들을포착해서찰칵찰칵찍는다.”

“삶의기본값은신산함이다.불행,불우,신산함이도처에넘쳐사람들은그것을싫어하고피한다.당최인기가없어서얼른채널을돌리고잊어버린다.시인은그래서는안된다고생각한다.삶이신산할수록그걸기적처럼살아낸사람은얼마나장하고귀한가.시인은그들하나하나에게그들자신이주인공인삶의서사를찾아주고짚어준다.한편한편서사마다희미한음악소리가흐르는듯한데,그것은세상을두루비추는시인의햇살같은시선의정조일테다.그리고서사를시이게하는시인의언어조탁역량의효과일테다.이능표는시쓰기의고수다.청순한고수.”

파미르고원이었지아마?
언덕을오르는기다란행렬속에서
비틀비틀무리를빠져나와너는내게로왔어.
다리를접고가쁜숨을몰아쉬며
노을이담긴눈으로무리를돌아보던
너의죽음이산자의깨달음이되고있을때
나도한번은죽었던거야.
망원경속에어둠이내리고
초원의바람이너의온기를실어나르는동안
겁많은여우가맴돌다가고
떠나간무리속에서너의아이가돌아와애도를마칠때까지
내숨은멎어있었어.
파미르고원의이름모를평원에뼈를묻으면서
한사내의생사가되었던자,
너에관한시를쓰는일이
살아있는흉내를내는건지도몰라.
오래전그곳에서
죽은자에게삶을가르친모종의존재,
그저양이라부를수없는,
그날그파미르고원의마르코폴로.
―「죽은양을위한헌사」전문

“아름답다!평원의삶인들순탄하지않겠지만,인간근처에사는동물들은그삶처럼험하게죽음을맞기일쑤다.이시를읽으면서나는시인이그모든험한죽음을애도하고떠나보내는느낌을받았다.그래,그래,그래.괜찮아,괜찮아,괜찮아.내가곁에있어.내가기억할게.내가전해줄게.커다랗게떠있는,빛이사라지는눈을감겨주면서.”

그리고이번시집의편집자인박제영은이렇게결한다.

“이능표의시집은드라마로가득하다.한편의시마다한편의드라마가들어있거나,옴니버스로펼쳐진다.그의시집을읽다보면케이비에스드라마을보는듯하고엠비시드라마<베스트셀러극장>을보고있는것같은착각에빠지기도한다.장르도다양하다.가족,역사,멜로,치정,수사,시사,휴먼,로맨스,코미디를망라한다.그는드라마의작가이자감독이고때로는배우로직접등장하기도한다.주연이든조연이든혹은소품마저도등장인물들은저마다의곡절과서사를지녔으며그곡절과서사에는시적인떨림을내재하고있다.한마디로그의시집은시로빚은드라마이거나드라마로빚은시라는얘기다.시적인떨림과극적인울림이묘한감동을불러일으킨다는얘기다.”

요즘시집은재미없다고들말한다.요즘시집은감동이없다고들말한다.이시집은그둘모두를반하는것이니,시읽기가주는재미와감동을원하는독자라면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