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을시로읊은가슴저민자화상
―박노식시화집『기다림은쓴약처럼입술을깨무는일』
2015년쉰셋이라는늦은나이에등단한박노식시인의첫시화집『기다림은쓴약처럼입술을깨무는일』(달아실刊)이<달아실기획시집33>으로출간되었다.
박노식시인은등단후9년동안5권의시집을냈고,이번에첫시화집을내는것이니부지런히시를쓴셈이다.그원동력이어디에있냐고묻자,“세상과싸우기위해,밥벌이를위해삼십여년을접어두어야했던만큼‘시’를미치도록그리워했다”며“남보다늦은나이에꿈을향해걸음을내디딘만큼더치열하게시창작에몰두하였다”라고답했다.
이번시화집『기다림은쓴약처럼입술을깨무는일』에는모두37편의시가실렸는데,각편마다꽃말을제목으로하고부제로꽃이름을달았다.그리고각시편마다서양화가김상연의그림이곁들여져있어,꽃詩와꽃말과꽃그림을동시에감상할수있는아주특별한시화집이라고할수있다.
가령“자기애”라는꽃말을지닌“수선화”를시인은이렇게시로적고있다.
마주앉아서그대의말끝을따라갈때면어느새저녁이오고나의눈빛은강하구에이릅니다
가만히보면그대얼굴이우물같아서달이뜨고거기에내얼굴도떠있습니다
그대는흰꽃잎으로나는노란꽃잎으로다시태어나서우리는지금서로의운명을살아가고있는지도모릅니다
―「자기애-수선화」전문
“모든슬픔이사라진다”라는꽃말을지닌“미선나무꽃”은또이렇게시로풀어낸다.
아득한기억처럼슬퍼지는시간들이있지요
폭발직전의꽃망울은순수의가지에놓여서눈을감아요
지난노래를부르지말아요
한장꽃잎이강물에떠내려간들누가울어주나요
눈물은온몸에있어요
온몸이울어요
당신이다시돌아와내눈물의노래가되었어요
―「모든슬픔이사라진다-미선나무꽃」전문
이렇듯독자들은시화집을통해37개의꽃과꽃말을자연스럽게만날수있다.그런데꽃말은어떻게만들어지는것일까?사람들이자신의삶과이야기를꽃에투영한결과이며오랜세월인구에회자되면서꽃말로굳어진것이아닐까?
시인이이번시화집의부제를“꽃말을시로읊은가슴저민자화상”으로적은것도그런연유일것이다.그러니시인이정작쓰고싶었던것은꽃이아니라꽃너머,꽃말이아니라꽃말너머,그러니까우리모두의자화상을그려내고싶었던것은아닐까?
박노식시인은이렇게말한다.
“‘꽃말시’는처음부터시화집을목적으로구상했었다.시집한권분량의60여편을염두에두었으나시화집으로묶기에는다소벅찰것이라며그가말렸다.그래서37편에머물렀으나꽃만남고훗날그는구름이되어버렸다.//더는가슴저미는일이없길바라므로나는죽은사람처럼이시화집을열어보지못할것이다.”
시인은차마더이상열어보지못하겠다고하니시화집을열어보는것은끝내독자들의몫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