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경
저자:박숙경 1962년경북군위에서태어나2015년『동리목월』여름호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날아라캥거루』,『그세계의말은다정하기도해서』가있다. psk12095@hanmail.net
시인의말1부.사월다음내릴역은미정입니다봄날의반가사유|이월|절룩|다음역은사월입니다|행운권추첨|그리하여,숲이라말하는|긴여름|어깨너머|일요일|살구가떨어져|블랑또는블루홀|감포종점|비산동그,집|슬도2부.슬픈시하나읽어도되겠습니까혼자울기좋은시간|가능한행복|늦장마|일시소강|기억의책장을넘기면|폭염의나날|나는집사다|불면,그리고고요|여름저녁|소만과망종사이|종달리수국을생각하는밤|사과의완성|명옥헌|신안|묵호3부.노을이라는뜨거운말을생각하며노을전시관|나는아무것도아니다|추도예배|늙은고양이를위하여|여름방학|맥주박스이야기|해국|벤치의하루|결항|소금연못|나비가날아갔다|백국댁|좀비천국|오월이저리푸르다|사문진일몰4부.어느골목길모퉁이에내가서있습니다병아리는자라서|깜빡,속다|수요일오후가사라지는풍경|용접|얼레지|꽃샘|겨울비는내리고|독거|매미|TELEPHONE,왕릉|분홍노루귀|조사助詞로읽는봄|비상|그래서,내가있습니다발문_조용한사과밭?전윤호
이번시집의발문을쓴시인전윤호는박숙경의시를이렇게얘기한다.“박숙경의시는차분하다.좀처럼감정이들뛰지않는다.그리고중요한장점이있었다.그건사물에게말을시킬줄안다는것이다.“박숙경시인은시를시작하는방법이경쾌하다.시작이반이라고독자의관심을끌려면,독자가끝까지시를읽으려면,좋은시작은필수인셈이다.아마시상이떠오를때좋은시작을얻기위해많은노력을기울였을것이다.”“박숙경시인은자신만의뜰을가지고있는것으로보인다.그뜰에서일어나는사건들과나무들과꽃에관해시를쓰는것이다.그안에는사람들과시간들이줄줄이서있기도하지만모두그녀의품안에서벌어지는현상이다.그러면서그녀는사과가완성되기를기다린다.이런차분함은박숙경시인의큰미덕이다.”‘지난두시집과비교했을때이번시집에서달라진게있다면무엇인지,이번시집을통해독자에게전하고싶은주요메시지는무엇인지’를물었더니박숙경시인은이렇게답했다.“지난두시집에비해눈에띄게달라진것은없습니다.다만꼼꼼히들여다보면시의중심이‘나에서너와우리’로옮겨진것을눈치챌수있을겁니다.”“시집을준비하면서하나의메시지만을염두에두진않았지만,굳이하나를꼽자면희망입니다.비록복잡다단한세상이지만쌀알만한꿈하나지니고있다면말하는대로생각하는?대로이루어질수있다는희망말입니다.”절룩절룩책부치고오는길접질렸던왼발에무게가더실려요시든장미옆으로유모차가지나가요쌍둥이중한아기가손가락을빨아요나의절룩과아기의손가락사이엔결핍이라는말이있어요소공원벤치에노인몇나란히앉아폭염보다더뜨거운고독을뜯어내는중이에요고독은삼각형,꼭짓점은무엇이든끌어당겨요어디선가달려온소낙비한줄기넘어지고절룩이모여여름을견디는풍경이라고나할까요신호등이초록으로바뀌면절룩을감추고하나도안아픈사람처럼걸어요아직꺼내놓을용기가내겐없는거죠절룩을앓기전엔누구의절룩도보이질않았어요나의절룩을내가읽었을때비로소우리의절룩이라는문장이완성된다는걸수많은절룩속에서깨닫는오후예요화단의치자꽃이마지막향기를토해요잠시절룩을잊고그옆에쪼그려앉아요―「절룩」전문이번시집의편집자이기도한박제영시인은박숙경시의장점이‘친절의미학’에있다며이렇게얘기한다.“처음그가건네주고간원고를읽었을때,화가밥로스를떠올렸다.티비프로그램에서그가‘참쉽죠?’라는말을연신내뱉으며캔버스에붓질을몇번하는가싶으면정말로멋진풍경화가펼쳐지곤했었다.밥로스의‘참쉽죠?’란말은한때장안에화제가되었지만그말의깊이와속뜻을아는이는드물었다.좋은시가그렇다.읽기에참쉽다.하지만그렇게쓰기가실제로는무척이나어렵다는것을아는이또한드물었다.그의원고를두어번더읽었을때,어느철학자의말을떠올렸다.‘결핍의순간이되었을때삶은명징하게제모습을드러낸다.’그렇다면시는결핍의칼날위에서피어나는문장을건지는작업일텐데그의시집이어쩌면그와비슷하지않을까싶었다.그가얘기하는‘절룩이라는문장의완성’에대해좀더생각해보기로했다.”불편한시집들이넘쳐나는세상에서가끔은이런친절한시집에기대보는것도좋겠다.그가들려주는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내안의사과하나빨갛게익어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