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사람이라는, 삶이라는, 오지 여행을 위한 안내서
1989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현대시학』 신인상을 거쳐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인자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우수아이아』(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8번으로 나왔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시詩로 출발하지만 시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산문이 되고 산문이 되지 못한 문장들은 텃밭에 거름으로 보탰으니 숱한 밤을 지새운 시간들이야 억울할 것이 없다. 모처럼 사진 없는 여행 산문을 선보인다. 비로소 ‘보는 여행’에서 ‘생각하는 여행’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다.”(김인자 산문집, 『그린 노마드』 중에서)
현재 강원도 대관령에서 반 자연인으로 살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자 시인은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 티베트, 히말라야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시와 산문 그리고 사진으로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에 ‘사람이라는, 삶이라는, 오지 여행을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여섯 번째 시집 『우수아이아』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민석 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너에게로 가는 만 리”라는 제목으로 이번 시집을 이렇게 평한다.
“이 시집을 일종의 서사로 본다면, 이 시집의 출발은 ‘나’이고 종결은 ‘너’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나로 시작하여 너에게로 가서 끝나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국면들이 이 시집의 내용을 이룬다.”
사랑을 기억하는 시간
사랑을 분출하는 공간
사랑은 시공을 초월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명의 노래고 춤이다
물 불 흙 공기이며 입자며 전자다
원자와 분자가 교직한 세포며 유기체다
사랑이 몸이고 몸이 곧 사랑인 까닭이다
모든 흠결을 지우고 시간과 거리를 무화시키고
차이를 아우르고 회춘하는 계절을 보라
사랑이 몸인 것은 생명인 까닭이다
사랑은 몸의 교환이고 나눔이다
몸으로 와 몸속에서 내면화되는 그것
너와 내가 나누어진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가능했던 문제들
몸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 「몸이 기억하는 사랑」 전문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넘나들려면, ‘모든 흠결을 지우고 시간과 거리를 무화’시키려면, 즉 ‘나’가 ‘너’에게 가려면, 그것을 방해하는 신분적, 계급적, 성적, 법적 조건들을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에서 ‘사랑’으로 명명된, ‘너에게 가는 길’은 무조건적 환대를 통해서만 성취가 가능해진다. ‘몸으로 와 (서로의) 몸속에서 내면화되는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나-너’의 구현이 아닌가. 그리고 그 길이 ‘몸’이라니. 김인자 시인의 ‘나-너’는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현세에서의 구체적 실현을 꿈꾼다. 이 시집엔 그렇게 ‘나’에게로 건너가는 ‘나’의 수많은 여정이 나온다. 그 여정마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과의 갈등이 그려지고 그것에 가까이 갈 때의 환희가 넘실댄다. 이 시집은 그런 오디세이아의 기록이다.”
한편, 이번 시집의 편집자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슬픔으로 삶이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삶에 지쳤을 때 필요한 건 공감과 위로다. 시인 김인자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여 내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이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식당이고 우리는 슬픔으로 지은 그 밥 먹으러 세상에 온 가엾은 짐승들’이라는 문장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인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길을 잃었을 때 필요한 건 이정표다. 김인자 시인은 ‘금세 지는 꽃을 쫓느라 생의 대부분을 탕진했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지구 곳곳을 걷고 또 걸어서 ‘히말라야는 걸어서 가야 할 최초의 땅이고 최후의 하늘’이란 것을 읽어주는 사람이고, ‘아름답기에 슬플 수밖에 없는 이름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그가 읽어주고 그가 들려주는 처처곳곳마다 삶의 이정표가 환하게 서 있다.
괜찮다 괜찮다 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그의 시집을 읽으며 이번 한 생은 그저 지나가도 좋겠다 싶었다.”
독자가 시집을 찾아 읽는 이유는 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다만 당신이라는, 당신 안의 오지를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그 여행 끝에서 괜찬다 괜찬다 한마디 위로를 듣고 싶다면, 김인자의 시집 『우수아이아』를 꼭 찾아 일독하기를 권한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시詩로 출발하지만 시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산문이 되고 산문이 되지 못한 문장들은 텃밭에 거름으로 보탰으니 숱한 밤을 지새운 시간들이야 억울할 것이 없다. 모처럼 사진 없는 여행 산문을 선보인다. 비로소 ‘보는 여행’에서 ‘생각하는 여행’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다.”(김인자 산문집, 『그린 노마드』 중에서)
현재 강원도 대관령에서 반 자연인으로 살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자 시인은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 티베트, 히말라야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시와 산문 그리고 사진으로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에 ‘사람이라는, 삶이라는, 오지 여행을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여섯 번째 시집 『우수아이아』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민석 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너에게로 가는 만 리”라는 제목으로 이번 시집을 이렇게 평한다.
“이 시집을 일종의 서사로 본다면, 이 시집의 출발은 ‘나’이고 종결은 ‘너’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나로 시작하여 너에게로 가서 끝나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국면들이 이 시집의 내용을 이룬다.”
사랑을 기억하는 시간
사랑을 분출하는 공간
사랑은 시공을 초월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명의 노래고 춤이다
물 불 흙 공기이며 입자며 전자다
원자와 분자가 교직한 세포며 유기체다
사랑이 몸이고 몸이 곧 사랑인 까닭이다
모든 흠결을 지우고 시간과 거리를 무화시키고
차이를 아우르고 회춘하는 계절을 보라
사랑이 몸인 것은 생명인 까닭이다
사랑은 몸의 교환이고 나눔이다
몸으로 와 몸속에서 내면화되는 그것
너와 내가 나누어진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가능했던 문제들
몸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 「몸이 기억하는 사랑」 전문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넘나들려면, ‘모든 흠결을 지우고 시간과 거리를 무화’시키려면, 즉 ‘나’가 ‘너’에게 가려면, 그것을 방해하는 신분적, 계급적, 성적, 법적 조건들을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에서 ‘사랑’으로 명명된, ‘너에게 가는 길’은 무조건적 환대를 통해서만 성취가 가능해진다. ‘몸으로 와 (서로의) 몸속에서 내면화되는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나-너’의 구현이 아닌가. 그리고 그 길이 ‘몸’이라니. 김인자 시인의 ‘나-너’는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현세에서의 구체적 실현을 꿈꾼다. 이 시집엔 그렇게 ‘나’에게로 건너가는 ‘나’의 수많은 여정이 나온다. 그 여정마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과의 갈등이 그려지고 그것에 가까이 갈 때의 환희가 넘실댄다. 이 시집은 그런 오디세이아의 기록이다.”
한편, 이번 시집의 편집자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슬픔으로 삶이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삶에 지쳤을 때 필요한 건 공감과 위로다. 시인 김인자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여 내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이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식당이고 우리는 슬픔으로 지은 그 밥 먹으러 세상에 온 가엾은 짐승들’이라는 문장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인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길을 잃었을 때 필요한 건 이정표다. 김인자 시인은 ‘금세 지는 꽃을 쫓느라 생의 대부분을 탕진했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지구 곳곳을 걷고 또 걸어서 ‘히말라야는 걸어서 가야 할 최초의 땅이고 최후의 하늘’이란 것을 읽어주는 사람이고, ‘아름답기에 슬플 수밖에 없는 이름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그가 읽어주고 그가 들려주는 처처곳곳마다 삶의 이정표가 환하게 서 있다.
괜찮다 괜찮다 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그의 시집을 읽으며 이번 한 생은 그저 지나가도 좋겠다 싶었다.”
독자가 시집을 찾아 읽는 이유는 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다만 당신이라는, 당신 안의 오지를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그 여행 끝에서 괜찬다 괜찬다 한마디 위로를 듣고 싶다면, 김인자의 시집 『우수아이아』를 꼭 찾아 일독하기를 권한다.
우수아이아 | 달아실시선 78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