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두고 온 말들 - 달아실시선 80

거기 두고 온 말들 - 달아실시선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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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40년을 시노동자로 교육노동자로 살아온 권혁소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거기 두고 온 말들』(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80번으로 나왔다.
저자

권혁소

저자:권혁소
평창진부에서났다.1984년시전문지『시인』에처음으로「論介가살아온다면」등의작품을발표하였고1985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시「바다별곡」이당선하였다.
시집으로『論介가살아온다면』『수업시대』『반성문』『다리위에서개천을내려다보다』『과업』『아내의수사법』『우리가너무가엾다』등을펴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강원지부장,한국작가회의부이사장,한국작가회의강원지회장등의일을했다.제3회강원문화예술상과제6회박영근작품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1부
그봄|용기가필요없는일|새벽생각|산양,사랑을보다|그꽃|그러는사이|거짓말의힘|에이뿔|어떤부끄러움|서러운풍경|모두내책임|어떤고향사랑|마시오와하시오|마스크|국수|명의처방전|바이든을날리면|무뚝뚝한사나이|신돌석|선긋기

2부
개망초|깨가쏟아진다는말|끝내풀이이긴다|윤병열|찔레꽃덕분에|만약을위해|육십년만에|각방|장독대|아내의화장대|어떤당부|폐경무렵|매버는말|장작을패며|아버지냄새|악성중피종|달빵|1969년,엄마

3부
거기두고온말들|소리로오는것|자기소개|아이들이묻지않겠나|한희와두희|산골선생|살다보니|너좀재수없어|그때도지금처럼겸손했더라면|꿈을위한잠|거짓말탐지기|딸기의시절|복수는너의것

4부
졸렬한핑계|낡은희망|미자|2학년1반|야외수업|면온국민학교|군사우편|우리나라|돌반담임|교과서대로라면|쓸쓸한풍경|난로를피우며|노가바

해설_낮고작은것들의성스러움·오민석

출판사 서평

내청춘의한때는
탄가루촘촘히박힌
영암운수철암행버스,빈자리많았지만
앉을수없었던불편으로부터출발한다

월급봉투가얇기는했지만나는
어엿한정규직노동자였는데
터져갈라진아이의손에
핸드크림을발라줄생각은못하던때였다
아직도생생한,설거지냄새가묻어있던
언손등이타전하던엄마의부재

츄리닝이나운동화를
뇌물로들고온봉제공장영업부장에게
상급학교진학을앞둔일부아이들을
팔아넘기기도했는데
선생들은그것을입고신고테니스를쳤다
저탄장을배경으로튀어오르던
작고탄탄한연두의비행은늘
불편한몇개의이미지를동반했다

그마을엔꽃집이없었지만
월요일의교무실책상에는늘
장미몇송이안개에싸여피었고
일요일에황지까지다녀온
미정이가피워놓은꽃이란건
사환김양의귀띔덕이었다

그러는사이몇은자퇴를했고
또몇은꾸준히학교에오지않았고
예억이그애는교도소검열인이찍힌
편지를보내오기도했다

답신을보내고싶었지만
쓸말이없었다

그로부터사십년,나그곳에
너무많은말들을두고왔다

뾰족하고날카로운말에
상처입었을젊은벗들에게
이제야무릎꿇어사죄한다
―「거기두고온말들」전문


이번시집뒤표지에는이상국시인,이경자소설가,이순원소설가등세분의추천사가실려있다.

“오랜기간문학활동을같이하면서권혁소시인과함께문학행사에참여한그의학생들과숙식을같이한적이여러번있었다.그때마다아이들과서로할말다하며친구처럼대하거나서로존중해주는관계가부럽기도했다.공자는‘세사람이길을가면그중반드시나의스승이한사람있다’고했다.이를따른다면권혁소시인이교직40여년간치러낸마흔번의입학식과서른아홉번의졸업식에서만난모든아이들이그의도반이었고스승이었던셈이다.그는단순한교사로서가아니라동류의인간으로,또는어른으로,아이들과같이희망을이야기하고삶을즐기고혹은현실을아파했지만그래도거기에두고온,아직못다한말이있다.오직그들이잘되기를바라는아린마음,그것이이시집의말이다.”
―이상국(시인)

“착한사람은험한인상을가진다고한다.명리학선생님이가르쳐준것이다.존재는모두음양으로되어있어서겉과속이정반대라고.시인권혁소는이말의사람답안이다.그가얼마나산적같이생겼는지,그러나속은얼마나여린지.그가마지막시집이라고지레말하는이시집의시들은착하고착하다.그는착한걸미약함으로여기는풍속에서나고자라고늙은사내.그러나착하고정직한건늙지도않고,평창진부에서출발한삶이인제원통에이르도록닳지도않아서,서울변두리만돌았을뿐인독자인나의닳은삶을돌아보게한다.이새벽,그저부끄럽고그립고눈물겹다.”
―이경자(소설가)

“대학시절부터전봉준의머리만큼이나무겁고,황현의붓끝만큼이나거침없는권혁소의시를읽어왔다.학생이었고,어느결에는민주운동가였고,‘명태’를기가막히게잘부르는성악가이며교육노동자인권혁소.그의시는해학인가싶어빙긋웃게하다가도순간정신차리라는준엄한회초리같다.젊은날시와소설로만나마주보는거울처럼함께글을써온것이내문학인생의커다란행운이고자랑이다.”
―이순원(소설가)


해설을쓴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오민석교수는이번시집을“낮고작은것들의성스러움”이라요약하며이렇게평한다.

“권혁소의시집을읽으면내심이런질문이떠오른다.이시집은왜유의미할까?이시집은독자들내부의무엇을건드리나?이시집을의미있게만드는것은권혁소의마음속에있는도덕률때문이고,그것이독자들의가슴에있는도덕률을울린다.그는근40년이상교사로서교육노동운동을하였고아이들을가르쳐왔다.그의마음속에서빛나는것은이런생활과무관하지않다.교육노동운동은교육만이아니라교육현실과연관된시스템에대한총체적인식이필요할것이고,그의도덕률은이런맥락과같은궤도에있다.또하나,그가주로거주한강원도의시골학교와학생들,그리고지역주민들의삶,가족들의생애역시그의도덕률을구성하는중요한자원들이다.이런과정을통하여권혁소시인의내면에세워진도덕률은한마디로‘작고낮은것들’에대한애정과그런것들의편에서서그런것들의성스러운가치를옹호하는것이다.”

“누구나가슴속에별하나쯤은키우고산다.하늘의별에버금가는마음속의별을무엇이라부르건간에,주체의내부를환히밝히는그것없이인간의삶은경외의대상이될수없다.권혁소는이시집에서작고,무력하고,낮지만,하늘의별처럼신성한존재들의편에서서살아온사십여년의세월을반추하고있다.사랑이큰자만이사랑의결핍을안다.‘젊은벗들’에게‘무릎꿇어사죄하는’한‘산골선생’의모습에서또하나아름다운별이떠오른다.”

칸트의정언명령은무언가?하나는자기의준칙(도덕률)이보편성을가져야한다는것이고또하나는인간을수단(대상)이아닌목적으로대하라는것아닌가.시인으로서권혁소든,선생으로서권혁소든그가평생지켜온정언명령이기도하겠다.

이번시집을편집한시인박제영은권혁소를일러“슬픔이가여워서슬픔의편에선사내”라며“화려한꽃들은안중에없고오직앉은뱅이꽃들에게정을주는사내다.거악과싸우기위해적당히악할줄알고진실을좇기위해능히거짓말의힘을빌리기도하지만그럼에도자신의악함과거짓말을끝끝내부끄러워하는사내다”라고덧붙였다.

권혁소시인은이번시집이마지막시집이될것이라장담했지만,과연마지막시집이될지아니면새로운시작의첫시집이될지는독자의상상에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