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화 - 달아실 한국소설 20

겨울 동화 - 달아실 한국소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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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기희

저자:강기희
1964년3월7일강원도정선에서태어나강원대학교무역학과를졸업했다.1998년『문학21』신인상으로등단한이후장편소설로『아담과아담이브와이브』(1999),『동강에는쉬리가있다』(1999),『은옥이1,2』(2001),『도둑고양이』(2001),『개같은인생들』(2006),『연산-대왕을꿈꾼조선의왕』(2012),『원숭이그림자』(2016),『위험한특종-김달삼찾기』(2018),『연산의아들,이황』(2020),『이번청춘은망했다』(2020)등을출간했으며,시집으로는『우린더뜨거워질수있었다』(2022)를출간했다.
한국최초전자책전문업체인바로북닷컴이주최한‘5천만원고료제1회디지털문학대상(수상작『도둑고양이』),2018년레드어워드상(수상작『위험한특종』)을수상하였다.2001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업작가창작기금,2005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창작기금을수혜하였다.
민족작가연합상임대표와한국작가회의이사를역임했다.대한민국최고오지마을인정선덕산기계곡에서창작활동과함께‘숲속책방’을운영하다가2023년8월1일홀연세상을떠났다.

그림:유진아
동화는더러썼지만한번도그림을그려본적없는뻔뻔한그림작가.소설쓰는남편따라정선오지덕산기에들어와‘숲속책방’을운영하고있음.고양이와개,철마다피어나는꽃들,나무들에게둘러싸여울다가웃다가남들사는것과별반다를것없이평범하게살고있음.

목차


글쓴이의말
그린이의말
겨울동화

출판사 서평

함백산아래울울한전나무숲
아름드리숲지나정암사일주문따라오르면
적멸의땅으로이어지는작은석교하나나온다
다리를건너면이승사람도극락에이른다는극락교
극락교입구에서발길을멈추곤
스님을찾아보는데
-자장스님계시우?
두어번더소리쳐도스님은나오지않고
계곡물소리만청아한오후
극락교아래돌틈에숨어있던열목어가눈을빼꼼열며,
-스님은출타하셨는뎁쇼
-언제?
-글쎄요,하도오래되어서.1천3백년도넘었거든요
―故강기희시,「스님은출타중」전문

시인이되고싶었던소설가강기희는영영출타중인데,그가남긴말이씨가되어출판사에는퇴고하지못한그의초고만덩그러니남겨졌다.

마오쩌둥과김일성과김좌진과안중근과신채호와윤봉길등을오라하여술판이라도벌이고싶다는사내,살다가생이지루해질무렵덕산기숲속책방접고북녘땅물빛이순하고고운어디쯤에다작은‘통일책방’하나열었으면좋겠다는,북녘동무들에게남쪽에선팔리지않는내소설들이나팔며남은생살고싶다는사내,비록정선시골마을이지만그래도이장도해보고회장도해봤다며,폐암말기라는의사소견에내몸에아라리가제대로났다며너스레를떠는사내,전생을사람으로소설가로살았으니후생에는가난한소설가네집아궁이로들어가면좋겠다는사내,남과북이하나로하나되고외세가물러나는날,해방춤추며꽃잔치나해야겠다는사내,덕산기계곡에는소설쓰고시쓰다<우린더뜨거워질수있었다>며제대로아라리가난빨갱이촌놈강기희가산다.
―박제영시,「덕산기계곡에는빨갱이촌놈이산다」전문

이번장편동화를편집하고책으로펴낸박제영달아실출판사편집장은“미완이면미완인채로강기희형의마지막소원을들어주고싶었다”며“형은사랑하는아내에게완성된이야기를들려주고싶어했지만,미완이어서오히려더슬프고아픈마음이고스란히전해지는동화가되었다”고책을펴낸소감을밝혔다.

동화의내용은<글쓴이(강기희)의말>과<그린이(유진아)의말>에잘나와있어별도로소개할필요는없을듯하다.

“눈으로가득한겨울이야기를하고싶었습니다.춥지만따스함이기대되는이야기를하고싶었던거지요.어릴적도깨비가있다는도깨비소앞에살았습니다.경치가무척아름다운곳인데요.장마철이면폭포에서떨어지는물이장관이었습니다.너무아름다워서였을까요.도깨비소는어린내게금단의구역이었습니다.
어른들은어느때고도깨비소에얽힌이야기를해주었는데요.그때등장하는뿔달린도깨비는얼마나무섭던지요.어린나로서는감당하기어려운문제였습니다.하여어릴땐도깨비소로접근도하지않았습니다.도깨비가잡아갈줄만알았거든요.
나이가든지금,다시도깨비소옆에살고있습니다.어릴적그렇게무섭던도깨비소가이젠하나도무섭지않습니다.밤이되면도깨비를찾아어슬렁거리기도하니나이가들긴한모양입니다.도깨비소인근엔반딧불이가많습니다.도깨비친구들이지요.
고향인정선덕산기계곡에돌아오면서도깨비와도깨비소에얽힌이야기를하고싶었습니다.책방에고양이가살고있는데다,겨울철이면해마다아내와만드는눈고양이를등장시켜평화를이야기하고싶었거든요.작품을쓰면서<동화>라는형식을빌렸지만,결말에이르니<아이들동화>가아닌‘슬프고도아름다운’<어른동화>가되고말았습니다.이제고백하지만작품을쓰며내눈에도눈물이촉촉하게고인적있었거든요.―2023년여름,강기희”

“남편과나는마당에쌓인눈을치우면서해마다이런저런눈고양이들을만들었었다.그때마다남편은눈고양이를주인공으로동화를쓰면좋겠다고,나에게써보라고권하곤했다.나는그때마다못들은척했다.태생적으로죽을운명(?)을가진눈고양이의슬픈삶을쓰기싫었다.
남편이폐암말기선고를받고투병을하는긴겨울에는눈치우기힘들어서눈고양이도더이상만들지못했다.그때남편은마당에눈고양이를만들어세우는대신책상앞에서글로눈고양이를만들었다.그리고이번에는내게어울리는그림을그려보라고재촉하기시작했다.
남편이쓴글을읽어보니과연내염려대로눈고양이는죽었고,남편도우리곁을떠났다.글속에는히포크라테스를상상하며만들어낸요정‘히포’가죽어가는눈고양이를되살려놓는장면이그려져있다.아마도남편은투병중에그런기적을꿈꿨을지도모르겠다.
살아있을때그림그려서함께만든책을펼쳐보자는소원을들어주지못했다.솔직히자신이없었고,그림을전문으로그리는사람도많은데내가할수있는일이아니라고생각했기때문에섣불리나서기힘들었다.그림을그리느라글을다시읽다보니컴퓨터앞에앉아마지막글을쓰던남편이떠올라무척힘들었다.남편이떠난후서툴고부족하기만한그림을이제야완성했다.누구보다좋아했을남편에게많이늦어서너무미안하다.―2024년여름,아내유진아”

이책은그러니까소설가강기희가이승에남은아내와독자들에게남긴마지막선물이겠지만,반대로아내와독자들이저승의강기희에게주는선물일지도모르겠다.

당신을잃고
천삼백삼십날꼬박
지독한열병을앓았지
정선에와서알았지
아라리를앓았다는것을

당신을잃고
해발1,330미터만항재에올랐네
고향을잃은사람들이만개의아라리를적어
만개의풍등을띄워보낸항구라지
만개의이별이피워낸아라리라지
열꽃들만개한만항재에올랐네

당신을천삼백삼십번잃겠네
그때마다아라리를앓겠지만
그때마다만항재에오르겠네
천삼백삼십개의풍등을띄워보낸다면
마침내당신에게닿을지모르겠네
―박제영시,「당신을잃고만항재에올랐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