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감정 - 달아실 기획시집 35

식물의 감정 - 달아실 기획시집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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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애별리고(愛別離苦)는 나의 힘
- 김빈 시집 『식물의 감정』


춘천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빈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식물의 감정』(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기획시집 35번으로 나왔다.

김빈 시인은 2006년 『시현실』로 등단하였고, 지금까지 『시간의 바퀴 속에서』(2010), 『버스정류장에서 널 기다리다 잔 꽃잠』(2019) 등 두 권의 시집을 상재하였고, 강원여성문인협회 회원이고, 빛글문학회, 시문, 시를뿌리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딸을 잃은 참척지변(慘慽之變)을 견디기 위해, 단장지애(斷腸之哀)의 슬픔, 서하지통(西河之痛)의 아픔을 견디기 위해 쓰여진 시집이 첫 번째 시집 『시간의 바퀴 속에서』이라면, 이번 세 번째 시집 『식물의 감정』은 애증의 대상이었던 남편을 떠나보낸 고통과 상처를 견디기 위해 쓰여진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김빈 시인은 이번 세 번째 시집을 펴내는 소회를 〈시인의 말〉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힘겹게 버티며 살아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난 흐름의 여유도 없이/ 당신이 있어도 없어도 이 허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쓸쓸함일까요?/ 이제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되뇌며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어떤 형상으로든 스미어/ 당신의 자유와 나의 평안이 그 어떤 빛에라도 반사되어 흐르기를/ 내가 살고 있는 일상에 당신의 자유를 저장합니다./ 나의 평화를 응원합니다.”

이영춘 시인은 “운명 앞에 구원이 되고 위로가 된 시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이번 시집을 이렇게 분석한다.

“김빈 시인의 이번 시집은 소설 속 한 여자의 일생처럼 자신이 겪어온 인생 이야기를 시라는 장르를 통하여 형상화한 작품집이다. 그러므로 김빈의 시는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들고 많이 어둡다. ‘인생’이란 큰 짐을 지고 그 무게를 감당해내는 여정이 시편마다 가슴 뭉클하게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운명’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2010년에 간행된 그의 첫 시집 『시간의 바퀴 속에서』는 꽃다운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난 딸을 애도하는 통한의 피눈물로 쓴 작품들을 상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시집은 한평생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로 얼룩진 삶의 무게를 견디어 온 여정을 쓴 시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해온 ‘당신’이란 사람은 끝내 65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빈 시인의 삶에는 왜 이렇게 큰 아픔만이 존재하는가? 그래서 ‘운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김빈의 이번 시집은 결국 남편에 의하여 탄생된 시로 남편을 위해 바치는 ‘사부가(思夫歌)’라 이름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김빈 시인에게 문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에게 문학은 그의 구원이 될 수 있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처음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딸을 잃은 절망적 슬픔과 아픔에서 시작되었다. 일기를 쓰듯, 딸의 영혼에게 편지를 쓰듯, 그는 자신의 한과 고통을 글을 통하여 달래고 기도하듯 시를 썼다. 이런 연유의 글쓰기가 김빈으로 하여금 문학의 길로 발을 올리게 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 그는 글을 통하여 구원을 얻을 수 있었고 문학적 성과도 크게 거두는 시인이 되었다.


저녁이 앉아 있다

식탁 위에 빨간 말 알을 슬고 있다

녹지도 않으면서 밀주 속으로 말의 씨가 가라앉고 있다

기억은 지운다 해도 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잠깐 현실이고 견뎌온 날 멀다

절망까지 가려면 얼마나 깊은 기도가 나를 숨 쉬게 할까

언 땅 움켜쥐고 매 순간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다
- 「식물의 감정」 전문


‘식물’이라는 객관적상관물을 통하여 화자의 감정, 즉 정서를 절묘하게 승화시킨 작품으로 절창이다. 이 시 속에는 ‘저녁이 앉아 있다// 식탁 위에 빨간 말 알을 슬고 있다’와 같이 화자의 쓸쓸하면서도 아픈 마음의 상처가 후광처럼 일렁인다. ‘잠깐 현실이고 견뎌온 날 멀다’는 역설적(paradoxical) 어법을 썼지만, 현실적으로는 ‘견뎌갈 날이 먼’ 것이다. 같은 역설적 이치로 절망 속에 존재하면서도 ‘절망까지 가려면 얼마나 깊은 기도가 나를 숨 쉬게 할까’라고 역설한다. 절망 속에서 절망을 극복하려는 발화의 고조다.”

시인 김빈의 삶은 애별리고(愛別離苦)와 그로 인한 상처만이 가득하다. 죽었다 깨도 아물지 않을 상처투성이의 삶이다. 딸과 남편의 연이은 죽음은 그의 오장육부를 찢고 끊는 상처로 오롯이 새겨졌을 테다. 그러니까 살아남은 그는 지금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견디어내고 있는 중일 테다. 시간의 바퀴 속에 딸의 죽음을 새기고 버스정류장에서 널 기다리다 잔 꽃잠에 부재를 새기며 그렇게 버티고 견디는 중일 테다. 남편의 죽음과 부재를 식물의 감정으로 다스리고 있는 그를 끝내 응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저자

김빈

저자:김빈
시인김빈은1960년강원도에서태어났다.2006년『시현실』로등단하였고,시집으로『시간의바퀴속에서』(2010),『버스정류장에서널기다리다잔꽃잠』(2019)이있다.강원여성문인협회회원이고,빛글문학회,시문,시를뿌리다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하트핫│가족사진│식물인간│소망일지│하자보수│영혼을털린자│우린삐에로│못│강이된다는것은│물의길│오월의장미│고비사막│식물의감정│낙화│결│그럼에도│내안에가시

2부
도끼의연금술│노동일기│광인狂人일기│먹감나무│가출│오늘의메뉴,가족│계단밀기│별밤의고해성사│잘못된만남의이력│11일의일기예보│바람이불면│거미와거미줄―공상公傷│떡밥│진드기│놋│돌│바람의전언

3부
문열어줘│신호등│물수제비│퍼즐│달력을넘기며│우린전생에원수였나봐│새빨간관계│역逆방향으로│코뚜레│고욤나무│우분투│나는나비가되어꿈을꾼다│먹감나무를빚다│술래잡기│안녕하신가?│실종신고│유리벽

4부
지워진말의뼈│바라의시간│너를통과해간다│있지-있지│엇갈린이동경로│배수공사│적도의남자│잠들지못하는밤,카지노에서│먼길│이석증이통하는날│중독│외투│삭削│벽속에서│어이│업이라는것│강설降雪

해설_운명앞에구원이되고위로가된시의세계이영춘

출판사 서평

김빈시인은이번세번째시집을펴내는소회를<시인의말>을통해이렇게밝히고있다.

“힘겹게버티며살아냈던/모든것에서벗어난흐름의여유도없이/당신이있어도없어도이허허로움은어디에서오는쓸쓸함일까요?/이제괜찮아,괜찮아질거야/꿈에서도현실에서도되뇌며나는당신에게당신은나에게/어떤형상으로든스미어/당신의자유와나의평안이그어떤빛에라도반사되어흐르기를/내가살고있는일상에당신의자유를저장합니다./나의평화를응원합니다.”

이영춘시인은“운명앞에구원이되고위로가된시의세계”라는제목으로이번시집을이렇게분석한다.

“김빈시인의이번시집은소설속한여자의일생처럼자신이겪어온인생이야기를시라는장르를통하여형상화한작품집이다.그러므로김빈의시는많이아프고많이힘들고많이어둡다.‘인생’이란큰짐을지고그무게를감당해내는여정이시편마다가슴뭉클하게스며있기때문이다.그런까닭으로그의시를읽을때마다‘운명’이란무엇일까를생각하게된다.왜냐하면2010년에간행된그의첫시집『시간의바퀴속에서』는꽃다운나이에이세상을떠난딸을애도하는통한의피눈물로쓴작품들을상재하였기때문이다.그리고이번시집은한평생가장가까운사람으로부터받았던상처로얼룩진삶의무게를견디어온여정을쓴시집이기때문이다.그리고그여정을함께해온‘당신’이란사람은끝내65세를일기로이세상을떠났기때문이다.김빈시인의삶에는왜이렇게큰아픔만이존재하는가?그래서‘운명’이란무엇인가를다시생각하게되는것이다.(중략)김빈의이번시집은결국남편에의하여탄생된시로남편을위해바치는‘사부가(思夫歌)’라이름하여도부족함이없을것같다.”

“김빈시인에게문학이란과연무엇일까?그에게문학은그의구원이될수있었을까?앞에서언급한대로처음그가시를쓰기시작한것은딸을잃은절망적슬픔과아픔에서시작되었다.일기를쓰듯,딸의영혼에게편지를쓰듯,그는자신의한과고통을글을통하여달래고기도하듯시를썼다.이런연유의글쓰기가김빈으로하여금문학의길로발을올리게한것이다.그런가운데서그는글을통하여구원을얻을수있었고문학적성과도크게거두는시인이되었다.

저녁이앉아있다
식탁위에빨간말알을슬고있다
녹지도않으면서밀주속으로말의씨가가라앉고있다
기억은지운다해도순간은지워지지않는다
잠깐현실이고견뎌온날멀다
절망까지가려면얼마나깊은기도가나를숨쉬게할까
언땅움켜쥐고매순간도피중이고유배중이다
―「식물의감정」전문

‘식물’이라는객관적상관물을통하여화자의감정,즉정서를절묘하게승화시킨작품으로절창이다.이시속에는‘저녁이앉아있다//식탁위에빨간말알을슬고있다’와같이화자의쓸쓸하면서도아픈마음의상처가후광처럼일렁인다.‘잠깐현실이고견뎌온날멀다’는역설적(paradoxical)어법을썼지만,현실적으로는‘견뎌갈날이먼’것이다.같은역설적이치로절망속에존재하면서도‘절망까지가려면얼마나깊은기도가나를숨쉬게할까’라고역설한다.절망속에서절망을극복하려는발화의고조다.”

시인김빈의삶은애별리고(愛別離苦)와그로인한상처만이가득하다.죽었다깨도아물지않을상처투성이의삶이다.딸과남편의연이은죽음은그의오장육부를찢고끊는상처로오롯이새겨졌을테다.그러니까살아남은그는지금삶을살아내고있는것이아니라삶을견디어내고있는중일테다.시간의바퀴속에딸의죽음을새기고버스정류장에서널기다리다잔꽃잠에부재를새기며그렇게버티고견디는중일테다.남편의죽음과부재를식물의감정으로다스리고있는그를끝내응원할수밖에없는까닭이다.

시인의말

힘겹게버티며살아냈던
모든것에서벗어난흐름의여유도없이
당신이있어도없어도이허허로움은어디에서오는쓸쓸함일까요?
이제괜찮아,괜찮아질거야
꿈에서도현실에서도되뇌며나는당신에게당신은나에게
어떤형상으로든스미어
당신의자유와나의평안이그어떤빛에라도반사되어흐르기를
내가살고있는일상에당신의자유를저장합니다.
나의평화를응원합니다.

2024년9월
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