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양양하게 쓸쓸한 - 달아실시선 82

의기양양하게 쓸쓸한 - 달아실시선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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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승훈 시인의 추천으로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심종록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의기양양하게 쓸쓸한』(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82번으로 나왔다. 이번 시집 『의기양양하게 쓸쓸한』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그 구성이 독특하다. 〈1부. 동백〉은 순수하게 텍스트로 이루어졌고, 〈2부. 나는 너다〉는 시인이 직접 찍은 버섯 사진을 함께 싣고 있으며, 〈3부. 도색잡기桃色雜記 - 유준의 그림에 붙여〉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화가 유준의 춘화春畫를 함께 싣고 있다.
저자

심종록

저자:심종록
시인심종록은경남거제출신이다.1991년『현대시학』에첫작품을발표했다.시집으로『는개내리는이른새벽』『쾌락의분신자살자들』『신몽유도원도』,이야기책으로『벗어?버섯!』등이있다.빈터시동인.

목차

시인의말

1부.동백
동백│오후3시의선로에비가내리고│푸른빛하늘│저푸른초원위의집│최후의만찬│취매역│폴리덴트│하나비花火│동시에│불닭치킨│치우친고독│푸른시절│씨앗│영희와새와고양이와꽃│나는호랑이가좋아│함께가는길│다시,봄

2부.나는너다
나는너다49│나는너다15│나는너다1│나는너다2│나는너다3│나는너다4│나는너다5│나는너다9│나는너다13│나는너다11│나는너다21│나는너다35│나는너다36│나는너다44│나는너다12│나는너다23│나는너다28│나는너다17│나는너다18│나는너다39

3부.도색잡기桃色雜記―유준의그림에붙여
나신의여자│고양이│봄비│꽃피는봄날│내기│운명이라는이름의여자│보살도│깨달음│기도│중독

출판사 서평

삶과죽음,에로스와파토스가지나가는장소로서의몸
―심종록시집『의기양양하게쓸쓸한』

이승훈시인의추천으로1991년『현대시학』으로등단한심종록시인이네번째시집『의기양양하게쓸쓸한』(달아실刊)을펴냈다.달아실시선82번으로나왔다.

이번시집『의기양양하게쓸쓸한』은3부로구성되었는데,그구성이독특하다.<1부.동백>은순수하게텍스트로이루어졌고,<2부.나는너다>는시인이직접찍은버섯사진을함께싣고있으며,<3부.도색잡기桃色雜記―유준의그림에붙여>는제목에서드러나듯이화가유준의춘화를함께싣고있다.

이에대해심종록시인은<시인의말>에서이렇게간략한다.

“시와그림과사진과잡문/무슨말이또필요할까.”

시니컬하다.시집을보면알수있을테니,더이상묻지말라는듯하다.그런데그시인의말이정답이다.시집을읽어보면안다.시는시로,그림은그림으로,사진은사진으로,잡문은잡문으로그렇게읽고보라는그이말에토를달기어렵다.

이번심종록의시집을편집한달아실출판사박제영편집장은이번시집을“모호하다.불편하다.어둡다.그래서내속을다들킨것만같다.”라고하면서이렇게얘기한다.

“심종록의시집『의기양양하게쓸쓸한』은내용과형식두측면모두에서기존의‘시’라는장르와비교하자면조금은아니한참낯설다.이번심종록시집의방식으로말하자면‘머나먼쏭바강’이다.그런데그래서심종록이다싶고,그래서흥미롭고,그래서마침내묘한재미와카타르시스를느낀다.
시인심종록은편측마비의몸을끌면서불편부당한세상을건너고있는사내다.그가운다면그의불편한몸이아니라오히려당신이불쌍해서다.불구의세상에갇힌당신의온전한몸이불쌍해서다.온전한정신을불편한몸으로위장한그는얼마나표리부동한사내인가.그가풀어내는‘의기양양하게쓸쓸한’보잘것없는존재들의덧없어서아름다운이야기에내가귀를기울이는까닭이다.
시인심종록은고수다.하수인내가감히무엇을더하고감할수있겠는가.그는버섯에서이미‘나와너는하나다’라며갈파喝破하고,그는유준의춘화에서‘삶과죽음,에로스와파토스가지나가는장소로서의몸’을갈파한다.그러니내가무슨말을더하거나감하겠는가.부처님손바닥이다.”

1
무심코버린담뱃불이산을태워버리듯
뜻밖의원전사고가죽음의도시를잉태하듯
어떤사랑은섬광閃光으로닥쳐첫눈속에서도시커먼재를남긴다.

2
지독하던열병도시들해지는시월어느날골목길들어서는데
뭔가툭,정수리를때린다.
지난여름무성했던나팔꽃줄기-그말라버린씨방에서떨어진씨앗한알
그대에게온전히소신공양해버린마음

상처는아물어도트라우마는눈부신
섬광보다먼저도착한
한톨
씨앗.
―「씨앗」전문

다잘살았다간다.외쪽생각으로만맴돌아말한마디건네지못했던나의사랑도이제안녕이다.

차표한장이없어밤새걸었던철둑길을오늘은청춘열차가내달린다.우파라반나닮았던내사랑이봄빛에취해망가졌던곳,지금은모텔과호텔이톰의벌목공*처럼서있고

동정同情스럽게내리는
봄,
빗속에서방황하는흑치요부黑齒妖婦여

찾아헤매는천국이며지옥따위는마음의농간弄奸,그러니
우리지금여기서사랑하다가
황량한모래톱에묻혀서도오만한왕의낯빛만큼이나의기양양하게
쓸쓸해져버리자.
―「나는너다49」전문

그의시집을읽고마음에씨앗하나얻을수있으면충분하겠다.그의시집을읽고당신도‘의기양양하게쓸쓸해진다면’그것으로충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