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종소리 - 달아실시선 84

네루다의 종소리 - 달아실시선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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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홍섭

저자:이홍섭
1965년강원도강릉에서태어났다.1990년『현대시세계』를통해시인으로,2000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문학평론가로각각등단했다.그동안시집『강릉,프라하,함흥』『숨결』『가도가도서쪽인당신』『터미널』『검은돌을삼키다』등과산문집『곱게싼인연』을펴냈다.시와시학젊은시인상,시인시각작품상,현대불교문학상,유심작품상,강원문화예술상,박재삼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네루다의종소리│사리│김민기│무영탑│제비│약藥과독毒―제비2│제비3│제비4│제비5―아들에게│호박│손│가을│명왕성冥王星│사십구재│독고―문재형│백비白碑

2부
첫눈이말하다│들국│코스모스는슬프다│등│모자母子│능경봉│봉평도서관개관기념시낭송회│신사임당과요구르트아줌마│빙어│춘천│울음│맨드라미│야유회│비온다│정선│꽁치│선시禪詩│벚나무의침묵│패랭이꽃│하늘의벌레│초당순두부│숭어│어미소와송아지│추색秋色│강릉의일몰│골목길│등대2

3부
햇봄│연꽃등│모를일│요로코롬동그라미│법명받던날│취모검날끝에서―곡哭오현스님│긴잠―곡哭오현스님2│독작―곡哭오현스님3│설악무산雪嶽霧山대종사행장行狀│옛백담사│안거安居│아생

시인의산문_종소리를머금다│이홍섭

출판사 서평


시의안팎에서울려퍼지는종소리
―이홍섭시집『네루다의종소리』

강릉을대표하는시인이홍섭이여섯번째시집『네루다의종소리』를펴냈다.달아실시선84번으로나왔다.

1990년등단한강릉촌놈이홍섭이시인!으로운수납자!로탕아!로산지28년만에다섯번째시집이자달아실시선제1번시집인『검은돌을삼키다』를냈을때시인박제영은“세상의가장낮은자리에서들리는어떤울음”이라며이렇게부연했다.

“가도가도서쪽인당신의숨결을찾아동가식서가숙하며강릉,프라하,함흥을지나세상의모든터미널을떠돌다가때로는불목하니로때로는운수납자雲水衲子로때로는탕아되어세상을떠돌다가마침내검은돌을삼킨시인이홍섭은사자후했다.나는이제정녕갈데없는사내가되었으니참으로건달이나되어야겠다!그가돌아와성聖과속俗의경계에서때로는성聖을지우고때로는속俗을지우며성속이엉킨이홍섭만의서정을빚어내는것이니,그가갈데없는건달이된것은독자에게는참큰복이겠다.검은돌을삼키면어떤울음이흘러나올까?서쪽을생각하면서동쪽의건달을떠올리는까닭이다.”

그리고이번시집『네루다의종소리』에대해시인박제영은이렇게“시의안팍에서울려퍼지는종소리”라며이렇게부연했다.

“이홍섭형이7년만에보내온신작시집(『네루다의종소리』)원고를읽다가그만먹먹해졌다.그사이유발상좌有髮上佐의연으로모셨던스승(오현스님)이입적하고형은죽도록아팠구나.의사들도속수무책이라는신병神病을앓았구나.그리하여일체개고一切皆苦제행무상諸行無常제법무아諸法無我가마침내시로현현하였구나.편편마다쇠북아닌것이없고,울음아닌것이없고,편편마다종소리를머금었으니,읽는내내슬픔이무장무장해지고먹먹해지는까닭을조금은알것도같았다.형이세운‘가난하지만이쁜나라’(「들국」)로기꺼이망명해도좋을것만같았다.”

이번신작시집을펴내면서이홍섭시인은<시인의말>과<시인의산문>에서이렇게얘기한다.

“돌이켜보니,존경과사랑이넘칠때시도충만했던것같다.한동안시를쓰지못하면서내속에넘치던존경과사랑이다어디로사라져갔을까에대하여깊이참구했다.//시집을엮는내내경포호수습지에서만난적이있는자주색가시연꽃이자꾸만생각났다.꽃이라기보다는,나여기살아있다고외치는주먹손같았던가시연꽃.그작은꽃이온몸에가시를두른것이참으로처연했다.”(「시인의말」)

“오래전,기억의저편에해질녘에들었던종소리가아직도남아있다.작은도시의한복판에자리잡고있던사원에서퍼져나오던그저녁종소리는사람들의마음을일순평화롭게만들었고,마치비단천을덮듯천천히도시의하루를쓸어담았다.
신기하게도그종소리가그친뒤에는사람보다는다른생명이주인공이되었다.바람소리,소나무쓸리는소리,물결소리,귀뚜라미소리,개짖는소리가살아났고,나무와풀의냄새도깊숙이들어왔다.저녁종소리는숱한탐욕과분노와어리석음에서뿜어져나오는잡소리들을잠재우면서,잊었던,혹은저쪽으로밀려났던생명과감각들을다시살아나게했다.
며칠전,문득그저녁종소리가그리워졌다.이제도시의사원에서는저녁종을치지않는다.아니어쩌면아직도치고있는데나에게까지들리지않는지도모른다.예전보다저녁은훨씬늦게오고,밤낮의구별도거의없어졌으니이제저녁종소리는그의미가무색해졌다.더불어사람이주인공인시간도그만큼길어졌고,다른생명은뒷전으로뒷전으로밀려나버렸다.그런데뜬금없이난왜그저녁종소리가그리워지는것일까.(…중략…)문득종소리가떠올랐을때,시가종소리를담는것이아닌가하는생각을해보았다.종을누가치는가하는질문은저산속의수좌들이깨치고자하는화두속에나있는것이고,시인은다만건달처럼그종소리를,그리고그외의숱한종소리를부단히담아낼뿐이다.화장터의연기도종소리고,어머니의울음도종소리고,노스님의재도종소리다.구름과새와서쪽하늘도참으로아름다운종소리이다.시인은하루하루그종소리에귀기울이고,그것을최선을다해담아내는존재가아닐까.배가고파서,늘허기가져서그종소리로배를채워야만살수있는존재가아닐까.
좋은시는,아니내가쓰고싶은시는이종소리가시의안팎에서울려퍼지는시다.종소리의시작도아니고,종소리의끝도아닌,늘종소리가웅웅한시,종소리를머금고있는시말이다.그러기위해서는부단히내몸을종소리가울려퍼지는길목에두어야할것이다.그래야만종소리를머금을수있지않겠는가.”(시인의산문,「종소리를머금다」)

야밤에
불현듯깨어나
시를쓰는날이잦다

부모님은살아계시고
아이는아직어리고

갈길은먼데

벌떡일어나
자기가슴을치는
고릴라처럼

궁한귀신처럼

나는무엇을끄적이려하는가

화살은이미
활시위를떠났고

서녘노을아래
빈과녁들만어지러운데

나는왜
불현듯깨어나
시를쓰고있는가

꿈꾸다죽은노인보다
꿈을죽인노인으로

자기가슴이다부서진
고릴라처럼

그렇게살다가
가고싶은데

이야밤에
시는왜다시찾아오는가
―「아생」전문

세상은여전히숱한물욕의소리들로가득하고,자기생존을위한방편의온갖술수들로소란하다.문학과예술이그런비정상의사태를오히려부추기기까지하는일그러진세상이다.그러니독자들이여,이시집을읽으시라.이홍섭의시집을읽는다는것은귀를씻는다는것이고,마침내고요에들종소리를듣는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