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3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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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을 귀히 대하듯 죽음을 대접하라
- 박제영 시집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춘천 출신으로 춘천에서 문장수선공으로 일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하고 있는 박제영 시인이 신작 시집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3번으로 나왔다.

이번 시집에 대해 박제영 시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20년 전 절판된 시집 『푸르른 소멸』(문학과경계, 2004)을 개정 복간한다. 개정 복간하면서 맘에 들지 않은 일부 시편들은 덜어냈고 일부 시편들은 수선을 좀 했다. 그리고 당시 시집에 싣지 못했던 몇 편의 시를 새로 실었다.
개정 복간이라고 했지만 20년 전에 죽은 시집을 무덤에서 꺼낸 것은 아닐까, 무덤에서 꺼내 다시 목을 베어 거리에 내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복간은커녕 부관참시(剖棺斬屍)이거나 부관참시(剖棺斬詩) 꼴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미 파묘(破墓)했고, 시체(詩體)는 이미 저잣거리에 버젓이 걸린 것을. 그러니 죽은 자식 부랄 만지는 형국만 면하길 바랄 뿐이다.
내 손을 떠난 시는 이미 죽었든 다시 살았든 제 운명대로 가는 것일 테다. 제 운명대로 제 길 가라는 말밖에 달리 무슨 말을 보텔 텐가.”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편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삶을 귀히 대하듯 죽음을 대접하라.” “죽음은 터부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로서 대접해야 마땅하다.”라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

박제영

저자:박제영
시인박제영은가끔잡문도쓰지만아직까지는시가가장재미있어서주로시를쓰고있다.시집으로『안녕,오타벵가』(2021,달아실),『그런저녁』(2017,솔),『식구』(2013,북인),『뜻밖에』(2008,애지),『푸르른소멸』(2004,문학과경계)등과산문집으로『사는게참꽃같아야』(2018,늘봄),『소통의월요시편지(2009,늘봄)』등과번역서로『딥체인지』(2018,늘봄),『어린왕자』(2017,달아실)등이있다.현재달아실출판사에서문장수선공으로일하고있다.
sotong@naver.com

목차

시인의말

1부.다시폭설
사막│새떼│낙엽│본색│갠지스│다시폭설│출벽│도로아미타불│낙타│화분│꽃진자리│즐거운놀이│아뇩다라삼먁삼보리│증명사진│도화지에일몰을그리다

2부.환상통幻想痛
허공의집│잘라낸머리│감각의비계│이미지들,루머에지나지않을│죽음에관한번다하고심오한언설들│아내는통화중│삶이란,그반대편이라믿고있는죽음이란,가령이런것이다│환상통幻想痛│나무裸無│아내의서랍│닭집여자│낮달

3부.플라스틱플라워
정보화사회│귀로歸路│정오의희망곡│보도블록의껌자국│안개│매향리│심야식당,사내들│껌과멍혹은죽음에대하여│헤라클리투스의다리│플라스틱플라워│녹색등과적색등사이│공황장애를앓고있는시민H와의인터뷰│아버지의엑스레이사진│모월모일│음모

4부.슬픈산타페는슬프다
고래│시인K,고도를기다리는│구체적으로살아있다는것은│남대천│황사│노을│몸살│봄날꽃을바라보다│기억하라│기억상실│카메라옵스큐라│프시케,나비,영혼│까치밥│불과겨울나무에대한상상│죽음은삶의일부가아니라는비트겐쉬타인氏의주장은틀렸다│슬픈산타페는슬프다│곡우穀雨

5부.버리지못한편지
시집밖의시인들은얼마나시답잖은지│취한피│버리지못한편지│그여자,문을열지않는다│살색은살색殺色이다│동전의옆면

시인의잡설_잡념과잡설로나의30대는지나갔다박제영

출판사 서평

시집에실린대부분의시편은죽음을이야기한다.시인은“삶을귀히대하듯죽음을대접하라.”“죽음은터부가아니라즐거운놀이로서대접해야마땅하다.”라는메시지를담아내고싶었다고한다.

딸아,가을숲에가자꾸나
마침내충분히살았다
이윽고지고있는것들보여주마
물이었으니물로돌아가고
흙이었으니흙으로돌아가고있음을

모르겠어요

딸아,가을숲에가자꾸나
후툭후투툭지국총지국총어사와
빗소리,바람소리,낙엽소리,벌레소리,새소리,짐승의울음소리
들려주마마침내모든소리
허이헤이허오호호호오오행
만가輓歌로화음됨을

모르겠어요무서워요

가엾은것두려워하지말거라
이것은숲이겨울을준비하고봄을맞이하는즐거운놀이란다
언제고아빠도가을숲이될것이야
그러니딸아,
그때가되면슬퍼할일이아니라
오늘이놀이를기억해야할것이야
즐거운놀이를

모르겠어요자꾸눈물이나요이젠집에가고싶어요
―「즐거운놀이」전문

그리고‘모두가터부시하는죽음을귀히대접하는자들이바로시인’이라고강조한다.비록시집밖의시인들은시답잖아보이지만,시집안의시인들은그렇게귀(鬼)하고귀(貴)한존재들이라고또한강조한다.20년이훌쩍지났지만다시살려낸그의문장들은여전히유효하다는것을시집은생생히보여준다.

모월모일날씨우울,시베리아를건너온북서풍이골목을휘돌아나가고있음,이렇게시작하자

몇건의계약이취소되고직원월급을위해은행대출계에다녀온이야기는빼버리자

다음달이면회사문을닫을수있다는말도진부하다

오늘도어제처럼퇴근했고
몇개의골목길을지나집에돌아왔다고

말들이매립된헌책방
시간들이파업중인시계방
구두가게의저,길위에서닳지못하고세월속에서낡아진구두들
그리하여좌판너머풍화되고있는표정들만지나면
그래저골목길만지나면
거기나의집이있다는단순한사실만을기록하자

생生이휘발되었다는불길한이야기는쓰지말자

모월모일영구차한대가시장골목을빠져나가고있었다
―「모월모일」전문

「모월모일」은20년전에도지금도20년후에도여전히모월모일로존재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