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일이혼돈사

칠일이혼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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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자의 “칠일이혼돈사” 여섯 글자를 원고지 900매로 풀어내다
속초 출신의 고형렬 시인이 장시집 『칠일이혼돈사』(달아실 刊)을 냈다. “일착일규칠일이혼돈사(日鑿一竅 七日而混沌死,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더니 7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 『장자』 「내편-응제왕」에 나오는 이 문장을 무려 원고지 900매에 이르는 장시로 풀어냈다.

『리틀 보이』(1995)와 『붕(鵬) 새』(2010)에서 이어지는 고형렬 시인의 세 번째 회심의 이 장시는 장자의 마지막 문자 ‘칠일이혼돈사(七日而渾沌死)’에서 열린다. 중앙의 혼돈을 살해한 두 임금을 추적해가는 과거 재현의 이 작품은 역사와 지혜가 매장한 비밀을 투영시킨다. 고 시인은 제사에서 “이 트로폴로지아의 시는 연민과 변명이 아닌 희망과 원진(怨嗔)의 기록”이라고 밝힌다.
계속되는 의문과 면죄는 네거티브와 알리바이의 발자국을 남기고 상상은 해마의 등명기를 점멸시킨다. 폭력적 문명과 자연의 일성순(一成純), 인간의 욕망이라는 삼각 충돌의 난처 속에서도 시인은 미세한 언어와 계절 감각, 그리고 생명 내부에 있는 혼돈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 상상과 기억의 노래는 다른 미래가 된 과거와 한 영혼에 다가서려는 인식 불가한 비극의 소환이다.
저자

고형렬

고형렬시인은1954년11월속초에서출생했다.1979년에시「장자(莊子)」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대청봉(大靑峯)수박밭』,『밤미시령』,『유리체를통과하다』,『지구를이승이라불러줄까』등의시집을상자했다.그외연어의일생일란을그린장편산문『은빛물고기』‘고형렬에세이장자’(전7권)등을간행하면서자기언어를갱신하고중심아닌주변과현실너머의메타포를형상하는데주력해왔다.시선집『바람이와서몸이되다』를출간하면서첫번째소리시집을함께출시했으며2024년에‘아시아포엠주스’1호『몇개의문답과서른여섯명의시인과서른여섯편의시』를기획했다.현재는조세코서(JoséKozer),피터보일(PeterBoyl),엠티씨크로닌(MTCCronin)시인등과함께렌시(Renshi)를진행하고있다.

목차

서시
시인의말
발단

칠규(七竅)
1.일곱구멍이없는혼돈
2.지금,한무아(無我)의과거상상
3.비밀과공포의모부(謨府)
4.십모(十母)와십이자(十二子)의변화
5.다시기억하는남해의‘숙(儵)’과북해의‘홀(忽)’

하루에,한구멍씩,뚫다
1.혼돈의발견
2.복희팔괘의선천도,문왕팔괘의후천도
3.춘하추동의자연에선악의구분은없다
4.산에뛰어오는저봄을보라
5.사람과지구의감위수(坎爲水)
6.소는말을보면성을낸다:육합과칠충의불변

반고(盤古)의창발적죽음
1.혼돈의죽음과반고창조
2.18,000년동안불안으로확장된반고
3.장자의혼돈에서반고가오다
4.반고는혼돈의달걀이었다
5.모든것의아름다움인불안(不安)
6.반고의죽음

남해의숙과북해의홀이중앙의땅에구멍을뚫다
1.그어느날,남해와북해
2.착규(鑿竅)를시작하다
3.살해현장,피바다
4.하룻날,왼쪽눈구멍을뚫다
5.이튿날,오른쪽눈구멍을뚫다
6.사흗날,왼쪽귓구멍을뚫다
7.나흗날,오른쪽귓구멍을뚫다
8.닷샛날,왼쪽콧구멍을뚫다
9.엿샛날,오른쪽콧구멍을뚫다
10.이렛날,혼돈의마지막입구멍을뚫다

칠규(七竅)의완성
1.이지구에서가장슬픈날
2.대업을마친자들의종말
3.마지막지혜와권력의합창
4.남해의숙임금과북해의홀임금의불귀

결어(結語)
먼미래와먼과거가가까워지다

과거상상,미래기억

부언(附言)
과보(夸父)추모와열자의일이시종(一以是終)

출판사 서평

시인은시인의말을통해이번시집의소회를이렇게적고있다.

“무슨연유로혼돈의죽음을잊지못하는것일까.아직풀리지않은의문의‘칠일이혼돈사’는나의청춘의꿈이고반성의주체였다.십대후반을남해안에서떠돌다스물하나에대진에서만난장자를기억하면이여섯글자는입안의어금니와같은것이었다.외진시골의사거리에있는오래된정육점이나중화요리점처럼사라지지않는화두였다.”

“지난15년간집필한에세이장자의응제왕편일부를발췌해서트로폴로지아형식으로묶었다.정통적문학의구성방식을두고주인공들과화자가고대와오늘을오가며의문하고상상하는문답형식을취한것은이같은시에픽션이거북했기때문이었다.”

“눈이허리께까지쌓여있던,바다와산이한눈에보이는미시령로가에서삼년반동안혼자지냈다.증명이불가한이상상의말들이오히려충만한시간을제공했고매일자신도모르는세계와존재를마음속에모실수있었다.시의기조를떠받쳐준것은볼때마다저녁같았던속초의일출과더불어늘아침같았던설악의일몰이었다.”

“겨우눈과귀와코와입이뚫려있는벌레에불과하지만나는혼돈에서아주떠나는것은아니다.말이게으른것을보고소(는이미들판어디에도없지만)가미워하며울어대고호랑이(도설악산에없지만)가싫어하는것을알면서새벽에우는닭을사랑한다.이미어떤마음들은자기생의세상과종언했으며협소하고누추한진창속에던져진내영혼의뼈는아무렇게뒹굴고있다.늦은감이없지않으나그곳에버려진그혼돈들의이름을불러본다.”

“이장시또한다살지못하고다보지못한것에대한쓸데없는나의과민한근심이꿈꾸고더듬은미완의한비망록이될것이다.나는‘너는오늘도또어떤혼돈의구멍을뚫고있는가,나도오늘구멍이뚫리고있다’고말하면서파괴되어가는자연과나를적시하고위로한다.”

점점더가속되는기후위기속에서나라마다기업마다지속가능한개발을앞세우고있지만,인위(人爲)에의한개발은결코지속가능을답보할수없다는것을이미삼천년전장자가예언했다고시인은전한다.앞으로인류가가야할길이어디에있는지그답에대한깊은성찰을원한다면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