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좋은 소식이라고 저장했습니다

당신을 좋은 소식이라고 저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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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쓸모와 효용이라는 가속도가 붙은 우리의 삶에 제동을 건다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진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당신을 좋은 소식이라고 저장했습니다』(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87번으로 나왔다.

김진규 시인에게 “이번 시집을 펴낸 소회는 무엇인지? 첫 시집과 차별화된 게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를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이 남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껴두었던 말을 이젠 조금 더 놓아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고 부끄럽습니다.
첫 시집은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인지 한참을 떠들다가 긴 발표를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시집은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랑이라고 믿는 순간들과 아름답다고 쓰다듬었던 기억들이 몇 개는 편지가 되고 몇 개는 고백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항상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삶에서 가끔은 사랑처럼 쓸모없는 것에 깃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김진규

저자:김진규
시인김진규는1989년경기도안산에서태어났다.2014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이곳의날씨는우리의기분』(여우난골,2021)이있다.
jingyu321@gmail.com

목차


시인의말

1부.우리가무엇이되어
우리가무엇이되어│주먹싸움│안다│우린종종무용한것들을사랑해서│표지판│서로의이름이란걸알고있다는사실들│꽃다발1│꽃다발2│풍선│젖은손목들을모아서당신에게흔드는날,나는모든밤을꺼두고괜히,어디에깃들지모를누전따위를걱정하다가,문득불을켜두었던빈방하나를떠올립니다│모른다

2부.오늘,나는
고백│너무오래그자리에있었기에│도와달라는말엔아직슬픔이없어서│손잡아주는날│너에게건네는말이온전히가기까지│장마│즐거운시│점묘화│워킹홀리데이│파도│오늘,나는

3부.모임의모형
문열어두고사는남자│모임│전도│3분16초의수명이연장되었습니다│연착│막다른길에다다랐으나푸른숲을향해가듯│놀이공원│회전목마│룩아웃│화랑유원지│사격장│이웃

4부.인간성
고양이│꿈│부름│모자│월피│밝은길│대포│인간성

해설_어제가밀려드는해변에서너는│임지훈

출판사 서평

시집추천사에서박은지시인은김진규시인과그의이번시집에대해이렇게얘기한다.

“김진규는무용한것들을곁에두고오래들여다본다.끌어안고재미있는말을건넨다.먼지를털어내고,깨끗이닦고,기쁘게가꾼다.그렇게공을들여도여전히무용할테지만.그는무용한것에서아름다움을본다.이는시인의속성이기도하다.그래도쓸모없음이아름답다면꽤멋진쓸모없음이아닌가.그래서시인은아름답다.
아름다운시인이사는세계는슬프게도아름답지않다.쓸모없다는것이죄가되는세계이다.행복뒤에불행이따라오고,주먹쥐는법을배워야하고,‘아프지않은날뒤엔아픈날이따라오는’세계이다.김진규의시는이러한세계앞에‘품에있다가금세떠나는것’,‘썼다가지운것’,‘이름을붙여부르고싶은마음’같은무용한것을펼쳐보인다.그런데이를함께지켜봐주는이가있다.함께라는이름아래무용한것들은빛나고,‘너’의곁에서무용한것들은아름다움을넘어내일을살게하는마음이된다.내일을살게하는마음은떠나보낸것이잘도착했는지살피는마음으로커진다.먼저등돌리지않고먼곳까지지켜보는마음에서우리는‘사랑보다더큰사랑같은위안’(「서로의이름이란걸알고있다는사실들」)을얻는다.그래서김진규의시는우리에게‘좋은소식’이다.오래받아보고싶은소식이다.”

그리고이번시집의해설을쓴임지훈문학평론가는이번시집을이렇게평한다.

“우리가쓰는시란어쩌면그런것인지모른다.과거가밀려오는해변에서,마주할수밖에없는과거와대면하여다시금옛일을상기하며모래위에적어가는일.지금우리가마주한김진규의시또한그러하다.그는무수한기억이그의해변에홀로선채,밀려드는무수한사물들을마주하며자신의과거를소묘한다.그렇기에여기에는슬픔도,기쁨도,고통도,아스라한그리움도모두존재한다.하지만그것은모래위에쓰여진글자이기에좀처럼타인에게전달되지않은채자신의밀려오는기억아래로침잠하곤한다.이를테면이것은전해질수없는편지이면서,그것이문자의형태로남은기록이다.그렇기에그의고백들은전적으로무용한것이면서무해한것이기도하다.”

우린종종무용한것들을사랑해서
쓸모에대해오래도록얘기했었지

가질수없는것들을얘기하고
잠깐품에있다가금세떠나는것들을생각하고
한끼의식사도되어주지못할것들과
행복뒤에따라오는현실의불행
몇번씩고쳐쓴글씨와서툴게깎아놓은연필들

나는아픔을말해주는사람을믿고
내가믿는사람들은모두한번쯤은아팠기에
위로보다더무용한것이있을까
그땐대답하지못했던동작들

하지만무용한것들은가끔아름다웠어
내가남긴것들이너에게닿으면
나는가끔아름다울수있었어

우린춤을추고있는거라고,발에불이붙은것처럼
간절하게더간절하게

고통이춤을더아름답게만들고있었어
―「우린종종무용한것들을사랑해서」전문

“기억이밀려드는해안에서그가발견한것이란이런것이다.그것은자신의삶에대한후회와회한으로부터시작되는것이면서,동시에그속에서아름다움을발견하게되는역설적인순간이다.그는이러한인식을손에쥐고자신의기억이밀려드는해안을거듭떠돈다.그의눈에비춰지는모든사물은제각기의효용과관계없이아름다워질수있는가능성을지닌것들이며,동시에어떤기억을,혹은조금의영혼을소유한것들이기도하다.그렇기에그는오래도록바라본다.자신의기억으로부터떠밀려온,해변에내려앉은사물들을.그것들을시어로만드는과정을통해,그안에감춰진아름다움을발견한다.”

“이것을단지아름다울뿐이라고말할수있을까?혹은,단지슬픔일따름이라고말할수있을까.어떠한말도쉽사리허락되지도않을김진규의시적궤적속에서,다시금찰나의빛이스쳐지나간다.슬픔과아름다움이한몸으로.”

인류는지금까지‘쓸모와효용’을극대화하는방향으로문명을끊임없이발전시켜왔지만마침내한계에다다른듯하다.젊은시인김진규는쓸모와효용이라는가속도가붙은우리의삶에제동을건다.우리가한때아니오래도록용도폐기했던무용한것들,쓸모없는것들에생명을불어넣는다.그러니까무용해서유용하고쓸모없음으로제대로된쓸모를만들어낸다고하겠다.

시인의말

닫아둔창문을누군가자꾸만열어놓는것같은데
그게그리싫진않습니다.
내심불어오는바람을좋아하는지도모릅니다.

사랑하지않는다는말이아닙니다.
미워한다는말도물론아닙니다.
아직도모르는지자꾸물어보겠지만,
멀었습니다.
변명이계속늘어나고있습니다.

2024년12월춘천에서
김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