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먼 하늘 - 달아실기획시집 40

윤용선

저자:윤용선
1943년춘천에서태어났다.춘천고와춘천교대를졸업한후37년동안교직생활을했으며,도문인협회자문위원과춘천작은도서관공동대표,문화커뮤니티금토이사장,춘천문화원장을역임했다.1973년강원일보신춘문예당선및1989년『심상』신인상으로등단하였고,시집으로『가을박물관에갇히다』,『꼭한번은겨자씨를만나야할것같다』,『사람이그리울때가있다』등이있다.2023년3월10일운명했다.

유고시집을펴내며

1부.가시지않는허기
육필원고_욕망│오늘은│봄은이미깊은봄│그게누구지│나를덖을수있다면│나무앞에서│바라보기또는더듬기│마음을담는귀│왈,어른이돼가지고│분수噴水│유칼리나무│오늘도내사랑은│가시지않는허기│오랜은행나무│배낭│율브리너│가을안부

2부.코스모스꽃피면
육필원고_뜻도하늘에│오늘,더그리운│얼음새꽃이라지요│봄눈이내립니다│꽃보다봄눈이│봄날할수있는일이라곤│녹음이한창입니다│가을입니다│오늘도바람부는데│혼자못난가을입니다│예감또는기다림│가을소식│코스모스꽃피면│올해도봉선화는피었습니다│상고대│눈온뒤

3부.하루는먼하늘
육필원고_아침산책│길│이제야쬐끔│동굴은단지굴이아니다│거룩한원주│꼭옛말하세요│내가낯선나│냄새는코의탓이아닙니다│하루는먼하늘│수도꼭지│도루묵,아시지요│그때다울었습니다│악기점에서│어느무미한날의풍경│그냥웃으십시오│너무무심했습니다│혼자괜한생각입니다│시대의오랜숙제

4부.겨울끝먼풍경
육필원고_더위│한생이란것은│그길에서│일상과벽사이│그날그날의자화상│혼자생각입니다│그래생각해봤습니다│이봄에미처모르는뭔가있다│꼭에관하여│상처│사람사는일이란게│아무리생각해봐도-가을벌판에서│알다가도모르겠네│움│그리고또오랜다짐│저녁무렵│괜히혼자헤매다│척하면척이라는데│겨울끝먼풍경│그늘

5부.참머나먼길
육필원고_멘델씨나의멘델씨│피에타우리의피에타│날씨-나하운거리│날씨-시벨리우스공원│날씨-게이랑에르피오르드│날씨-그리그의집│날씨-두개의풍경에끼어│날씨-뭉크를보며│날씨-아말리엔보르궁앞을지나다│눈밭에서│도촌리│떠도는대합실│오늘사랑앓이로│아주먼길│참머나먼길│그대떠난빈자리가쓸쓸한것은│하늘에서한시간남짓바라본

해설_고요하게저무는풍경ㆍ오민석

윤용선시인의부인김규희씨는“윤용선시인이생전에남겼던원고들이다행히유고시집으로묶이게되어더할수없이기쁘다”며유고시집을펴내게된소회와남편에대한그리움을다음과같이얘기한다.

“당신덕분에나는시인의아내가되었고,어리벙벙하게살아가며조금씩당신속에빠져살아온긴세월,그때는몰랐지만지금은조금씩알아가고있는데,모든것이물거품이되고말았네요.글좀그만쓰라고구박했던때,자존감에큰타격을받고상처도받았을텐데그래도불편한몸으로글쓰던그모습을지금은다시볼수없어아쉽고또그리워요.당신손에힘이없어당신이불러주면받아적곤했던그날들,생애의반이시였고삶의끝도시였으니,시로시작하여시로끝났다해도과언이아닌당신의인생,고마워요.그리고당신이살며평생을일구어오신문학적삶을존경해요.마지막까지힘겹게써내려간수많은글,여기저기숨어있던글들이당신이좋아하던사람들덕에세상에나오는날,멋진당신의얼굴기대해도되겠지요.하마터면묻힐뻔했던글들이예쁘게몸단장하고이제세상밖으로나옵니다.사랑합니다.당신.이책이나오기까지수고해주신김창균시인과조성림시인그리고노정균님께감사드립니다.그리고윤용선을생각해주시는모든분께감사의인사를드립니다.웃음보일당신을그려보며멋지게산당신의인생에박수를보냅니다.”

생전의윤용선시인과그의시를최돈선시인과조성림시인은이렇게추억한다.

“형은형의시「겨울끝먼풍경」처럼가셨습니다.‘새파란하늘이,깊은고요를끌어다베고’누워있는거기에.아니!가만히보니,형은이따금,당신의몸으로소슬히일어나,바람을손짓하는군요.미루나무처럼자신의몸을흔들어보는군요.투명한빛처럼그렇게,형은언제나빛나는군요.형이남긴이시한줄,소리처럼울려,산메아리푸르게심어놓고,긴강을건너는군요.아름다워요.고마워요.당신이그토록그리워하는세상에있으니,우리또한,귀열어서,당신의시처럼살다가지요.”
-최돈선(시인)

“당신이떠난지도벌써2년,그동안도무심한일월은구름처럼흘러오고또흘러갔습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당신에대한생각은부풀었고,당신은늘꽃처럼만면에화색을띠고,평생시를짓고,또꿈으로아이들을가르치며,조곤조곤하시던말씀이아직도귀에서냇물처럼속살거리고있습니다.심지어는떠나시기전,만년필을하나건네주시며,이세상끝까지처절하게시를쓰고오라고,무언의말씀을건네기도했습니다.이제지상의저푸른강물처럼,떠나도떠나지않은당신의얼굴,그햇살같은마음이지금도가슴가득히영혼으로,봄처럼피어나고있습니다.”
-조성림(시인)

이번유고시집의해설을쓴오민석교수는‘치열함너머의치열함’,‘하지않을수있는힘’,‘무위의주체와또하나의나’그리고‘발견의시학’이라는키워드를통해윤용선시인의시편들은궁극적으로“고요하게저무는풍경”이라정의하고있다.

“이시집은이렇게고요하게저무는삶을선택했고,그렇게저물어서이제는아름다운풍경이되어버린고운숨결의기록이다.저마다센목소리의각축장이되어버린세상에서이토록고요한숨결을만날수있다니,경이롭다.이시집을읽는독자들이여,잠시거친호흡을내려놓고,욕심도잘라내고,저얼음사이에서저절로피어나는꽃을보라.사방이온통환하지아니한가.”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

윤용선시인은이제우리곁을떠나고없지만,그의시는남아서다행이다.그가길을내어서보여주는고즈넉한풍경이있고그안에작은꽃밭이있고쉼터가있어서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