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먼곳에서열려온하얀새벽
-박현주시집『당분간사과』
2010년『시평』으로등단한박현주시인이등단후15년만에첫시집『당분간사과』(달아실刊)를펴냈다.달아실시선89번으로나왔다.
등단당시박현주시인의시를심사한심사위원들-신대철,정호승,고형렬-은박현주의시를두고이렇게평가한바있다.
“박현주가투고한시전편은고른수준을유지하고있다.심상을잘통과한뒤의밝은쪽과그늘진쪽끝에나와서있는대칭을보여준다.언어를의식안에내밀지않는그만의독특한조심성이있다.이언어에대한조심성이그가품고가야할작은거울이다.언어를조석으로씻는그릇처럼다루고해가져도빛이가지않는방(房)을그눈안에담아그끝이어디까지가는지보여주기바란다.(…중략…)가파르고도불편한시의길이조금은아름답게여겨지고또스스로에게위로가되길바란다.등단은또한시절의무엇인가를망각하는일이며다른자아로떠나는길이다.진정한비평과독자의밝은눈은자신안에이미있다.그래서어느날갑자기‘손가락위에서반짝이는너의뒷모습’을보기바란다.그래서또,날개가있었던그어깨뼈를조심스럽게눈으로만져보길바란다.”
그리고당시박현주시인은등단소감을이렇게적고있다.
“(…전략…)시를쓰면서사람과꽃과풀을오래바라보게되었다.아니시를쓰기전에도내게는원래그런습성이있긴했다.사는데에조금은불편한일이었다.시는그래도괜찮다고,아니그래야한다고나를받아주었다.너희가무엇을보려고광야에나갔더냐(마11:7)물으시는말에이제대답을찾아보려한다.왜시를기다려왔는가?가난한물음앞에서게된것이다.나는이제그것들의말을들으려한다.듣지못하는것을들으려하는것에마음먼저열어주기를간절히바란다.(…후략…)”
그후15년이지났고,드디어박현주시인이첫시집을묶어냈다.박현주시인에게물었다.
(편집부)2010년등단후15년만에첫시집을냅니다.첫시집을내기까지상당히오래걸렸는데,특별한이유가있는지?
(박현주)문장으로질문하고문장으로답한혼자만의중얼거림이시가되었습니다.밤의근원적질문을시로쏟아낼수없었다면영혼은자주위태로웠을것입니다.시한편은하나의질문하는태도라는말이내게깊이다가왔을때,미뤄온시집을꾸려야겠다는생각이들었죠.스탠드를켜나를밝히는일로15년이지나갔습니다.작은책상은백지의흰눈언덕,나만의발자국을찍으며여기까지왔습니다.
(편집부)첫시집을묶는소감이나소회를간단히말씀해주신다면?
(박현주)지나온시간을하나로연결하고묶으려니갈피를잡기어려웠습니다.주제와시간의패턴속에서순서와의미를찾아한참을헤맸습니다.첫시집을묶으니비로소다음이기다리고있다는생각이듭니다.
(편집부)이번시집을통해특별히독자들에게들려주고싶은메시지가있다면,무엇인지?
(박현주)‘사람은어떤존재여야하는지?’질문하고싶습니다.슬픔으로혼자남겨진사람과증오하며갈등하는존재속으로‘사랑’은어떤얼굴을하고다가가는지발견하고싶습니다.
(편집부)본인이지향하는시세계를간단히요약한다면?
(박현주)우리안에숨은생명력의근원이무엇인지,우리를되찾을수있는회복의힘은어디서비롯되는지더알아가고싶습니다.
시집해설을쓴김학중시인은“박현주시인의첫시집『당분간사과』는시적영토에서‘리추얼’의회복을노래하는시들로가득하다.”며다음과같이평한다.
“박현주는첫시집에서이러한‘리추얼’의회복을노래했다.이회복은상징적인춤이며,그춤의상징적인리듬이다.이리듬은우리가사는세계속에서우리가정주할시간을‘지속’시킨다.자연적인것들은세계를우리와피로엮는사물들이며우리의삶에의미를부여해주는열매들이다.지금여기는이러한풍요의열매를시장으로은폐하고있다.이은폐는너무도강력한것이어서풍요의회복을시도하는‘리추얼’을무의미하고무가치한것으로보이게하고있다.‘리추얼’은셈되지않는것이고화폐로치환되지않는것이다.그것은단지생명이생명이게끔하는생명력을회복시켜주는힘이며,그생명에거주하도록이끄는힘이다.그힘은상품이되지못하는것이고비가시적이며불투명한것이다.그러기에‘리추얼’은시적언어의세계에서도추방되어왔다.박현주는이러한‘리추얼’에감응하고우리앞에그것을회복시키는것이다름아닌시적인언어이며,시적힘임을보여주고자시도하고있다.박현주의시는되찾은‘리추얼’의힘을노래하는리듬이다.이리듬은우리를살게이끌고삶을회복시켜주며,삶을촉발시키는힘이다.우리가박현주의시적언어가지닌깊은울림에귀를기울여보아야하는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
그리고박현주시인의등단심사위원이기도했던고형렬시인은이번시집을이렇게얘기한다.
“이시집은가슴속먼곳에서열려온박현주시인의하얀새벽이다.변함없이언어를맑게일깨우는그의시는나의기억에사금의아침을디디는발바닥이며그모래밭속으로밀려들어가는음악이다.박현주시인은등단이후오랫동안해가진저녁의어둠속에서말을포란(抱卵)한채자신의아침을기다렸다.시편하나하나눈에담고다시그실러블(syllable)을들여다보니벅차고아프며자못찬란하다.어디서온시상의아픈구슬이며상처들인지시행마다수평선에서우리를비추고웃는첫햇살답게은은하고내밀하다.박현주시인은자신을저쪽도시에두고이제이시집의빛과그림자를가진언어가되었다.”
박현주의첫시집『당분간사과』속에는15년을벼린,15년동안숙성시킨,은유의언어와문장들이시집을빼곡히채우고있다.어쩌면당신이차마말하지못했던,말할수없었던,내밀한고백들과마주할지도모를일이겠다.